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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 2> - 궁중전골 재료로 꿀꿀이죽 끓이기 본문

영화

<마녀 2> - 궁중전골 재료로 꿀꿀이죽 끓이기

beautician 2022. 8. 3. 11:35

 

<마녀 2>

 

한국에서 6월 15일 개봉한 영화를 인도네시아에 한달 쯤 후에 보았다.

 

폭력과 초능력이 난무하는 영화에 등장하는 주요 세력은

 

- 백총괄(조민수)가 연구하고 관리하던 아크, 거기서 만들어진 토우. 가공할 신체능력과 염력 사용

- 장소령(이종석)이  이끄는 초인간주의자들,  조현, 톰 등 신급 신체능력을 얻었지만 염력은 없는 강화인간들

- 영두가 이끄는 깡패조직

- 경희, 대길 등 민간인. 이쪽 편에 선  <마녀 2> 주인공 소녀(신시아).

 

등이다. 이들을 잘 조합하고 버무리고 갈등시켰으면 좀 더 좋은 스토리 전개가 가능했을 텐데 영화의 스토리는 1편의 내용을 이어가려 하지만 그 전개방식은 너무 고집스럽고 불친절하고 억척스럽니다.

 

스토리의 개연성이 떨어지는 건 무엇보다도 인물설정이 너무 밋밋하기 떄문이다. 등장인물 각자의 배경, 상격, 당면한 문제들이 구체적으로 묘사되지 않아 그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그들이 그렇게 행동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이 이야기가 어느 방향으로 흘러가려는 것인지 알 수 없게 만든다.

 

그런 밋밋한 인물설정은 경희가 가장 대표적이다.  무려 <연모>의 박은빈 배우가 분한 역할인데 말이다. 마침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6편까지 보다가 <마녀 2>를 보았는데 우영우에게 무한히 공감하던 마음이 경희에게는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 그녀는 조폭 아버지들 두었고 미국에서 공부하다가 돌아와 아버지가 남긴 유산, 즉 그 집과 땅을 동생 대길과 함께 지키려 한다.....설정은 이건데 도대체 왜 그러겠다는 건지, 집값을 제대로 쳐준다는 데도 왜 그걸 마다하는지, 소녀를 배신하지 않고 무모하게 자기 목숨을 거는 이유와 감정선에 전혀 공감할 수 없다. 영화에 대한 몰입도가 떨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관객들에게 경희가 너무 낯선 인물이기 때문이다. 다른 등장인물들 역시 별반 차이 없다.  

 

<마녀 2> 최대 피해자 박은빈 배우

 

오히려 능글능글한 나쁜 놈을 연기하는 영두(진구)가 가장 공감가는 인물이다. 뭐 하는 놈인지, 왜 그러는지, 그러니 뭘 어떻게 하려는 것인지 이해가 되기 때문이다.

 

결국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을 잔뜩 나열해 놓기만 하고, 무리한 스토리를 CG로 범벅을 해 대단한 장면을 만들어내며 많은 품을 들이고 큰 노력을 했음에도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가성비가 떨어진 게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나름 흥행에 성공한 축에 들었다고 하니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다. 

 

앞서 언급한 모든 문제는 아마도 감독의 관성 때문이라 보인다.

박훈정 감독은  2010년 <악마를 보았다> 각본 작업에 참여했고 2012년 <신세계>, 2018년 <마녀> 1편을 연출한 감독이다. 그는 자신이 만든 영화 대부분의 각본을 썼다. 해당 영화를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이고 전작에서 자신의 스토리를 관객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데에 나름 상당한 성공을 거두었던 인물이다.

 

하지만 <마녀 2>에서의 문제는, 각본 작업에 이골이 난 박훈정 감독이 영화상의 모든 설정들을 대충 만들었을 리 없지만 그것을 관객들에게 전달하고 각인시키는 데에 대실패를 하고 말았다는 점이다. 즉, 모든 설정이 감독의 머리 속에 확실하고도 입체적으로 들어 있었으니 감독 자신에게는 너무나 자명하고 당연한 스토리 전개였겠지만 그의 머리 속을 제대로 읽지 못한 관객들은 왜 등장인물들이 저런 이상한 결정들을 내리고, 왜 저들이 저렇게 잔인하며, 왜 상대방을 제때 제대로 죽이거나 제때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영화는 속 처절하고도 강력한 장면들이 스크린을 가득 채우고 그렇게 꾸역꾸역 진행된 스토리가  마침내 엔딩 크레딧을 향해 달리지만 영화를 만든 감독의 마음 속에서 일고 있던 감동과 희열의 소용돌이가 관객들에겐 찻잔 속의 폭풍 정도로 그치고 만 것은 그만큼 전달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배우들의 연기가 어설프거나 설득력이 없었다는 게 아니라 입체적이지 못한 인물설정과 개연성 부족한 스토리 전개가 딱 그만큼의 공감만을 불러 일으켰기 때문이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거의 공감하지 못해다.  그러나 찬잔 속의 폭풍이라도 불었으니 한국 흥행에서 성공했으니라.

 

어쨋든 감독은 흥미로운 등장인물들을 아무렇게나 소비해 버리고 스토리를 진부함과 갑갑함으로 일관한 것에 대해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 그건 더 좋은 3편을 만들어 내거나, 여기서 멈추거나 둘 중 하나의 결정으로 나타날 것이다. 

 

<마녀> 1편에서는 김다미의 톡톡 튀는 연기와 영화 중후반의 반전들이 관객들에게 재미와 희열을 가져다 주었는데 <마녀 2>에서는 뭔가를 정신없이 따라한 듯한 느낌이었고 결국 왜 그리도 이 영화에 호불호가 갈렸는지 알 것 같았다.  김다미가 잠시 등장하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맷 데이먼을 기대한 <본> 시리즈 4편 <본 레거시>에 제레미 레너가 열일을 하고서도 정작 맷 데이먼은 코빼기도 비치지 않은 이유로 혹평을 받은 이유와도 유사성이 있다. 전편의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2편에서도 이어지길 기대했던 관객들에게 감독은 고구마를 한 보따리 선사했다. 

 

결국 핵심은 1편보다 재미가 없었다는 점이다.

이야기의 심오한 배경을 깔려고 여러 장치를 만들어 곳곳에 배치하려 애썼지만 그 장치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 오리혀 난삽해 지고 말았다. 

재미없는 영화는 죄악이다.

저렇게 흥미로운 소재와 등장인물들, 심지어 박은빈 배우까지 소비하고서 겨우 저 정도라니.....

 

그리고 이종석은 도대체 이 영화에 왜 나온 걸까? 그냥 까메오였을까?

 

<마녀 2>에서 방황하는 이종석 배우

 

2022. 7.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