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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인도네시아의 뻴렛주술

beautician 2017. 4. 13. 10:00

뻴렛주술 (ILMU PELET)


 


1. 들어가는 말

 

전쟁을 통하지 않고 서서히 인도네시아에 유입된 이슬람은 현지 기존의 종교, 문화와 융합해 갔는데 인도네시아 토착무속 역시 이 과정에서 이슬람 문화의 수면 밑으로 가라앉아 여전히 인도네시아 현대문화의 일정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외국인이 인도네시아의 무속을 판단하는 것이 가당치 않기도 하고 워낙 광범위한 분야이지만 일단 다음 네 가지 정도로 크게 분류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1) 산뗏 저주술(Santet)상대방을 죽이거나 병들게 하거나 나쁜 운이 깃들도록 하는 저주 주술.

 

(2) 재물주술(Pesugihan)자신이나 자손들이 부자가 되도록 만드는 주술. 대개 즉각적 일확천금을 추구합니다. 이 주술의 대가는 의외로 가혹해 대개 자신이나 가족, 친인척들의 생명을 담보로 합니다. 깐젱라투키둘, 니블로롱, 겐더루워, 순델볼롱, 꾼띨아낙, 뽀쫑 같은 유명한 귀신, 정령들과의 계약을 통해 생전에 큰 돈을 손에 넣고 죽은 후 그들의 권속이 되어 영원히 복무하는가 하면 부토이조(Buto Ijo), 뚜율(Tuyul), 바비응예뻿(Babi Ngepet) 등의 요물들과 계약해 조화를 부리며 이웃이나 후손들의 재물을 훔쳐오기도 합니다.

 

(3) 금강불괴 신체술(Ilmu Kebal)끄리스 단검이나 반지 형태의 지맛(Jimat)이라 부르는 부적을 사용하거나 두꾼의 주술을 통해 도검불침의 금강불괴 신체를 실현하는 것을 일무끄발이라 합니다. 과거 인도네시아의 영웅들 대부분은 화력이 월등한 네덜란드군에 맞서 일무끄발을 방탄조끼처럼 사용했고 일제시대나 독립전쟁 당시의 현대사에서도 유사한 사례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네덜란드에 저항했던 마룬다 출신 시삐뚱(Si Putting)의 기사, 께말이드리스 장군의 공산당 토벌전 당시 일화. 군사훈련에 일무끄발 도입방침을 밝히던 물도꼬 전군사령관의 2014년 Kaskus 통신 기사 등.

 

(4) 사랑을 강제하는 뻴렛주술(Ilmu Pelet)기본적으로 나를 사랑하지 않거나 심지어 미워하고 혐오하는 사람이 나와 격렬한 사랑에 빠지도록 만드는 주술입니다. 단지 사랑하는 정도가 아니라 그 강제적인 사랑을 매개로 상대방을 꼭두각시처럼 움직여 그 지위와 재산, 가족, 심지어 자신의 기존 배우자까지 버리거나 바치도록 만들 수도 있습니다. 뻴렛주술의식은 일련의 금식을 하며 주문을 외우는 게 전부인 경우가 많아 거부감이 적지만 그 결과는 충분히 파괴적입니다. 물론 누구나 납득 가능한 뻴렛주술의 일종으로서 조직내 상사나 고객들의 총애나 호의를 얻기 위해 악세서리나 화장품에 주술을 걸어 그걸 사용해 천하일색으로 보이거나 더욱 호감 가는 외모로 레벨업 하는 방식도 있고, 그래서 오히려  성형수술하듯 수숙(Susuk)이라 부르는 주술이 담긴 보석을 몸 속에 심어 획기적인 미모 향상을 꾀하는 것도 유명한 뻴렛주술의 시술법입니다.

 

이들 주술의 공통점은 자연의 순리를 거슬러 개인의 특정 욕망을 달성하려는 한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누구나 가지고 있는 이 욕망을 기반으로 빤짜실라와 이슬람의 기치가 휘날리는 인도네시아 사회의 수면 밑엔 거대한 주술시장이 형성되어 있고 뻴렛주술은 높은 수요에 비해 그 음습함과 파괴력이 다른 주술들에 비해 좀 덜한 편이어서 별다른 저항감 없이 가장 많이 거래되는 주술입니다. 많은 두꾼들이 이걸로 먹고 삽니다.


인도네시아에 오래 살아도 생경하기만 한 현지 주술. 오늘 오랜만에 조금 더 깊이 들어가 보기로 합니다.



