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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디포네고로 왕자와 자바전쟁 - 부록(8) 완결 본문
제8장 : 그날 이후 족자 술탄국– 끄라톤 술탄 살인사건
하멩꾸부워노 5세는 장성한 후에도 여전히 소심한 성격으로, 주어진 것은 누리되 그 이상은 바라지도 않는 버릇이 몸에 베여 있었습니다. 그는 네덜란드의 눈에 나는 것도 원치 않았지만 그들의 비위를 맞추는 정치적 행위도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정치와는 거리가 먼 문화예술 방면에 관심을 쏟아 스스로 몇몇 궁중무용을 고안하기도 했고 그의 재위기간 중 와양 그림자극 변사들 숫자도 5배나 늘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하멩꾸부워노 5세의 무기력한 처신에 만족해한 것은 아닙니다. 술탄의 형제인 구스티 라덴 마스 무스토요(Gusti Raden Mas Mustojo)는 그런 모습을 노골적으로 혐오했습니다. 그는 하멩꾸부워노 4세가 왕후 라투 끈쪼노(Ratu Kencono)에게서 낳은 12번째 아들로 하멩꾸부워노 5세의 친동생이었습니다.
왕궁의 귀족들과 족자의 백성들 중엔 하멩꾸부워노 5세가 허수아비에 겁장이라고 여기는 이들이 많았고 네덜란드에게 너무 고분고분해 왕궁의 위신을 떨어뜨린다고 수군거리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딱부러지는 강단과 사람을 대하는 수완을 가진 라덴 마스 무스토요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그가 부르나이 술탄국의 공주와 혼인하여 두 술탄국의 유대를 강화한 후엔 더욱 큰 대중적 인기를 모았습니다.
그러던 중 1855년 6월 5일 술탄이 부인들 중 한 명인 깐젱 마스 헤마와티(Kanjeng Mas Hemawati)에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벌어집니다. 그녀는 하멩꾸부워노 5세가 가장 사랑했다고 알려진 여인이었습니다. 그녀가 술탄의 등을 칼로 찔러 꿰뚫은 동기는 끝내 알려지지 않아 마타람 왕실의 미스터리로 남았습니다. 그는 시누훈 메놀(Sinuhun Menol)이라는 시호를 받았습니다. 그가 죽은지 3개월만에 왕후 깐젱 구스티 라투 끈쪼노도 병으로 쓰러져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런데 그가 살해당할 당시 두 번째 부인인 깐젱 라투 스까르 끄다톤(Kanjeng Ratu Sekar Kedaton)은 임신 말기였고 그로부터 13일 후 해산하여 아들을 낳습니다. 그는 부왕의 뒤을 이을 왕위계승자일 터였습니다. 아기 태자는 라덴 마스 깐젱 구스티 띠무르 무하마드(Raden Mas Kanjeng Gusti Timur Muhammad)라는 이름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이미 예견되었던 바와 같이 라덴 마스 무스토요가 족자의 다음 왕으로 대관식을 가지며 술탄 하멩꾸부워노 6세의 칭호를 얻습니다. 태자가 술탄으로서 나라를 이끌 준비가 될 때까지 잠시 왕위를 맡는다는 명목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후의 상황은 약속한 대로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1877년 7월 20일 하멩꾸부워노 6세가 승하했을 때 왕위를 이은 것은 띠무르 무하마드 태자가 아니라 술탄 자신의 아들 구스티 라덴 마스 무르트요(Gusti Raden Mas Murtejo)였습니다. 그는 스리 술탄 하멩꾸부워노 7세(1839-1931)로서 즉위합니다.
술탄 하멩꾸부워노 6세
물론 하멩꾸부워노 5세의 왕후인 라투 스까르 끄다톤과 태자 구스티 띠무르 무하마드가 이에 항의하며 자신이 적통임을 주장하는 항의의 목소리를 높였지만 두 사람은 국왕과 왕궁을 거스른 반역혐의로 곧 체포되고 맙니다. 그들에겐 무거운 처벌이 내려져 이름이 왕가의 계보에서 지워지고 하멩꾸부워노 7세의 가문만이 왕가를 잇게 되었습니다. 라투 스까르 끄다톤과 구스티 띠무르 무하마드는 북부 술라웨시의 마나도로 유배되어 거기서 여생을 보내다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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