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와 소설 사이, 그 어디쯤

애당초 내 인생에 뭔가 쉽고 만만한 게 있을 리 없었다.

한국인으로 살아가기

잡놈 2

Job-Norm vs Burandang

동료과 가족 사이 내게 동료 복은 그리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음, 그게 동료 복이 없었던 게 아니라 동료 자체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처음 일했던 대기업에 그렇게도 사람들이 많고 동기들도 많았지만 동료라 말하긴 어려웠습니다. 같은 팀 사람이라 해서 서로 같은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일이 연결된 것도 거의 없었습니다. 내가 만드는 옷은 옆 자리에 앉은 친구가 만드는 옷과 원단부터 시작해 주요 부자재 공급선들이 다 달랐고 생산공장도, 해외 바이어도 모두 달랐습니다. 서로 도와줄 수 있는 부분도, 이해할 수 있는 부분도 없었고 만나는 사람도, 출장지도, 심지어 평소 주로 사용하는 언어도 틀렸습니다. 결국 같은 공간에 앉아 있을 뿐 서로 다른 나라에 사는 셈이었으니 동료가 되긴 애시당초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그..

자신의 인물평은 남이 해주는 것

자존감 최상의 순간 “난 한번 뱉은 말은 하늘이 두 쪽 나도 반드시 지키는 사람입니다. 심지어 술에 떡이 되어 필름이 끊겨도 그 상황에서 한 말들조차 무슨 수를 쓰든 다 지켜냅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날 좋아하는 거에요.” 이렇게 말하는 사람과 3년도 넘게 일했는데 그 사이 그가 나한테 지키지 않은 굵직한 약속만 해도 여럿 있었습니다. 그런 그가, 남도 아니고 자길 누구보다 잘 아는 나한테 확신에 찬 표정으로 저런 얘기를 하는 것은 그가 정말 그리 믿고 있기 때문이죠. 물론 그가 나한테 지키지 못한 그 여러 약속들을 하나도 기억 못한다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그는 내가 반박하려 하면 인문사회철학적 수사를 동원하여 당시 그가 약속을 지키지 않을 수밖에 없었던 완벽한 이유와 당위성을 내세웁니다. 그럼 그의 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