 


 

2. 뻴렛주술의 정의

 

뼬렛이란 기본적으로 상대방의 호감을 이끌어 내려는 시도입니다. 하지만 납득 가능한 선을 넘어 주술을 통해 이를 시전하여 초자연적인 방법으로 상대방의 무의식에 영향을 가해 이를 시전한 사람과 사랑에 빠지도록 하는 것이 뼬렛주술입니다.  요컨대 상대방에게 사랑의 감정을 강제로 심는 것이죠. 방법론적으로는 큐피드의 화살 같은 것이지만 그것은 에로스의 신이 내리는 공평무사한 판단에 따른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의지를 꺾어 버리려는 시전자의 욕망이 바탕에 깔려 있다는 차이점을 보입니다

 

3. 뻴렛주술의 종류

 

뻴렛주술은 그 종류가 수백, 수천 가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인터넷을 뒤져보면 가장 많이 쓰이는 뻴렛주술 30가지, 가장 효과적인 뻴렛주술 50가지 등 많은 방식들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여기서는 그중 가장 대표적인 다섯 가지의 뻴렛주술을 비교적 깊숙이 들여다 보겠습니다.


(1). 아지안 자란 고양(Ajian Jaran Goyang-자란고양 주술)

 


 

자란고양 주문술(아지안 자란고양 날뛰는 준마의 주술)이란 여성을 굴종시키는 흑마술로 짝사랑에 빠진 총각들이 처녀의 마음을 얻기 위해 가장 많이 사용합니다. 전승에 따르면 끼 부윳 망운 따빠라는 마법사가 이 주문을 만들었는데 그는 뛰어난 영적 능력을 이용해 많은 업적을 남긴 사람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사랑과 관련한 많은 비밀주술들을 정리해 사랑의 만트라라는 서책에 담았는데 찌레본 인근 쩌르마이 산(Gn. Ceremai)에 왕국을 가진 니니 뻴렛이 그 책을 손에 넣어 고대 자바의 왕들을 포함한 수많은 남성들을 정복했고 그들의 생명을 제물로 수백 년간 젊음과 미모를 유지하며 악명을 떨쳤습니다. 이 주술의 이름이 뻴렛주술로 정착된 것도 니니 뻴렛의 이름에서 ㅏ따온 것이라 보입니다. 주문을 만든 끼부윳 망운 따파 자신은 죽어 인드라마유에 묻혔는데 그래서 인드라마유-찌레본 지역은 지금도 강력한 뻴렛주술로 유명합니다.

 

이 자란고양 주술은 지금도 맹위를 떨치며 인도네시아 남녀간의 사랑에 깊이 간여하고 있습니다.

 

자란고양 주술의 시전방법은 이미 인터넷에 공개되어 있어 굳이 두꾼을 찾아갈 필요도 없습니다.

       7일간의 무띠그뻴 금식. 무띠그뻴 금식이란 이슬람의 금식과는 질적으로 다른 자바의 영적금식 방식의 하나입니다. 무띠 자체는 금식이라기보다는 식이요법에 가깝습니다. 부까 뿌아사 때는 음식량의 제한이 없지만 새벽 사후르 때에는 흰밥 한그릇, 맹물 한 잔만을 마시도록 제한하며 낮 동안 전면 금식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러나 때로는 부까 뿌아사 때 흰밥 세 공기까지 허용됩니다. (이러면 전혀 금식이 아니죠)

       금식기간 동안 말수를 줄이고 필요 없는 것들은 듣지도 보지도 않아야 합니다.

       금식하는 동안 자정이 되면 자란고양 주문을 11차례, 새벽엔 21차례, 해가 질 때엔 41차례를 외워야 합니다. 주문을 외우면서 마음을 얻고자 하는 상대방의 모습을 떠올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런 의식을 7일간 계속 합니다.

 

다음은 자란고양 주문(자바어)입니다.

“Niyat ingsun amatek ajiku sijaran goyang.
Tak goyang ing tengah latar, cemetiku sodo lanang
Upet upet ku lewe benang.
Tak sabetake gunung jugrug watu gempur
Tak sabetake segoro asat
Tak sabetake ombak gedhe sirep
Tak sabetake atine si [SEBUT NAMA TARGET
이 부분에 대상자의 이름을 언급합니다]
Pet sidho edan ora edan sidho gendeng ora gendeng
Ora mari mari yen ora ingsun sing nambani”.

