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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와의 대화

beautician 2017. 12. 16. 11:00


12월 초 쯤에 트위터에서 한 페미니스트가 올려놓은 멘션을 보았습니다.

지금은 접근금지 되어 정확한 인용이 불가능하지만 대력적인 내용은 이랬습니다.


만화가들이 하는 무슨 컨테스트인가 축제인가 있었던 모양이고 거기에 오신 한 만화계 원로가 젊은 만화가들을 만나 격려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한 여성 만화가 앞에서 그 원로가 이런 말을 하셨답니다.


"만화가가 아니라 방문하러 오신 분이죠? 만화가 중엔 이런 미인이 있을리 없는데.^^"


대략 이런 취지였어요. 그리고 그 트위터를 올린 여성은 그 마초 원로 만화가 페미니즘적 감수성이 전혀 없어 말도 안되는 성폭력을 저질렀다고 몰아붙이며 비난하기 시작했고 그 밑으로 수십 개의 댓글들이 비난 일색으로 채워졌습니다. 그분들이 다 페미니스트이고 같은 이해와 특정관점을 공유할 테니 그럴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나로서는 그 맨션의 어느 부분을 잡고서 그 원로를 나쁜 놈으로 치부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그를 나쁜 놈이라 하니 그런 줄 알겠는데 납득하려면 뭔가 이해가 가야 하는 거 아닙니까?


그건 마치 교회에서 이루어지는 이런 대화와 같습니다.

교회를 잘 다니는 잘생긴 중년 남자가 있어요. 동료 교인들과도 원만한 관계이고요. 하지만 일이 좀 바쁜 지 예배가 끝나면 다른 사람들보다 먼저 차를 타고 돌아갑니다. 그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여성 집사님들 사이에서 이렇게 진행됩니다.


"그 분이랑 얘기를 좀 나누고 싶은데 예배만 끝나면 바로 돌아가시네요. 교회에서 교인들 점심식사를 다 준비해 두는데 식사도 안하고 바로 돌아가세요."

"그래요? 난 그 분 좋은 사람인줄 알았는데..."

"네...?"


참 밑도 끝도 없지 않습니까?

저 위의 페미니스트 트위터리안 멘션 역시 도무지 밑도 끝도 없어 보였습니다.

그걸 그냥 지나가도 될 텐데 거기 한 마디 덧글을 쓴게 문제였습니다.


@kimmin...님, @rainyg...님에게 보내는 답글

만화의 날 원로만화가가 미인 방문자에게 충분히 해도 될 말 아닌가요?

성폭력으로 엮기엔 75% 정도 구성요건을 갖추지 못한 듯 합니다.

미인에겐 미인이라 해도 됩니다.

2017년 12월 04일 10:25 오후


그러자 갑자기 난리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난 비교적 조용한 트위터리안이었고 간간히 내 의견을 밝히긴 하지만 대부분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했습니다. 당연히 리트윗 되거나 좋아요가 붙는 경우도 거의 없었어요. 하지만 이 트윗은 150개가 넘는 리트윗을 보였습니다. 좋아요는 달랑 10개였는데 말입니다. 결국 이 멘션을 좋아하지 않거나 적대적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내 트윗을 실어나른 것입니다. 그리고 수백 개의 트윗이 날 지목해 날아들었습니다. 비아냥과 욕설 일색이었습니다. 만약 내가 틀린 말을 했다면 그 틀린 부분을 지적하고 그게 왜 틀렸는지 납득시키려는 사람은 어째서 한 명도 없는 걸까요? 그냥 네가 네 죄를 알렸다 라는 기조였고 무조건 내가 뭔가 잘못했다는 겁니다.


난 페미니스트들이 저 위의 그 원로만화가에게 뭔가 화가 났다는 걸 이해합니다. 뭐 그럴 만한 요소가 있었겠죠. 하지만 그걸 페미니스트들 만의 세상에서 말한 게 아니라 공개된 트위터 세상에서 말했으니 그걸 납득 못하는 사람이 이의를 제기하거나 다른 말을 할 수도 있는 겁니다. 더욱이 내가 한 멘션이 딱히 비아냥거렸다거나 비난하는 어조도 아니었고요. 자기들이 그런 생각을 한다 해도 남들은 다른 생각을 가질 수도 있다는 것을 저 사람들은 전혀 염두에 두지도 않고 있었습니다. 그 수많은 비난 멘션을 꼭 받아치고 싶지 않았어요. 전쟁이 날 것 같았거든요. 


난 이렇게 반응했습니다.


어..., 이런 분위기로군요.


그러자 더 많은 비난이 날아들었습니다. 내가 자기들을 지독하게 욕한 거라 받아들였는지도 모릅니다. 애당초 저 위의 원문 트윗을 날린 페미니스트와 그 글을 리트윗한 페미니스트를 비롯해 수 십 명이 날 블록했습니다. 물론 또 다른 수 십 명이 갑자기 내 계정을 팔로잉하기 시작했는데 사실 난 누가 날 팔로잉하든 말든 전혀 개의치 않습니다. 난 사람들 얘기를 들으며 내 얘기도 꺼내지만 내 얘기를 꼭 누가 듣고 반응해 줘야만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그런 부류의 인간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페미니스트들은 그 후로도 며칠동안 욕설과 비난을 그치지 않았습니다. 사실 이 사람들이 정말 페미니스트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개념과 입장이 제대로 정립된 페미니스트들이라면 저렇게 가볍지도 않을 것이고 비아냥과 욕설이나 날릴 파렴치한 인간들일 리 없기 때문입니다.




들어온 트윗들은 대개 이런 내용 일색이었습니다.


그래서 남의 일이라 생각했던 메갈, 미러링 등으로 대변되는 페미니스트들의 세계를 잠시 들여다 보고서 나름대로 싸~한 첫 인상을 갖게 되었습니다. 물론 내가 그런 인상을 받았다고 욕할 놈들이 또 나올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들이 내게 그런 인상을 준 것이지 내가 혼자 만들어 낸 것이 아닙니다.


앞서 언급한 페미니스트들은 자신들이 진보적이고 누구보다도 앞선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라 생각하지만 그 안하무인의 태도나 막무가내 단체행동, 그리고 입에 붙은 비아냥과 욕설이 저 다이하드, 박근혜의 친박들과 별반 다를 바가 없다는 인상을 받았던 겁니다. 


역지사지 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토론할 수 있는 대상이 되지 못합니다.

의견이 다른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나쁜 사람이 아니라 경험과 사고방식이 다를 뿐이라는 걸 저 분들이 언젠가는 꼭 깨달았으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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