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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범들에게 관대한 인도네시아

beautician 2021. 11. 5. 12:40

부패범 위한 판결 내린 인도네시아 대법원

 

 2021년 9월 24일 부패척결위원회(KPK) 수사관들이 조사를 위해 골카르당 출신 국회부의장 아지스 샴수딘을 KPK 본부건물로 들여보내고 있다. (Antara/Indrianto Eko Suwarso)

 

인도네시아 대법원이 최근 청원들에 대해 내린 판결은 부패범들의 형경감이나 보석을 위한 조건완화가 두드러져 부패퇴치를 위한 국가적 캠페인이 사실상 구호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는 또 다른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대법원의 10월 28일 판결은 수감자의 교도소 출소조건을 규정한 2012년 정부령(PP) 99호에 명시된, 유죄확정판결을 받은 사람들이 가석방이나 보석 신청을 위해 갖춰야 할 조건들을 크게 완화해 사실상 부패범들이 쉽게 교도소를 벗어날 수 있도록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서부자바 수까미스낀(Sukamiskin) 교도소에서 형을 살고 있는 다섯 명의 재소자가 2012년 한 법규정에 대해 사법적 검토청원을 넣었는데 문제가 된 규정은 부패혐의로 유죄확정을 받은 자들에게 한해 수사당국에 협력해 정의구현에 기여한 바 있고 선고된 벌금과 추징금을 모두 완납한 경우에만 가석방 또는 보석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청원인들은 해당 법규정의 조건들이 상위법, 특히 1945년 헌법 취지와 배치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법원은 2012년 법령에서 부패범들의 가석방 및 보석조건을 제한한 것이 회복적 사법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청원자들의 요구를 인용했다. 선고된 형의 감경이나 가석방을 요구할 권리가 모든 수형자들에게 차별없이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에 덧붙여 교정시설이 재소자의 가석방 승인에 대한 전권을 가지며 해당 승인심사를 할 때 이미 포화상태를 넘어선 교도소 수용능력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이 해당 청원을 인용함에 따라 가석방 조건은 그 이전 법령인 1999년 정부령이 정한 바를 따르게 되었는데 해당 정부령은 범죄의 경중에 관계없이 모든 재소자들이 수감기간 중 좋은 행실을 보일 경우 누구나 가석방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그러한 대법원 판결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법무인권부 교정국 리카 아쁘리얀티 대변인은 11월 1일(월) 법무부가 아직 2012년 정부령에 의거해 가석방 신청서를 처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 판결에 따른 새로운 시행령을 정부가 아직 만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2012년 정부령 99호가 공식적으로 유효하므로 이를 기준해 가석방 승인업무를 처리하고 있습니다” 리카 대변인은 이렇게 잘라 말했다.

 

한편 해당 대법원 판결은 인도네시아 부패감시단(ICW) 같은 반부패 활동가들의 비난을 불러 일으켰다. ICW는 10월 30일(토) 자카르타포스트에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이번 판결로 인도네시아 사법부가 반부패 노력에 전혀 관심이 없다는 것을 온국민이 새삼 알게 되었다고 질타했다. 그 판결이 결과적으로 부패범들로 하여금 앞으로 쉽게 감형을 요구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준 셈이란 것이다.

 

자카르타 소재 젠트라(Jentera) 로스쿨 헌법전문가 비피트리 수산티(Bivitri Susanti)는 2012년 정부령이 회복적 사법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한 대법원 판사들의 논리를 비판했다. “회복적 사법, 회복적 정의를 구현한다는 것이 단순히 수감기간 단축을 협의해 재소자와 윈윈 솔루션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란 점을 이해하지 못한 겁니다. 회복적 사법이란 해당 사건의 피해자, 부패사건에서는 그로 인해 피해를 입은 국민들을 위해 정의를 구현하는 것입니다. 즉 가해자의 사정보다 피해자가 입은 피해를 먼저 회복시키는 것이 골자죠. 대법원은 회복적 사법의 정의를 완전히 오해한 겁니다.” 비피트리는 11월 2일(화) 한 웨비나에서 이렇게 발언했다.

 

가자마다 대학교 반부패연구센터(Pukat UGM) 자애누르 라크만 연구원은 비록 대법원 판사들의 결정을 존중하는 입장이지만 그들의 논리가 2012년 정부령의 조건들을 폐기하기엔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하면서 부패범들이 제기한 감형청원 여러 건을 대법원이 인용한 것에 대해서도 이 나라 사법 집행기관들이 가지고 있는, 그렇지 않아도 미약한 부패척결 의지가 더욱 희박해지고 있는 증거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사법 진행기관들이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지만 부패척결 문제에 있어서는 늘 더욱 약한 모습을 보인다며 통탄해 마지않았다.

출처: 자카르타포스트
https://www.thejakartapost.com/paper/2021/11/02/court-controversially-grants-graft-convicts-easier-terms-to-seek-remission-parole.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