 

위의 조건들을 모두 충족시키면 7일째 되는 날 밤 당신이 목적한 상대방이 당신을 미칠 듯 사랑하기 시작하여 당신이 무엇을 요구하든 모두 아낌없이 주게 된다고 합니다. 문제는 이 효과가 매우 강력해 자란고양 주술에 걸린 사람은 시전자의 얼굴이 꿈에도 생시에도 계속 떠올라 항상 고통스러울 정도로 그리워하며 어쩌다가 혼자 놔두면 어찌할 바를 몰라 반미치광이처럼 행동하다가 진짜로 미쳐버리기도 한다는 점입니다. 결과적으로 시전자가 자신의 욕망을 달성하기 위해 상대방의 정신을 파괴해 버리는 셈이며 그 후유증은 거의 반영구적이라 합니다.

 

(2) 뿌떠르 길링 뻴렛주술 (Ilmu Pelet Puter Giling)

 

뿌떠르 길링 뻴렛주술 역시 매우 강력한 종류로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을 돌려세우기도, 다른 사람에게 돌아가게도 하는 효과를 보입니다. 그래서 배우자가 지금 바람 피우는 대상에 대한 사랑이 식거나 심지어 미워하는 마음을 갖게 하며 집으로 돌아오게 하는 주술입니다. 참 바람직합니다.

 

하지만 그 시전 방법은 간단치 않습니다. 우선 의뢰자는 금욕의식을 시작해야 하는데 무띠금식 40, 빠띠그니 금식 밤낮 3일을 해야 하며 일곱 종류의 꽃잎, 태우는 향과 향수 등을 준비해야 합니다. 한편 빠띠그니 금식이란 철저히 곡기를 끊고 절대로 금식을 하는 방을 나서지 않으며 밤에도 방안엔 어떠한 불빛도 켜지 않는 규칙도 철저히 지켜야 하는 금식방법입니다. 이런 금욕적 규칙을 지키지 못해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중간에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 하지만 모든 조건을 충족시키면 가공할 위력을 발휘하는 뿌떠르길링 뻴렛주술을 손에 넣게 됩니다.

 

이 주술은 대상자의 사진이 보며 주문을 외우고, 주술을 건 소금을 대상자의 집 주변에 뿌리거나 음식에 섞어 먹도록 하는 방식으로 그 효과를 증폭시킨다고 합니다.

 

 

(3) 깐띨 뼬렛주술 (Ilmu Pelet Kantil)

 

깐띨 뻴렛주술은 사랑의 끈을 더욱 바짝 조여 가정의 화목을 지킵니다. 잠자리에 들기 전 주문을 300번 외우고 3일간 무띠금식을 하는 것이므로 금식조건이 크게 어렵지도 않고 누구나 17세 이상이면 이 주술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깐띨 뻴렛주술은 깐띨 꽃잎을 대상자 침대 밑에 놔두고 목소리를 들려주거나 손을 잡는 것으로 효능을 발현시킬 수 있습니다.

 

(4) 스마르 므셈 뻴렛주술 (Ilmu Pelet Semar Mesem)

 

스마르 므셈 뻴렛주술은 자바섬에서 가장 오래된 고대의 주술로 미소 하나로 상대방을 사로잡는 강력한 주술입니다. 이 주술은 스마르라는 인물이 사용한 전설적인 주술입니다. 이슬람이나 불교, 힌두교가 자바섬에 들어오기 전부터 존재했던 반신반인 스마르는 지혜롭고 친절하며 예의 바르고 항상 미소를 짓는 조언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의 미소를 한 번 본 사람은 화가 잔뜩 난 상태라 해도 곧바로 분이 풀리고 양보할 마음이 들게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주술이 스마르 므셈(미소의 스마르) 뻴렛주술이라 불리는 이유입니다. 이 주술이 일단 발동되면 한번 미소를 지어 주거나 목소리를 들려주는 것만으로 상대방의 반응을 끌어낼 수 있으므로 정치가나 관리, 연예인 등 공인들이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주술은 상대방을 속박할 뿐 아니라 시전자와의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그래서 시전자가 카리즈마 넘치고 더욱 현명하며 존경스럽고 매력적으로 보이게 해 상대방으로서는 그 주변에 있으면 마음이 평안하고 행복해지는 느낌을 갖게 하는 것이죠. 물론 이 주술 역시 다른 뼬렛주술들과 마찬가지로 목적한 상대방에게 정신적 장애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효과가 매우 자연스럽게 일어나 상대방은 자신이 뻴렛주술의 타깃이 되었다는 자각이 없이 헌신적인 사랑과 존경을 바치게 됩니다.

