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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방문

아라테 여성합창단 발표회 - La Stella

beautician 2017. 9. 24. 13:07



2017년 9월 23일 토요일 kartanegara 거리의 Resonanz Music Studio 에서 오후 5시부터 시작된 아라테 여성 합창단의 발표회.


자세히 잘 둘러보면 자카르타 한인사회에도 교회나 한인회에서 하는 취미강좌나 인니어교습 같은 것 외에도 다양한 문화행사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물론 취향의 문제이니 그런 행사가 있든 없든 아무 상관없는 사람들도 있을 겁니다. 따만미니 민속촌이나 안쫄 해양공원을 보여주는 것 대신 가똣 수브로또의 사뜨리아 만달라 전쟁박물관이나 루방부아야 공산당 쿠데타 박물관 같은 곳을 데려가면 실망을 넘어 불쾌함을 감추지 않는 한국 출장자들도 있었는데 그렇지 않은 한국인들도 사실은 자카르타에 많이 살고 있는 겁니다.


이 합창단이 있다는 얘기는 전부터 들었지만 실제로 본 것은 올해 4월 한국문화원에서 있었던 문인협회 적도문학상 시상식과 그 얼마 후에 있었던 롯데쇼핑 애비뉴에서의 문예총 전시회였습니다. 그래서 아무도 초청해 주지 않았지만 큰 기대를 가지고 일찌감치 행사장에 갔더랍니다.  벌써 수백 번은 지나다닌 까르타느가라 거리에 그런 장소가 있는지 예전엔 미처 몰랐습니다.



자세히 보니 과연 음악관련 조형물이 건물 외부에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이곳이 RESONANZ MUSIC STUDIO

공연장으로는 이런 계단을 올라가야 했고요.


 2층엔 이런 무대와 아름다운 사회자가 손님들을 맞았습니다.


 국악연주팀 디딤은 한국에서 왔다고 하더군요. 가요나 팝음악을 전통악기로 연주하는 것도 독특했지만 역시 아리랑 연주가 가장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내가 나이 들었다는 증거일까요?  음악도 그랬지만 연주자들이 입은 한복도 특별히 아름다웠습니다.

 만화영화 주제가 메들리. 뒤의 자막엔 일본어로 '끼꼬에루까시라' 번역하자면 '들리긴 할까'라 적혀있는데 그림으로 보아 빨강머리 앤의 주제가인 것 같습니다.

 피아노 4중주 팀. 정작 피아노 연주자를 찍지 못했습니다.

 아라테 합창단의 두 번째 세션. 유니폼을 보고 저게 무슨 디자인일까 생각하다가 무릎을 쳤습니다.

 사회자의 낭랑한 목소리와 침착한 진행이 돋보였습니다.

 그리고 아버지 앙상블의 공연. 

 

 세 번째 세션에 플룻 연주자가 가세하고 

 

 앵콜 곡엔 장고가 동원되었습니다.


이날 공연은 아라테 합창단의 3개 세션은 물론 국악팀 디딤, 피아노 4중주팀, 아버지 앙상블 남성중창단, 플룻과 장고의 찬조공연이 어루러졌는데 아마추어의 경계에서 프로의 수준을 넘나들며 참가자들의 열정과 기량, 그간의 많은 연습량이 충분히 느껴지는 무대였습니다.

 

같은 날 자카르타의 다른 지역에서 자카르타 416 촛불행동의 '공범자들' 상영(끄망), 한인회 주최 한복패션쇼(롯데쇼핑 애비뉴. 사트리아 거리) 등 다른 문화행사들도 동시에 열리고 있어서 관객들이 분산되었을 것이고 홍보도 그다지 잘 되지 않은 것이 아쉽지만 오랜만에 음악과 연주에 푹 빠지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사족이지만  아라테의 두 번째 세션 유니폼은 어딜 봐도 감색 한복 치마에 핑크색 발레복 상의를 모티브로 삼은 게 분명해 보였습니다. 물론 나 혼자 몰래 한 생각이었습니다. 쿨럭.

 

 

2017. 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