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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도네시아 장르영화와 관객

beautician 2021. 12. 10. 11:57

 

인도네시아 장르영화와 관객

 

 

I. 들어가는 글

 

1945년 일본 패망이 알려진 직후, 아직 초대 대통령으로 취임하기 전이었던 수카르노가 독립선언서를 낭독한8월 17일은 이후 인도네시아 독립기념일로 지켜지고 있다. 당시 그 독립선언서는 일본으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한 것이었지만 궁극적으로는 17세기 미명부터 350년 가까이 인도네시아를 강점해 온 네덜란드를 향한 것이기도 했다. 당시 유럽에서 나치 독일에게 침탈당하고 동인도(현재의 인도네시아)에서 1942년 일본군에게 무너진 네덜란드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언제 그랬냐는 듯 승전국 자격으로 영국군을 앞세워 동인도 식민지 회복에 나서고 있었다.

 

수카르노, 하타를 비롯해 그 당시 내로라하는 민족주의자들 대부분이 네덜란드를 파죽지세로 물리친 일본을 ‘형님국가’로 떠받들며 적극 부역했으므로 연합국 입장에서 인도네시아는 분명한 적국이었다. 자바섬에 진주한 영국군은 일본군 무기를 넘겨받거나 탈취해 민병대 수준의 무장을 갖춘 인도네시아군과 곳곳에서 간헐적인 전투를 벌였다. 그들이 본격적으로 맞붙은 것이 1945년 10월 27일부터 11월 20일까지 동부 자바 수라바야에서 벌어진 이른바 ‘수라바야 전투’ 였는데 셔먼 탱크 24대와 공습, 함포지원 등을 등에 업은 영국군 제5인디아 사단 2만5000명이 정규군  2만 명과 민병대 12만 명으로 구성된 인도네시아 공화국군과 격돌했다. 전투에서 영국군이 600여명의 전사자를 반면, 인도네시아 측은 30배에 가까운 16000명의 전사자를 내며 병력과 장비 대부분을 잃는 괴멸적 패배를 겪었다. 인도네시아군은 이후 전면전 대신 게릴라전으로 전술적 선회를 한다.

 

이때 영국군이 총공세를 벌여 인도네시아 측의 희생이 가장 컸단 11 10일이 오늘날까지 우리의 현충일 개념인영웅의 기려지고 있고 인도네시아 정부는 매년 날을 기해 근현대사 속에서 국가독립과 국익에 크게 기여한 인물들을 새로 국가영웅으로 지정하고 있다.

 

2011 11 10일에는 네덜란드와 싸운 왕과 술탄, 독립투사들과 함께 인도네시아 영화의 아버지 우스마르 이스마일(Usmar Ismail) 새로운 국가영웅으로 지정되었다. 이는 인도네시아 영화계의 숙원사업으로 우스마르 이스마일의 탄생 100주년인 올해, 71 국가 영화의 날인 3 30일에 기대했던 사건이 해를 넘기지 않고 마침내 이루어진 것이다. 영화의 날은 온전히 인도네시아 영화인들이 인도네시아 자본으로 만든 최초의 인도네시아 영화 <피와 기도(Darah dan Doa)>(1950) 촬영일을 기념한 것인데 역시 우스마르 이스마일이 감독한 작품이다. 그는 인도네시아 독립전쟁(1945. 8~1949.12)에 군인과 기자로 참전했다.

 

<그림1. 인도네시아 영화의 아버지 우스마르 이스마일>

 

<피와 기도>는 1948년 12월 네덜란드군 총공세로 인도네시아 공화국 임시수도 족자(Jogyakarta)가 함락된 후 공화국 정예 실리왕이 사단(Divisi Siliwangi)이 네덜란드 군과 교전하며 서부 자바까지 갔던 긴 행군을 소재로 했다. 인도네시아 주권회복 이듬해에 애국주의 드라마가 제작되어 큰 각광을 받은 것은 지극히 당연스러운 일이었다. 이렇게 시작된 드라마 장르는 1980년대까지 인도네시아 로컬영화의 주류를 이루었다.

 

이후 호러와 코미디가 소개되고 1990년대를 거쳐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액션, 뮤지컬, 애니메이션, 스릴러, 수퍼히어로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가 만들어지게 되었지만 인도네시아 영화는 여전히 드라마, 호러, 코미디의 세 개 장르로 대분된다.

