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와 소설 사이, 그 어디쯤

애당초 내 인생에 뭔가 쉽고 만만한 게 있을 리 없었다.

한국인으로 살아가기

행사·방문

제1회 적도문학상 시상식

beautician 2017. 4. 30. 01:10

1회 적도문학상 시상식 후기

 

 

어떤 사람들에게는 매번 보는 비슷비슷한 두 시간짜리 교민행사였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또 어떤 이들에게 2017 4 27일 오후 3시 한국문화원에서 열린 제 1회 적도문학상 시상식은 미래를 향해 나가던 도중 만나게 된 한 갈랫길에서 중대한 결심을 하는 인생의 변곡점이 되었을 지도 모릅니다.

 

한국문인협회 인도네시아 지부(회장 서미숙)와 한인포스트(대표 정선)가 공동 주관한 이번 제 1회 적도문학상은 주인도네시아 한국대사관, 주아세안대표부, 재인도네시아 한인회, 재인도네시아 상공회의소, 삼성 인도네시아법인, 자카르타 학국국제학교의 후원을 받아 개최되었고 이를 축하하기 위해 문효치 한국문인협회 이사장(시인), 이광복 부이사장(소설가), 지연희 수필가협회 이사장 등 교과서에서나 볼 수 있을 한국문단의 대표들께서 멀리 본국으로부터 왕림해 축사와 강연으로 자리를 빛내 주었습니다.

 

인도네시아의 한인들은 물론, 현지인, 동남아 교민들로부터의 작품응모 열기가 3월 한 달을 뜨겁게 달구었고 문협 인도네시아 지부의 예심을 거쳐 한국본부의 본심에 올라간 작품들 중 수필 그 섬에서 온 편지로 대상과 상금 USD1,000을 수상한 신정근씨를 비롯해 성인부와 학생부는 물론 현지인 3명까지를 포함한 총 22명의 신예들이 수상의 영광을 안았습니다. 적도의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녹록하지만은 않은 사회경제적 상황 속에 생활하는 교민들의 마음 속 저 깊은 곳에 문학에 대한 열정이 시뻘건 용암처럼 열기를 내뿜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하는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부득이 평일 개최된 시상식을 위해 어떤 이들은 몸담은 회사에 어렵게 양해를 구해야만 했고 또 어떤 이들은 마카사르와 족자에서 자카르타까지의 먼 길 발품을 마다하지 않았으며 또 어떤 학생은 오래 전 예정된 여행을 취소하면서까지 참석해 주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쿠알라룸프르에서 날아와 준 레스토랑 매니저 김두형씨가 이 장려상은 내게 대상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라고 하던 말이 아직도 귓가에 생생합니다.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시상식에 모인 수상자들 한 명 한 명이 이날 행사의 진정한 주인공들이었고 우리 모두는 그들의 수상소감에 전율하고 감동하며 그들의 웃음에 더없이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인도네시아 교민들에게 한국문단 정식등단의 길을 열어준 이번 제 1회 적도문학상은 교민들의 한글 문학에 대한 관심과 열정을 한층 높였다는 점에서 응분의 평가를 받아야 마땅하며 한편 한국어학과 인도네시아 학생들의 보다 적극적인 참여와 한글사랑을 이끌어낸 중대한 사건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에 수상한 족자 가자마다 대학 5학년생 자누아리 아닌디야 피트리, 우나스대 교수지망생 피트리 메우티아, 역시 우나스대 한국어학과의 알디 수크마 아지, 이 세 명은 앞날이 촉망되는 재원이자 훗날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문학교류 확대에 기여할 중요한 자산이 될 것입니다.

 

2002년에 설립되어 2013년 한국문인협회의 여섯 번째 해외지부로 정식 인가를 받은 인도네시아지부는 이번 성과로 만족하지 않고, 역대 회장들과 회원들이 그동안 다져놓은 토양 위에서 현 서미숙 회장을 중심으로 인도네시아 한인문학의 지평을 더욱 넓히기 위해 정진할 것입니다. 그런 맥락에서 내년에 있을 제 2회 적도문학상이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