 


 

이 주술을 위해 7일간의 무띠금식과 하루의 빠띠그니금식을 행하면서 매일 밤 300번씩 주문을 외워야 합니다. 금지행동은 특별히 없습니다. 이 모든 조건들을 충족시키면 이 뼬렛주술은 비로소 발현됩니다.

 

외워야 할 주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Bismillah, Nyebut asmane Gusti Kang Maha Kinasih
Ingsung amatek ajiku si Semar Mesem
Mut-mutan ku Inten
Cahyaning Manjing Pilinganku kiwa tengen
Sing Nyawang kegiwang
Apa maneh yen sing nyawang kang tumancep
Kumantil ing telinging sanubariku
Ya iku si  jabang bayine……….(
여기 상대방의 이름을 넣습니다)
Wis temtu teka welas asih maring badan sliraku………………(
여기 당신 이름을 넣습니다)
Saking kersane Gusti Allah Maha Agung

 

다 끝난 게 아닙니다. 이런 후 목적한 상대방에게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앞서의 주문을 모래나 소금을 앞에 두고 300회 왼 다음 모래는 목표 상대방 집 근처에 뿌려 상대방이 자기도 모르게 밟고 다니게 하고 소금은 상대방이 먹을 요리에 넣도록 해야 합니다.

 

그런데 만약 아직 목표 상대방을 정하지 못했다면 집을 나설 때마다 이 주문을 7회 외는데 깔끔하고 향기롭게 외모를 꾸미는 것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그런 다음 상대방을 찾아나서야 합니다.

 

이 주술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이 뻴렛주술은 귀신이나 정령을 통하지 않으므로 백마술에 속한다 - 상대방을 상하게 하는 마술이 백마술이라는 건 사실 납득하기 어렵습니다만.

2.      경험자의 도움을 받아야만 완벽한 주술을 행할 수 있다.

3.      주술 성립을 위해 시전자와 상대방이 반드시 직접 만나야 한다.

4.      금식의 성공적 수행이 주술 발현의 동력이 된다.

5.      이 주술의 무효화는 거의 불가능하다.

 

(5) 아스마라가마 뻴렛주술 (Ilmu Pelet Asmaragama) - 19금. 애들은 가라^^

 

 

이 아스마라가마 뻴레주술은 고대의 주술로 왕가의 공주들에게만 전수되어 왕자들을 홀리는 데에 사용되었습니다. 이 주술로 가장 유명한 끈데데스 공주는 강력한 흡인력이 있어 많은 남자들의 추앙을 받았는데 그녀의 아우라는 얼굴에서만이 아니라 성기에서도 밝게 발현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말에서 내리던 끈데데스 공주의 성기를 얼핏 보게 된 켄 아록이란 인물은 곧바로 공주에게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는 일화도 있습니다. 이 주술은 지금도 전수되어, 직업적, 노골적으로 남성들을 유혹하는 여성들에게 애호되고 있습니다.

 

 

4. 뻴렛주술에 걸렸는지 알아보는 감별법

 

만약에 자기 딸이 가족도 아닌 외간남자만 감싸고 돌면서 그 사람의 요구대로 집안 재산을 퍼날라 주며 급기야 부모마저 거스른다면, 그리고 그게 인도네시아에서 벌어지고 있다면 뻴렛주술에 걸린 것이 아닌가 의심해 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뻴렛은 대개의 경우 자바어로 된 주문을 입으로 외우는 식인데 권능을 담은 기도의 형식을 띠므로 원래 요사스러운 것이 아니라 본질적으로 가치중립적인 것인데 상대방에게 퇴짜를 맞고 복수심을 품은 사람들이 두꾼의 능력을 통해 상대방의 마음을 강제로 조작하려 하는 지점에서 곧잘 변질되어 악용되곤 합니다.

 

뻴렛주술의 특징들

       강력하고 강제적이다.

       그 효과가 매우 빨라 그 시전자와 대상자의 관계가 급속히 가까워진다.

       단번에 복수의 사람들을 동시에 굴복시켜 사랑의 노예로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시전자와 아무런 관계가 없는 사람에게는 뻴렛주술이 작용하지 않는다

       이렇게 상대방의 마음에 발생시킨 사랑의 감정은 그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사랑을 잃을 지도 모른다는 초조함으로 마음을 고통스럽게 타 들어가게 한다. 


