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와 소설 사이, 그 어디쯤

애당초 내 인생에 뭔가 쉽고 만만한 게 있을 리 없었다.

한국인으로 살아가기

롬복 망간 2

인도네시안 드림 (14)

ep. 14.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 우리가 사무실을 임대해 입주한 것은 길바닥으로 나온지 5개월만의 일이었습니다. 길바닥에서 일하는 동안 팩스나 우편물을 제대로 받을 방법이 없고 사무실이 어디 있냐는 거래선들의 질문에 좀 머뭇거려야 했지만 그런 부분은 자카르타 남부 깔리바타(Kalibata) 지역에 주택을 임대해 일부를 사무실로 쓰고 있던 릴리가 잘 커버해 주었습니다. 오히려 우리는 자카르타라는 도시 전체를 사무실 삼아 오늘은 끌라빠가딩 아르타가딩 몰에서 아침 미팅을 하고 다음날은 BSD의 빠당(Padang) 음식점에서 저녁 결산을 하는 등 다이내믹하게 움직이면서 일은 재미를 더했으므로 지루하지도 불편하지도 않았습니다. 비록 우린 자동차와 오토바이를 타고 자카르타를 누비고 있었지만 사무실이 없어 제품..

인도네시안 드림 (13)

ep13. 꽃뱀 어느 날 오랜 만에 골프백을 차에 싣고 가딩마스 골프연습장에 갔습니다. 그곳은 양프로의 직장입니다. 그동안 바쁘기도 했고 양프로를 만나기도 껄끄러운 느낌 때문에 멀리 했던 곳이었죠. 그러나 사업이 풀려 가면서 양프로에게 맺혀 있던 감정도 서서히 풀려가고 있었습니다. 그의 피를 빨아 먹은 자카르타의 사기꾼들 중 나도 그 중 한 명으로 생각하냐는 질문에 그는 ‘지금은 뭐라고 대답할 수 없네요’ 라며 가시 돋친 대답을 했었죠. 그러나 이젠 그것도 감싸 안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양프로를 다시 만날 준비가 되었다고 성급하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양프로는 요즘 연습장 안 나와요. 수라바야에 간다고 했는데…, 그리고 나서 안나온 지 몇 달 됐어요.” 연습장 카운터 여직원이 하는 말에 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