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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인도네시아 대학교에 설치된 한국학과

beautician 2020. 11. 7. 11:48

현지 대학교 한국학과

 

양승윤 한국외국어대학교 명예교수
신영덕 UPI 객원교수

 

2020년 현재 현지 대학교 네 곳에 한국학과 또는 한국어학과가 개설되어 있다. 국격과 외교력의 척도이기도 한 한국학과 개설엔 오랜 기간 여러 학자들과 공관원들의 노력이 녹아 들어 있다.

 

한국어 강좌를 처음 설치한 대학은 나시오날 대학교(Universitas Nasional-이하 UNAS). UNAS 교무처장 사르카위 체스 교수(Drs.Syarkawi Tjes)가 훗날 파푸아 뉴기니 대사를 역임한 당시 우리 대사관 여한종 참사관과 의기투합하여 1987년 한국학연구소를 세우고 강좌를 개설한 것이다.

 

하지만 역대 한국 대사들은 인도네시아 국립대학교(Universitas Indonesia-이하 UI)에 한국어학과개설을 우선과제로 여기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제10대 민형기 대사(1995.03~1998.05)의 노력이 컸는데 UI에서는 일본연구소 수준의 한국연구소 독립건물과 한국학 박사급 전임교원 7명 임용을 선결조건으로 줄곧 요청하였으므로 이에 여의치 않음을 느낀 민대사는 족자카르타 소재 국립 가자마다대학교(Universitas Gajah Mada–이하 UGM)로 방향을 돌려 수깐또 렉소하디쁘로조(Dr.Sukanto Reksohadiprodjo) 총장 논의를 시작했다. 이를 계기로 1995 UGM에 한국학 교양과목이 열리고 2006년에 우리 정부의 지원을 받아 한국학연구소(Pusat Studi Korea)가 설치되면서 한국학도 정규과목으로 승격했다. 한국학연구소는 이후 PUSKOR라고 불리고 있다.

 

UGM에서는 경남대 국문과에서 한국고대문학으로 학위를 받은 노피(Novi) 교수와 한양대에서 한국학 박사를 받은 누르 아이니(Nur Aini) 사학과 교수가 한국어과 주도권을 두고 경쟁했다.

 

한편 UI 문과대에도 2006년 마침내 정규 한국학과가 개설되었고 초창기엔 양승윤 교수도 출강했다. 신생 한국학과는 매우 높은 인기를 누려 강좌 개설 이듬해에 다른 단과대로부터 1,000명 넘는 수강생들이 몰려 개강 직전 강좌 수와 수강인원을 조정해야 했고 그해 신입생 모집엔 한국학과에 제1지망자 1,048명이 몰려 가장 높은 커트라인을 기록했다. 당시 정작 선발된 신입생은 28명이었다.

 

양승윤 교수의 지론인 인도네시아 지한파 육성 주장에 동의하며 현지 한국학과에 큰 관심을 갖고 있던 용마전자 마용도 회장은 한국학과를 개설한 UIUGM에 한국을 상징하는 건축물을 구상하다가 UI 사회과학대와 문과대학 사이에 한국공원 Taman Korea(Tamkor)를 건축했는데 이듬해 인도네시아 건축가협회에서 최우수 작품으로 선정되었다. UGM에도 사회과학대 내에 건축한 3층 규모의 다용도 학생회관이 마용도한국관으로 불리며 매년 조촐한마용도의 날기념식이 열리고 있다.

 

UI의 에파 라티파(Eva Ratifah) 교수와 한국외대에서 학위를 받은 UGM의 수레이 아궁 누그로호(Surei Agung Nugroho) 교수가 두 학교 한국학과에서 각각 두각을 나타냈다.

 

그간 인도네시아의 많은 젊은 학자들이 서울대, 한국외대, 이대, 경희대 등에 유학했다. 존 프라스티오(John A. Prasetio) 전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는 201712월까지 8,000명의 인도네시아 학생들이 한국을 유학했고 30여 명의 한국학박사가 나왔다고 말한 바 있다. UGM에만도 16명의 한국학 박사가 있다. 이 중 2005년 한국외대에서 퇴계사상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고 UGM에서 철학대학 학장직을 연임한 묵타사르(Prof. Dr. Mukhtasar Syamsuddin) 교수는 차세대 인도네시아를 이끌 신진교수 20인에 포함되기도 했다.

 

19841월 한국외국어대학교 자매결연대학인 UGM을 방문한 후 UGMUI를 오가며 한국관련 강연을 하던 양승윤 교수(현재 한국외대 명예교수)는 외무장관을 역임한 한승주 교수가 이끌던 동남아학회 총무이사로서 1990~1998년 기간 중 우리 정부 국정홍보처가 지원하고 대우재단과 쌍용그룹이 후원하는 아세안 순회세미나를 주관하며 한국-인도네시아 관계 증진에 많은 공을 들인 인물이다. 그는 UIUGM 한국학과 설치에 깊이 관여했고 한국과 한국학에 관심있는 젊은 교수들을 발굴해 한국유학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

 

