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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영화산업의 화두는 제작비 투자유치와 상영관 확충

beautician 2019. 2. 18. 18:10

 

 

조코 위도도 정권인도네시아 영화시장 

 

 

 

 

 

1. 서문

 

인도네시아 영화산업은 지난 몇 년간 많은 변화와 발전을 겪고 있는데 그것은 2014년의 정권교체와 많은 상관성을 갖는다. 2014년 대선에서 구세대의 대표적인 인물인 수하르토 전 대통령의 사위이자 그가 하야하던 시절 육군예비전략사령관이었던 쁘라보워 수비얀토를 누르고 대통령직에 오른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과거정권들의 권위주의와 부정부패를 벗어 던지려 사회개혁과 부패척결을 시도했고 동시에 적극적인 경제발전을 도모했다. 그 과정에서 적잖은 규제가 철폐되고 각종 규정들이 현실화되면서 인도네시아의 정치, 사회, 경제 거의 모든 면에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는 순기능을 했으나 또 한편 오랜 관성과 부딪히며 바람직하지 못한 반작용을 불러오기도 했다. 그것은 영화산업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2.지난 5년간 인도네시아 영화시장 주요 이슈

 

 

 

1)   창조경제위원회(Badan Ekonomi Kreafif Indonesia-Bekraf) 설치

 

조코 위도도 정부는 2015년 창조경제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했다. 2030년까지 게임개발, 건축, 인테리어 디자인, 시각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상품디자인, 패선, 사진 등 16개 분야에서 2030년까지 인도네시아를 세계 열강 중 하나로 발전시킨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는데 이중 영화, 애니메이션, 비디오 산업의 육성발전도 포함하고 있다. 이 부처는 인도네시아 국산영화의 해외영화제 진출을 지원하며 영화제작자들과 투자자들을 연결해 주는 부분에 많은 노력을 할애하고 있다.

 

 

 

2)   영화진흥본부(Pusat Pengembangan Perfilman-Pusbangfilm) 설치

 

창조경제위원회가 영화산업을 육성이 필요한 여러 산업 중 하나로 선정하여 지원함에 반해 영화진흥본부는 오직 영화산업만을 위해 20161월에 교육문화부 산하에 설치되어 영화산업진흥을 위한 세부정책 수립, 관련사업허가 및 활동허가 발급, 영화산업 활동조정, 포상, 기술인력 육성 등에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3)   영화시장 개방

 

경제발전을 위한 규제완화의 일환으로 조코 위도도 정부는 20161월초 그동안 해외자본의 진출을 제한하거나 금지하고 있던 상당부분의 산업들을 2016년 대통령령 44호를 발표해 개방했는데 이중엔 아래와 같이 영화산업도 포함되었다. 이로 인해 해외자본이 공식적으로 인도네시아 영화제작에 투자, 참여할 수 있게 되어 CJ E&M, 폭스 인터네셔널 프로덕션스 등이 영화제작시장에 진입했고 일찌감치 현지 상영관업계 2위를 차지하고 있던 CJ CGV의 위상이 양성화된 것은 물론 2018년 롯데시네마의 현지 상영관업계 진입도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도된 바 있다.

 

 

 

1. 2016년 인도네시아 네거티브 리스트 해제분야 중 영화산업 관련 부분

 

업종

현지 관할관청

정 후 허용지분비율

이전 허용지분비율

영화 포스터 사진관

관광/창조경제부

100%

49%

영화 제작실

관광/창조경제부

100%

49%

영화 음향 삽입

관광/창조경제부

100%

49%

영화 인쇄

관광/창조경제부

100%

49%

영화 포스터 제작

관광/창조경제부

100%

불허

영화 편집

관광/창조경제부

100%

불허

영화 각본 제작 제공

관광/창조경제부

100%

불허

영화 제작

관광/창조경제부

100%

불허

영화 상영

관광/창조경제부

100%

불허

녹음실

관광/창조경제부

100%

불허

영화 배포

관광/창조경제부

100%

불허

 

* 자료원: 2016년 인도네시아 대통령령 44

 

 

 

4)   국영 텔콤의 온라인 영화시장 장악

 

영화시장 개방과 동시에 2016 1월부터 넷플릭스를 위시한 해외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기업들이 대거 인도네시아에 진출해 현지 이동통신, 케이블TV 등 플랫폼업체들과 제휴하거나 독자적으로 현지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러나 국영 텔콤이 인터넷 서비스 인디홈(indihome)과 이동통신 텔콤셀(Telkomsel) 등 인도네시아 최대의 플랫폼에서 검열문제를 들어 넷플릭스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를 노골적으로 배제하며 외국기업 길들이기와 줄세우기에 나섰다 언급된 두 대형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는 이에 반발해 2018년 말 현재까지도 일반 네트워크를 통해 독립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한편 이를 지켜본 후크(HOOQ), 캐치플레이(Catchplay), 아이플릭스(Iflix) 등 여타 업체들은 현지 진출과 함께 텔콤 서비스의 하위 메뉴로 자진 편입해 들어갔다.

