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와 소설 사이, 그 어디쯤

애당초 내 인생에 뭔가 쉽고 만만한 게 있을 리 없었다.

한국인으로 살아가기

루키야 3

무속을 다루는 인도네시아 언론의 태도

인도네시아 무슬림 사회 수면 밑 무속의 세계 코로나가 세상을 바꾸면서 언젠가부터 인도네시아 몇몇 지역 마을 앞에 밤마다 길고 하얀 베게 같은 것이 나타나 자리를 잡았다. 뽀쫑(Pocong)이라 부르는 것인데 귀신의 일종이다. 귀신이 아니라면 최소한 무덤 속에 있어야 할 시신인데. 무슬림이 죽으면 장례규범에 따라 생전에 사용하던 의복과 장식구를 벗긴 후 염을 하고 까인까판(Kain Kafan)이란 천으로 망자의 몸을 모두 넉넉히 감싼 후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끈으로 6~7군데를 단단히 묶어준다. 묘지로 옮겨갈 준비가 된 이 상태를 ‘뽀쫑’이라 부른다. 죽음을 가장 시각적으로 구현한 뽀종은 사실상 죽음의 동의어다. 그래서 무덤 속에서 있어야 할 뽀쫑들이 돌아다니는 건 기절초풍할 일이다. 대개 뽀쫑이 돌아다니..

일반 칼럼 2021.07.02

인도네시아가 호러를 다루는 법

인도네시아 퇴마의 세계 2010년 한국에서 크게 흥행했던 가 인도네시아에서 팔콘픽쳐스에서 리메이크 제작하여 얼마전 스틸컷을 공개했다. 팔콘픽쳐스는 작년 5월에도 을 리메이크해 개봉하려 했으나 코로나 사태가 가라앉지 않아 아직까지 개봉일정이 잡히지 않았다. CGV 시네마스를 비롯한 현지 상영관들이 방역문제로 작년 3월 문을 닫은 후 8개월 만인 10월에 영업을 재개했지만 관객들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6년 영화시장이 해외자본에 개방된 이후 본격적인 전성기를 맞고 있는 인도네시아 호러영화 장르는 작년 코로나 팬데믹 와중에서도 흥행상위 15위에 다섯 편이 올랐다. 2017년 이후 매년 흥행돌풍을 일으킨 공포영화 트리올로지는 헐리우드의 컨져링 유니버스를 벤치마킹해 ‘다누르 유니버스’를 구축해 본..

천주교엔 구마사제, 이슬람엔 루키야

루키야(Ruqyah): 이슬람 퇴마사의 세계 막 결혼식을 마친 키키는 결혼하자마자 며칠 간 끝도 없이 이어지는 싸움으로 기분이 완전히 다운되어 버렸다. 그의 새 집에 깃들어 사는 유인원 닮은 악한 진(귀신과 마물의 사이쯤 되는 존재-역주)이 끝없는 말다툼을 유발시킨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 소문은 사실이었다. 어느날 키키의 아내가 기도하던 중 그 진에게 빙의되고 만 것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키키와 세 명의 무슬림 우즈타즈(uztaz-전문가)들이 이슬람식 퇴마술로 알려진 루키야(ruqyah) 의식을 행해 악한 진을 쫓아낼 수 있었다. ‘루키야’란 주문을 뿌리고 악한 영으로부터 보호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상은 2005년부터 상영된 TV 시리즈 아스타그피룰라(Astagfirullah)의 한 에피소드에 나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