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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출판 시장 동향 (2023년 12월)

beautician 2024. 1. 15. 11:51

인도네시아 출판 시장 12월 보고서

 

□ 출판계 이슈 및 주요 동향

 

ㅇ 디지털 시대의 인도네시아 도서출판산업 실태

 

인도네시아출판협회(IKAPI)의 2020년 자료에 따르면 당시 인도네시아에는 5,200개 남짓한 출판사들이 있고 이중 상업출판을 하는 곳은 3,280개로 나타났다. 이는 그라메디아나 미잔그룹 같은 대형 출판사들로부터 직원 1-2명을 가진 영세 출판사까지 모두 망라한 수치다.

 

한편 코로나 팬데믹 이전인 2017~2019년 기간의 3년 동안 출판된 도서 타이틀 숫자는 상당한 비율로 꾸준히 증가했다. 2018년엔 2017년 대비 25.8% 늘어난 1만6,162개 타이틀, 2019년에는 21.2% 성장한 1만6,749개 타이틀이 출판되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가이자 밤부 커뮤니티의 창립자이기도 한 JJ 리잘(JJ Rizal)은 인도네시아의 도서출판산업이란 모든 출판사들이 특별한 체계 없이 독자적으로 움직이는 각자도생 시스템이며 명확한 도서유통 시스템도 확립되어 있지 않아 인도네시아 구석구석의 독자들이 책을 쉽게 접하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국가 차원에서 도서출판산업 에코시스템을 구축하려는 제대로 된 노력을 기울인 적이 없기 때문에 인도네시아 도서출판산업은 업스트림에서 다운스트림까지 다양한 고질적 문제가 남아 있다.

 

- 도서용 종이

우선 종이부터가 문제다. 인도네시아에는 광대한 삼림이 존재하고 거기서 나는 펄프가 종이의 원료가 되는데 인도네시아에서는 아직 책에 사용되는 양질의 종이를 자체 기술로 만들지 못해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종이는 HVS(Houtvrij Schrijfpapier) 종이, 즉 펄프를 원료로 하고 리그닌(섬유접착제)이 포함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이 HVS 용지는 빛을 반사하고 평량(grammage)이 커서 무겁다는 문제로 독서용지로는 부적합하다.

 

따라서 실제로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유통되는 도서들에는 대부분 갱지보더 조금 나은 수준의 종이가 사용되어 외국 도서들과의 현격한 품질 차이를 보인다.

 

- 도서 유통

출판사들은 도서 유통과정에서도 어려움에 봉착한다. 그들이 책을 유통시키기 위해 찾는 곳은 아무래도 여러 도시에 입점해 있는 그라메디아 같은 대형서점들이다. 구눙아궁(Gunung Agung) 같은 또 다른 대형 서점체인들이 있었으나 대부분 속속 문을 닫거나 영업 축소 또는 온라인으로 이전하는 가운데 유일하게 전국에 100개 이상 대형 오프라인 서점 체인을 유지하고 있는 그라메디아에 대한 출판사들의 의존도는 그 사이 더욱 커졌다.

 

하지만 유통비용이 책값의 50~58%를 차지하므로 출판사들에겐 적잖은 부담이 된다. 일반적으로 출판비용은 책값의 40% 전후, 작가에게 지급할 인세는 7.5~10% 정도이므로 이미 총합이 100%를 훌쩍 넘어간다. 책을 팔수록 출판사에게 오히려 손해가 난다는 뜻이다.

 

수퍼 갑인 대형서점의 유통마진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출판사의 손해를 줄이려면 결국 도서제작비를 줄이고 인세를 낮춰야 하므로 책의 퀄리티가 떨어지고 작가에 대한 처우가 악화되는 상황에 처하기 쉽다.

 

게다가 서점은 대개의 경우 도서를 매입하여 판매하는 게 아니라 판매분에 대한 대금만 지급하는 위탁판매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결국 출판사로서는 출판 초기 비용 대부분을 우선 지출한 후 오랜 기간에 걸쳐 해당 비용을 회수해야 하므로 소형 출판사일수록 경제적 입지가 더욱 힘들어진다.

