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으로 살아 가기
인도네시아 코로나 상황 업데이트 (2020. 3. 24) 본문
3월 24일 아침 현대자동차 인도네시아 공장 부사장으로 가 있는 이강현 한인상공회의소 수석부회장이 내가 속한 한 단체 단톡방에 올린 글이 충격적이었습니다.
지난 3월 2일 첫 코로나확진자를 발표하기 전까지 인도네시아가 코로나 청정국 행세를 하는 동안 바이러스의 지역감염은 걷잡을 수 없이 번져 이제 고관대작들마저 감염되고 사망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입니다. 그만큼 인도네시아의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은 광범위적이고 더욱 심각한 상황입니다.
한국인들 사이의 단톡방에는 별로 등장하지 않지만 현지지인들이 보내주는 동영상이나 사진들을 보면 내 주변에 가까이 온 코로나의 마수를 느낄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길가에서 픽픽 쓰러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북부 자카르타 스넨(Senen)가까이 센티옹(Sentiong)이라는 곳에 한 여자가 길 가에 쓰러져 있습니다. 이 영상은 지난 토요일인 3월 21일에 받은 겁니다.
그 아가씨가 앰블란스에 실려가는 모습. 인도네시아 방역당국은 저런 보호복을 입고 있는데 주변에 모인 사람들은 방호복은 커녕 마스크도 착용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게 일반적인 인도네시아인들의 위생의식인 것이죠.
이 영상은 3월 23일(월) 받은 겁니다. 지인이 그랩타고 퇴근길에 찍은 것인데 우리 집에서 700미터 정도 떨어진 곳입니다. 끌라빠가딩 지역의 아르타가딩 뒷길인데 길가에 쓰러진 남자를 앰블란스가 싣고가는 모습이죠. 인도네시아인들은 집에 처박혀 있으면 당장 배를 곯아야 하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러니 길가에서 정신을 잃는 한이 있더라도 기를 쓰고 밖으로 나서는 거죠. 저런 상황이 모르긴 몰라도 자카르타와 인근 지역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으리라 보입니다. 그러니 시장, 부지사 이런 사람들이 감염되는 것이고 그건 그 측근들도 감염자나 보균자가 되어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고관대작들이 감염되고 사망하는 와중에 서민들, 빈민들이 절대 안전할 리 없는 것이죠.
그건 교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공포에 질려 한국으로 돌아가려 마음먹은 교민들이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항공편을 끊었고 아시아나는 편수를 줄인 대신 가격을 대폭 높였습니다. 가고 싶어도 못가는 상황이 벌어지기 시작한 것이죠. 내가 지난 2월 중순에 가본 의료용품 도매시장에선 모르긴 몰라도 아직 마스크나 손세정제를 돈만 있으면 엄청나게 오른 가격으로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으리라 보이지만 시중에, 즉 우리 생활 가까이에 있는 몰이나 약국에서는 이미 찾아 보기 어렵게 된지 오래입니다. 그 와중에 한인회에서 교민들을 대상으로 마스크 무료배포를 결정한 것은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무리 마스크 구하기 어렵다 해도 교민들이 여기 몰릴까 싶었습니다. 그런데 3월 23일(월) 아침 다친 눈 때문에 안과를 먼저 갔다가 9시 반 경 도착한 한인회는 입구 도로부터 차량들이 잔뜩 몰려 있었습니다. 마스크를 받으려는 교민들이 몰린 것이죠.
박재한 한인회장, 최석일 체육회 총무, 한인회 간사 및 직원들이 마스크와 고무장갑으로 중무장하고 나와 마스크를 배포 중이었습니다.
사실 요즘 상황에 사람들 많이 모이는 자리에 나와 저런 일 하는 것도 어찌보면 목숨을 건 행동? 아니면 최소한 매우 용감하고 희생적인 행동입니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 저 정도 물량의 마스크를 확보한 한인회의 노력과 수완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고요.
그런데 문제는 예상보다 교민들이 너무 많이 몰렸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당초 나흘 간 배포하려 예정했던 것을 화요일까지만 이틀 배포하는 것으로 일정을 줄일 수 밖에 없다는 공지가 떴습니다.
♣ [재인도네시아한인회] 마스크 배부 일정 안내 ♣
안녕하십니까, 동포 여러분!
재인도네시아한인회 1차 마스크 무료 배포(23, 24, 26, 27 4일 간) 첫날(3월 23일)을 성황리에 마쳤습니다.
아침 7시 전부터 일찌감치 오신 분들로 문을 열어 오후 4시까지 방문하신 한인분들이 질서 있게 안내에 따라 잘 수령해가셨습니다.
한인회는 동포 여러분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드리고자 미리 구매해 둔 의료용 마스크를 총 3차에 나누어 배부하려고 하였으나 당초의 예상과는 달리 1차 첫날 2만장 이상이 소진되어 앞으로 몇 분에게 더 돌아갈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이에 한인회는 연이어 배부하기로 한 24일, 26일, 27일 배부 일정을 조정하여 24일(화)까지만 배부하는 것으로 최종 논의하였습니다.
이미 1차 배부 수량을 넘어섰지만 다른 요일로 방문 계획을 잡으셨던 분들도 계실 것으로 보아 내일 24일(화)까지 진행하고자 하오니 이해해주시기 바라며, 일정에 혼란을 드려 죄송합니다.
? 다만, 내일 방문하실 때에는 시작시간 9시를 꼭 지켜주시기 바랍니다.
?? 또한, 중복수령이 안되오니 받지 못하신 다른 한인 분들에게 골고루 배분될 수 있도록 원칙을 따라주시고 협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나눔행사를 위해 도움을 주시고 봉사해주신 많은 한인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재인도네시아한인회 회장 박재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도네시아의 코로나상황은 날로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학교들은 3월말까지 휴교 또는 온라인 수업으로 돌렸다가 결국 6월까지 계속 이런 상황으로 갈 것 같고 회사들도 일부는 재택근무, 그게 불가능한 업체들은 출근을 강행하고 있지만 모두들 경제적 타격을 피할 수 없는데 1998년 자카르타 폭동 당시의 충격 이상의 파괴력이 예상됩니다.
지금 전세계에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한 상황을 보면 가장 안전한 곳은 역시 한국인 것 같습니다.
한국이 자랑스럽고 또 한 편으로는 이 와중에 가족들이 전부 동남아에 자리잡고 있는 현실이 좀 두렵기도 합니다.
2020. 3.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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