 

이번 보고서는 인도네시아 영화의 시대별 대표작들과 장르의 추이를 영화사적 측면에서 살펴보고 역대 인도네시아 영화제 수상작, 연도별 흥행 상위 영화들의 관객 수치를 통해 장르별 선호도 추이를 따라가 보려 한다.

 

 

 

II. 인도네시아 시대별 영화 추이

 

1. 식민지(~1945.8)와 독립전쟁 시대(1945.8~1949.12)

<피와 기도> 전 네덜란드인과 화교들이 제작한 영화들을 모두 포함하면 1926년 작 무성영화 <루뚱 까사룽(Loetoeng Kasaroeng)>이 제일 처음 인도네시아에서 제작된 영화가 된다. 네덜란드 출신 L. 후벌도르프(L. Heuveldorp) 감독의 작품이다. ‘잃어버린 긴 꼬리 원숭이’이란 뜻의 이 영화는 자바섬 서쪽 순다(Sunda) 지역 전설을 각색한 것이다. 인도네시아에서 제작된 첫 영화는 호러에 가까운 판타지 장르였던 것이다.

 

그로부터 몇 년 후 화교인 웡(Wong) 형제(넬슨, 조슈아, 오티니엘)가 설립한 할리문 필름(Halimoen Film)이 <자바에서 온 릴리(Lily van Java)>(1928)를 만드는 등1920년대를 여섯 편의 영화가 인도네시아에서 만들어졌다.

 

1930년대에 만들어진 29편의 영화들 중엔 테뗑춘(The Teng Chun) 감독의 첫 유성영화 <찌끔빵의 장미꽃(Boenga Roos dari Tjikembang )>(1931), 두마리 뱀 요괴이 이야기 <두 마리 백사 흑사(Doea Siloeman Oeler Poeti en Item)> 등이 있다.

1940-1941년의 2년 사이 인도네시아 영화산업은 상당히 활성화되어 무려 42편의 영화가 제작되었다. 1942년 2월 일본군이 자바섬에 진주하면서 전국 상영관들은 일본의 선전영화들로 넘쳐났지만 인도네시아 영화는 1942-1944년 기간 오히려 매년 세 편의 영화가 제작되는 최저점으로 곤두박질쳤다.

 

1945년 독립전쟁이 시작되면서 1947년까지 단 한 편의 영화도 제작되지 않았다.

 

2. 1950-1960년대

 

우스마르 이스마일은 인도네시아 국립영화사(Perusahaan Film Nasional Indonesia-Perfini) 설립에도 기여했고1950년 <피와 기도>를 필두로 많은 영화를 만들었다. 그 중 독립전쟁에 혼신을 바친 전사가 마침내 조극의 주권이 회복된 후 겪는 불우한 개인사를 그린 1954년작 <자정을 지나(Lewat Djam Malam)>는 그 해 토쿄에서 열리는 제1회 아시아-태평양 영화제(Asia Pacific Film Festival)에 출품할 예정이었지만 일본과 전쟁배상협상이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한 상태여서 인도네시아 정부가 해당 영화제 출품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림2. <자정을 지나> 포스터>

 

그러자 우스마르는 자마루딘 말릭(Djamarudin Malik) 제작자와 함께 1955년 제1회 인도네시아 영화제(Festival Film Indonesia - FFI)를 개최했고 <자정을 지나>가 최우수작품상을 받았다. 그가 창설한 인도네시아 영화제는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1965년 9월 30일 공산당 쿠데타가 벌어져 반공장성들 다수가 살해되었다. 그러나 쿠데타가 불과 며칠 만에 실패하자 이에 대한 반동으로 1966년까지 전국적으로 최소 50만 명, 최대 300만 명의 화교, 공산당 동조자들이 재판도 없이 살해되는 이른바 ‘인도네시아 대학살’, 1967년 수카르노 초대 대통령 하야, 1968년 수하르토의 대통령 취임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정치적 격변이 일어나면서 인도네시아 영화산업도 그 영향으로 크게 침체되었다.

