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와 소설 사이, 그 어디쯤

애당초 내 인생에 뭔가 쉽고 만만한 게 있을 리 없었다.

한국인으로 살아가기

인도네시아 기사번역

안맞는 열쇠 대신 열쇠구멍 바꾸겠다는 인니 국회

beautician 2021. 11. 30. 12:16

일자리 창출법 위헌판결로 야기된 경제적 불투명성

 

2020 년 10월 8일 중부 자카르타 탐린 도로에서 시위를 하던 한 대학생이 두통약 파라멕스(Paramex) 포장지를 기반한 패러디 포스터를 들고 있다. 이 포스터는 환경훼손과 노동자 탄압을 조장하는 옴니버스 법이 두통의 근원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JP/Seto Wardhana)

  

법률 전문가들과 경제학자들은 정부의 핵심 개혁입법 안건으로서 2020년 국회를 통과했을 때 대대적인 찬반양론을 불러 일으킨 일자리 창출법에 대해 2년 안에 개정하라는 인도네시아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지난 25일(목) 나옴에 따라 관련 분석과 개정협의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며 그 지난한 과정에서 일정 정도의 사법적 불확실성이 필연적으로 발생해 국가적 경제 신뢰성을 훼손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헌재의 이번 결정이 정부와 국회가 일자리 창출법을 처음부터 다시 검토, 심의해야 할 뿐 아니라 관련 파생 규정과 시행령 모두를 무효화할 것이므로 단기적으로 사업활동 전반을 와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반둥 빠자자란 대학교 헌법학 교수 수시 드위 하리얀티(Susi Dwi Harijanti)는 관련 과정이 국가경제에 타격을 미치는 것을 피할 수 없지만 정상적인 입법과정을 완전히 무시한 무리한 입법 강행에 처음부터 내재되어 있던 리스크가 필연적으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카르타 소재 젠트라 로스쿨(the Jentera School of Law) 헌법학자 비피트리 수산티(Bivitri Susanti) 교수는 일자리 창출법의 법률적 검토를 요구하는 일련의 또 다른 청원들이 줄지어 있어 헌재가 해당 청원들을 인용할 경우 향후 관련 개정과정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므로 세심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와 국회가 헌재에서의 논박과 그 결과를 주의 깊게 검토하고 수용하는 것이 올바른 입법과정을 담보하는 기초가 된다는 것이다.

 

시티뱅크의 이코노미스트 헬미 아르만(Helmi Arman)은 법률 전문가들이 헌재의 해당 판결이 어떻게 현장에서 시행될 것인지를 분석하는 동안 일부 중요한 투자결정 또는 기업활동의 지연을 배제할 수 없다며 다른 전문가들의 분석과 궤를 같이 했다.

 

한편 현지 최대 비즈니스 압력단체 중 하나인 인도네시아 고용자 협회(Apindo)의 하리야디 수캄다니(Hariyadi Sukamdani) 회장은 지난 26일(금) 국회의원들이 신속한 관련 상황정리를 약속한 만큼 2020년 일자리 창출법에 대한 최근 헌재 결정이 기업 경제활동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란 견해를 밝혔다. 그녀는 일자리 창출법의 본질 자체가 변하지는 않을 것이며 이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수십 가지의 파생 규정과 시행령들도 여전히 유효할 것이란 정부와 국회의 약속을 신뢰한다는 입장이다.

 

동 협회는 헌재가 일자리 창출법 입법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정부와 국회에 관련 개정을 요구한 바로 다음 날 이러한 성명을 발표하며 해당 법령의 존속을 지지했다.

 

헌재는 정부와 국회에 2년 내에 해당 법령을 개정하도록 판결했고 그 기간 동안 추가적인 시행령 또는 파생규정의 입법을 금지했다. 하리야디 회장은 이러한 헌재 결정에 대해 국내외 기업들의 인도네시아에 대한 투자의지를 훼손할 만한 해석들이 너무 많이 나오고 있지만 신의 가호 속에 심각한 영향이나 본질적 변화는 없을 것이란 점을 꼭 알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일자리 창출법은 코로나 팬데믹 초창기 몇 개월이 막 지나던 시절 전격적으로 국회를 통과했고 시행 첫날부터 대대적인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정부는 더욱 친기업적이고 일자리 창출이 용이한 국가환경을 만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며 이 법안을 옹호한 한편 무역노조와 환경단체들은 해당 법안의 일부 조항들이 노동과 환경에 대해 그동안 노력해 온 바를 수십 년 퇴행시켰다고 주장해 왔다.

 

빠른 개정을 모색하는 국회

헌재는 옴니버스 법을 초안하여 통과시킨 과정이 1945년 헌법이 규정한 바 ‘현행 절차에 따라 입법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부분을 위배한 것으로 보았다. 2020년 입법 당시의 ‘현행 절차’란 ‘2011년 법규정 초안법’에 명시된 절차를 말하는데 복수 법규정들의 개정안을 하나의 법안으로 묶은 옴니버스 법은 해당 법안에 명시된 처리규정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 위헌판결의 근거가 되었다.

 

국회 입법위원회(Baleg) 소속 피르만 수바기오(Firman Soebagyo) 위원은 26일(금) 옴니버스 법의 처리를 합법화할 수 있도록 예의 2011년 법규정 초안법 개정을 위한 법률초안과 관련 학술서류들을 준비할 전문가 팀을 국회가 이미 소집했다고 밝혔다. 일자리 창출법을 해체하는 것이 아니라 2011년 법규정 초안법을 손봐 현행 일자리 창출법이 1945년 헌법과 합치하도록 만드는 방식으로 진행할 것이며 내년 1분기 안에 모든 개정절차를 마칠 예정이라는 것이다. 2011년 법규정 초안법이 개정되면 헌재 결정에 따라 일자리 창출법의 국회 재심의가 곧바로 시작된다.

 

국민수권당(PAN)의 살레 빠르타오난 다울라이(Saleh Partaonan Daulay) 의원은 헌재가 지정한 시한 내에 모든 과정을 마칠 수 있도록 곧바로 법안 심의를 시작하자고 동료 의원들에게 촉구했다. 일자리 창출법에 검토해야 할 조항들이 광범위해 정해진 시한이 빡빡하다는 것이다. 그는 이번 헌재의 판결과 법개정 전 추가적인 관련 규정과 시행령을 낼 수 없도록 한 것은 정부와 국회가 입법과정에서 보다 신중해야 한다는 교훈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안달라스 대학교 헌법학자 페리 암사리(Feri Amsari) 교수는 줄곧 일자리 창출법에 반대입장을 보여왔던 인물로 이번 위헌 판결에 대해 정작 문제가 된 일자리 창출법을 손보지 않고 2011년 법규정 초안법을 개정하려는 국회의원들의 사고방식이 매우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일자리 창출법이 기존 법규정에 위배된다면 일자리 창출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기존 법규정을 뒤집어 비정상 법령을 정상적이라 주장하려는 행태를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열쇠가 열쇠구멍에 안들어가면 맞는 열쇠를 가져 와야지, 열쇠구멍을 바꾸는 게 맞습니까?” 그의 주장은 이렇게 요약된다.

출처: 자카르타포스트
https://www.thejakartapost.com/indonesia/2021/11/26/apindo-sees-no-serious-impact-from-jobs-law-ruling-experts-differ.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