양교수는 한국을 유학했거나 한국에서 학위를 취득한 학자들이 인도네시아 사정과 정서에 맞게 한국학을 스스로 발전시킬 수 있도록 할 인도네시아 국제한국학회의 필요성을 느끼고 200957일 인도네시아 국제한국학회(INAKOS: International Association of Korean Studies in Indonesia-이하 한국학회)를 결성했다. 202012년 차를 맞은 한국학회는 250명의 정회원이 인도네시아에 한국학을 알리는 주역으로서 학회활동을 하고 있다. 현 회장은 예의 묵타사르 교수이고 차기 회장도 앞서 언급된 UGM 한국학과 수레이 교수(Dr. Suray Agung Nugroho)가 내정되어 있다. 한국학회는 연 1회 이상 세미나 개최(10), 한국학총서 발간(14), 국제한국학저널 발간(6) 등의 활동을 하고 있으며 학회 예산은 양교수 주변 지인들과 기업인들이 지원하고 있다.

 

양승윤 교수는 지금도 한국과 인도네시아를 오가며 매 학기 UGM 국제관계학과(HI FISIPOL UGM)에서 3주씩 한국정치특강(Short Course on Korean Politics)을 하고 있다.

 

한편 반둥 소재 인도네시아 교육대학교(Univeristas Pendidikan Indonesia-이하 UPI)도 한국국제교류재단(Korea Foundation), 한국국제협력단(KOICA), 우리 대사관의 적극적 지원과 인도네시아 교육대학교 부총장 디디 수크야디(Didi Sukyadi) 교수, 한국어교육학과장 디딘 삼수딘(Didin Samsudin) 교수 그리고 당시 인도네시아 대학에서 강의하던 신영덕 교수의 협조와 노력에 힘입어 20158월 한국어교육학과를 개설했다.

 

공군사관학교 명예교수인 신영덕 교수는 2009 2월 한국국제교류재단(Korea Foundation) 파견 UI 객원교수로 강의하던 중 UPI의 도움요청을 받아 한인 강사 모집과 커리큘럼을 준비하는 등 한국어교육학과 설립을 도왔고 이후 지금까지 UPI 객원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2015 8인도네시아 한국학교육학회’, 2017 3월에는 현지 한국어 교수, 교사, 학원 강사 등을 중심으로 인도네시아 한국어교육자 협회를 결성해 한국어 교육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개별 대학들의 학국학과 상황은 다음과 같다.

 

 

 

(1) 인도네시아 국립대학교(UI): 1986년부터 한국어를 선택과목으로 개설했고 20068월 인도네시아 최초로 인문대에 ‘Korean Language and Culture’라는 학과명으로 4년제 한국학과 학위과정을 개설했다. 4년간 144학점을 따야 한다. 한국학과 설치를 계기로 11개 동포기업 및 한국어 세계화재단 등에서 미화 21,000달러의 장학금을 지원해 20명이 혜택을 입었다.

 

(2) 국립 가자마다 대학교(UGM): 1995 9월 한국어를 교양 선택과목으로 개설했다가 그로부터 7년 뒤인 20038월에 3년제 디플로마 과정으로 승격했고 2007~2008 학년도에야 비로서 4년제 정규 학위과정(S-1)이 되었다. 정식 학과명은 Korean Language program이며 4년간 147학점을 이수해야 한다.

 

 

(3) 나시오날 대학교(UNAS): UNAS는 일찍이 19876월 한국학 센터를 설립했고 1994년도 9월에 연간 110학점을 이수해야 하는 3년제 디플로마 과정으로 한국어학과를 개설했으나 정식 교육부 승인을 받은 것은 20055월의 일이다. 정식 학과명은 Academy of Foreign Language-Korean Language. UNAS 한국어학과는 2016년에 4년제로 승격되어 학사학위(S-1) 과정이 되었는데 여기엔 2011년부터 UNAS와 업무협약을 맺고 적극적으로 지원한 중앙대학교의 도움이 컸다.

 

(4) 인도네시아 교육대학교(UPI): 20158월 한국어교육학과(Program Studi Pendidikan Bahasa Korea) 개설 초기에는 신영덕, 이충우, 이승훈, 이전순, 김미숙 등 한국인 교수들과 학과장 디딘 교수 등이 한국어 교육을 담당했다. 첫 해 신입생으로 53명을 선발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어문학부에서 영어교육학과 다음으로 인기 많은 학과가 되어 이후 201이 넘는 신입생 경쟁률을 보였고 신입생 정원도 70-80명 규모로 늘어났다. 한국어교육학과 학생들은 자유총연맹 인도네시아 지부가 주최하는 한국어 말하기 대회를 비롯한 여러 대회와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뛰어난 한국어 실력을 보여 한인사회를 놀라게 했다.

 

이외에도 비학위 과정으로 한국학센터를 세우거나, 한국어 강좌를 설치한 대학으로는 마카사르 소재 하사누딘 대학교(Universitas Hasanuddin), 반자르마신 소재 람붕 망꾸랏 대학교(Universitas Lambung Mangkurat), 스마랑 소재 디포네고로 대학교(Universitas Dipponegoro), 반둥 소재 컴퓨터 공대(UNIKOM)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