 

- 온라인 마켓플레이스

그래서 출판사들은 오프라인 대형서점 대신 온라인 마켓플레이스를 통해 책을 판매하기 시작한지 오래다. 마켓플레이스가 요구하는 유통비용은 책값의 8~10% 수준이며 독자들도 쉽게 마켓플레이스에 접근해 책을 구매할 수 있다.

 

<그림 1. 인도네시아인들이 많이 사용하는 대표적 마켓플레이스>

 

하지만 토코페디아나 라자다, 부까라팍 같이 직접 책을 출판하지 않는 마켓플레이스는 사실상 도서산업의 제3자인 셈인데, 그래서인지 자기 플랫폼에서 불법복제도서가 판매되는 것에 대한 대응은 대체로 소극적이다. 그 결과, 이들 마켓플레이스에는 불법복제도서를 정가 이하로 판매하는 상점들이 넘쳐나고 있어 관련 출판사들이 매우 억울하고 불리한 상황에 처해 있다. 출판사들이 복제범들과 가격경쟁을 하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므로 바로 이 부분에 응분의 정부정책 또는 강력한 단속과 계도가 필요하다.

 

- 격오지 도서 유통

한편 도서출판산업은 대부분 자바섬에 집중되어 있어 그 이외의 지역, 특히 낙후된 동인도네시아 지역(술라웨시-발리 축선을 기점으로 한 동쪽 지역)은 책에 대한 접근성도 떨어지고 배송비용이 비싸 자바에 비해 보통 15~20% 정도 비싼 가격이 책정된다.

 

하지만 평균소득이 자바섬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동인도네시아 지역 주민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서점과 도서를 어렵게 찾아가서 자바보다 더 비싼 가격에 해당 도서를 구매하는 현실이 구매자에겐 불합리하지만 경제논리 상 어쩔 수 없는 상황. 역시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다.

 

이러한 배송문제, 접근성 문제를 해결하는 방편 중 하나는 도서 디지털화, 즉 전자책을 도입하는 것인데 지작재산권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인도네시아에서 전자책에 대한 무분별한 복제와 불법배포가 이루어지고 있어 출판사 입장에서는 전자책의 편리성과 효능을 잘 알면서도 기업이익 보호차원에서 부득이 종이책 출판을 선호하는 편이며 따라서 전자책 판매 비중은 전체 도서 판매량에 비해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출처: 하이프어비스[1]

 

 

ㅇ 인도네시아 출판협회(IKAPI) 역사와 2023년 현황

 

인도네시아 출판협회(IKAPI)는 2023년에 창설 73주년을 맞았다. IKAPI는 현재 인도네시아 전국 38개 주 중 31개 주에 회원을 보유하고 있고 지점이 세워진 곳도 18개 주에 이른다.

 

- IKAPI 역사

IKAPI 설립을 처음 거론한 사람들은 술탄 딱디르 알리스자흐바나(Sutan Takdir Alisjahbana), M 유숩 아흐맛(M. Jusuf Ahmad), A. 노토수다르죠(A. Notosoetardjo) 부인이었다.

 

이들은 여러 출판사들과의 협의를 거쳐 1950년 5월 17일 IKAPI를 정식 발족했다. 인도네시아 공화국이 주권을 이양받은 것이 1949년 12월이니 IKAPI 설립은 아직 네덜란드를 상대로 독립전쟁을 벌이고 있던 시기의 일이다.

 

그리하여 첫 집행부는 아흐맛 노토수따르죠(Achmad Notosoetardjo) 회장, 술탄 딱디르 알리스자흐바나 부인(Ny. Sutan Takdir Alisjahbana), 마흐뭇(Machmoed) 사무국장, M. 유숩 아흐맛 재무담당, 죤 사리(Sirie sebagai) 감사로 구성되었다.

