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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헬로우 고스트> 리메이크 개봉 임박

beautician 2023. 5. 10. 11:30

인도네시아 <헬로우 고스트> 리메이크 개봉 임박

 

올해 1월 프라임비디오에서 <과속스캔들>의 리메이크 <스캔들 메이커스(Scandal Makers)>를 프리미어 스트리밍한 데 이어 <헬로우 고스트> 리메이크가 극장에서 5월 11일 개봉한다.

 

2023년 개봉 인도네시아의 한국영화 리메이크&nbsp;(출처: imdb.com)[1]

 

2010년작 김영탁 감독, 차태현 주연의 <헬로우 고스트> 인도네시아 리메이크는 2021년 4월 제작발표회 당시 다수의 스틸컷을 공개하며 곧 개봉할 것처럼 홍보했으나 당시 코로나 팬데믹 후폭풍이 아직 매섭고 극장관객들이 적어 정식 개봉이 장기간 보류되었다.

 

<헬로우 고스트>와 거의 같은 시기에 제작발표회를 가진 <7번방의 선물> 리메이크는 이듬해인 2022년 9월 개봉해 585만 명의 관객을 들이며 그해 로컬영화 흥행순위 3위에 오르는 대성공을 거두었다. 그래서 덩달아 <헬로우 고스트>에 거는 기대가 더욱 커졌지만 올해 초까지도 언제 개봉할 지 기약이 없다가 최근에야 개봉일이 공개되었다.

 

<헬로우 고스트> 역시 <7번방의 선물>을 비롯해 2018-2020년 3년 연속 로컬영화 흥행 1위를 달린 <딜란(Dilan)> 3부작을 만든 흥행의 명수 팔콘 픽쳐스(Falcon Pictures) 작품이고 <7번방의 선물> 각색과 각본을 맡은 알림 스튜디오(Alim Studio)가 <헬로우 고스트> 리메이크에도 참여했다.

 

하지만 2021년부터 티저 트레일러를 냈던 <헬로우 고스트>의 개봉이 극장 경기가 완전히 되살아난 2022년에도 알 수 없는 이유로 계속 늦어졌고 바로 얼마 전 개봉을 앞두고 나온 새 포스터가 기대와는 달리 원작을 떠올리기엔 다소 모호하고 심지어 조잡하기까지 해 과연 영화가 잘 만들어졌을 지 살짝 불안한 것이 사실이다.

 

 

2022년 인도네시아의 한국영화 리메이크

그간 인도네시아에서 리메이크한 한국 영화들은 대개 좋은 성적을 거뒀다.

 

<수상한 그녀>(2014)의 리메이크 <스위트 20(Sweet 20)>(2017, 스타비젼 플러스)와 <써니>(2011)의 리메이크 <베바스(Bebas)>(2019, 바세 엔터테인먼트)는 각각 그해 로컬영화 흥행순위 상위권에 들었다.

 

하지만 2022년에 개봉한 한국영화 리메이크들이 모두 <7번방의 선물>처럼 대박 흥행을 하진 못했다. <소녀괴담>(2014)의 리메이크 <모두 죽어 마땅해(Kalian Pantas Mati)>(이디오소스 엔터테인먼트 등)와 <엽기적인 그녀>(2001)의 리메이크 <마이 새시 걸(My Sassy Girl)>(팔콘 픽쳐스)은 소리소문 없이 만들어졌다가 개봉 후에도 별다른 주목을 끌지 못한 채 스크린에서 내려갔다.

 

 

2022년 한국영화 리메이크:&nbsp;왼쪽부터&nbsp;<7번방의 선물>, <모두 죽어 마땅해>, <엽기적인 그녀> (출처: imdb.com)[2]

 

<소녀괴담>은 한국에서도 그리 흥행하지 못했으니 그렇다 쳐도 <엽기적인 그녀>의 리메이크조차 전혀 관객들의 주목을 받지 못한 것은 사뭇 의외의 결과다.

 

원작영화가 2001년작이어서 이에 대한 추억이 없는 현지 젊은 층 호응을 이끌어내기엔 아무래도 무리였다는 부분을 감안해도 2022년 6월에 13세 이상 관람가 등급으로 개봉하여 고작 15만 명 남짓 관객이 든 것은 너무 실망스러운 결과다.

 

예의 팔콘 픽쳐스 작품이고 앞서 언급한 <딜란> 3부작을 히트시킨 로맨스물의 장인 파자르 부스토미(Fajar Bustomi) 감독이 연출한 것이라 더욱 그렇다. 영화가 손익분기점에 근접하지도 못하면서 유명 감독의 체면을 구겼다.

 

심지어 신인 축에 속하는 여성감독 기난티 로나(Ginanti Rona)의 공포영화 <모두 죽어 마땅해>조차 26만 5,000여 명의 관객이 들며 나름 선전했는데 말이다. 

 

<마이 새시 걸> 개봉 당일 CGV 플래그쉽스토어인 자카르타 도심 그랜드인도네시아 상영관엔 나름 신경을 쓴 홍보물들이 설치되었지만 이 영화가 타겟으로 삼은 현지 20-30대 젊은이들에게는 거의 어필하지 못했다.

 

기자들은 대개 그럴 듯하게 잘 포장된 영화평을 써주는 게 일반적이지만 개중엔 기차역이나 열차 안이 배경인 장면들을 두고 ‘대중교통, 특히 열차 이용자들에게는 도움이 될 만한 비주얼’이란, 혹평보다 더한 코멘트가 달리기도 했다.