 

1950년대에 총 396편의 영화가 제작된 것에 비해 1960-1969년 기간 중에는 불과 206편이 제작되었고 특히 1962~1967년 기간엔 매년 십 수 편의 영화가 개봉되는 정도에 그쳤다. 정권교체의 후유증이 극에 달한 1968년과 1969년엔 영화환경은 더욱 악화되어 매년 여덟 편이 제작되어 개봉되는 데에 그쳤다.

 

 

3. 1970-1980년대: 인도네시아 영화 부흥기

  1970년대는 인도네시아 영화의 부흥기였다. 10년간 618편의 영화가 제작되었고 그 중 사회현상을 일으킬 정도로 센세이셔널한 작품들도 등장했다. 그런 영화들 중에는 <청소년 신부(Pengantin Remadja)> (1971), <버타위 사람 둘(Si Doel Anak Betawi)> (1973), <첫사랑(Cinta Pertama)> (1973), <푸른 캠퍼스의 연인(Cintaku di Kampus Biru)> (1976), <폭풍은 일과성(Badai Pasti Berlalu)> (1977), <섹시한 하녀 이넴(Inem Pelayan Sexy)> (1977), <고교시절 연인 기타(Gita Cinta dari SMA)> (1979)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코미디 장르인 <섹시한 하녀 이넴>을 빼고는 드라마 장르가 압도적이었다. 1926년부터 따져 보아도 이때까지 인도네시아 영화들은 드라마 장르 일색이었다.

 

<그림 3. 1970년대 대표적 인도네시아 영화들>

*&nbsp;왼쪽 위부터&nbsp;&lt;버타위 사람 둘&gt;,&nbsp;&lt;첫사랑&gt;,&nbsp;&nbsp;&lt;폭풍은 일과성&gt;,&nbsp;&lt;섹시한 하녀 이넴&gt;, &lt;고교시절 연인 기타&gt; &nbsp;

 

그러나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다른 장르들도 적극적으로 시도되기 시작했다. 1980년대에 제작된 로컬 영화들은 723편이었으나 이제 드라마 장르는 50%를 넘지 못했다. 서사극, 코미디, 호러 장르들도 이때부터 대거 제작되기 시작했다.

 

코미디 장르의 영화들이 많아진 것은 와르꼽 DKI 그룹(kelompok Warkop DKI)의 성공에 힘입은 바 크다. 와휴 사르도노(Wahyu Sardono ), 까시노 하디위보워(Kasino Hadiwibowo), 인드로조요 꾸수모느고로(Indrojoyo Kusumonegoro) 이렇게 세 명으로 이루어진 와르꼽 DKI 그룹은 <어디를 지킬지(Mana Tahan)>(1979)부터 <여기저기 찔러보기(Pencet Sana Pencet Sini)>(1994)에 이르기까지 총 34편의 영화를 제작했다. 여기서 와르꼽(Warkop)이란 와룽꼬삐(Warung Kopi) 즉 ‘작은 커피점’을 뜻하므로 와르꼽 DKI는 ‘자카르타의 작은 커피숍’이란 뜻이다.

 

<그림 4. 1980년대의 와르꼽 DKI (Warkop DKI) 그룹> 

 

한편, 이 시기에 보다 노골적으로 정권 유지를 위한 프로파겐다에 영화가 동원되었다. 1984년작 <9월 30일 공산당 반역 척결(PenumpasanPengkhianatan G30S PKI)>은 1965년에 벌어진 쿠데타와 그 진압과정을 다큐멘터리 형식을 빌어 만든 4시간 31분짜리 대작으로 인도네시아 공산당(PKI)의 잔혹성을 부각하고 수하르토의 신질서정권 정통성을 부각하려는 선전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제작되었다. 그래서 당연한 일이지만 당시 진압군 사령관이었던 수하르토 육군전략예비사령관을 영웅적으로 묘사했다.

 

 잔혹한 장면이 다수 포함되었지만 정부는 학생들을 포함한 모든 국민들이 의무적으로 이 영화를 관람하도록 강제했으므로1984년 자카르타에서만 70만 명이 관람할 정도로 흥행에도 크게 성공했다. 이후 이 영화는 1997년까지 매년 9월 30일이면 TV를 통해 방영되거나 영화관에서 재상영되었다.