 

- 지부

1953년 9월 아흐맛 노토수따르죠 초대 회장이 북부 수마트라의 메단을 방문했는데 당시 메단은 '로맨스 작가들의 도시'로 알려져 있었고, 지역 출판단체와 서점들로 구성된 메단출판협회(Gapim)가 이미 결성되어 활동하고 있었다. 1930대를 풍미했던 로맨스 소설 ‘판데르베익호의 침몰Tenggelamnya Kapal Van Der Wijck)’을 함카가 집필한 곳도 메단이었다.

 

이들은 IKAPI 회장의 방문을 환영했고 IKAPI의 설립취지에 호응해 1953년 10월 메단에 IKAPI 북수마트라 지부가 세워져 IKAPI의 첫 지방조직이 되었다. 당시 IKAPI 북수마트라 지부의 회원출판사는 16개였다.

그후 1954년 3월 16-18일 기간에 자카르타에서 열린 전국 총회에서 자카르타, 중부자바, 동부바자, 서수마트라, 북수마트라의 IKAPI 지부가 공식 승인되었다.

 

2023년 현재 인도네시아는 38개 주로 편재가 늘어났는데 IKAPI는 그중 18개 주에 지부를 가지고 있다. 그 내역은 다음과 같다.

 

<표 1. IKAPI 지부가 설립된 주>

1
북수마트라
2
서수마트라
3
남수마트라
4
리아우
5
리아우 제도
6
람뿡
7
반뜬
8
자카르타
9
서부자바
10
중부자바
11
동부자바
12
족자
13
발리
14
서깔리만탄
15
중부 술라웨시
16
북술라웨시
17
남술라웨시
18
아쩨

 

아직 지부는 설립되지 않았지만 회원 출판사들이 있는 주들은 벙꿀루, 잠비, 방카블리뚱, 남깔리만탄, 중부 깔리만탄, 서부 누사떵가라, 동부 누사떵가라, 고론탈로, 동남부 술라웨시, 말루꾸, 파푸아, 서파푸아 등이다.

 

- 회원수

IKAPI 회원들은 2023년 9월 현재 31개 주에서 2,470개 출판사가 등록되어 있다.

 

당연한 일이지만 이중 가장 회원사가 많은 곳은 631개 출판사가 등록한 자카르타다. 그 다음으로 서부자바 471개, 동부자바 383개, 중부자바 272개, 족자 177개 출판사로 전체 회원사의 80%가량이 자바섬을 소재지로 한다.

 

한편 2,470개 출판사 중 출판활동을 하고 있는 곳은 1,428개로 파악된다. 즉 40% 남짓한 회원출판사들이 출판사들이 사실상 출판활동을 중단한 셈이다.

 

전체 회원수가 2020년 5,200여개 출판사에서 절반 이하로 줄어든 것과, 그중 적지 않은 수가 출판물을 내지 못하는 것은 2020-2022년 코로나팬데믹에 크게 영향을 받은 결과다.

출처: IKAPI 홈페이지[2]

 

 

ㅇ 인도네시아 작가 소득세 6%, 해외지급 인세 15%

 

인도네시아 재무부가 작가 인세의 소득세 원천징수율을 15%에서 6%로 낮춘 것이 2023년 3월의 일이다.

당시 재무부는 해당 정책 홍보 차원에서 3월 17일(금) 스리 물야니 인드라와티 재무장관이 유명 작가이자 인플루언서인 데위 레스타리(필명 디 레스타리)를 초청해 저녁식사를 겸한 대담을 나누었다. 이 자리에서 레스타리는 작가 인세에 대한 소득세 15%가 과도하다는 늘 해왔기 때문에 이번 인하조치를 누구보다도 환영한다고 밝혔다.

 

인세소득에 대한 높은 세율에 대해 반발하는 목소리를 감추지 않은 이들 중엔 레스타리보다 유명 소설가 뜨레 리예(Tere Liya)가 더욱 대표적이다. 그는 2017년부터 이를 지적하며 문제 삼았다. 하지만 당국에서는 이미 오랫동안 시행되어 온 해당 인세에 대한 소득세율에 대해 이전에는 아무도 트집잡지 않았다며 작가들 불만에 대해 고압적으로 자세로 일축해 왔다. 따라서 이번 인세의 소득세율 조정은 인도네시아 도서출판산업 전반에 걸쳐 매우 획기적인 사건이다.