 

 

흥행의 공식

<엽기적인 그녀> 원작의 전지현 역인 시시(Sisi)를 연기한 2001년생 띠아나 안디니(Tiara Andini)는 2019-2010년 기간 동안 진행된 인도네시아 아이돌(Indonesia Idol) 서바이벌 제10회 대회 결승에 올라 가수로 데뷔했는데 <마이 새시 걸>은 그녀의 첫 영화다.

 

공교롭게도 <모두 죽어 마땅해>의 여자주인공 디니(Dini) 역의 일본 아이돌 걸그룹 ABK 48의 인도네시아 프랜차이즈 JKT 48 출신 가수 아지지 샤파아 아사델(Azizi Shafaa Asadel) 역시 이 영화가 그녀의 데뷔작이었다.

 

결국 연기력과 티켓파워가 검증되지 않은 여성 아이돌 가수를 주연으로 기용한 두 영화가 나란히 흥행실패를 겪은 셈이다.

하지만 꼭 주연배우들의 이력과 연기력이 영화의 성패를 좌우하는 흥행공식은 아닌 것 같다.

 

왼쪽부터&nbsp;<스위트&nbsp;20>, <베바스>, <적막(Sunyi)>&nbsp;포스터&nbsp;(출처: imdb.com)[3]

 

<여고괴담>(1998) 리메이크 <적막(Sunyi)>(2019, 믹스 엔터테인먼트)은 36만 5,000여 명의 관객을 기록했다. 인도네시아 영화산업 기준으로도 흥행실패에 가까운, 매우 아쉬운 성적이 아닐 수 없다.

 

이 영화를 만든 아위 수리야디(Awi Suryadi) 감독은 MD 엔터테인먼트와 함께 일련의 공포영화들을 히트시키며 ‘다누르 유니버스(Danur Universe)’라는 호러 세계관과 관련 프랜차이즈 영화들을 탄생시킨 장본인으로 2022년에는 인도네시아 영화사상 첫 천만 관객 작품인 공포영화 <무용수마을의 대학생봉사활동(KKN di Desa Penari)으로 로컬-수입영화를 망라한 모든 흥행기록을 갈아치운 인물이다.

 

남자주인공 앙가 알디 아윤다(Angga Aldi Ayunda)는 청소년 임신을 다룬 문제작 <두 개의 푸른 선(Dua Garis Biru)>(2019, 카리스마 스타비젼 플러스)과 인도네시아에 흔치 않은 범죄 스릴러 <라덴살레 절도작전(Mencuri Raden Saleh)>에서 주연으로 열연했고 여자주인공 아만다 라울레스(Amanda Rawles) 역시 <디어 나단(Dear Nathan)> 연작의 주연을 맡는 등 영화 20여 편에 출연한 베테랑이다.

 

하지만 그런 대단한 감독과 배우들이 함께 만든 영화가 썩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여고괴담>도 <엽기적인 그녀>만큼 오래된 영화여서 리메이크 당시 큰 화제를 일으키지 못한 점을 감안하더라도 말이다.

 

인도네시아에서의 한국영화 리메이크는 <7번방의 선물>로 일단 탄력을 받은 상태다. <7번방의 선물> 주인공 피노 바스티안(Vino G. Bastian)을 그대로 주인공으로 기용해 급히 내놓은 프라임비디오의 <과속스캔들> 리메이크가 이를 반증한다.

 

 

인도네시아의 한국영화

인도네시아에서 상영관산업 2위 사업자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는 CJ CGV는 매달 두 편 정도의 한국영화를 꾸준히 수입하고 있다. 또 매년 9~10월 사이에 자카르타를 비롯한 주요 지방도시들에서 대사관, 한국문화원과 함께 ‘한국-인도네시아 영화페스티벌(KIFF)’를 동시에 열어 인도네시아인들에게 그해 주목받은 한국영화들을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천만 관객이 든 영화들도 인도네시아에서는 별로 각광받지 못했다. <기생충>이 60만 이상의 관객을 모은 것은 칸 영화제와 아카데미 영화제 수상의 후광이 컸던 예외적인 케이스였고 <부산행>, <군함도>가 각각 20만 명, <신과 함께> 1, 2편의 10~12만 명정도가 한국영화들이 인도네시아에서 얻은 가장 큰 호응이었다.

 

2022년의 경우 <범죄도시 2>가 4만 명, <한산: 용의 출현>은 1만 4,000명 수준이었는데 그게 한국 흥행영화들이 인도네시아에서 받는 일반적인 성적표다.

 

이는 스크린 절대숫자의 부족, 현지 상영관 5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1위 사업자 시네플렉스 21(Cineplex 21)이 한국영화를 걸어주지 않는 환경 등이 작용한 결과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식 감성으로 전개하는 영화들이 인도네시아인들에게 별로 어필하지 못함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가장 관객이 적게 든 <소녀괴담>의 리메이크조차 한국 천만 관객영화 원작의 현지 상영보다 대체로 더 많은 관객이 든다는 점과 치사량의 한국식 신파를 인도네시아 배경의 시나리오로 버무려 각색한 <7번방의 선물>이 현지에서 초대형 흥행을 한 점은 나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래서 아직 뚜껑을 열지 않은 올해 한국영화 리메이크 두 번째 개봉작 <헬로우 고스트>의 선전을 마음 졸이며 기대해 본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