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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당초 내 인생에 뭔가 쉽고 만만한 게 있을 리 없었다.

한국인으로 살아가기

인니 민속과 주술

집단빙의을 겪은 코이카 봉사단원 수기

beautician 2019. 7. 6. 10:00

집단빙의을 겪은 코이카 봉사단원 수기

 

 

금강불괴신체술이나 집단빙의현상 같은 것은 한국 같으면 그저 선데이서울 가십거리 정도로 듣고 흘릴 일이지만 인도네시아에서는 교민사회 지근거리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일들입니다. 특히 끄수루빤의 경우, 그 사건을 온몸으로 겪는 한국인 매니저 입장에서는 분명 평정심을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몇 년 전 메단에서 KOICA 봉사활동을 하던 한국인 선생님이 쓴 경험담 일부를 소개합니다. 이분은 한국 미용사 출신으로 인도네시아에서 2년간 코이카 봉사활동을 한 후 자카르타 한국인 미용실에 잠깐 일할 때 알게 되었던 분입니다. 그러나 그분이 인터넷에 이런 글을 남긴 것을 안 건 그로부터 몇 년 지난 후의 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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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하니 2층에서 여학생이 부축을 받으며 내려오고 있었다. 선생님들과 교장선생님은 뭔가 상의를 하는 듯했고 교실의 아이들은 내가 들어가니 내 팔에 매달려 무섭다고 하소연한다. 나는 영문을 모른채 그냥 그들을 안아줬다. 인니말을 잘 모르지만 무슨 사건이 있었던 것만은 분명했다.

 

실습실 가운데 작은 의자에 물이 한컵 놓여 있었는데 스스로 영매라고 말한 한 여학생이 다른 학생을 그리로 불러 냈다그 학생은 아침에 쓰러졌던 여학생이었다. 영매학생이 뭔가 의식을 시작했는데 불려나온 여학생은 풀썩 쓰러지더니 뭍에 올라온 물고기처럼 퍼덕거렸고 이내 손발이 새까매지면서 울고 불고 비명을 질러댔다.

 

아이들은 내 팔을 잡고 매달려 울면서 기도를 했다 나는 그냥, 괜찮아, 영양 실조야, 밥 많이 먹으면 된다 하며 그 광경을 지켜 보았다. 조금 있으니 여기 저기서 비명소리가 들리면서 학교가 발칵 뒤집어 졌다. 엑소시스트 영화에서 보았던 끔찍한 모습들이 그대로 학생들에게 나왔다. 학생들은 쓰러지자마자 이내 다른 영혼이 실려 전혀 다른 이상한 목소리를 내면서 엉뚱한 행동을 했다. 의상학과 5. 요리학과 3, 컴퓨터과 1, 미용과 2.

 

우린 패닉 상태에 빠졌다쓰러진 아이들은 미쳐서 날뛰고 선생님들은 몸부림치는 아이들을 잡아 진정시키려 하고, 지켜보던 아이들은 무섭다고 울고 불고.

 

아무 대책도 없는 집단빙의사건.

보지 못한 사람들은 모를 것이다. 말로는 뭐라 할 수 없는 그 미스테리함. (후략)

 

 

내가 인도네시아 무속과 귀신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오랜 현지 친구가 갑자기 이상한 행동을 시작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녀는 뼬렛주술에 걸린 징후를 보였는데 돕기 위해선 그게 뭔지 알아야 했습니다. 그래서 현지 무속과 주술을 급히 공부하기 시작했었죠.

 

무속을 안다는 것은 이슬람의 수면 밑에 가라앉아 잘 보이지 않는 인도네시아 정서의 바닥을 더듬어 보는 한 방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