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와 소설 사이, 그 어디쯤

애당초 내 인생에 뭔가 쉽고 만만한 게 있을 리 없었다.

한국인으로 살아가기

막스 하벨라르

막스하벨라르 출간 한인뉴스 질문지 답변

beautician 2019. 8. 23. 11:00


와담사 작가 영복님이 보낸 질문지에 늦은 답변을 보냈습니다.

원래 주 번역자인 양승윤 교수님을 인터뷰해야 하는데 귀국일정을 맞추지 못해 굳이 공동번역/보조번역자인 나한테 인터뷰를 청했습니다.





막스하벨라르 관련 질문지 답변 (2019. 8. 21)

 

 

1. 번역계기

2016 12 자카르타 멘뗑의 뚜구 꾼스트링 팔레이스 식당에서 헤리티지 코리아섹션  이수진 회장의 소개로 양승윤 교수님, 사공경 선생님을 처음 만나게 되는데 식당의 물타뚤리 룸에서 한참 동안 막스하벨라르 얘기를 했습니다. 그로부터 개월 양교수님이 정식으로 막스하벨라르 번역을 제의하셨죠. 저명한 학자가 무명 소설가에게 그런 제안을 하는 경우는 년에 있을까 말까한 것이었고 기본적으로 번역은 내게 낮선 작업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때 내민 양교수님 손을 굳게 잡은 것이 막스하벨라르 완역본 번역작업의 시작이었습니다.

 

 

2. 번역작업시 애로사항

소설 원전이 네덜란드어로 쓰여졌다는 , 160 작품이라는 , 그래서 용어나 문화, 사회상, 역사인식 같은 현대 한국인들에게 매우 생소하다는 것이 문제였어요. 그런 것들을 독자들에게 이해시킬 없다면 번역의 의미가 없는 것이었으니까요. 네덜란드어 원전 내용에 최대한 근접하기 위해 영어번역본 , 인니어본 그렇게 권을 펼쳐놓고 작업한 것은 신중을 기해 오역을 크게 줄이는 효과가 있었지만 일일이 비교작업을 하면서  막대한 시간과 노력을 갈아넣었던 것이 힘든 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책의 퀄리티를 담보하는 작업이었으니 선택의 여지가 없었고 보람있기도 했습니다.

 

 

3. 수카르노와 인도네시아 현대사 동시작업?

<수카르노와 인도네시아 현대사> 초고가 2016 상반기에 마무리 작업이었어요. 원고에 출판사가 관심 보인 2017 12. 그래서 정리, 수정작업하여 출판사에 넘긴 2018 3, 교정교열은 5월까지 계속되었죠. 그래서 9월에 출간. 막스하벨라르는 2017 5월부터 11월까지 7개월, 실제로 빡세게 5개월 정도의 작업이었습니다. 작업시기가 겹친 아닙니다.

 

그러니 현대사 초안작업-막스하벨라르 초벌번역-현대사 수정작업 및출간 – 1 막스하벨라르 출간, 이런 순서가 거죠. 그리고 기본적으로 나이 들면서 멀티태스킹이 안되요.


그렇게 5개월 작업을 하고 넘겨드린 막스하벨라르 번역초고를 양교수님이 받아 2년간 치열한 수정, 재번역, 교정교열을 통해 책의 격을 크게 높여 세상에 내놓게 된 것입니다.

 

 

4. 한국역사 다룬 소설이나 역사 전문서 집필계획?

어느 시대에  조예가 있다 해서 나라 역사를 아는 것도 아니고 나라 역사를 안다고 다른 나라 역사들도 망라하여 섭렵한 아닙니다. 한국 역사를 소재로 전문적 역사소설을 쓰려면 상당한 사전작업과 공부, 고증을 해야 하는데 그건 아무래도 어려울 합니다. 오히려 수카르노 시대의 현대사를 썼으니 후속으로 수하르토 시대의 현대사나, 수카르노 이전의 인도네시아 근대사를 쓰려고 자료들을 모아 정리하는 중입니다. 다른 인문서가 되는 거죠.

소설을 쓴다면 역사소설보다는 일상의 교민생활을 기반으로 이야기를 쓰게 같습니다.

 

 

5. 창작과 번역의 다른 매력은?

