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와 소설 사이, 그 어디쯤

애당초 내 인생에 뭔가 쉽고 만만한 게 있을 리 없었다.

한국인으로 살아가기

라라먼둣 3

<예전, 지금, 그리고 그때(나나)> 리뷰

카밀라 안디니(Kamila Andini) 감독의 는 2022년 인도네시아 영화제(FFI 2022)에서 작품상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촬영상, 예술상, 영상상, 음악상 등 모두 다섯 개 부분을 석권했다. 대중적 흥행은 하지 못했으므로 이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들이라면 예술적 드라마 장르 영화를 선호하는 영화제 측의 편애가 작용한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직접 이 영화를 보면 위의 수상내용에 기꺼이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 다음 달에 2022년 인도네시아 영화산업 결산보고서를 써야 하는 입장이라 호러 장르 편향의 취향에도 불구하고 프라임비디오에서 이 영화를 뒤늦게나마 챙겨 보았다. 영화를 보고 난 후의 감상은 자칫 정말 좋은 영화를 놓칠 뻔했다는 것이었다. 모든 것이 좋았다. 배우들 는 제목에서 시사하..

영화 2023.03.20

[무속과 괴담 사이(41)] 라라먼둣: 담배 피는 정조의 아이콘

라라먼둣: 담배 피는 정조의 아이콘 오래 전 자바섬 북쪽 해안, 정확히는 중부자바 빠띠(Pati) 지역의 떨룩찌깔(Teluk Cikal)이란 어촌은 아디빠티 쁘라골로 2세(Adipati Pragolo II)가 다스리던 곳으로 마타람 술탄국의 영토였습니다. 때는 바야흐로 마타람의 세 번째 군주 술탄 아궁(Sultan Agung)의 시대. 아디빠티 쁘라골로 2세는 마타람 시조 스노빠티의 증손자 뻘이었지만 선대의 복잡한 권력투쟁의 역사 속에서 마타람 왕실과는 대체로 척을 지고 있었습니다. 떨룩찌깔 마을에는 라라먼둣이라는 여인이 살았습니다. 그녀는 마치 그림 속에서 방금 튀어나온 것 같은 아름다운 외모뿐 아니라 올곧고 강단있는 성품으로 이웃들의 사랑과 감탄의 대상이었습니다. 그녀의 아름다운 자태를 보려고 많은 ..

라라먼둣: 정조의 아이콘과 담배장사

라라먼둣: 정조의 아이콘을 담배장사로 묘사한 이유 오래 전 자바섬 북쪽 해안, 정확히는 중부자바 빠띠(Pati) 지역에 떨룩찌깔(Teluk Cikal)이라는 어촌은 아디빠티 쁘라골로 2세(Adipati Pragolo II)가 다스리던 곳으로 마타람 술탄국의 영토였습니다. 때는 바야흐로 마타람의 세 번쨰 군주 술탄 아궁(Sultan Agung)의 시대. 아디빠티 쁘라골로 2세는 마타람의 시조 스노빠티의 증손자 뻘이었지만 마타람 왕실과는 선대의 복잡한 권력투쟁의 역사로 인해 대체로 척을 지고 있었습니다. 떨룩찌깔 마을에는 라라먼둣이라는 여인이 살았습니다. 그녀는 마침 그림 속에서 방금 튀어나온 것 같은 아름다운 외모뿐 아니라 올곧고 강단있는 성품으로 좋은 평판을 받고 있었습니다. 그녀의 소문난 아름다움에 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