 

1998년 5월 수하르토 대통령 하야 후 그해 9월 유누스 요스피아(Yunus Yosfiah) 당시 공보부 장관이 이 영화의 역사 조작과 수하르토 숭배 요소를 들어 유통 중단을 발표하면서 비로소 인도네시아 국민들은 더 이상 이 영화를 강제로 보지 않아도 되게 되었다.

 

<그림 5. <9월 30일 공산당 반역 척결> 포스터>

 

4. 1990년대: 관능과 섹슈얼리티의 시대

장기 집권하던 수하르토 정권이 삐걱거리며 사회불안이 가중되던1990년대에 인도네시아 영화산업도 침체되면서 국산영화 제작편수도 332편으로 줄어들었다. 1993년엔 18편 만이 제작되었고 동남아 외환위기와 수하르토 하야, 동티모르 이탈 등 국가적 대사건들이 벌어지던 1998- 1999년 기간 동안엔 불과 여덟 편만이 제작되었다.

 

1990년대 영화 퀄리티도 변화를 겪었는데 섹스 테마의 영화들이 흥행수위에 오른 것이다. 비록 인도네시아 인구의 80% 이상이 무슬림이지만 아직 이슬람 근본주의 세가 크지 않던 시절, 모든 장르의 영화에 섹슈얼리티가 가미되었다.

 

하지만 이 시기의 영화산업 침체 이유를 경제위기와 정권교체 상황에만 한정할 수는 없다. 민영 TV 들이 대거 설립되어 상영관에 가지 않고도 다양한 영화를 즐길 수 있게 되었고 수입영화들이 스크린 쿼터를 사실상 무너뜨리며 로컬영화들을 압도했다. 1994년 기준. 로컬 영화가 22편 제작된 것에 비해 유럽, 아시아, 미국, 비중국어권 국가에서 들여온 수입영화들은 160편에 달했다.

 

5. 2000-2015년: 백만 관객 시대

2000년 대에 인도네시아 영화는 다시 발전 일로에 들어섰는데 그 서문을 연 것은 <사랑이 뭐길래(Ada Apa Dengan Cinta?)>(2002) 였다. 이 영화는 210만 명의 관객을 들이면서 공전의 기록을 썼다.

그러나 이 기록은 6년 후<무지개 분대(Laskar Pelangi)>(2008)가 460만 명 관객을 들이면서 깨졌고 이 기록은 2016년 재결성한 와르꼽 DKI의 <장끄릭 보스 1부(Warkop DKI Reborn: Jangkrik Boss! part 1)>가 680만 명을 들이기까지 8년간 최다관객 영화의 자리를 지켰다.

이외에도 <사랑의 조건(Ayat-ayat Cinta)>(2008)이 460만 명, <사랑으로 신께 영광(Ketika Cinta Bertasbih)>(2009)이 350만 명, <내 사랑 에펠탑(Eiffel I'm in Love)>(2003) 200만 명, <사랑으로 신께 영광 2>(2009) 200만 명, <꿈꾸는 소년(Sang Pemimpi)>(2009) 170만 명 등 100만 관객을 넘는 영화들이 다수 나왔다.

2000대 영화들은 드라마, 사랑, 종교 장르가 압도적이었지만 1980-1990년대의 유산도 여전히 살아남아 섹스와 여성의 신체를 내세워 관객들을 유혹하는 호러, 코미디 장르들도 많이 쏟아져 나왔다.

 2010~2015년 기간 동안 781편의 로컬 영화가 제작되었다. 6년 동안 1980년대에 제작된 국산영화 총량을 넘어선 것이다. 하지만 2014년 인도네시아가 128편을 제작한 반면 미국은 615편, 인도가 1,966편을 제작한 것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그림 5. 2000~2015년 대표적 인도네시아 영화>

* 왼쪽 위부터 &lt;사랑이 뭐길래&gt;, &lt;무지개분대&gt;, &lt;사랑의 조건&gt;, &lt;사랑으로 신께 영광 1, 2&gt;, &lt;내 사랑 에펠탑&gt;, &lt;꿈꾸는 소년&gt;

 

6. 2016년 이후: 획기적 성장과 코로나 팬데믹

2016년 1월 인도네시아 영화산업이 외국인 투자규제산업에서 해제되고 그해 넷플릭스를 위시한 외국 OTT 서비스들이 인도네시아에 진입하기 시작하면서 인도네시아 영화산업은 획기적인 양적 증가와 질적 향상을 보였다. 매년 한 두 편에 그치던 100만 이상 관객 로컬 영화와 유료관객 숫자가 2019년엔 각각 15편과 5천만 명을 넘어섰고 영화제작편수도 매년 100-120편에 달했다.

