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으로 살아 가기
총선을 앞둔 심리조작 시도 본문
제가 주로 서식하는 인도웹(www.indoweb.org)에 다음과 같은 펌글이 올라왔습니다.
99%가 1%를 뽑는 날 2012.04.03
우리나라 국회의원은 특혜 속에 파묻혀 사는 사람들입니다. KTX 무료탑승에 한 번 국회의원을 한 사람은 65세부터는 평생 매월 120만원씩 연금을 받죠. 公私 개념이 뚜렷한 일본 의 지방 국회의원들은 회기 중 임대 오피스텔에서 숙식하고 지하철로 등원한다고 합니다. 덴마크 국회의원들은 모두 자전거로 출퇴근하며 스웨덴 국회의원은 아예 관용 차량과 운전사가 없다고 합니다. 지구 최고의 복지국가는 이런 국회의원들의 검소함이 뒷받침하나 봅니다. 입으로는 ‘지구 환경’과 ‘보편적 복지’를 외치지만 행동은 따로 놀아, 매월 140여 만 원의 차량유지비ㆍ기름값을 비롯하여 연간 국민 혈세를 최소 6억 원이나 펑펑 쓰면서도 “뭐 좀 더 먹을 게 없을까” 여야 합심하여 자기들만의 복지를 향해 달려드는 우리나라의 실정과는 질적으로 다르다고 탄식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국회의원 수를 줄이려는 것이 주요 선진국의 대세인데도 파렴치하게 300명으로 늘려 실시되는 4ㆍ11 총선 공천을 보니 전과자를 비롯하여 상상 밖의 인물들이 많아 어이없습니다. 국민이야 어떻게 생각하건 자당의 입맛대로 극소수의 공천 심사위원들이 선정한 결과, 지역에 일면식도 없는 사람을 ‘돌려막기’로 꽂아놓고 지지해달라고 호소하는 데는 기가 찹니다. 게다가 어디서 번호를 알았는지 휴대폰 홍보 전화로 늦잠의 단맛까지 뺏어가는 걸 보면 가증스럽기까지 합니다.
각 당 모두가 선거철이 되면 ‘변화’를 내걸지만 그 ‘변화’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선뜻 와 닿지 않습니다. ‘99%의 서민이 활짝 피는 미래비전’이라는 글귀도 보았고 ‘변화 실천 맞춤, 진실을 품은 약속’이라는 말도 보았습니다. 우리나라는 99%의 서민과 1%의 非서민층만 산다는 얘기인데 그렇다면 정당이 당선시키고 싶어 하는 200여 가지 특권의 국회의원들은 어디에 속하는지 궁금합니다. 1%와 99%의 명확한 개념 설정 없이 선거에 임박해서 들이대는 계급투쟁적인 용어의 비합리성부터 고쳐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수비 측은 우리도 변화했다면서 세대별 공약을 열거해보지만 공격 측은 ‘민생파탄’이라며 의회 권력을 되찾겠다고 칼날을 갑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돈이 아니라 국가의 기반인 안보환경에 대한 인식과 정신이 아닐까 합니다. 우리나라는 안보의 미비로 인하여 역사상 930여 차례의 외침에 시달렸다고 합니다. 오죽하면 민주통합당에서 갈라져 나온 정통민주당이 이번 총선에서 ‘투철한 국가관이 선택의 기준이 되어야’한다고 주장했겠습니까?
그들은 며칠 전 논평에서 “지금 우리 사회는 두 가지 어려움에 봉착되어 있다.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정통성을 훼손시키는 반체제적, 반국가적 기도와 통일ㆍ안보ㆍ복지 등 국가 중요 정책과 관련해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는 국민 합의 기반의 양극화 현상이다. 북한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만행을 북한 소행으로 볼 수 없다느니 원인 제공을 남측이 했다는 등 궤변을 늘어놓으면서 유권자의 지지를 호소하는 후보와 국익에 미칠 영향은 아랑곳하지 않고 이미 발효된 한미 FTA 폐지를 정강정책으로 하는 당은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을 것이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공천을 자당의 이념과 코드에 맞는 인물 위주로 채우고 그것도 모자라 이념이 꽤나 달라 스스로 둘로 쪼개졌던 ‘종북성’을 지닌 정당과 선거연대까지 하여 ‘무리수’를 두는 민주통합당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라고 할 만하죠. 존립의 목적을 국익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정권을 위해서는 누구와도 야합할 수 있다는 마키아벨리적인 정치공학이라면 국민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는 말로 들립니다.
최근 정운찬 전 국무총리는 동반성장위원장 직을 사퇴하면서 “부의 균형추가 심하게 기울어지면 민주주의의 위기가 찾아오는 법이다. 동반성장이란 시대정신을 실천하기 위해 정부가 진정성 있는 의지를 보여 달라”고 촉구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근본적인 문제는 정부가 아니라 정치, 그것도 시대정신과 무관한 국회 탓이 아닌가 합니다. 물론 정부는 무한성을 지닌 조직이고 국회는 극언하자면 4년 임기에 ‘물갈이’다, 뭐다 해서 낙동강 오리알처럼 사실상 해산되는 ‘임시직’들의 모임으로 자기들의 성장에 급급한 판이니 국민들의 동반성장에 대해 무슨 깊은 열의와 철학이 있겠느냐는 생각이 듭니다.
