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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칼럼

심재철 몸부림 정국

beautician 2018. 9. 30. 09:28




정치평론까지 해볼 생각은 없지만 최근 자유한국당 심재철의원의 폭로전을 보면서 상식적으로, 또 심리학적으로 몇몇 가설들이 떠올라 실소를 짓게 합니다.

 

상황은 매우 단순합니다.

 

심의원실이 정부 (특정해서 재경부) 내부자료를 인테넷 통해 조사하는 과정에서 접근권한이 없는 자료를 다수 다운로드받는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는 것이죠. 심의원실은 정상적인 국정조사 준비과정이었고 볼 수 없는 자료를 연 것은 해킹이 아니라 해당 네트워크의 버그였다는 것입니다. 우리 집 뒷문 자물쇠가 뒤로 당기면 열쇠없이도 열린다는 약점을 발견한 방범대원이 그렇게 우리 집에 몰래 들어와 온통 도둑질을 해놓고서 정상적인 방범활동이었다고 말하는 것이죠.

 

그런 후 이 범죄사실을 인지한 정부측의 고발로 심의원실 압수수색이 진행되었습니다. 심의원의 폭로전이 시작된 것은 그 직후의 일입니다. 물론 그가 폭로하는 내용들은 그가 몰래 빼낸 정부자료에 근거한 거라는 얘기고요. 그 방범대원이 우리 집 가계부를 동네에 까발리고 있는 겁니다.

 

저런 행위를 하는 이유를 유추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심의원의 불법행위에 대한 상응조치, 즉 입건이나 구속영장 집행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우선 정부와 각을 세워 나중에 구속되더라도 정치적 탄압을 받았다는 프레임으로 끌고 가려는 겁니다. 그 방범대원이 우리 집이 원래 자기랑 감정이 있어 일부러 고발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거죠. 도둑놈이 말이에요.

 

그것도 회기 중, 국정감사 중에 면책특권의 방패 뒤에 숨어서 하는 말이 아니라 반정부 투사라도 되는 듯 국회 회기와 관계없이 용감무쌍 패기만만한 폭로전을 펼치는 건 그만큼 스스로의 혐의가 매우 위중하다는 반증입니다. 결국 몸부림이자 발악이라 할 수 있죠.

 

정치라는 게 원래 개차반 나쁜 놈들이 영웅으로 추대되기도 하는 세상이니 심재철은 자한당의 영웅이 될지는 몰라도 방범대원의 탈을 쓴 도둑놈이란 사실만은 변함이 없습니다.

 

2018. 10.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