6. 번역시 창작가의 창의성 개입 가능성?

 

질문에 한꺼번에 답합니다.

번역도 분명한 창작의 일종입니다. 단지 일반 창작은 범위와 방향이 시야가 닿는 전방향을 포함하지만 번역은 원저자의 시야 내에서 움직여야 하므로 운신 공간이 크게 제한되는 것이죠. 하지만 일반 인문서나 교범 같은 거라면 뜻과 내용을 전달하는 것이 주목적이니 오히려 번역가가 얼마든지 다양한 표현력을 접목시킬 있습니다. 거꾸로 소설같은 창작물의 경우엔 말투와 뉘앙스, 표현방식까지 원저자의 의도에 충실하려니 번역가의 운신의 폭이 대폭 줄어들죠.  하지만 과정에서 외국 작가의 표현방식과 기법을 깊이 배우게 되고 때로는 사고방식과 철학의 깊이를 알게 된다는 점에서 번역은 역시 매력적인 작업입니다.

무라카미 하루키도 영문번역을 많이 했다는 것을 알고 나름 자부심을 갖기도 합니다.

 

 

7. 문학은 내게 ….이다.  인도네시아는 내게 ….이다.

문학과 감성에 대해 얘기하면 5 안에 재떨이가 날아오는 세계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람으로서는 문학은 도루코 면도날처럼 유연하고 날카롭고 감상을 허용하는 자유세계입니다. 문학은 내게 도루코 면도날이다.

25년간 살면서 인도네시아는 내게 그토록 정겹고 그토록 밉살스러운 나라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나의 가치가 인도네시아와 함께 해야 조금 빛을 발할 있다는 것이죠. 젤라틴 캡슐 벗겨진 스쿠알렌처럼 인도네시아는 내게 강장제.

 

 

8. 블로그가 잠재 독재들과의 소통의 통로인지?

블로그는 스치는 아이디어와 쉽게 되돌아보고 싶은 기록들을 담아놓는 창고입니다.  다이어리에 써놓거나 파일에 철하거나USB 플래시 디스크에 담아놓는 것보다 블로그에 보관하는 것이 나중에 쉽게 조회, 검색할 있죠. 그리고 한글자료가 없는 인니어, 영어 자료들을 번역하여 올려놓고 누군가 필요한 사람들이 찾아 있도록 하는 무료 플랫폼이기도 합니다.

굳이 소통을 위한 것이 아니었으므로 누군가의 눈치를 보지 않고 무엇이든 담는 것이고 그래서 많은 독자들을 끌기 위해 자극적 포스팅으로 어그로를 끌거나 특별한 마케팅을 하지도 않습니다.

 

 

9. 뷰티션 아이디의 의미

미용기기 수입판매사업을 14 정도 했습니다. 2002년부터 2015년까지.

주로 미용가위를 취급했는데 가위장사 저급한 아이디는 차마 쓰지 못해 뭔가 있어 보이는 뷰티션으로 정했던 거에요ㅠㅠ

 

 

10. 지금 하는 일과 다음 저서계획, 소설계획

거의 끝장난 미용사업 외에 생업을 위해 따로 하는 일이 있지만 굳이 밝히고 싶진 않습니다. 오히려 글쓰는 일들이 많아집니다. 영화진흥위원회, 일간 아시아투데이에 보고서나 기사를 보내고 한국 만화가와 스토리 콜라보도 하고 한인회, 현지문화단체와 함께 작업하는 일들도 있습니다. 다음 책은 앞서 얘기한 것처럼 수하르토 시절 인도네시아 현대사나 네덜란드 식민지시대를 다룬 근대사를 쓰려고 자료 준비 중이지만 그보다 먼저 인도네시아 무속과 귀신들을 조사한 <이슬람 수면 무속의 세계> 올해 끝내고 출판사를 알아보게 같습니다.

쓰고 싶은 소설은 많지만 아직 구체적 계획은 세우지 않았어요. 순수창작물보다는 인문서가 돈이 되는 세상이란 사실을 무시할 없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전통적으로 좋은 소설은 춥고 배고픈 문학도가 썼다 하지만 문학도도 먹고 살아야 하는 현실이니까요.

 

 

이상입니다.^^



그날 뚜구 꾼스트링에서의 첫 만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