뻴렛주술에 걸리면 정신이상이라 여겨질 정도의 막무가내 식 눈먼 사랑에 빠져 가족과 재산, 지위와 명성까지도 쉽게 내버리곤 합니다. 그래서 그런 상황을 틈타 재산을 가로채려는 목적으로 뻴렛주술을 악용하는 사람들도 넘쳐납니다.

 

뻴렛주술에 걸린 사람들이 보이는 특징들

       한 밤 중에 잠에서 깨어나 자신이 지금 어디 있는지 몰라 깜짝 놀란다.

       자꾸 눈앞에 어른거리는 어떤 사람의 모습에 난데 없는 욕정을 느낀다.

       마그립(저녁 6시경), 10-12, 기상할 때 특히 두통을 느낀다.

       식욕을 잃고 물 마시기도 싫다.

       말귀를 못 알아듣고 뭘 물어봐도 제대로 된 답변을 못한다.

       혼자 멍 때리길 좋아해 방안에 틀어 박힌다.

       길에선 방향을 찾지 못하고 한밤중에 몽유병처럼 벌거벗고 돌아다닌다.

       주술 시전자가 나타나면 눈에 띄게 기뻐하고 부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시전자가 요구하는 모든 것을 이유불문하고 갖다 바친다.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뻴렛주술에서 스스로를 보호하는 방법은?

인도네시아인들의 예방책이란 게 다른 사람 마음을 상하게 하지 않는 일이랍니다.(퍽이나 대단한 비법이다

즉 누군가의 사랑고백을 거절하더라도 너무 매몰차거나 모욕감을 줘서는 안 된다는 것입이죠. 이 외에도 멍 때리거나 백일몽을 자주 꾸는 등 정신상태를 느슨하게 해서는 안되고 뭔가에 열중해 늘 지각이 깨어있는 상태여야 합니다. 이렇게 경계하는 이유는 뻴렛주술에 한 번 걸리면 그 효과가 거의 영구적으로 지속되기 때문입니다.



 

 

5. 뻴렛주술 관찰 사례

 

(1) 여고생의 순결을 짓밟은 뻴렛 술사 - 머르데카 닷컴 2014 3 13일 기사

남부 수마트라 오간 일리르(Ogan Ilir)에 사는 22살 청년 아리아 페비안은 뻴렛주술을 이용해 한 여고생의 순결을 빼앗고 그 후 8차례 더 관계를 가진 후 여고생 측 가족들의 신고로 경찰에 체포되었음. 이 청년은 자기 눈썹과 콧수염에 뻴렛주술이 걸린 오일을 발라 넘기는 방식으로 여고생을 유혹했다고 하며 피해자 역시 이 남자에게 미쳐 그가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다 해주며 남자의 욕망을 충족시킴. 남자는 뻴렛주술의 사용을 인정하면서도 그 오일의 출처를 밝히지 않았고 경찰은 최면술을 썼을 것이라고 추정함.

 

(2) 인도웹 회원이 직접 겪은 뻴렛주술 사건 - 이 사례는 제보자의 개인적 부분이 포함되어 있어 지면에 공개하지 않습니다.

 

(3) 옛 동업자가 겪은 뻴렛주술 사업의 파탄과 인간관계, 가족관계의 단절.  2015년 당시 내가 접 곁에서 지켜 보았던 사건입니다.

 

(4) 보다 온건한 사용사례

일반인들을 뼬렛주술을 건 화장품이나 액세서리를 사용해 미모를 돋보이게 하고 직장상사나 동료들의 총애와 사랑을 받으려고 노력합니다. 카라오케 등 유흥업소의 여종업원들에게는 필수 무장입니다. 주로 주술이 덧씌워진 화장용 파우더, 로션, 오일, 머리핀, 목걸이, 스카프 등이 사용됩니다. 보다 영구적 효과를 담보하기 위해 수숙(Susuk)을 심기도 합니다.

