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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라빠가딩 교민 격리사태: 우리 자구책은 무엇일까?

beautician 2020. 4. 14. 16:57

한국인 감염의심자 격리사태로 증폭된 교민사회 우려

 

자카르타 믿음교회 이의덕 부목사님

 

 

끌라빠가딩 메디테라니아 아파트에서 지난 49일 벌어진 외국인 주민 한정 코로나-19 신속진단키트 검사, 그리고 이에 따라 아무런 사전 준비나 행동지침도 없이 믿음교회 이의덕 부목사가 현지 방역당국에게 잡혀가(?) 코로나-19 응급병원으로 임시 사용되고 있는 끄마요란 아시아 선수촌 아파트에 격리된 것은 비록 감염병 창궐로 인한 전세계적 팬데믹 상태라는 점을 감안한다 해도 전혀 상정하지 못한 사건입니다. 아무도 예상치 못한 일을 대사관이 예상치 못했다 해서 비난을 퍼붓는 것은 전혀 생산적이지 못하고 합리적이지도 않습니다.

 

사실 대사관은 코로나 상황이 발생한 이래 이미 수 개월에 걸쳐 관련 진전상황과 항공기변경, 지정병원내역, 방역지침 등을 다양한 경로를 통해 여러 차례 교민사회에 공지했지만 의외의 상황이 갑자기 발생한 것입니다. 2017년부터도 많은 변화를 보였지만 결정적으로 지난 2018년부터 발리와 롬복, 빨루 등에서 벌어진 대규모 자연재해 속에서 자국민 보호에 앞장서 현장에 나가 신속히 조치하던 모습을 보인 정부와 대사관이, 예전엔 문제가 생겨도 대사관 비상연락망 전화조차 닿지 않던 시절과 달리 담당 영사들을 통해 누구보다 빨리 달려가 문제해결의 선봉에 서고 있음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사실 의문스러운 점은 대사관의 후속조치가 아니라 이 사건이 벌어진 배경과 그 경과에 있습니다.

 

왜 끌라빠가딩 메디테라니아 아파트에선 외국인들만 불러내 코로나-19 신속진단키트 검사를 했던 걸까요? 들리는 말로는 시내 다른 지역 메디테라니아 아파트에서 외국인 확진자가 나와 끌라빠가딩 메디테라니아 아파트의 외국인들도 검사했다고 하는데 코로나-19는 감염자 동선을 따라 확산되는 것이니 아파트 브랜드에 따라 특정 국적인들에게만 전염되는 게 아닌 바, 그 이유와 저의가 의심스럽지 않을 수 없습니다. 외국인들만 검사했을까요?

 

그리고 목사님이 유튜브 영상에서 밝힌 바 격리 이후에 이런 일이 있었다고 합니다.

1) 잡혀간 후 구강 검체 채취를 했다 -> 이 검체를 시료로 PCR 검사를 하겠다는 의미.

2) 그 이후 두 번 더 혈액채취를 했다 -> PCR 검사를 하면 확진 여부를 분명히 가릴 수 있는데 신속검사를 위한 것이라 보이는 이 두 번의 혈액채취는 무엇을 위한 것일까?

3) 일요일(412) 아침 다시 비강에서 검체를 채취했다 -> 검체 채취는 PCR 검사용. 그런데 왜 이미 한 번 검체 채취하고서 또 채취했을까? 그건 첫 번째 PCR 검사가 음성이 나왔다는 뜻 아닐까?

 

여기서 신속진단키트를 통한 검사와 PCR 검사의 차이를 짚고 갑시다. 신속진단키트는 혈액을 시료로 임신진단키트처럼 항체가 없으면 한 줄, 항체가 발견되면 두 줄의 검사결과가 나오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그 정확도는 중국제는 물론 한국산도 그리 높은 편이 아니어서 한국에서 매일 1만 명 가까이 검사해 코로나 최고조 당시 그 중 400~500명이 최종적으로 PCR 검사를 통해 확진되었습니다. 그러니 신속진단키트 양성반응자 중에 실제로 코로나-19 확진자는 최고 4~5% 정도였던 겁니다.

 

신속진단키트 검사결과에 오류가 많다는 건 원래 음성인데 양성으로 확인된다는 것이 아니라 존재여부가 확인된 항체가 꼭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가 아니라 예전 유사 독감, 예를 들면 사스, 메르스나 유사 독감을 자기도 모르게 약하게 앓고 지나가면서 생긴 다른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라든가, 뎅기 열병의 항체를 코로나 항체로 오인하는 경우 등입니다. 그러니 신속진단키트로 양성이 나온 사람은 감염위험자일 뿐이며 그 중 최고 4~5%가 유전자 검사 비슷한 폴리머라제 연쇄반응검사(PCR 검사)를 통해 확진자로 확인되는 것입니다.

