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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치]제7회 인도네시아 이야기 인터넷문학상 시상식

beautician 2016. 11. 20. 17:48



2016년 11월 19일, 토요일. 

Pendopo Kemang이라는 곳에서 제7회 인도네시아 이야기 인터넷문학상 시상식이 열렸습니다.

가볼까 생각하고 있었지만 어쩌다 신청시기를 놓치고 말았는데 다행히 당일 상기시켜 주신 분이 있어 기꺼운 마음으로 방문했습니다.


Kemang 중앙로 끝에서 좌회전하면 오른쪽에 Grace Salon이라는 유명한 미용실이 있습니다. 그간 그 미용실을 수십 번 방문했었는데 그 바로 앞에 Pendopo Kemang이라는 인상적인 문화공간이 있을 줄을 꿈에도 몰랐습니다. 평소에는 결혼식 피로연 같은 게 열리는 곳이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물론 그러기엔 주차 가능한 차량이 최대 40대 안팍 정도밖에 되지 않아 좀 작아 보였지만요.





인도네시아 이야기 인터넷문학상은 올해로 7회차를 맞는데 주최단체는 한인회 소속 한,인니 문화연구원입니다.





이 시상식 행사가 Cirebon Kraton Art Festival 이라는 것과 함께 열리게 된 배경은 잘 알 수 없습니다. 찌레본 술탄이 참석한 이 행사에 많은 여러가지 문화공연이 이루어져 매우 인상적이었는데 Art Festival을 보러 온 현지인들에겐 한국인들의 문학상 시상식이 좀 이상하게 비쳤을지도 모릅니다. 물론 주최측에서 어련히 잘 알아서 조율하셨겠죠.


수상자들의 면면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한국학교는 물론 자카르타 소재 타 국제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을 비롯해 주부, 단국대 문창과 학생, 봉사활동을 마치고 귀국하는 KOICA 자원봉사자, 현지법인 직원 등 자카르타 교민사회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대표한다고 볼 수 있는 사람들이 나름대로의 경험과 감성, 문학성을 바탕으로 수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들 중 일반부 특별상에 주최측인 한인니 문화연구원 부회장이 이름을 올린 사실은 조금 프로페셔널하지 못하게 느껴진 것도 사실입니다. 문화연구원 자체에서 심사를 주도하면서 주최측 부회장을 수상자로 뽑았으니 말입니다. 물론 그렇게 한 나름대로의 사연이 있겠지만 아무튼 제3자 눈에는 그렇게 비쳤습니다.


그렇다고 그 분의 수상작이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건 아닙니다. 시상식 초반에 한인니 문화연구원 멤버들을 소개하던 부회장님 또랑또랑한 목소리와 설명이 인상적이었는데 인쇄물에 실린 그분의 시 역시 감동적으로 읽었습니다. 특히 멩버들 개개인을 소개하면서 그들이 입은 바띡 문양을 함께 소개하는 독특한 방식이 신선했습니다.



마이크 등 최미리 부회장 왼쪽분이 문화연구원장 사공경씨입니다. 저분 이름을 들은 건 굉장히 오래 전이었고 예전에 문화탐방을 시작하면서 한인사회에 인도네시아 문화를 소개하는 데에 크게 기여한 인물이라 알고 있습니다. 지난 십 수년 간 늘 개인적으로 궁금해 했던 것은 저분 이름이 사 공경일까 아니면 사공 경일까 하는 거였는데 이번에도 물을 기회를 놓쳤습니다.

한인니 문화연구원 사람들. 현지문화와 언어에 특별한 능력과 지식을 가진 사람들이란 인상을 받았습니다.



물론 모든 작품들에서 공감을 느낀 것은 아닙니다. 특히 빠랑뜨리띠스의 니로로키둘(Ny Rorokidul)에 대한 부분이 그랬습니다. 그녀는 족자의 남해안에서 녹색옷을 입은 사람들을 잡아가는 물귀신으로만 이해해서는 안되고 자바섬 남쪽바다와 해안의 모든 마물들을 지배하는 존재로서 옛날 권능왕 스노빠티(Penembahan Senopati)에게 현신해 마타람 왕국이 건설을 도왔고 마타람 역대 제왕들의 영적 아내이자 자바의 수호신으로서 토착신앙의 가장 중요한 대상이었다는 부분을 간과하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이로 인해 '그해 해무'라는 시는 전반적으로 난해하게 읽혔습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소통을 하기 위함인데 애매한 은유와 암호로 점철된 시가 과연 좋은 시인가 생각해 보는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이 행사에 참여하면서 장내 객석관리가 미흡한 점이 있었지만  한인니 문화연구원이라는 단체와 그 리더가 매우 용의주도하고 능력있다는 사실을 여러 부분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피부에 와닿는 예는 모든 참석자들을 위한 저녁식사와 간식이 준비되어 있었다는 점입니다. 대개의 경우 저녁식사가 포함된 모임은 참가비를 받기 마련이죠. 그러나 참가비 없이 저녁식사가 포함된 모임을 한국인-인도네시아인이 함께 참여하는 행사를 준비했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스폰서들을 잡았다는 증거인 셈이죠.


또 여기 참여한 사람들의 면면이었습니다. 한인회 소속 단체였으니 대사관 인사들이나 한인회 간부들의 참석은 당연한 것이었지만 찌레본 술탄, 멜리아 호텔 사장, 현지 예술가 등은 물론 시상자로 참석한 타 한인단체 임원들을 보면 한인니 문화연구원이 한인사회와 현지 문화계에 탄탄한 인맥을 관리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멜리아 호텔 사장


찌레본 술탄


수상자들의 앙쿨룽 합주로 이날 행사를 시작한 것도 그렇습니다. 수상자들 중엔 이미 기한이 끝나 벌써 한국행 비행기를 탔어야 할 KOICA 봉사단원도 있었고 아마도 한국에서 응모했다가 수상해 시상식을 위해 날아온 사람들도 있는 것 같은데 이 사람들을 모아 합주연습을 시켰다는 것이 정말 대단한 조직력, 장악력이라 생각했습니다. 만약 나한테 합주를 시켰다면 극구사양하고 거절했을 텐데 말입니다. 


수상자 앙쿨룽 합주


이날 여기서 헤리티지 재단 코리아섹션 회장님, 한인뉴스 편집장님과도 만나 인사했는데 한국 부인들 중 문화행사에 관심있는 분들은 거의 다 참석한 듯 했습니다. 그 동원력이 놀라웠습니다.


다음 해가 더욱 기대되는 행사였습니다.



2016. 11. 20.



P.S. 당일 사진들

수상자들


샹들리에, 바틱 인테리어



저 가운데 자와식 전통복장을 한 친구는 멜리아 호텔에서 일하는 화교친구 헬렌








마지막 곡에서 함께 춤추고



기념촬영.


P.S2. Tari Topeng Cirebon이라는 춤은 맨 위 인터넷 문학상 인쇄물 표지의 사진입니다. 이 춤은 동작 하나가 끝날 때마나 몸을 한 번 씩 튕겨주는 것이 참 재미있었습니다. 한인니 문화연구원에서 하는 행사들 좀 더 따라다녀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