 

 

 

     5)   호러 장르에 꽂힌 인도네시아 영화

 

2017년 하반기 현지 라삐필름(Rapi Film)CJ E&M이 합작한 <사탄의 주구(Pengabdi Setan)>(조코 안와르 Joko Anwar 감독) 2017년 인도네시아 영화 중 흥행 1위에 오르면서 호러 영화 열풍이 다시 불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제작편수도 늘어나면서 2017년과 2018년 호러 영화들이 흥행 상위권 대부분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호러 장르의 폭발적 약진은 인도네시아 이슬람 문화의 수면 밑 저변을 이루는 신비주의적 토착 무속에 대한 관심이 CG로 대변되는 기술력의 발전과 신세대 감독들의 연출력에 힘입어 새삼 다시 발현된 것이라 볼 수 있으며 드라마, 전기영화, 코미디 등 종래의 전통적 장르를 뛰어넘어 아직 인도네시아에서는 불모지나 다름없는 SF나 판타지 등 본격적인 CG 기술과 자본이 필요한 장르로 나아가기 직전, 그 한계를 시험하는 과도기적 성격을 띄고 있다고도 판단된다.

 

 

 

 

 

 

 

3. 투자유치에 적극적인 조코 위도도 정부

 

 조코 위도도 정부는 역대 정권 중 가장 적극적으로 해외자본 투자유치를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평가되며 지난 2018910일 조코 위도도 대통령의 한국 국빈방문 당시에도 한국-인도네시아간 산업협력을 위한 MOU 15건이 체결된 바 있다.

 

 

 

20161월 네거티브 리스트를 정비해 인도네시아 영화시장을 해외자본에 개방한 것 역시 현지 정부의 투자유치 노력의 일환이며 이는 최근 5년간 인도네시아 영화계에서 벌어진 가장 큰 사건이라 할 만한 것이다. 이에 가장 먼저 호응한 것이 넷플릭스를 위시한 해외 스트리밍 서비스 기업들이었고 온라인영화시장은 신속하게 재편되어 시장개방 3년차인 2018년 현재 이동통신과 인터넷서비스 플랫폼 업체들을 통해 동남아 최대규모 인터넷 사용자들을 가진 인도네시아에서는 핸드폰 클릭 한번으로 쉽게 해당 서비스를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인도네시아가 영화산업 발전을 위해 가장 주력하는 부분은 상영관 확충으로, 궁극적으로 9,000개에서 15,000개 규모의 스크린 숫자가 적정하다고 오래 전 소신을 밝혔던 창조경제위원회 뜨리아완 무나프(Triawan Munaf) 위원장은 2018117일 발리 누사두아(Nusa Dua)에서 열린 창조경제에 관한 월드 컨퍼런스(World Conference on Creative Economy)에서 최소 현재의 2배 규모인 3,000개 규모의 스크린을 2-3년 내에 갖추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전국상영관사업자연맹(GPBSI)의 발표에 따르면 2018518일 현재 전국 스크린 수는 1,641개였다.

 

 