 

특히 2016년엔 현재까지 로컬영화 최다관객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와르꼽 DKI의 코미디영화 <장끄릭 보스 1부>, 2017년엔 호러영화 <사탄의 숭배자(Pengabdi Setan)>, 2018~2020년 기간 중엔 드라마 <딜란(Dilan)> 3부작이 내리 흥행 1위를 하는 등 세 장르가 번갈아 가며 관객선호도를 이끌었다.

 

하지만 코로나가 세상을 덮치면서 인도네시아에서도 2020년 3월 하순부터 8개월, 다시 2021년 7월부터 1개월 넘도록 감염확산을 우려한 방역당국의 지시로 상영관이 문을 닫아야 했으므로 관객은 급감했고 신작영화의 제작과 개봉도 크게 위축되었다.

 

하지만 그런 상황 속에서 OTT로 직행하는 영화들이 다수 나왔지만 어두운 관람환경과 무시무시한 사운드가 필요한 호러 장르 영화들의 OTT 직행이 거의 없었다는 것은 특기할 만한 사항이다.

 

2021년 인도네시아 영화제(FFI 2021)에서 작품상을 포함해 12개 부문을 휩쓴 <복사기(Penyalin Cahaya)>는 부산영화제에서 상영되었지만 개봉은 넷플릭스를 통해 2022년 1월 13일 프리미어 스트리밍 예정이어서 사실상 인도네시아에서는 아직 일반인들에게 공개되지 않은 영화다. OTT로 직행한 미개봉작이 FFI를 휩쓴 것은 초유의 일이었다.

 

 

 

III. 인도네시아 대표 영화 장르

 

1. 기본 장르

올해 인도네시아 영화제(FFI 20221) 시상식보다 12일 빠른 2021년 10월 28일(목) 남부 자카르타 에피센트룸 워크(Epicentrum Walk)에서 제11회 인도네시아 기자영화제(Festival Film Wartawan Indonesia-이하 FFWI) 시상식이 열렸다.

 

기자들로만 구성된 심사위원단이 등장하는 영화제가 1970년부터 내리 6년간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선발을 주관한 적이 있다. 그후 한참 시간을 건너 뛴 2006년과 2007년에 두 개의 서로 다른 타블로이드 신문이 자카르타 영화제 (Festival Film Jakarta)를 개최했는데 이때에도 전원 기자들로 구성된 심사위원들이 출품작들을 심사했고 이 전통이 이후 2016-2017년 기간에 우스마르 이스마일 시상식(Usmar Ismail Awards-UIA)으로 이름을 바꾸었다가 올해 다시 FFWI로 이름을 바꾸어 열린 것이다. 그래서 올해로 11회가 된다.

 

FFWI 2021이 전과 다른 점은 중앙정부 교육문화연구기술부(Kemendikbud Ristek) 산하 영화-음악-신규미디어국(PMMB)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게 되었다는 것과 ‘기자’라는 명칭이 영화제 이름에 분명히 강조되었다는 점이다.

 

FFWI는 인도네시아 영화제(FFI)가 시상하는 20여개 부문 중 기자가 평가하기에 적절치 않은 부분들을 제외한 대신 장르 별로 후보영화들을 평가했다.

 

FFWI가 인도네시아 영화를 드라마, 코미디, 호러의 세 장르로 나누는 것은 딱히 특별한 기준이나 규정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간의 관행으로 보인다. 따라서 보다 세분화한 액션, 스릴러, 전쟁, 시대극, 전기 등의 장르들은 대부분 드라마 장르로 뭉뚱그리고 있다.