 



  

6. 뻴렛주술의 위험성

 

(1) 수숙(Susuk)

수숙은 대표적인 뻴렛주술의 시술법으로 주로 젊은 여자들이 많이 사용합니다. 두꾼에게 몇백만 루피아 정도를 주고 입 언저리, 이마 등 몸 어딘가에 바늘형태의 금붙이나 다이아몬드, 진주 같은 보석의 형태를 한 수숙을 심는데 비용은 센 편이지만 그 효과가 반영구적입니다. 아무런 기구도 없이 손으로 시술하여 피부 밑에 심어 두는데 거의 표시가 나지 않아 사기일 것 같지만 엑스레이를 찍어보면 수숙이 들어있는 위치가 잡히기도 합니다. 기본적으로 미를 추구하는 여성들, 남편이나 왕의 간택을 받으려는 후처들에게 수숙이 성형수술 대용으로 쓰인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주술을 몸에 담은 사람들은 쉽게 죽지 못해 말년이 힘들다고 합니다. 어떤 사람은 90살이 넘어서도 죽을 수가 없어 결국 그에게 수숙을 심었던 두꾼을 불러 수숙을 제거하자 다음날 마침내 죽을 수 있었다고도 합니다.

 

(2) 피해야 할 뻴렛주술의 종류

 

a. 뻴렛주술을 담은 재료를 섞여서 상대방에게 먹이는 것은 가장 위험한 뼬렛주술입니다. 이를 피하기 위해선 자신과 사랑싸움을 했거나 이해관계로 다툼이 생긴 상대방을 가능한 한 피하고 모르는 사람이 주는 음식이나 음료를 함부로 받아 먹어서는 안됩니다. 앞서 소개한 뿌떠르 길링 뼬렛주술이나 스마르 므셈 뻴렛주술에서 주술은 건 소금을 상대방 음식에 넣어 먹도록 하는 것도 상대방을 주술에 강력히 옭아매는 방편입니다. 한편 친구 여러 명이 그런 음식을 왁자지껄 함께 먹으면 주술의 효력은 현저히 약해진다고 합니다.

 

b. 피해자의 입속 침을 통한 뻴렛주술은 그 효과가 파괴적입니다. 이를 피하려면 싸울 때 싸우더라도 상대방 얼굴에 침을 뱉어가며 싸워서는 안 됩니다.

 

c. 같은 맥락에서 몸에서 나온 것들, 즉 머리칼, 손톱, 팬티, 분비물(오물, , , ) 을 시전자가 태우거나 주술적 힘이 있는 특별한 함에 넣어 보관하는 방식의 뻴렛주술 역시 대단히 위험하며 가장 강력합니다. 이를 피하려면 이런 것들을 함부로 취급해서는 안됩니다. 다만 미용실에서 자른 머리칼 같은 것은 뼬렛에 사용되지 못한다고 하는데 시전자가 직접 뽑은 머리칼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 합니다.

 

(3) 정신적 피폐

 

뻴렛주술에 노출된 사람들의 특징은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정서적 불안, 시전자에 대한 강한 의존성, 시전자의 말도 안되는 요구를 무조건 수용하고 뒷감당을 못하는 것 등입니다. 결과적으로 피해자들은 자신이 한 일을 잘 기억하지 못하고 그러니 늘 불안해 하고 무책임해지는 것이죠. 그것이 정말 주술의 힘인지 아니면 최면술, 약물, , 암시에 의한 것인 지 확실히 말할 수는 없지만 뻴렛주술에 노출된 사람들은 주변 사람들에게 큰 민폐를 끼칠 뿐 아니라 스스로도 필연적인 정신적 피폐를 겪게 됩니다.



 

 

7. 인터넷에 넘쳐나는 뼬렛주술 정보

 

뻴렛주술은 인도네시아 전역, 특히 자바섬에서 오래 전부터 보편화되어 잡지나 신문에서 관련 광고를 쉽게 찾을 수 있고 두꾼에게 수십만 루피아에서 수백만 루피아를 지불하면 원하는 효능의 뻴렛주술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뻴렛주술과 관련한 다양한 인터넷 모임이 있고 어떤 이는 호기심으로, 어떤 이는 자신을 차버린 상대방에 대한 복수심에서 이 주술을 배우려 합니다. 예전엔 산속 두꾼을 찾아가야 배울 수 있었지만 오늘날엔 관련 웹사이트들이 성업 중이고 경험담과 후기는 물론 일부 뻴렛주술의 구체적인 시전방법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가장 일반적이고 비교적 무해한 것은 회사의 상사에게 총애 받거나 고객들로부터 사랑 받으려는 용도의 뻴렛주술입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시전자의 욕망에 따라 상대방을 유혹하려는 용도인데 그 과정에서 상대방을 학대하고 소진시키는 부정적 결과가 종종 발생합니다. 전자의 경우엔 대개 금식, 추모 등 이슬람 종교관에 기초한 행위와 주문, 코란의 구절을 암송하는 등 건전한 방식이 사용되지만 후자의 경우엔 고대 자바의 다신교시대 주술을 기반으로 한 보다 음습한 뻴렛 주문들이 사용됩니다.