인도네시아 로컬영화 역대최대흥행기록은 <대장님, 귀뚜라미 나왔걸랑요! 1(Warkop DKI reborn: Jangkrik Boss! Part 1)>(2016) 680만 명이었으므로 한국 천만관객 영화의 대략 50%, 관람료는 평일 2D 평균 현재 4만 루피아(한화 3,100)으로 한국 평균 8천원의 40% 수준이므로 인구가 27천만 명에 육박하는 인도네시아에서도 최고 대박영화의 흥행수입은 한국에 비해 10% 선에 불과하다. 수익율 자체가 크게 떨어지므로 해외자본을 끌어들여 거대한 제작비를 투하해 블록버스터 영화를 만들기 위해선 보다 신속한 인프라(상영관) 확충이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되어야 할 인도네시아 영화산업의 과제인 셈이다. 창조경제위원회가 이미 진출의사를 보인 롯데시네마 유치에 공을 들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현지 영화제작사들은 대체로 영세한 편으로 대부분 제작비 조달에 애를 먹고 있다. 창조경제위원회는 인도네시아 영회위원회(BPI)와 공동으로 2017년부터 아카타라(Akatara) 포럼을 개최해 영화제작자와 투자자들을 연결해 주고 있으며 해외 투자자들이 참여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해외자본의 현지투자를 보다 용이하게 하기 위해 투자자들의 운신의 폭을 넓혀주는 새로운 제도와 법령들이 앞다투어 나왔지만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시행령 확정이 늦어지고 대체로 경직된 관료사회의 매너리즘과 관성 때문에 실제로는 될 수도 있지만 안될 지도 모를그레이 에어리어(grey area)가 대폭 늘어난 것도 사실이다. 시장개방 3년차인데도 국제 스트리밍 업체들과 CJ E&M을 비롯한 몇몇 해외기업들 외에는 아직도 대체로 관망하고 있는 분위기가 시장의 그런 불확실성을 대변한다 하겠다.

 

 

인도네시아는 20194월 대선을 앞두고 있다.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지난 2014년에 상대했던 야당 대통령 후보 쁘라보워 수비얀토와 부통령 후보들만 각각 바꾸어 이미 대선 선거운동에 돌입했는데 어렵사리 조코 위도도 대통령의 재선이 유력하다고 평가되는 가운데 현재의 경제정책 기조가 향후 2024년까지 계속 지속되느냐, 그래서 그 사이 그레이 에어리어가 신속히 해소되느냐 등이 현지 영화산업 발전에 있어서도 가장 중요한 관건이 될 것이다.

 

 

 

 

 

4. 그래서.....

 

수하르토 전대통령의 사촌이 상영관 업계와 헐리우드 영화 배급권을 쥐고 오랫동안 독점해 왔던 인도네시아 영화산업은 2016년 해외자본에 개방된 이후 그간 누적된 산업적 불균형과 적폐를 해소하려는 방향으로 움직이면서도 국영 텔콤과 영상검열위원회(LSF)으로 대변되는 기득권 세력의 만만찮은 반작용과도 부딪히며 가장 역동적이고 중요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실제로 그 사이 온라인 영화시장엔 질적인 변화가 찾아왔고 상영관산업, 영화제작시장에도 눈에 띄는 진전이 있었다. 무엇보다도 현지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에 나선 상태다.

 

 

한국 영화관련 기업들이나 투자자들이 인도네시아에 진출하려 한다면 역동적으로 변화해가는 현지 시장상황을 파악하고 적절한 제휴대상의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하는 것은 물론 현지 정부의 지원프로그램과 연계하려는 노력도 필요할 것이다. 지난 20181월 엠블랙 출신 천둥을 주연으로 기용하여 <발리의 영원한 휴일(Forever Holiday in Bali)>(오디 C. 하라합 Ody C. Harahap 감독)를 제작, 개봉한 소나무 시네하우스(김경호 대표)의 폭망사례는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현재 인도네시아 영화시장 최고의 화두 중 하나가 해외자본 유치인 만큼투자자인 한국이 어떻게 현지 시장에 접근하고 제휴할 것인가에 대한 영화산업계 차원의 기본적인 정리가 되어 있어야 할 것이.

 

 

(이상)

 

참고 보고서

인도네시아 통신원보고서: 20186인도네시아 영화진흥기구 현황에 대한 보고서

인도네시아 통신원보고서: 20171월 인도네시아 온라인영화 서비스 시장조사 보고서

인도네시아 통신원보고서: 20188월 인도네시아 영화산업 2018년 상반기 결산 보고서

 

기사

한·인도네시아 산업포럼, 화장품 등 15 MOU 체결”, 한겨레, 2018910일자

http://www.hani.co.kr/arti/economy/marketing/861421.html

“Bekraf Targetkan Jumlah Bioskop di RI Tembus 3.000”, Detik.com, 2018 11 7일자

https://finance.detik.com/berita-ekonomi-bisnis/d-4291865/bekraf-targetkan-jumlah-bioskop-di-ri-tembus-3000

롯데시네마, 영화 관람료 1000원 인상... 19일부터조선일보 2018413일자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4/13/201804130204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