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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스크랩] 한국 OTT상황 (2020. 8. 10)

beautician 2020. 8. 23. 10:51

굳건한 넷플릭스 국내 업체 어쩌나

곽희양 산업부 기자 huiyang@kyunghyang.com

 

 

 

ㆍ해외 OTT가 몰고온 미디어 환경변화에 국내 업체 전전긍긍

“KBS 수신료가 월 2500원, 4인 가족 기준 넷플릭스는 1명당 월 3600원 정도를 낸다. 후보자 같으면 넷플릭스를 보겠느냐, KBS를 보겠느냐.”

지난 7월 20일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미래통합당 허은아 의원이 한 말이다. KBS 대신 케이블TV나 인터넷TV(IPTV), 위성방송을 넣어도 답은 마찬가지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넷플릭스 본사 전경/AP연합뉴스

 

이 발언은 넷플릭스 등 해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OTT)가 불러온 미디어 환경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는 국내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국내 미디어 업체들은 ‘몸집 불리기’와 ‘적(해외 업체)과의 동침’을 생존전략으로 삼았다. 하지만 그 전망은 밝지 않다.

3년 전 국내 진출한 넷플릭스 지위는 굳건하다. 넷플릭스에서만 볼 수 있는 자체 제작 콘텐츠를 무기로 삼아 3년간 국내 자체 제작 콘텐츠에만 1500억원을 썼다. 드라마 <킹덤>에 120억원(회당 20억원)을, <미스터 션샤인>에 280억원(회당 12억원)을 투입했다. 모바일 분석업체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지난 6월 구글 안드로이드 기준으로 유튜브 가입자가 3300만명, 넷플릭스 가입자가 466만명, 웨이브 가입자가 271만명이다. 유튜브 가입자가 대부분 무료 콘텐츠를 이용하므로 유료 OTT 1등은 넷플릭스다.

여기에 디즈니플러스도 국내 상륙을 준비하고 있다. 마블(어벤져스), 루카스필름(스타워즈), 픽사(토이스토리) 등 영화 콘텐츠 34.7%를 가진 곳이다. 넷플릭스의 강력한 대항마다.

지상파·케이블TV 영업손실 크게 늘어

해외 OTT 공세에 TV를 중심으로 하는 국내 업체들은 타격을 피하지 못했다. OTT를 보는 국민은 2명 중 1명꼴(52%)인데, 주로(91%) 스마트폰으로 본다. 스마트폰을 필수 매체로 인식하는 비율(63%)도 TV(32%)보다 2배가량 높다.

지난 6월 발표된 방통위의 2019년 방송사업자 재산상황을 보면, 지상파 3사의 영업손실은 2017년 368억원에서 지난해 214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여권에서는 KBS 수신료를 올려 KBS의 광고수익이 MBC·SBS로 흘러가게 하는 방안을 거론한다. 하지만 수신료 인상은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근본적인 해결책도 되지 못한다.

같은 기간 통신 3사의 IPTV 영업이익은 1조9237억원에서 1조5580억원으로 줄었다. 케이블TV 영업이익도 3486억원에서 2400억원으로 감소했다. 그나마 국내 유료방송 요금이 해외처럼 높지 않아 OTT로 갈아타는 ‘코드 커팅’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이 다행으로 꼽힌다.

IPTV 등을 보유한 통신사는 가입자 늘리기로 대응하고 있다. 경쟁력을 잃은 케이블TV 인수로 가입자를 늘리면 홈쇼핑, CJ ENM 등 프로그램 제공자들에게서 비싼 값을 받을 수 있고, 자체 콘텐츠 투자를 위한 여건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27일 KT의 위성방송 자회사 KT스카이라이프가 현대HCN의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KT 계열이 유료방송 중 가장 큰 몸집(점유율 35.47%)을 얻게 될 것으로 보인다. LG유플러스 계열(24.91%), SK텔레콤 계열(24.17%)보다 10% 포인트 많은 점유율이다.

최종 인수까지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인허가가 남았지만, 정부가 막아서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국내 업체가 인수·합병으로 규모를 키우고 대규모 투자를 쏟아붓도록 유도하는 게 정부의 일관된 태도이기 때문이다.



“해외 업체와 손잡자” 물밑 경쟁

정부는 지난 6월 22일 IPTV와 케이블TV 사업자가 각각의 시장에서 3분의 1 이상을 점유하지 못하도록 한 규제를 없앴다. 업계 관계자는 “한 번도 적용된 적 없는 규제가 사라진 것이지만, 정부가 인수·합병에 걸림돌이 될 만한 요소를 미리 치우겠다는 의미가 담긴 조치”라고 설명했다. 앞서 LG유플러스의 CJ헬로비전 인수, SK브로드밴드의 티브로드 합병을 정부가 무난하게 허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OTT업체끼리 몸을 합치는 방안도 거론된다. 지난 7월 23일 열린 한국OTT포럼 세미나에서 SK텔레콤 측은 “(웨이브와 티빙이) 합병하면 (넷플릭스를) 바로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8월 초 출범하는 CJ ENM과 JTBC의 합작 OTT ‘티빙’ 측과의 사전 교감 없이 나온 발언으로, 두 OTT가 합병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하지만 적어도 협력 가능성은 예고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도 인사청문회 당시 국내 업체 간의 협력을 강조한 바 있다. 한 위원장은 “어떤 방식으로든 재원을 마련해서 양질의 콘텐츠를 마련해 선순환 구조를 회복하는 게 핵심”이라며 “예를 들어 통신사가 운영하는 3개의 OTT가 공동 재원을 마련하고, 이 콘텐츠들이 지상파와 OTT를 통해서 동시에 론칭이 되면 경쟁력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업체가 아닌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아마존TV 등 해외 업체와 손잡는 전략도 취하고 있다. LG유플러스와 넷플릭스의 협력 계약 종료일이 오는 11월인데 LG유플러스와 KT는 넷플릭스를 붙잡으려 물밑 다툼을 벌이고 있다. SK텔레콤도 디즈니플러스, HBO맥스 등과의 협력 관계를 맺으려 공을 들이고 있다. KT 측도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 아마존 TV 등을 모두 수용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갈 것”이라고 방향을 정한 바 있다. 물론 누구와 어떤 방식으로 협력할지는 ‘갑’의 위치에 있는 해외 업체의 의사가 더 중요하다. 반대로 국내 업체는 해외 업체의 손을 잡아야 생존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몸집을 불리거나 해외 업체와 손잡는다고 해서 이들을 뛰어넘을 경쟁력이 생기는 건 아니다. 지상파 3사와 SK텔레콤의 합작 OTT 웨이브가 3년간 자체 콘텐츠에 29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지만, 흥행산업의 특성상 성공하리란 보장이 없다. 국내 업체는 특정 콘텐츠에 대규모 자본을 쏟아본 경험도 부족하다.

이미 일부 지상파와 IPTV는 자체 제작한 프로그램을 넷플릭스에 공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 대 플랫폼으로서 넷플릭스와 경쟁하면 밀릴 수밖에 없으니 프로그램 공급자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해외 업체가 방송 플랫폼의 주요 시장을 차지하고, 나머지 틈새시장에서 국내업체끼리 경쟁하는 모습이 될 것 같아 우려스럽다”라고 말했다.

<곽희양 산업부 기자 huiyang@kyunghyang.com>



원문보기:
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dept=114&art_id=202007311554071#csidxae8e6e4a725a6f59b727a54db15bae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