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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인도네시아 영화산업 리뷰
(국산영화 흥행부분)에를린다 숙마사리 / 2019년 12월 23일 (cultra.id)
흥행상위 15위 인도네시아 영화 중 다섯 편이 드라마 장르이며 이 중 두 편이 흥행 1위와 2위를 달렸다. 예상대로 <딜란 1991>(Dilan 1991)이 흥행 1위였는데 2018년부터 지속되고 있는 이 영화에 대한 사랑은 당연히 세 번째 속편을 기대하게 한다. 딜란 시리즈 영화는 못지 않게 많이 팔린 소설을 기반했을 뿐 아니라 동종 청소년 드라마 영화와도 사뭇 차별성을 갖는다. 시나리오도 훌륭하고 주인공 익발과 바네사도 좋은 케미스트리를 보인다. 이 영화티켓이 반둥에서 1만 루피아 프로모션 가격으로 나온 것도 관객동원에 크게 기여한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두 번째 영화는 <두개의 푸른 선>(Dua Garis Biru)이다. <딜란 1991>이 52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반면 <두 개의 푸른 선>은 250만 명을 동원했다. 이 영화는 사회적으로 터부시 되는 혼회임신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룬다. 물론 이 주제는 2001~2002년 방영 당시 크게 관심을 모은 <조혼>(Pernikahan Dini)이라는 제목의 TV 드라마에서도 다루었으므로 우리 영화산업에 아주 낯선 주제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개의 푸른 선>이 획기적인 영화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조혼 이슈를 단순한 영화상품으로 포장한 것이 아니라 학생신분으로서 범상치 않은 위기에 직면한 여성들을 위한 교육과 지원의 장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 사회의 터부를 조명한 것은 것은 <두 개의 푸른 선>만이 아니다. <인간의 대지>(Bumi Manusia), <판매용 사랑2>(Love for Sale 2), <수시 수산티: 모두를 사랑하라>(Susi Susanti: Love All), <아베 마리암>(Ave Maryam), (5월의 27계단>(27 Steps of May), <내 몸매를 찬양해>(Kucumbu Tubuh Indahku), <불완전>(Imperfect) 같은 영화들도 우리의 눈과 정서를 붙들었다. <인간의 대지>는 다른 종족간의 사랑이 어떤 문제를 낳는가를 조명했다. 비록 소설로 발표되었지만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하는 작품이다. 식민지 시대에 현지인들은 이등국민이었다. 사람들은 신분상승을 위해 고군분투하면서 이를 위해 네덜란드인과 결혼하거나 네덜란드어를 익히는 모습을 보인다. 당시 인도네시아인들이 외국인에 비해 스스로를 비하하는 경향은 실제로 오늘날까지 이어진다. 코카서스 인종들을 불레(Bule:백인)라 부르는 것도 그런 경향의 일종이다. <인간의 대지>는 13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해 2019년 흥행순위 9위에 올랐다. <불완전>은 못지 않은 훌륭한 스토리로 12월 23일 즉 개봉 4일 차에 12만7천 명의 관객을 모았다. <불완전>은 아마도 인도네시아 사회 미덕의 스테레오타입을 비판한 첫 번째 영화인데 그 저조한 관객증가율이 아쉽다. 이 영화는 여성에 대한 사회적 압박은 물론 우리가 가진 실제 문제의 불안전한 측면이 매체를 통해 어떻게 왜곡되는 현실을 비판한다.
<판매용 사랑2>도 결혼을 그 주제로 한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결혼을 인생성공의 바로미터 중 하나로 간주한다. 하지만 내용은 그 전편만큼 충실하지 못하고 관객도 30만 명 동원에 그쳤다. 30만 명 관객이란 국산영화의 제작비를 간신히 건질 동 말 동한 성적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2019년 인도네시아 영화의 스팩트럼 확장에 분명히 기여했다.
드라마 장르의 네 번째 흥행작은 170만 명의 관객을 모은 <쯔마라 가족>(Keluarga Cemara)이다.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은 TV 드라마를 기억하면 이 관객 숫자는 놀라운 것도 아니다.
그 외에 15대 흥행영화들 중에는 유독 공포영화들이 많이 자리잡고 있는데 <사액3: 순야루리>(Danur 3: Sunyaruri), <지옥의 여인>(Perempuan Tanah Jahanam), <꾼띨아낙2>(Kuntilanak 2), <흑마술 여왕>(Ratu Ilmu Hitam)이 그들이다. 두 편 전작의 성공에 힘입어 <사액3: 순야루리>는 크게 환영받은 <지옥의 여인>에 비해 소셜미디어에서의 반응은 그다지 성공적이지 않았음에도 240만 명의 관객을 모았다. <지옥의 여인>은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조코 안와르 감독 작품으로 감독의 후광효과를 톡톡히 보면서 170만 명 관객이 들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이 작품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평론했다.
