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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풍스러운 자카르타 시내 식당 - Tugu Kunstkering Pleis

beautician 2016. 12. 29. 11:00


2016년 12월 28일 정오에 약속대로 멘뗑 지역에 있는 Kunstkring Pleis라는 고급 인도네시아 식당을 찾아갔습니다.

식당의 이름은 네덜란드어로 대략 Art Palace 정도의 의미인 듯 했는데 설명에 따르면 150년 전 네덜란드 식민지 시대에 지어져 1층은 살롱으로, 2층은 에술품 전시장으로 사용되었다고 하며 근세기에 들어 고호, 고갱, 피카소 등이 2층에서 전시회를 가졌다고 하더군요. 그러다가 이민국이 들어서 오랜 기간 관공서 역할을 했고 그런 후 부다바(Buddha Bar) 즉 고풍스러운 불상들을 전시해 놓은 술집으로 바뀌었다가 다시 현재의 고급 인도네시아 전통식당으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여기서 외대 인니어과 명예교수 양승윤 교수님, 한인니 문화교류협회 회장 경 문예총 회장 사공경 선생님, 헤리티지 코리아섹션 이수진 회장님 등과 점심식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감히 내가 끼기엔 교민사회에서 문화계 상층부에 계신 분들의 모임이었는데 그나마 재외동포문학상 소설대상 출신이라는 계급장으로 격을 맞춘 것으로 받아들여 주었습니다.


식사 내내 인도네시아 문화와 한인니 양국간의 미래에 대한 양교수님의 높은 식견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많은 부분이 얼마 전 헤리티지 도서관에서 들은 강연과 겹쳤지만 나름대로 인도네시아 문화에 대해 식견이 있노라 자랑하면서도 조금만 얘기해면 금방 밑천이 드러나는 일반인들과는 달리 도도히 흐르는 장강의 어느 한 쪽 물을 한 바가지 길어 오더라도 그 부분에 대한 역사와 배경을 얼마든지 설명해 줄 수 있을 것만 같은 양교수님의 높은 학식과 깊은 통찰이 무척이나 인상 깊었습니다. 


인도네시아 문화에 대한 한 측면에 대해 보다 심도 있게 연구해 보고, 현지 대학에 수강해 학위도 도전해 보라고 격려하시며 관련 문화활동을 하려 한다면 필요한 정보나 인력지원도 가능케 하겠다는 말씀에 무척이나 격려를 받았습니다.


식사가 마친 후 사공경 선생님이 이 식당에 대해 설명해 주신 역사적 배경과 소장품들에 대한 이야기 역시 무척 유익한 것들이었습니다.

남들은 미리미리 신청해 한 팀 귀퉁이를 따라가며 설명을 듣는 게 고작일텐데 교민사회 현지문화탐방 활동의 선구자인 사공경 선생님의 안내와 이수진 회장님의 설명, 그리고 양교수님의 촌평과 추가적인 설명을 들으면서 내가 오늘 무척이나 문화적으로 호강을 누린다고 생각했습니다.

분명 이런 경험은 다시는 하지 못할 것이니 말입니다.


이 그림은 인도네시아의 거의 첫 번째라 여겨지는 화가 라덴 살레(Raden Saleh)가 '체포되는 데포네고로 왕자의 모습을 그린 것이라 합니다. 


디포네고로 왕자에게 죽이 담긴 사발을 올리는 사람은 이 식당의 주인입니다. 허리에 두른 띠에 Anwar라는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물론 그는 당시 역사에 등장하는 사람이 아니라 만약 이 식당의 당시 주인이 그 자리에 있었다면 분명 디포네고로 왕자에게 어떤 식으로든 경의를 표했을 거라는 의미로 그림 속데 등장했다는 설명입니다.





왼쪽부터 이수진 헤리티지 코리아섹션 회장님, 양승윤 교수님, 사공경 문예총 회장님




당시 네덜란드 국왕 빌헬름 몇세의 초상



왼쪽 칸막이에 그려진 사람은 하멩꾸부워노 6세라는데 당시 네덜란드와 협력했던 배신자라고 식당 직원이 설명해 주었습니다.

가운데에 서서 설명하는 식당직원. 이 식당에 근무하려면 큐레이터의 업무를 겸직해야 하는 모양입니다.

Max Havalaar라는 책을 쓴 Mutatuli라는 예명의 네덜란드 작가 초상 앞에 선 양교수님. 

Max Havalaar는 식민지 정부의 폭정을 거기서 일하던 관료가 내부 고발자로서 폭로하는 내용이지만 위트와 풍자가 넘쳐 네덜란드에서 근세기 최고의 작품으로 여겨지는 책이라고 합니다. 


수지웡 이라는 이 영화는 윌리엄 홀덴과 낸시 팡이 주연한 인도네시아 화교의 이야기입니다. 


Kunstkring Pleis 메인홀














수까르노가 사랑했다는 솔로 공주과 관련된 수까르노의 유품






바람둥이 수까르노 앞에 선 사공경 선생님



어딘가 추워보이는 동상



니블로롱은 아니랍니다. 저건 아마 유렵의 어떤 신화에서 따온 장면인 듯.



식민지 시절 역대 네덜란드 총독들의 리스트


아마도 줄리아나 여왕


저 비어있는 액자는 뒤에서 빛을 비추면 그림이 보인답니다.

이 식당이 보유하고 있는 화교문화의 흔적

2층 전시실



여기엔 별도의 바도 있고


헐리웃 오스카상 관련 행사가 있었는지 관련 구조물들과 포스터, 사진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수까르노 시대의 빠사르 바루 모습







식당 정원






식당 입구 로비



문화에 대해 비슷한 생각을가진 사람들끼리 만나는 것은 참 즐거운 일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2016. 12.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