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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폭시셀프레벨링 사고 - 총천연색 바닥문제

beautician 2015. 6. 1. 21:33


에폭시 셀프레벨링은 말 그대로 하드너와 섞은 진한 에폭시를 바닥에 부으면 스스로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흘러 결과적으로 바닥의 표면높이를 일정하게 만들어주는 바닥마감재입니다.


그러나 현실에서 에폭시는 그렇게 잘 레벨링되어 주지 않습니다.

일단은 작업효율을 높이기 위해 경화속도가 빡른 것이 보통이므로 완전히 흐르기 전에 굳어 버리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보다는 에폭시레진에 들어있는 안료도 자체 무게가 있어 페인트통 밑바닥에 가라앉아 있기 마련인데 레진을 아끼기 위해 첨가하는 CaCO3나 실리카가 때로는 정도 이상으로 들어있는 경우도 있어 안료와 함께 침전되어 있습니다. 이 구성요소는 셀프레벨링 기능을 전혀 가지고있지 않아요. 그래서 레진은 낮은 곳으로 흘러가지만 이들 침전물들은 부은 곳에 남아 에폭시 바닥표면을 굴곡지게 만드는 것이죠.


하지만 요번에 당면한 문제는 심한 이색문제였습니다.

에폭시 표면에 누런 색상이 떠오르는데 아무래도 원료에 뭔가 이물질이 포함되어 있던 것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리고 침전된 안료를 완전히 풀지 못해서인지 부분 부분 색상이 완전히 틀린 부분이 보였습니다.


아래 동영상을 보면 어떤 표면상태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애폭시 자체에도 문제가 있을지 모르지만 아무래도 하드너에 문제가 있어 보였습니다.

잉크를 만들던 기계에서 생산품을 에폭시로 바꾸어 생산했던 것인데 맑은 색상이어야 할 하드너가 새카만 색상을 띄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탑코트(top coat)를 하기로 합니다.

5천 스퀘어를 다시 롤러질 하려면 한도 끝도 없는 일이니 급히 에폭시전용 에어리스를 수배했습니다.

김사장은 회사에 일본제 중고기계가 있지만 오래전에 고장난 상태라고 했으므로 이번엔 제대로 새것을 구하기로 했습니다.


한국에 알아보니 모두들 마크 파이프(Mark V)를 추천하는데 Graco라는 브랜드의 제품이었습니다. 

Graco제품들은 아마도 가장 유명한 듯 한데 마크파이브는 1억8천만동, 약 9천불 정도 가격이었고 그 이하의 에어리스 기계들은 일반 페인트나 라커용이고 에폭시는 사용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결국 너무 비싸서 사지 못했습니다.


마침 아침에 웹사이트에 장착된 채팅창을 통해 한 중국인 영업사원과 얘기하여 소개받은 중국기계의 호치민 에이전트가 있었는데 예상 외로 키가190cm는 되는 노르웨이 사람이었고 기계를 가지고 현장에 나와 데모를 해 주었습니다. 하지만 가격이 너무 비쌌어요. 중국산인데 당초 1500불이라고 하더니 나중엔 10개를 사는 금액이 그렇고 한개씩 사려 한다면 공급하지 못하거나 3500불 정도를 줘야 한다고 하더군요. 데모를 하던 중고를 구매하는 가격도 3,500만동, 약 1,700불 정도를 요구했습니다. 그건 좀 곤란햇어요. 왜냐하면 그날 아침 우린 Wagner라는 독일제품도 문의했었는데 신품이 3,600만동이었거든요. 당연히 우린 독일제 신품을 사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습니다.


그래서 다음날 아침 현장에 Wagner 395번 제품이 도착했습니다.

















가스가 좀 날리긴 하지만 됩니다. 

바닥의 얼룩들이 감춰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바닥광택도 그리 많이 죽지 않았고요. 


그래서 다음날부터 이틀동안 탑코트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전날 부은 에폭시레벨링이 채 마르기 전에 지나가려 했던 도마뱀이 머물렀던 자리입니다.

물론 도마뱀은 무사하지 못했겠죠.


레벨링 해 놓고 드나들어서는 안되는 현장으로 참 많은 사람들이 에폭시를

 밟고 다녀 입구는 좀 엉망이 되어 있었습니다. 다시 긁어내고 일부 에폭시로 퍼티하는 장면. 

보는 바와 같이 탑코트 하기 전 상태는 저렇게 누런 색이 떠올라 있습니다.





스프레이 흔적이 좀 보입니다. 완전히 마르면 스프레이 자국이 사라질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요기가 에폭시레벨링 1차만 된 곳과의 경계.

이제 끝이 보입니다.
















결국 다 덮었습니다.

이색도 잡았고요.

탑코트와 와그너 에어리스가 톡톡히 제 몫을 했습니다.




2015. 6.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