 

FFWI 2021에서 장르별 작품상은 드라마 부문 <알리와 왕후들(Ali & ratu ratu queens)>(빨라리 필름스(Palari Films), 럭키 꾸스완디(Luchky Kuswandi) 감독), 코미디 부문 <참아, 이건 시험이야(Sabar Ini Ujuan)>(MD 픽쳐스, 앙기 움바라(Anggi Umbara) 감독), 호러 부문 <고통(Affliction)>(까루니아 픽쳐스 (Karunia Puctures), 테디 수리앗마자(Teddy Soeriatmadja) 감독)이 차지했다.

 

<그림 6. FFWI 2021 장르별 작품상 수상작>

&nbsp;* 왼쪽부터 드라마 &lt;알리와 왕후들&gt;, 코미디 &lt;참아, 이건 시험이야&gt;, 호러 &lt;고통&gt;

 

2021년 FFWI 시상후보에 오른 영화들은 FFI 2021과 마찬가지로 2020년 9월 1일부터 2021년 9월 30일 사이에 극장 개봉되거나 OTT 스트리밍된 영화들을 대상으로 했다. FFWI 시상식 직후인 2021년 11월 10일 <복사기(Penyalin Cahaya)>가 12개 부문을 차지한 FFI 2021의 각 부문 수상작과는 거의 아무런 접점이 없어 전문 영화인들과 기자들 사이 시각과 평가기준에서 현저한 차이가 드러났다.

 

2. 기타 장르

현재로서는 대체로 드라마 하위 장르로 분류되지만 트랜드의 바람이 불어 앞으로 제작이 늘어나면 몇몇 장르들은 향후 별도 분류되어 집계될 것으로 전망된다.

 

1) 액션 장르

인도네시아 액션영화는 줄곧 제작시도가 있어 2006년 <아홈마리 용 (9 Naga)>, 2009년 <머란타우(Merantau)> 등의 수작이 있었지만 <레이드: 첫 번째 습격(The Raid: Redemption)>이 2012년 184만 명의 관객을 불러들여 로컬영화 흥행순위 3위를 차지한 이후 본격적인 제작투자가 이루어지면서 괄목할 만한 발전을 이루었다. 그 후속작인 <레이드2: 반격의 시작(The Raid 2: Berandal)>이 2014년 143만 명의 관객을 들이며 그해 로컬영화 흥행 2위에 오르며 탄력을 받아 이코 우와이스(Iko Uwais)를 주연으로 한 <헤드샷(Headshot)>(2017) 등의 액션영화들이 연이어 제작되었고 2018년에는 <우리에게 깃든 밤(The Nights Comes for Us)>(2018)이 넷플릭스를 통해 스트리밍되었다. 넷플릭스가 투자한 인도네시아작 첫 오리지널 영화였다.

 

이들 영화에서 쿵후 비슷한 인도네시아 전통무술 쁜짝실랏(Pencak Silat)을 기반으로 인상적인 액션연기를 펼친 배우들이 줄줄이 헐리우드에 진출했는데 이코 우와이스는 <익스팬더블 4>(2022), 야얀 루히안(Yayan Ruhian)과 쩨쩹 아리프 라흐만(Cecep Arif Rahman)은 <존윅 3: 파라벨룸>(2019), <검객>에서 장혁과도 공연했던 조 타슬림(Jo Taslim)은 <모탈컴벳>(2021)에 ‘서브제로’로 출연했다.

 

<그림 7. 헐리우드에 진출한 인도네시아 액션배우들>

* 왼쪽부터 이코 우와이스, 야얀 루히안, 쩨쩹 아리프 라흐만, 조 타슬림

 

2) 수퍼히어로 장르

사실상 조코 안와르 감독의 <군달라(Gundala)>(2019)가 나오기까지 인도네시아 영화계는 수퍼히어로 장르의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2017년 여성 히어로를 앞세운 <발렌타인(Valentine)>(스카일러 픽쳐스 Skyler Puctures)이 개봉되었지만 헐리우드 히어로물에 비해 시나리오와 기술력의 현격한 격차만 확인하고 상영 사흘 만에 스크린에서 내려왔다.

 

<그림 8. 인도네시아 수퍼히어로 장르 영화 개봉작>

 

 

그러나 <군달라>는 170만 명의 관객이 들어 2019년 로컬영화 흥행순위 10위를 차지했을 뿐 아니라 그해 인도네시아 영화제(FFI 2019)에서도 시각효과상, 음향상, 촬영상 등 세 개 부분을 수상한 것은 그동안 해당 장르 진입의 걸림돌이었던 기술적 문제를 대부분 극복했다는 반증으로 읽혔다.

