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와 소설 사이, 그 어디쯤

애당초 내 인생에 뭔가 쉽고 만만한 게 있을 리 없었다.

한국인으로 살아가기

꽃뱀 2

인도네시안 드림 (13)

ep13. 꽃뱀 어느 날 오랜 만에 골프백을 차에 싣고 가딩마스 골프연습장에 갔습니다. 그곳은 양프로의 직장입니다. 그동안 바쁘기도 했고 양프로를 만나기도 껄끄러운 느낌 때문에 멀리 했던 곳이었죠. 그러나 사업이 풀려 가면서 양프로에게 맺혀 있던 감정도 서서히 풀려가고 있었습니다. 그의 피를 빨아 먹은 자카르타의 사기꾼들 중 나도 그 중 한 명으로 생각하냐는 질문에 그는 ‘지금은 뭐라고 대답할 수 없네요’ 라며 가시 돋친 대답을 했었죠. 그러나 이젠 그것도 감싸 안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양프로를 다시 만날 준비가 되었다고 성급하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양프로는 요즘 연습장 안 나와요. 수라바야에 간다고 했는데…, 그리고 나서 안나온 지 몇 달 됐어요.” 연습장 카운터 여직원이 하는 말에 최..

인도네시안 드림 (12)

ep12. 사랑은 변하는 것 그 즈음 소희엄마도 처음 만났을 때에 비해 많이 변해 있었습니다. 최사장을 따라 인도네시아에 와서 40번째 생일을 지낸 소희엄마는 여전히 어리고 건강해 보였지만 예전의 활기는 거의 사라져 있었습니다. 그 대신 아이들은 자카르타에 처음 올 당시 깜짝 놀랄 정도로 산만하고 불안정하던 모습이 많이 없어졌습니다. 그러나 8년간 떨어져 지내던 엄마와 다시 함께 사는 것은 쉽지만은 않아 많은 진통이 따랐는데 그 중 하나는 의사소통의 문제였같습니다. 막내아들은 지극히 소극적이고 어느 정도 자폐적이라 느낄 정도였던 것에 반해 큰 딸 소희는 무척 덤벙거렸습니다. 그래서 집과 학교에서 크고 작은 문제가 끊이지 않았고 급기야 일주일에 몇 차례씩 아이들 몸에 시퍼런 멍이 들 정도로 잦은 구타가 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