이 영화의 결핍은 점프스케어(깜짝 놀래킴) 장면을 최소화했다거나 영화의 방향을 고어쪽으로 잡은 감독의 결정에 인한 것이 아니라 스토리 전개가 매끄럽지 않다는 점에 있다. 많은 국산영화들이 당면하고 있는 바와 같이 시나리오의 문제가 이 영화에서도 발생한 것이다. 이건 국산영화에 대한 편견이 아니라 실상을 말하는 것이다. 올해 국산영화 중 탄탄한 시나리오를 가진 작품은 <두 개의 푸른 선> 뿐이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흑마술의 여왕> 역시 조코 안와르 감독이 시나리오를 썼는데 차량사고 피해자의 머리칼이 자동차 후드에 붙어 있다는 등 말이 안되는 설정들이 일부 보인다.
국산영화의 터부였던 또 하나의 장르는 수퍼히어로 물이었다. 물론 <귀신 굴의 맹인>(Si Buta dari Goa Hantu)나 <군달라>(Gundala) 등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TV 드라마나 영화로 제작된 바 있다. <군달라: 이 나라엔 영웅이 필요해>(Gundala: Negeri Ini Butuh Patriot)는 시각효과도 흠잡을 데 없고 현재 시대상화에 맞춘 스토리 전개도 훌륭하다. 이 영화 역시 지적할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나 올해 괄목할 만한 성과물임에 분명하다. 인도네시아는 MCU나 DC처럼 스스로의 독창적인 수퍼히어로 우주관을 만들었다는 과감함은 높이 평가할 일이다. 이제 우린 매년 최소 한 평 이상 국산 수퍼히어로 영화를 상영관에서 즐길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나머지 영화들은 코미디 장르다. 이는 인니사회가 웃음을 줄 영화를 기대하는 추세라는 반증이다. 혼란스러운 정치상황이 시민들을 코미디 영화에 등떠밀었다는 평가도 있다. <내 멍청한 상사 2>(My Stupid Boss 2)는 180만 명, <요위스 벤 2>(Yowis Ben>은 100만 명의 관객을 불러들였다. 인도네시아 코미디 영화도 그간 많이 발전해 그저 우습기만 하거나 남녀배우를 대충 줄세워 끼워넣는 수준을 넘어 올해 코미디 영화들은 범상치 않은 주제들을 다루면서 영화계 종사자들을 위험을 감수하며 새로운 영역을 탐사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었다.
<은퇴한 양아치>(Preman Pensiun), <졸부>(Orang Kaya Baru), <유령작가>(Ghost Writer) 등이 순위에 들었는데 <은퇴한 양아치>는 3개 시즌이 방영된 TV 드라마의 영화판으로 제목 그대로 손을 털고 회개하고 싶어 하는 깡패 두목의 이야기를 담았다. 굳이 가르치려 들거나 종교적 색체를 내세우지 않아 이야기 전개는 진부하지 않다. 여기 등장하는 깡패들은 다 나름대로의 문제들을 안고서 더 나은 삶을 살려고 노력한다. 이들은 스테레오타입에 묶이지 않고 각자 독특한 모습으로 그려졌다. 예를 들어 장발의 곱슬머리를 가진 깡패 캐릭터는 사람들 앞에서는 무섭게 거들먹거리지만 아내 앞에서는 한없이 자상하고 굽실거리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국산영화에서 엿보이는 또 다른 경향은 각 지방의 다양한 문화를 부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거의 대부분의 영화들이 진부한 로맨스 스토리를 담고 있다. <자바출신 아이돌의 중매결혼>(Pariban Idola dari Tanah Jawa), <암부 여신>(Ambu), <방카 특산 마르타박>(Martabak Bangka), <호라스 아망: 영원을 위한 3개월>(Horas Amang: Tiga Bulan untuk Selamanya), <아띠라자>(Ati Raja) 등이 개봉되었지만 관객동원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판매용 사랑 2>에서도 적지 않은 부분에 미낭지역 문화배경을 깔고 있다. 하지만 영화에 비친 문화의 모습은 지나치게 스테레오타입이거나 논란의 소지를 담곤 한다. 이를 지양하려면 영화인들이 테마를 부각시키기 위해 보다 깊이 있고 진지한 사전조사를 해야 할 것이다.
한편 웹툰의 영화화도 올해 등장한 또 하나의 경향이다. <미모가 지나쳐>(Terlalu Tampan), <에그노이드: 사랑과 타임포털>(Eggnoid: Cinta & Portal Waktu) 등이 그들이다. 캐스팅된 주인공들이 원작만화의 인물들과 너무 달라 실망스러웠던 것이 사실이다. 영화제작사 측에서 배우들의 적합성여부보다 인기만 보고 선발하는 관행이 문제라 보인다. 그 결과 <에그노이드: 사랑과 타임포털>은 3백만 명 이상이 영화 트레일러를 보고서도 2019년 12월 5일 개봉한 이후 한 달 가까이 지나는 동안 정작 상영관엔 10만 명 관객도 들지 못했다.
출처: https://cultura.id/kilas-balik-industri-perfilman-indonesia-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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