 

헐리우드의DC, 마블처럼 <군달라>도 만화를 기반으로 한 부미랑잇 유니버스 (Bumilangit Universe)의 첫 작품이다. 이후 2020년 초 <스리아시(Sri Asih)>, <피르고와 스파클링스(Virgo and The Sparklings)> 등 두 편의 후속작이 캐스팅을 마치고 촬영준비를 하다가 코로나 팬데믹을 맞아 이후 제작이 전면 중단된 상태다.

 

<그림 9. 부미랑잇 유니버스 히어로들>

 

한편 부미랑잇의 대항마로서 ‘사트리아 데와 유니버스’(Satria Dewa Universe)도 첫 번째 수퍼히어로 영화인 <사트리아 데와: 가똣까차(Satria Dewa: Gatotkaca)>를 2020년 10월 개봉할 예정으로 2020년 4월 크랭크인 했으나 역시 팬데믹으로 촬영 중단된 상태다.

 

사트리아 데와는 총 여덟 편의 영화제작을 기획하고 있는데 와양(Warang) 그림자극 등장인물의 이름을 가진 수퍼히어로들을 등장시키는 영화가 매년 한 편씩 제작될 예정이다. <사트리아 데와: 가똣까챠> 다음으로 아르쥬나(Arjuna,), 유디스트리아(Yudhistira), 바라타유다(Bharatayuda), 비마(Bima), 나꿀라 사데와(Nakula Sadewa), 스리깐디(Srikandi)로 이어진다. 이들 에피소드들은 모두 꾸룩쉐트라 (Kurukshetra) 전쟁으로 귀결되어 마무리되는 플롯이다.

 

<그림 10. 사트리아 데와 유니버스 히어로들>

3) 애니메이션

매년 한 편 이상의 장편 애니메이션이 제작되고 있다. <수라바야 전투(Battle of Surabaya)>(2015), <쥬키 극장판(Si Juki the Movie)>(2017), <캔디 몬스터(Candy Monster)>(2020), <누사(Nussa The Movie)>(2021) 같은 수작들이 있다. 매년 제작편수는 적지만 인도네시아 영화제에는 장편 애니메이션 작품상 시상부문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다.

 

 

 

IV 장르 선호도 추이

 

1. 관객 기준

필름 인도네시아에 등재된 2007년~2020년 극장 개봉영화들의 연도별 흥행순위 상위 15편의 장르별 관객수를 통해 소비 측면에서의 장르 선호도의 변화추이는 다음과 같다.

 

<표1. 2007-2021년 흥행순위 상위 15편 장르별 편수 및 관객 추이>

<

표2. 2007-2021년 흥행순위 상위 15편 장르별 편수 기준 추이>

 

<표3. 2007-2021년 흥행순위 상위 15편 장르별 관객수 기준 추이>

 

 

지난 15년간 드라마 장르가 현재까지도 월등한 제작 편수와 관객수를 보여 가장 선호도 높은 장르임을 보여준다. 한편 2016년 이후 호러 장르의 획기적인 약진이 눈에 띄지만 코미디 장르와 비교해 누적 제작편수가 27% 더 많으면서도 누적 관객수는 오히려 8% 적다는 것은 호러영화의 편당 평균 관객수가 다른 장르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음을 시사한다.

 

2. 인도네시아 영화제 수상 기준

한편 영화인들이 중심이 되어 심사하는 인도네시아 영화제의 작품상 수상작 목록을 통해 공급 측면의 장르 선호도를 가늠해 볼 수 있다. 위의 관객 기준 추이와 비교 가능하도록 같은 기간의 수상작들을 찾아보았다.

