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와 소설 사이, 그 어디쯤

애당초 내 인생에 뭔가 쉽고 만만한 게 있을 리 없었다.

한국인으로 살아가기

영화

인니 호러영화 향한 신성모독 칼날

beautician 2024. 4. 12. 14:33

 

영화 <키블랏(Kiblat)>의 검열 불합격과 함께 인니 영화산업에 켜진 빨간불

Senin, 08 Apr 2024 20:55 WIB

 

 

논란의 영화 <키블랏>의 포스터 (Leo Pictures)

 

영화 <키블랏(Kiblat)>의 신성모독 논란이 이둘피트리를 며칠 앞둔 라마단 기간 중 터지면서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키블랏>은 이슬람 성소 카바(Ka’bah)가 있는 메카가 있는 쪽, 즉 무슬림들이 기도를 드리는 ‘방향’을 뜻하는 Qibla의 인도네시아식 표기다.

 

이 영화의 포스터에서는 숄랏 기도를 위해 무케나(mukena)를 입은 여인이 악령에 빙의되어 기괴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울라마 대위원회(MUI)가 이 영화의 상영금지를 요청한 데 이어 영상검열위원회(LSF)도 <키블랏>을 검열에서 불합격시켰다. 이제 이 영화는 만들어진 그대로 상영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이는 종교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 보이지만 무슬림이 다수를 이루는 국가에서 신성모독이란 주홍글씨는 그 경중을 떠나 치명적이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비누스 대학교 영화 아카데미의 에키 이만자야는 르바란 직전에 논란이 불거진 <키블랏>의 문제가 종교의 조미료를 듬뿍 넣은 영화들에 대해 싫증이 난 관객들의 생각을 반영한 것이란 의견을 내놓았다.

 

영상검열위원회가 관객들 취향에 따라 검열기준을 세웠다는 말도 안되는 논리인데 아무튼 그는 이슬람을 배경으로 깔고 가는 영화들이 ‘착취적’일 정도로 너무 많다고 지적하며 이에 대해 신물이 난 관객들이 적지 않다고 주장한다. ‘착취’라는 단어에서 이미 영화가 종교에 순응해야 한다는 에키 교수의 입장이 느껴진다.

 

영화와 대중문화 전문가 힉맛 다르마완 역시 로컬 호러 장르 영화들에 대해 쌓인 대중들의 불만이 터져나온 것이라 주장한다. MUI와 LSF가 언제부터 대중들이 의사를 대변했다는 것인지 그 근거는 분명치 않다.

 

그들은 이 영화의 마케팅 방식 역시 대중들의 비난을 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다른 모든 영화들이 그렇듯 이 영화도 아직 LSF의 검열결과를 대기하던 시기에 트레일러를 내보내고 관련 홍보기사를 실었는데 이를 본 사람들이 소셜미디어에서 대거 불만을 터트렸다는 것이다. 그런데 영화를 보지도 않은 사람들이 트레일러와 포스터만 보고 왜 어떤 불만을 가질 수 있었을까?

 

힉맛은 인도네시아 호러장르 영화들의 개선이 필요하다며 과거 수하르토 시대의 국가 방침으로 나왔던 호러영화 관련 제작강령이 없어지고 영화제작사들이 호러영화를 자유롭게 만들기 시작하면서 이슬람 이미지를 ‘착취’하는 영화들이 대거 나오기 시작했다고 주장한다.

 

독재자 수하르토가 아직 맹위를 떨치던 1981년 오컬트나 공포 영화들이 해외 포르노 배우들을 기용하는 등 선정적으로 흐르던 시기에 영화제작방식 전반을 규제하는 국립영화제작윤리강령(Kode Etik Produksi Film Nasional)이 제정되었는데 거기 포함된, 모든 영화의 스토리라인이 유일신에 대한 헌신과 영광으로 귀결되어야 한다는 내용은 종교에 대한 비판은 물론 종교의 부정적 측면의 부각을 철저히 배격하게 만들었다.

 

그 결과 성직자들의 부정부패, 교리에 대한 문제제기 심지어 요즘 거의 모든 호러영화에서 등장하는 숄랏 기도할 때 귀신들이 출몰하는 장면 등은 당시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즉 당시 기준에 따르면 <키블랏>같은 영화는 물론 최근 몇 년 사이 크게 흥행한 <무용수마을의 대학생봉사활동>, <사탄의 숭배자>, <지옥의 여인(Perempuan Tanah Jahanam)> 같은 영화들은 애당초 만들어질 수 없었거나 감독과 영화제작사가 벌금을 물거나 종교재판에 회부되었을 것이다.

 

<막뭄>, <칸잡> 등의 영화 속에서 숄랏 기도를 방해하는 귀신들

 

위의 힉맛의 주장은 무려 영화전문가라는 사람이 현대에서 수하르토 시대의 영화제작 규제를 되살려 내야 한다는 취지로 읽힌다. 인도네시아에서 종교가 민주주의를 압도하려는 조짐으로도 보이는 이런 상황은 인도네시아가 더욱 세련되고 대중적인 호러영화를 제작하는 방향에 빨간불이 들어왔음을 시사한다.

 

에카와 힉맛은 호러영화 제작을 할 때 종교 컨절턴트가 참여할 것을 제안했다. 그래야 영화 속 종교적 장면들에서 발생할 수도 있는 종교 논란 특히 신성모독 문제를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영화인들의 표현의 자유를 크게 제한될 것이 분명하다. 영화에 참여한 종교 컨절턴트는 혹시라도 나중에 불똥이 자신에게 튈까 두려워 이런저런 종교적 표현과 소품, 장치들을 아주 작은 것까지 모두 문제삼고 넘어질 것이다.

 

아직도 숄랏 기도 장면이나 이슬람 교사인 우스탓이 등장하는 호러영화들이 넘쳐나지만 최근 이슬람 색체를 완전히 뺀 호러 영화들이 속속 제작되는 것은 언제 날아올지 모를 신성모독 비난의 칼날을 피하기 위한 영화 제작사들의 자구책이라 여겨진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도네시아 영화산업은 언젠가 영화 속 종교적 표현으로 인해 대중에게 돌을 맞거나 신성모독으로 경찰에 잡혀 들어갈 영화감독들이 조만간 나올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점점 커지는 시대에 들어서고 있다.

 

출처: CNN인도네시아

https://www.cnnindonesia.com/hiburan/20240404173431-220-1082992/lampu-kuning-film-horor-religi-indonesia-itu-muncul-dari-arah-kiblat/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