 

작가가 사망한 후 70년간 국내외적으로 작가의 독점적 저작권이 인정되는 상황에서 이번 인세 소득세율 이하로 작가 유족들의 생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

 

인도네시아에는 작가 인세는 소득세 23번(Pph 23), 해외로 지급되는 인세, 로열티는 Pph 26으로 분류된다.

 

2023년 3월 16일 국세청 규정 PER-1/PJ/202에 의해 조정된 해당 내용은 비단 작가의 인세뿐 아니라 작곡가, 음악가, 개발자 등이 받는 각종 로열티에도 해당된다. 해당 세금을 5분의 2로 줄인 것이다.

 

한편 해외에서 판권을 사온 경우 해외로 송금하는 인세는 비거주자에 대한 Pph 26 소득세로 간주되며 해당 원천징수 세율은 기본적으로 20%인데 수혜자가 법인일 경우 한국과 인도네시아간 이중과세방지협정에 의거 소정의 DGT 서류를 제출하면 해당 원천징수 세율 15%가 적용된다.

 

출처: 하리안족자[3]

 

 

ㅇ 관광창조경제부, 인도네시아 만화 브랜드의 싱가포르 코믹콘(SGCC) 출품 지원

 

2023년 12월 초 산디아가 우노 관광창조경제부 장관은 인도네시아 만화산업의 홍보와 IP 거래 확대를 위해 싱가포르에서 12월 9일~10일 사이 열리는 싱가포르 코믹콘(SGCC)에 참가하는 인도네시아 참가자들을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인도네시아 만화계에서 이 행사에 공식 참가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SGCC는 서양과 아시아의 대중문화를 선보이는 동남아 최고의 축제로 비단 만화 전시와 IP 거래에 그치지 않고 장난감, 수집품, e-스포츠 등 만화에서 파생된 2차 시장상품과 코스프레 행사를 망라한다. 2023년 행사는 12월 10일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그림 2. 싱가포르 코믹콘(SGCC 2023) 포스터>

]

산디아가 장관은 이를 위해 자신의 부처와 인도네시아 만화협회(AKSI)가 협력하여 SGCC에 인도네시아관을 별도로 만들어 10개의 인도네시아 만화브랜드를 처음으로 출품한다고 밝혔다.

 

이들 10개 브랜드는 부미랑잇(Bumi Langit), 피오니콘(Pionicon 시 주키(Si Juki)를 만든 브랜드), 인피아(Infia 마인드블로우온 스튜디오: Mindblowon Studio); 스카일러 코믹스(Skylar Comics), 리온 코믹스(RE:On Comics), 끼사이 엔터테인먼트(Kisai Entertainment), 코메스(Kometh), KMI, 비욘드토피아(Beyondtopia), 윈드라이더 스튜디오(Windrider Studio) 등이다.

 

관광창조경제부는 이번 인도네시아 만화 스튜디오들의 SGCC 참여가 궁극적으로 거대한 국제 만화시장에서 인도네시아가 경제적으로 응분의 지분을 찾아올 수 있는 나라로 거듭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인도네시아 만화협회(AKSI) 사무총장이자 부미랑잇 매니저인 리즈키 R. 모르사마스(Rizqi R. Morsmarth)는 당국의 지원에 감사하며 인도네시아는 세계 세 번째로 만화독자가 많은 잠재력 높은 만화시장임을 강조했다.

 

현재 인도네시아 만화 IP도 일정부분 국제시장에 먹히고 있고 특히 인도네시아 만화를 기반으로 한 토착 수퍼히어로 영화 <군달라(Gundala)>도 해외영화제에서 여러차례 수상한 바 있어 이제는 기왕에 시작된 인도네시아 만화 IP 수출의 규모를 더욱 확대해야 할 시기라고 그는 덧붙였다.

 

출처: 안타라뉴스[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