 

현재 인도네시아의 PCR 검사 능력은 급히 확충 중이지만 아직 전국적으로 하루 2,000회가 안된다고 알려져 있고 위의 이목사님은 그 검사결과를 대기 중이니 현재 상태는 공식적으로 감염의심으로 인한 격리상태이지 감염자 또는 확진자가 아닙니다. 물론 인도네시아는 그렇게 검사해서 최근엔 하루에 300명 전후 즉 20% 정도가 확진되고 있으니 확진율이 매우 높은 편이며 그건 중증환자들 위주로 PCR 검사를 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아무 증상도 보이지 않는 이목사님을 잡아다가 두 번씩이나 PCR 검사하겠다고 검체 검사한 건 이상한 일 아닐까요? PCR 검사가 병목 상태인 걸 누구나 다 아는 상황에서 말이죠? 왜 두 번 채취한 거죠? 처음 구강에서 채취한 검체가 유실되었거나 오염되었다는 뜻일까요? 이런 게 분명치 않으니 답답한 일입니다. 외교관 입장에서 내정간섭, 행정간섭은 어렵겠지만 대사관이 이 부분은 최소한 물어봐 줄 수 있는 거 아닐까 싶습니다. 저러는 게 정상이냐고 말이죠.

 

현재 코로니-19 임시병동으로 사용 중인 끄마요란 아시안게임 선수촌 아파트

 

 

아무튼 이미 벌어진 일이니 후속조치를 생각해 봐야 합니다. 이목사님이 음성으로 확인되면 즉시 안전하게 모시고 나와야 하겠지만 이후 다른 교민 개인 또는 특정지역 한인집단에 비슷한 일들이 벌어지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기본적으로 대사관과 한인회를 중심으로 동포사회가 함께 대비하고 미리 준비하지 않는다면 인도네시아 당국에서 무리한 조치를 할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불평밖에 없을 겁니다.

 

인도네시아 당국이 시행하는 방식과 규정을 한인사회나 대사관이 입맛에 맞게 무작정 뜯어 고칠 수는 없다.

그러니 대사관은 당국과 조율을 통해 적당한 문을 열어주고 그 다음은 한인회와 교민들이 조치한다는 걸 기본으로 합니다.

 

위의 두 전제를 놓고 다음 방안들을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1. 만약 현지 당국이 특정 아파트, 또는 특정 지역의 외국인들, 또는 한국인들만 신속검사를 요구한다면? -> 거부하면 어떤 식으로든 불이익 당하기 십상이겠죠. 당국의 검사를 불안하게 여기는 사람들은 당국이 인정하고 대사관이 보증하는 특정 의료기관 (예컨대 메디스트라 병원 또는 신농씨한방병원 등)에서 24시간 이내에 한국산 진단키트로 검사받도록 하는 건 가능하지 않을까요? 설령 양성반응이 나오더라도 억울하진 않을 것 같습니다.

 

2. 현재로서는 임의검사를 받든 한인협력병원(메디스트라)에서 검사를 받든 일단 양성이 나오면 십중팔구 선수촌 아파트에 수용되기 쉬운데, 격리를 피할 수 없을 경우 보다 안전한 격리처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은? -> 인니 당국이 선수촌 아파트를 코로나 병동으로 만든 것처럼 한인사회에서도 격리병동을 자체적으로 만들어 당국 승인을 받을 수는 없을까요? 예를 들어 대사관과 메디스트라 병원 사이 코리아센터 건물의 몇 개 층 또는 구영사동 2층 도서관을 일부 간이 개조해서 감염의심자(신속진단키트 검사 양성반응자)들을 위한 격리공간으로 사용한다면 위치 상 대사관이 관리하고 메디스트라의 의료지원 받는 형태가 가능하지 않을까요? 최소한 이런 걸 준비해 놓아야 끄마요란 선수촌 수용을 피할 선택지가 생기는 거 아닐까요?

 

3. 이것 저것 다 안되어서 선수촌 아파트에 격리될 경우 이목사님 경우와 같이 아무런 물품 준비도 못한 채 몸만 잡혀갈 가능성이 큰데 격리기간 중 최소한의 물품을 지원받으려면? -> 한인회 차원에서 격리물품(옷가지, 마스크, 필요하다면 방호복, 통조림, 초콜렛 등 비상식품 등)를 일정량 상시 준비해서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즉시 공급하도록 할 수 있을까요? 한인 기업들이 한인포스트 사랑의 전화를 통해 한 달에 두 번 빈민들에게 생존물품을 담은 박스를 한 개씩 지원하는 것처럼 갑작스럽게 격리당하는 이들을 위한 2주치 생존키트를 이런 식으로 지원 가능하지 않을까요? 최소한 선수촌 아파트 같은 격리시설에서 감염되거나 배를 곯는 일이 생겨서는 안되겠습니다.

 

 

이런 일들이 가능하도록 대사관에서 현지 당국과 조율해 길을 열어주면 한인회와 동포사회가 성사시킬 수 있을 거라 봅니다.

 

이번 코로나 팬데믹 사태는 한인사회는 물론 전세계에 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고 이번 사태가 지나가더라도 언젠 또 다시 올지 모른다는 측면에서 이런 부분들을 시작으로 동포안전을 위한 자구책을 하나 둘 만들어 나갔으면 합니다.

가능할까요?

 

 

2020. 4.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