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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코위 대통령, 옴니버스 법안 폐기 가능성은?

beautician 2020. 3. 16. 11:00

 

 

조코위 대통령, 옴니버스 법안 폐기 가능성은?

 

Endy M. Bayuni / 2013313/ 자카르타 포스트 논설

 

 

 

 

 

 

 

 

조코위 대통령은 마치 프로 체스 선수처럼 상대방 탐색을 위한 첫 수를 두는 것으로 그의 두 번째 임기 첫 행보를 떼었다. 그의 지난 4월 재선을 도운 이들조차 강력히 반대하고 있는 논란의 일거리 창출에 관한 옴니버스 법안을 꺼내 든 것이다. 이 행보는 어떤 방향으로 전개되든 응분의 리스크를 안고 있다.

 

 

 

하지만 헌법 상 2024년 대선에 다시 연임출마가 금지된 그로서는 날아드는 오물에 셔츠가 좀 더러워질 각오만 있으면 잃을 것이 없다. 조코위 대통령의 현재 행보는 정치평론가들이 말하는 마지막 임기 대통령이 보편적으로 취하는 행보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즉 재선을 염두에 두지 않고 하고 싶은 일들을 후회없이 행하며 비록 인기 없는 정책이더라도 나중에 그를 기념할 만한 위대한 업적이라 판단되면 강력하게 밀어붙이는 행보 말이다.

 

 

 

조코위 대통령은 그가 무대를 떠나는 2024년 전까지 어떤 업적을 남기겠다는 것인지 스스로 분명히 언급한 적은 없다. 하지만 일자리 창출을 위한 옴니버스 법안을 통해 국가경제에 의미있는 족적을 남기려 할 것이라 예상된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1,028페이지에 달하는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부 발의 옴니버스 법안은 각계각층의 심대한 저항에 직면했고 이로 인해 이 첫 수가 무산되는 상황이 생기면 조코위 대통령의 업적플랜에도 적신호가 들어올 것이다. 2014년과 2019년 대선 당시 조코위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층이었던 노동조합, 환경단체 인권단체, 민주운동단체들은 이제 그의 행보를 막아서며 일부 법안에 격렬한 반대의사를 표시하거나 옴니버스 법안 자체의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만약 여기서 물러선다면 조코위 대통령은 재선임기를 허비하게 될 것이고 전임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전 대통령처럼 역사책에 기록할 만한 실질적 업적을 제대로 남기지 못하기 쉽다. 예의 법안이 수개월간 정치권에서의 협의를 거쳤지만 국회 상정 당시 이 법안의 엄청난 규모와, 만약 효력을 발휘하게 될 경우 국가 전반에 광범위하게 미칠 영향때문에 많은 사람들을 경악케 했다. 노동조합들은 이들 법안이 노동계를 적대시한다 하며 환경운동가들은 산업부흥을 위해 환경을 화해시킬 것이라 하고 인권운동가들은 이들 법안이 대통령에게 견제 불가능한 무소불위의 권력을 줄 것이라고 우려한다. 심지어 이 법안의 초안 작성에 도움을 준 재계에서도 법안의 몇몇 조항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지방정부는 그간 누리던 자치권의 상당부분을 이 법안으로 인해 상실하게 될 것이라 말한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무려 80개의 기존 법안에서 1,000개 안팎의 조항들을 무력화시킬 것이다. 물론 그래서 이 법안에 옴니버스라는 제목이 달린 것이다. 조코위 대통령은 만약 각각의 법안을 개별 수정한다면 족히 50년은 걸릴 것이라 말한 바 있다. 그러니 이 법안으로 모든 문제를 한 큐에 해결하자는 것이다.

 

 

 

이 법안의 기본 취지는 사실 연간 경제성장률 5%를 간신히 웃돌 정도의 일천한 소득한계를 넘어서자는 데에 있다. 인도네시아는 현재 가용 노동력 규모가 피부양자 인구를 넘어서는 인구통계를 보이고 있다. 그래서 국가가 유휴 노동인구에게 가능한한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국가경제 활성화에 동원하겠다는 생각을 갖는 건 당연한 일이다. 현재 13천만 명의 경제가능인구 중 5.3%로 추산되는 공식 실업률은 경제 침체 시 40%가 실업자가 되어 빈곤에 내몰릴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사실을 등 뒤에 감춘 수치다.

 

 

 

조코위 대통령은 만약 투자유치에 실패할 경우 계속 늘어나는 노동력을 흡수할 일자리 창출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렇게 되면 그는 2036년까지 남아 돌 노동력을 낭비하고 만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되고 말 것이다.

 

 

 

그러니 그가 이 법안을 폐기할 수 있을 리 없다.

 

 

 

현재 조코위 대통령은 2014년 첫 임기를 시작한 이후 최정점의 권력을 가진 시기에 와 있다.

 

 

 

그는 55%의 표를 얻어 재선에 성공했고 2014년과 2019년 상대 후보였던 쁘라보워 수비얀토를 내각에 임용했다. 6개 정당의 연정 정부는 민주투쟁당(PDI-P), 골카르, 쁘라보워의 그린드라 등 3개의 거대 정당을 포함해 국회의석의 75%를 점유하고 있다. 게다가 그는 부통령이자 국내 이슬람 최대파벌 나들라툴 울라마(NU)의 존경받는 성직자인 마룹 아민 덕에, 그간 그의 아킬레스건이나 다름없던 보수 무슬림층의 지지도 받고 있는 상태다. 그에 대한 재계의 지원도 공고하고 군경에 대한 굳건한 지휘권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지난 두 대선에서 자신을 열렬히 지지했던 보다 진보적 진영에 등을 돌렸다. 어차피 그들은 소수였고 전통적으로 쓰고 버리는 패이기도 했다. 지난 달 인도 바로미터(Indo Barometer)의 조사에 따르면 재선임기 100일을 맞은 조코위 대통령의 지지율은 70%를 기록했다. 그는 마지막 임기를 보내는 레임덕 대통령이 되진 않을 듯하다.

 

 

 

그가 현실정치에 뛰어든 이후 줄기차게 그를 비난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전 가구 장사꾼이었던 그는 중부 자바 소도시인 수라카르타의 시장으로 정치행정에 발을 들인 후 2012년 자카르타 주지사 당선, 2014년과 2019년 대선 당선 등 정치적 승리를 거듭하며 험담꾼들과 반대진영의 입을 다물게 했다.

 

 

 

체스에 빗대 얘기하자면 그는 인도네시아 정치의 그랜드마스터인 셈이다.

 

하지만 이번 체스게임은 아직 목하 진행 중이고 그는 이제 막 첫 수를 두었을 뿐이다.

 

 

 

그는 도전자의 응수에 따라 다음 수를 고심할 것이다. ()

 

 

출처: 

https://www.thejakartapost.com/academia/2020/03/13/omnibus-bill-is-jokowis-political-gambit-and-he-may-just-pull-it-off.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