 

웹사이트에서 가장 쉽게 배우게 되는 뻴렛주술은 자란고양 뻴렛주술로 조미료를 쓰지 않은 흰색 음식만을 먹는 무띠금식, 흰밥과 맨물 만 먹는 금식(이것도 금식이라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을 통해 발현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금식 없이 주문만 외워 당장 주술을 발현시키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시전자가 주술 발현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그 주술은 시전자 자신을 공격해 시전자가 미쳐버리기도 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거액의 복채를 요구하는 산뗏 저주술을 비롯한 다른 주술들과는 달리 뻴렛주술은 이처럼 인터넷을 통해 그 구체적인 의식방법과 지침들이 아무런 규제 없이 유통되며 조심성 없이 소진되고 있습니다. 서구사회의 위자(Ouija), 일본의 콧쿠리상, 한국의 분신사마, 인도네시아의 즐랑쿵 같은 초혼술이 놀이처럼 유통되며 부작용을 낳는 것처럼 뻴렛주술 역시 호기심과 욕망을 매개로 이 사회의 수면 밑에서 소리 없이 더욱 번져나가고 있고 처리절차 복잡한 한약을 건강원에서 알아서 처리해 먹기 간편한 포장으로 파는 것처럼 주술효과를 담은 화장품과 악세서리들을 뻴렛 두꾼들로부터 온-오프라인에서 간단히 구매할 수 있는 세상이 되어 있습니다.

 

한편 이슬람에서는 기본적으로 이런 뻴렛주술을 알꾸란의 가르침을 거스르는 이교도적 마법이자 배교행위라고 간주하여 배척하지만 이 주술의 소비자들 대부분이 무슬림인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8. 맺음말

 

뻴렛주술은 다른 주술들과 마찬가지로 뺏으려는 목적을 가진 주술입니다. 뻴렛주술이 오늘날도 인도네시아 사회에서 성행하며 사랑과 호의를 그렇게 강제적으로라도 얻으려 하는 것은 사랑과 호의라는 것이 그토록 중요하며 동시에 그토록 얻기 힘든 것임을 반증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것이 선의이든 악의이든 뻴렛주술에 의존하는 사람들의 그 마음을 충분히 이해되면서도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주술타깃이 된 상대방의 정신적 피폐를 도외시하는 무책임 역시 살짝 엿볼 수 있습니다. 주술의 효과가 있고 없음을 차치하고 뻴렛주술은 정신건강상 건전치 못하고 사뭇 부도덕한 것이라 하겠습니다.

 

우리와는 아무 상관도 없을 것 같은 현지 무속과 주술은 사실 얼마든지 우리 가까이에 다가와 있는지도 모릅니다. 처우에 불평을 터뜨리다가 한밤중에 도망간 뻠반뚜가 자기 방에 그려놓은 이상한 그림들과 도형들은 아무 의미도 없는 걸까요? 노사분규를 겪고 있는 사업장에서 사장이나 관리자들에게는 아무도 저주술을 시전하지 않았을까요? 오더 캔슬 당한 저 업체 사장이 밤새 찌레본이나 수카부미에 달려가 용한 두꾼 통해서 내 헝겁인형에 바늘이라도 꼽고 있진 않을까요? 탕비실에서 내오는 내 커피에 직원들이 주술적 장난을 치지 않았으리라 장담할 수 있을까요? 부인을 셋이나 거느렸다고 자랑하는 내 운전사는 능력이 뛰어난 걸까요? 주술에 공을 들인 걸까요? 오늘 예쁘게 차려 입고 나온 우리 사무실 여직원도 사실은 사장님 호감을 얻기 위해 뻴렛주술이 걸린 브로치로 질밥(히잡)을 고정하고 그런 립스틱으로 입술을 발랐을지 모릅니다.

 

인도네시아의 이슬람 종교를 연구하는 것만큼이나 현지 무속을 공부하는 것 역시 인도네시아 사회와 문화를 깊이 이해하는 한 방편이라 보입니다.

 


2017. 4.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