안타까운 것은 그들이 인식하지 못하는 것. 법치 국가 기능의 근간은 법을 만드는 국회의 기능이란 것이죠. 부의 편법 대물림으로 비판받는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이재용 씨로의 승계가 가능했던 것도 비상장사인 에버랜드 전환사채의 헐값 인수를 쉽게 끝내 계열기업 지배구조를 장악할 수 있게 한 법의 맹점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이를 배임으로 고발한 40여 명의 법학교수들의 선두에 선 것이 오늘날 서울시 교육감으로 논란의 정점에 선 곽노현 방송통신대 교수였죠. 이런 법의 불비는 국회의원들의 무지와 태만 때문이었습니다.
구체적인 대안 제시가 없는 구호는 선전ㆍ선동에 가깝죠. 지금 입만 열면 ‘경제 민주화’를 외치지만 1987년 10월 개정 때 들어간 헌법 119조 2항의 ‘경제 민주화’를 위해 무엇을 해왔는지 자문부터 해야 할 것입니다. 그것을 금과옥조로만 내세울 게 아니라 그 앞의 1항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는 전제도 잘 지켜야 할 것입니다.
올해 국민들이 내는 세금 262조원을 포함한 총지출 326조 원의 예산을 선심 쓰듯 이리저리 퍼주는 ‘票퓰리즘’사업은 누구라도 할 수 있습니다, 돈 주면 못 쓸 바보가 어디 있나요. 국회의원이 되려는 사람들은 정부가 제출하는 법만 통과시키는 ‘통법부’ 요원이 되지 말고 무엇보다 좋은 나라, 좋은 사회로 이끌 법률을 잘 만들라는 것입니다. 어느 선거 구호보다도 ‘좋은 법률을 많이 만들겠습니다.’ 필자가 국회의원 후보자들에게서 가장 듣고 싶은 말입니다.
김영환
자유기고가.
한국일보, 서울경제 근무. 동유럽 민주화 혁명기에 파리특파원. 과학부, 뉴미디어부, 인터넷부 부장등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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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애매한 글은 '잔상효과'를 남기려는 의도를 갖는게 보통입니다.
대놓고 얘기하며 특정 결론으로 몰고가진 않지만 중간중간의 예문과 인용
등에서 어떤 일을 마치 기정사실처럼 얘기해 버려 독자의 마음에 그런 인식을 무의식적으로 심어주는 것이죠. 좀 지나치게 말하자면 고도의
심리조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목과는 달리 1%와 99%를 나누는 것을 니들이 잘 몰라서 하는 짓이라 폄하하고(세번째 단락),
민주통합당이 뭔가 큰 문제가 있어 떨어져 나온 정통민주당이 그나마 야권에서 제대로 정신차리고 있는 인간들인 듯 인용하면서 야권의 분열을 부각하고
천안함과 FTA 문제의 정부측 입장을 야권에서도 주장하는 듯 강조하지요(네번째, 다섯번째 단락). 천안함 문제에 이의를 제기하면 무조건 종북
빨갱이고 FTA 폐기하려 하는 놈들은 국익에 역행하는 반역자라는 일방적 주장을 저변에 깔고 있는 것이죠. 그래서 자세히 읽어 보면 이 글은 마치
그렇지 않은 것처럼 잘 포장된 여당지지 컬럼인 셈입니다.
그래서 그런 상황에서 글쓴이가 정말 그렇다는 건지 그렇게 들린다는 건지
중간에 애매모호하게 뭉뚱그리는 아래의 문장 :
목적을 국익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정권을 위해서는 누구와도 야합할 수 있다는
마키아벨리적인 정치공학이라면 국민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는 말로 들립니다.
은 가증스럽기 짝이 없는 얘기죠. 이건 야권연대를
비난하는 말이지만 실제로 이 말대로의 상황이 우리 정치역사상 벌어졌던 사건은 노태우, 김영삼, 김종필이 90년대 초반에 뻔뻔스럽게 자행한
삼당합당이었습니다. 군사정권과 여당에 대항해 싸우라고 국회의원으로 뽑아주었던 저명한 야 당 지도자, 강력한 야권 대통령 후보였던 김영삼씨가
자기가 DJ를 누르고 반드시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급기야 국민들을 배신하고 오히려 군사정권의 손을 잡았던 야비한 사건이지요.
밀실에서 벌어진 이 후안무치한 사건을 통해 민정당이 신한국당으로 변신했던 것인데 그 이후에도 계속 옷을 갈아 입다가 한동안
'딴나라당'이란 옷을 입고 있었고 이젠 '새머리당' 옷으로 또 갈아 입었던 겁니다. 이 글을 쓰신 분도 명색이 기자출신이시니 이 사실을 모를 리
없으면서 그 삼당야합의 후신인 현 정권/여당을 옹위하여 거꾸로 야권연대를 공격하는 데에 뻔뻔스럽게도 위와 같은 문장을 사용했다는 생각을 하면 내
손발이 다 오그라듭니다.
진실 바꿔치기는 이런 잔상효과를 노리는 글들의 가장 기본적인 기술 중 하나입니다.
이 글은 양심상
대놓고 여당 손을 들어주진 않지만 결과적으로 국회의원들이란 놈들도 특혜나 누리는 1% 족속이라는 방향으로 몰고 가 그런 환멸감을 통해 선거의
김을 빼고 투표율을 낮추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 같이 보입니다.
인도네시아에서의 부재자투표는 이미 끝났지만 총선을 앞둔 조국의
유권자들이 이런 글들에 현혹되지 않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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