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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의 삶

이어폰도 소용없는 확성기 소리

beautician 2022. 6. 2. 11:11

확성기 방송 - 효과적인 세뇌 또는 괴롭힘

모이 콤플렉스에 위치한 프렌치워크 아파트

 

프렌치워크 아파트 다섯 개 동이 연결된 7층에는 풀장이 있고 연장 700미터의 좁은 둘레길이 있어 아침 저녁으로 이곳을 걷거나 달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나도 거의 매일 이 둘레길을 돈 지 8개월 쯤 되었습니다. 그 사이 몸무게는 13킬로 빠졌다가 요요로 다시 7킬로가 올랐어요. 다시 칼을 가는 중입니다. 

 

700미터 둘레길을 일곱 바퀴 돌면 대략 5킬로미터가 됩니다. MBC 9시 뉴스 시작할 떄에 맞춰빠른 걸음으로 걸으면 뉴스 끝날 때 쯤이면 5킬로 코스도 끝이 납니다. 그런데 최근 좀 문제가 생겼습니다.

 

원래 이 아파트가 있는 Mall of Indonesia 속칭 모이(MOI)라고 부르는 이 곳은 가까운 모스크가 없어 아잔 확성기 방송이 들리지 않아 외국인이나 비무슬림들에겐 나름 쾌적한 장소였습니다. 아잔 방송 볼륨이 보통 큰 게 아니거든요.

 

https://www.youtube.com/watch?v=Xxchy8G4bV8&t=51s 

 

사실 아잔은 시끄러운 소리가 아니라 아름다운 음악입니다. 호흡이 긴 미성의 남성이 긴 호흡과 고음으로 부르는 저녁 시간 마그립 아잔은 마음을 홀딱 뺏길 정도로 매력적인 게 사실입니다. 정작 문제는 그 아잔을 틀어놓는 확성기의 볼륨입니다.

 

옛날 우리나라 교회당 종소리, 찬송가 확성기 소리 문제처럼 인도네시아에서도 기도시간을 알리는 아잔의 확성기 볼륨문제가 사회문제가 되었고 얼마전 종교부 장관이 '집에서 기르는 개가 아무리 귀여워도 너무 짖어대면 옆집 사람들에겐 민폐'라는 발언으로 아잔을 개짖는 소리에 비유했다며 온갖 비난을 받은 적도 있습니다. 그 발언이 나온 취지는 아잔 방송을 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그 볼륨을 좀 줄이라는 것이었어요.

 

하지만 실상은 그런 종교부 장관의 발언이나 사람들의 불편에 아랑곳없이 모스크들은 그 볼륨을 더욱 키웠고 금식월 라마단이었던 4월에는 더욱 크게, 더욱 자주 틀었는데, 그 모스크 확성기가 모스크도 없는 MOI 몰의 우리 아파트 쪽 방향으로 달려 엄청난 볼륨으로 아잔을 들려주고 있다는 겁니다.

 

 

난 이런 재래식 이어폰을 쓰기도 하고 

 

 

이런 걸이식 이어폰을 쓰기도 합니다. 재래식으로 양쪽 귀를 막으면 뒤에서 달려오는 사람이 좀 비켜달라 하는 소리를 들을 수 없거든요. 

 

하지만 위의 이어폰 어느 쪽을 쓰든 7층 둘레길에서 MOI의 확성기 설치된 쪽 앞을 지날 때엔 이어폰에서 나오는 소리가 들리지 않습니다. 이어폰 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확성기에서 나오는 아잔 소리가 머리 속이 뒤집어질 정도의 볼륨으로 들리기 때문입니다. 아잔이 더 이상 아름다운 선율이 아니라 고통스러운 소음이 되는 순간입니다.

 

보통은 외부의 상황에 신경쓰지 않고 음악이나 오디오 콘텐츠에 집중하기 위해 이어폰을 쓰는 것인데 그런 시스템을 완전히 무력화시키는 아잔 확성기 볼륨.

 

아무리 인도네시아인 전체의 87%가 무슬림이라 해도 너무한 건 너무한 겁니다.

경건해야 할 이슬람 사원이 어떤 이들에게는 매우 고통스러운 곳이 되어 버리는 거죠.

 

 

임기를 마치고 낙향한 문대통령 사저 앞에서 매일 확성기를 틀어놓고 욕을 하고 있다는 미친 놈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런 꼴통들은 만국공통으로 어디에나 있구나 하는 생각을, 오늘 저녁 6시 7층을 달릴 때 어김없이 또 실감하게 될 것 같습니다.

 

양산 문재인 전대통령 사저 앞 확성기 차량 몰고 온 꼴통들

 

 

2022. 5.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