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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영화산업을 구원한 호러영화
코로나 팬데믹에서 벗어난 인도네시아 영화산업은 2022년 로컬-수입영화를 통틀어 1억 명가량 관객이 들면서 완전히 부활했다. 2023년에는 전년 대비 14.5% 증가해 1억1,450만 명이 극장을 찾았다. 하지만 전체 관객수가 1억5,200만 명이었던 팬데믹 직전인 2019년 수준으로는 아직 완전히 돌아가지 못했다.
그 와중에 로컬영화 관객수가 증가한 것은 그만큼 전체 관객들 중 로컬영화 관객 비중이 크게 증가했음을 보여준다. 그 원인은 로컬영화들의 질적, 양적 약진에도 있지만 헐리우드 마블 시리즈 영화들조차 별로 맥을 추지 못하면서 수입영화들이 대체로 흥행부진을 면치 못한 것도 크게 작용했다.
(이 기사의 저자는 로컬영화 관객들이 전체 영화의 50%를 넘나든다는 것을 관객수 수치자료로 설명하려 했지만 해당 수치자료의 근거가 불명확하고 이전 영진위 보고서에 인용된 수치와도 상당한 차이가 있어 해당 단락을 생략했다. 그 내용은 그간 로컬영화 관객 비중이 커졌다는 것.)
여전히 맹위 떨치는 호러 장르
누가 뭐래도 인도네시아 영화산업에서는 호러 장르가 효자다. 그건 2022년과 2023년 관객수만 봐도 알 수 있다.
2022년엔 로컬영화 흥행상위 15편 중 아홉 편이 호러 장르였다. 특히 1위 <무용수마을의 대학생봉사활동(KKN di Desa Penari)>이 공전의 히트를 치며 인도네시아 첫 천만 관객 영화가 되었고 2위는 조코 안와르 감독의 2017년 흥행수위작 <사탄의 숭배자>의 속편 <사탄의 숭배자 2: 커뮤니언>이 600만 명 넘게 관객을 들이며 단 두 편의 영화가 2022년 전체 로컬영화 관객의 30%가량을 점했다.
<표 1> 2022년 인도네시아 주요 호러영화
다른 호러영화들도 많이 관객이 들었는데 특히 <꾼띨아낙 3(Kuntilanak 3)> 처럼 시나리오가 난삽한 작품조차도 130만 관객이 들었다. 이는 호러영화라며 일단 보러 가는 인도네시아 관객들의 취향을 보여주며, 그래서 귀신이 한번 나와 주면 제작비는 건진다는 인식이 강해 현재 인도네시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호러영화 양산의 원인이 되었다.
2023년엔 100만 관객 넘은 영화가 20편 나왔는데 이중 상위 10편 중 6편이 공포영화였다. <세우디노>가 480만 명, <죽음의 문턱에서>가 330만 명을 들이며 2023년 흥행수위 1, 2위도 호러영화들이 차지했다.
그렇다고 다른 장르들과의 균형이 완전히 무너진 것은 아니다. 바딱족 일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코미디 드라마 베네 디온 라자국국 감독의 <아주 달콤한 작전>은 280만 명의 관객이 들었고 <캐릭터(Budi Pekerti)>, <자카르타 13개 폭탄> 같은 영화들도 선전했다.
호러영화는 인도네시아 영화산업의 구원자
팬데믹 기간 중 상영관 산업이 신작 영화 개봉 주도권을 OTT 플랫폼에 완전히 빼앗길 것이란 우려는 대체로 기우였음이 2022-2023년 기간을 통해 확인되었다. OTT 영화 스트리밍 서비스의 약진으로 인도네시아 관객들의 영화관람 행태가 많이 바뀌었고 OTT 플랫폼들의 오리지널 작품제작이 크게 늘었지만 이로 인해 극장 관객들이 줄어들 것이란 우려와 달리 팬데믹이 끝나면서 극장 관객수는 팬데믹 이전 수준을 거의 회복하고 있다.
최근 넷플릭스와 아마존프라임 오리지널 제작이 잦은 바세 엔터테인먼트(Base Entertainment) 창업자 샨티 아메인(Shanty Harmayn)은 단돈 몇 달러에 해당하는 비용으로 영화 한 편을 관람하는 것은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저렴하면서도 고급진 여가활동이며 인도네시아 영화의 수준은 그 저렴한 가격에 비해 가히 세계적 레벨이라 평가하며 극장 관객의 지속적 증가를 전망했다. 그는 발전한 영화기술 역시 관객들을 어필하는 요소라고 강조했다.
인도네시아에서 호러영화들이 상영관 산업의 구원자라는 사실을 인정해야만 한다. 마치 TV에 드라마 연속극들이 시청자들을 끌어 모은 덕분에 광고도 내놓고 축구방송도 할 수 있는 것처럼 인도네시아 상영관들도 기본적으로 호러영화들이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관객들을 불러들이고 있으므로 선호도가 조금 떨어지는 다른 장르의 영화들도 지속적으로 스크린에 올릴 수 있다는 의미다.
영화제작사 입장에서도 많은 관객이 들어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영화, 큰 이익을 내는 영화들이 많이 나올수록 더 많은 영화들을 제작할 동력을 얻는다.
관객 숫자가 뒷받침해 줘야 상영관 기업들이 극장 네트워크 확장도 도모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지금은 호러영화가 인도네시아 영화산업의 근간을 이루는 시대라고도 할 수 있다. 안타라뉴스에 따르면 시네마 XXI은 2023~2024년 기간 동안 140개의 스크린을 추가할 계획이라 밝힌 바 있고 CGV는 종전 67개였던 상영관을 72개로 늘렸다.[1]
한 국가에서 제작하는 전체 영화들이 대체로 특정 장르에 몰리는 것은 그리 건강하다 할 수 없다. 그런데 양적으로는 호러장르가 압도적이지만 <딜란> 3부작 같은 로맨스 드라마가 218~2020년 기간의 3년간 흥행수위를 차지하거나 2016년의 <귀뚜라미 보스(Warkop DKI Reborn: Jangkrik Boss)>, 2024년 <조금 달라(Agak Laen)> 같은 코미디가 신드롬을 일으키며 900만 관객을 넘고 있다. 또한 최근 액션, 범죄 스릴러, 수퍼히어로 장르들도 열심히 만들어지는 추세다.
따라서 인도네시아 영화산업은 호러장르를 강력한 엔진으로 삼아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을 꽃피우며 나름 건강한 발전을 이루고 있다 하겠다.
출처: 프로요니온닷컴
[1] 이는 2023년 초 CGV 상영관이 이미 71로 확인된 CGV 제공자료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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