 

<표 4. 2007-2021년 기간 인도네시아 영화제 작품상 수상작>[1]

FFI 연도 작품상 수상작 장르
2007 <나가보나르 2 (Nagabonar Jadi 2)> 코미디
2008 <허구(Fiksi)> 드라마
2009 <신원 (Identitas)> 드라마
2010 <세 마음, 두 세계, 한 마음(3 Hati, Dua Dunia, Satu Cinta) 코미디
2011 <댄서 (Sang Penari)> 드라마
2012 <내가 들은 천국은… (Tanah Surga,,,Katanya)> 드라마
2013 <끼아이(Sang Kyai)> 드라마
2014 <우린 말루쿠인 (Cahaya Dari Timur: Beta Maluku)> 드라마
2015 <시티(Siti)> 드라마
2016 <아티라(Athirah)> 드라마
2017 <나이트버스 (Night Bus)> 드라마
2018 <살인자 말리나의 4막극(Marlina Si Pembunuh Dalam Empat Babak)> 드라마
2019 <내 몸의 기억들(Kucumbu Tubuh Indahku)> 드라마
2020 <지옥의 여인(Perempuan Tanah Jahanam)> 호러
2021 <복사기(Penyalin Cahaya)> 드라마

 

지난 15년간 비 드라마 장르 영화가 작품상을 받은 경우는 단 세 번에 불과하다. 이중 로컬영화 흥행 상위 15위 안에 든 것은 <나가보나르 2>(2007, 2위 124만 명), <지옥의 여인>(2019, 7위, 179만 명) 뿐이다. 인도네시아 영화제 시상식에서 나타나는 영화인들 스스로 개별 영화에 대한 평가는 대개의 경우 소비자들의 선호도와 일치하지 않는다. 결국 작품을 평가함에 있어 영화의 대중성에 부여되는 가산점이 매우 적음을 시사한다. 그것은 FFI 작품상 수상작 대부분이 관객들에게 외면당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2007-2021년 기간 동안 흥행 상위 15위 로컬영화 관객의 50%에 채 미치지 못한 사람들이 소비한 드라마 장르 영화들이 같은 기간 인도네시아 영화제 작품상의 80%를 차지한 것은 영화 소비자들의 장르 선호도가 영화산업 공급자 측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있음을 시사한다.

 

 

 

V. 나가는

2000년에 개봉된 <쉐리나의 모험(Petualangan Sherina)>는 어린이들을 위한 뮤지컬 영화였고 이 영화를 제작한 미라 레스마나(Mira Lesmana) 감독은 그로부터 20년 넘게 지난 2020년부터 이 영화의 속편 제작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영화제작사 벡터 픽쳐스(Vektor Pictures)는 인도네시아가 첫 우주인을 달에 착륙시키는 우주영화 <안타릭사 5호(Antariksa V)>를 제작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우주인 싱글맘 앨리스가 안타릭사 4호를 타고 달에 착륙하던 과정에서 벌어진 사고로 실종되자 못다한 임무를 완수하고 앨리스 실종을 조사하려는 안타릭사 5호의 우주여행을 주된 내용으로 한다.

 

수퍼히어로 영화와 마찬가지로 우주를 배경으로 한 영화도 촬영기술, 시각효과 등 기술적인 문제들이 선결되어야 해 그동안 제작되지 못하다가 이제눈 가능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또한 늘 제작비 수급에 전전긍긍하던 영화사들에게는 아타카라(ATAKARA) 같은 정부의 영화 제작자-투자자 매칭 서비스뿐 아니라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해외 OTT들로부터 제작비를 지원받아 오리지널 콘텐츠를 합작 제작하는 길도 열렸다.

 

이제 인도네시아 영화는 드라마, 코미디, 호러 등 틀에 박힌 세 가지 장르에서 벗어나 더욱 다양하고 세분화된 장르들을 시도하고 충분히 확장해 나갈 수 있는 지점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이상)

 

참 고 문 헌

 

인터넷 사이트

- 홈페이지

필름 인도네시아 http://filmindonesia.or.id/

 

- 사이트

로카다타 “sejarah film indonesia” https://lokadata.id/

더틱닷컴 “sri asih bumilangit” https://hot.detik.com/

더틱닷컴 “produksi sherina sekual” https://hot.detik.com/

더틱닷컴 “film antariksa” https://hot.detik.com/

자카르타포스트 “Usmar Pahlawan Nasional” https://www.thejakartapost.com/

더틱닷컴 “4 pahlawan usmar ismail” https://hot.detik.com/

CNN인도네시아 ‘daftar penerima FFI 2021” https://www.cnnindonesia.com/

 

 

문헌

수카르노와 인도네시아 현대사 (배동선, 도서출판 아모르문디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