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으로 살아 가기
인도네시아에서 다른 종교의 배우자와 결혼한다는 것 본문
합법 판결에도 불구, 각계의 도전 받는 이종교간 혼인
29세의 모니카 셀레스는 남부 자카르타에 사는 주부로 개신교 남성과 결혼했다. 그녀는 이종교간 혼인을 합법화한 동부자바 수라바야 지방법원의 판결을 뒤엎으려는 최근의 시도들을 목도하면서 불안을 감추지 못한다.
그녀는 종교가 결혼의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되며 종교의 이름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을 떼어놓는 것이 부조리하다고 생각한다. 남녀가 서로의 종교적 차이를 수용하기로 결정하고 국가가 정한 법률을 준수하며 살아간다면 부부간의 종교 차이가 문제되어선 안된다는 것이다
그녀는 모든 신앙인들과 선량한 국민들이 국가가 정한 법을 따르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지난달 RA와 EDS라는 이니셜로만 알려진 무슬림 남성과 기독교인 여성 커플의 이종교간 결혼을 수라바야 지방법원이 인정하고 합법이라 판결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지 주민등록사무소가 해당 혼인신고 접수를 거절한 사건을 법원판결조차 무시한 부적절한 조치라고 지적한 것이다.
이들 커플은 현행 규정이 정하는 바에 따라 무슬림식과 기독교식 혼인의식 모두를 준수하며 지난 3월 결혼식을 치렀다. 그러나 수라바야 주민등록사무소(Disdukcapil)는 이들의 혼인신고를 반려하면서 이와 관련한 공청회를 8월 10일로 잡았다.
지방행정부 조직인 주민등록사무소의 이와 같은 조치는 이미 오래 전부터 해당 판결을 무효화하라고 주장하던 일부 강성 종교 단체들에게 힘을 실어준 셈이다. 그들은 해당 판결이 종교법에 배치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행정부의 일원으로서 3권 분립을 지켜 법원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는 생각은 애당초 없는 듯하다.
정통 이슬람 지도부 역시 이 상황을 반겼다. 인도네시아 울라마 대위원회(MUI) 법인권위원회 데딩 이샥 위원장은 해당 합법 판결을 내린 판사들을 사법조사위원회에 고발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데딩은 더 나아가 7월 23일 지역 뉴스매체를 통해 이 문제에 대한 대통령과 부통령의 관심을 촉구했다. 비록 법적으로 이종교간 혼인을 허용하는 통로가 열려 있지만 결과적으로 그로 인해 매우 우려할 만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 종교단체의 일개 임원이 국가 수반에게 종교적 가르침이 헌법이나 기본법보다 우위에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인데 무슬림 인구가 86%를 차지하는 인도네시아에선 대통령조차 종교인의 이런 발언을 대놓고 반박하거나 무시하지 못한다. 더욱이 스스로 MUI 총회장 출신인 마루프 아민 부통령으로서는 더더욱 해당 발언을 반박하기 어렵다. 그는 오히려 법원 판결이 해당 문제에 대해 MUI가 그간 내놓은 종교적 결정문 파트와(fatwa)와 합치하지 않는다며 MUI 측의 손을 들어주었다.
한편 이 이슈로 분열양상을 보이는 곳은 비단 이슬람 사회만이 아니다. 현행 인도네시아 헌법이 인정하고 있는 다른 종교 커뮤니티들 역시 이종교간 혼인에 대한 논란이 분분하다.
피난디타 아스토노 찬드라 다나는 전국 단위 힌두교 단체인 인도네시아 힌두 다르마 위원회(PHDI)의 종교영성국장으로 반뜬주 땅그랑에 사는 57세 여성이다. 그녀는 이종교간 혼인이 웨다(Wedha) 경전의 내용과 합치하지 않아 힌두교 신앙과 양립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힌두교 가르침에 따라 남녀의 종교가 다르면 성스러운 혼인으로 맺어지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한편 인도네시아 교회공동체(PGI)의 골만 굴톰 목사(63)는 법에 뭐라고 규정되어 있든 종교의 개종 또는 해외 거주 등 다양한 이유로 어쨌든 이종교간 혼인이 발생하게 되므로 오히려 공동체의 포괄적 확장이란 측면에서 이의 합법화를 지지한다고 말한다. 그는 이종교간의 혼인이 사실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으므로 국가가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지 말고 오히려 제대로 기록하고 보호해 줘야 한다면서 혼인신고를 거부한 수라바야 주민등록사무소를 에둘러 비난했다.
그는 국가의 의무가 종교적 가르침이나 전통을 우선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국민들을 위해 복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랑은 종교가 아닙니다. 사랑이란 신의 사랑이 인간들에게서 투영되는 것입니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종교적 교리를 주장하며 이종교간 혼인을 반대하거나 혼인신고 접수를 거부한 창구직원에겐 그들의 종교적 열심과는 달리 그들에게 투영되고 있어야 마땅할 신의 사랑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엄청난 수의 종족과 다양한 문화를 가진 인도네시아에서 이종교간 결혼은 점점 더 많아지고 있으면서도 그만큼 쉽사리 인정받기 힘들다. 그래서 이종교간 혼인을 금지할 법적 조항은 없지만 대부분의 보수적 인도네시아인들이 이를 기피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이종교간 혼인 공동체(PerCa)의 아날리아 뜨리스나 회장은 혼인이란 것이 헌법이 보장하는 인권이므로 어떤 커플이 이종교간 혼인을 한다며 특정 종교가 득달같이 달려나와 입에 거품을 물고 반대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현행법이 이종교간 결혼을 명시적으로 허락하고 있는 것도 아니어서 이종교간 결혼을 강행하려는 이들은 과연 그들의 결합이 합법적으로 용인될 것인지 여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결혼을 앞든 당사자들이 각각 자신의 종교 지도자들을 찾아가 해답을 얻으려 하지만 종교나 성직자 개인의 성향에 따라 그러한 결합에 대한 견해나 허용치가 각각 달라 오히려 이종교간 결혼을 더욱 제한하는 결과를 낳는다. 아날리아 회장은 이러한 갈등과 혼선을 피하기 위해 보다 확실하고 명쾌한 관련법 제정을 촉구했다.
1986년 대법원은 이종교간 혼인신고 접수를 거부한 주민등록사무소 손을 들어준 하급심 법원의 판결을 뒤집으면서 종교적 차이가 커플의 결혼에 장애물이 될 수 없다고 판결한 바 있는데 이 판결이 이후 이종교간 합법적 결혼을 담보하는 판례로 사용되어 왔다.
하지만 자카르타에 사는 67세의 기독교인 여성 디타는 아무리 사랑이 맹목적이라 하나 자신이 무슬림 남성과 결혼해 지금까지 살아온 여정이 절대 순탄치 않았으므로 결혼하기 전에 무수히 재고해야 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결혼해야만 한다면 앞으로 닥칠 모든 어려움을 감수할 각오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출처: 자카르타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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