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으로 살아 가기
2021년 6-8월 인니정부 코로나 헛발질 본문
코로나 감염폭발 상황 속 비난 초래한 인니 정부 행보
인도네시아에서는 2020년 3월 2일 첫 코로나 확진자가 나온 후 11개월 만인 올해 2월 3일 누적확진자 1백만 명을 넘기며 2억7000만 명이란 큰 인구에 비해 비교적 느린 확산세를 보였다. 올해 1월 하루 1만 명 넘는 확진자를 내는 대유행을 나름 선방하여 가라앉힌 후였다.
그런데 5월 이슬람 최대축일인 이둘피트리 연휴에 지역간 인구이동이 대량으로 이루어진 후 곧 이어 델타변이 코로나바이러스가 동부자바를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하면서 급기야 하루 5만 명을 넘나드는 신규확진자가 발생했다. 누적확진자는 1백만 명을 넘긴지 4개월 반 만인 6월 21일 2백만 명, 그로부터 1개월 후인 7월 23일 3백만 명을 넘겼다. 감염확산에 가속도가 붙은 것이다.
정부는 2020년 6월부터 실시하던 ‘대규모 사회적제재조치’(PSBB)라는 규제를 시민활동제한에 좀 더 초첨을 맞춘 ‘사회활동제한조치’(PPKM)로 바꾸었으나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자 마을 단위 자율적 방역초소 운영을 포함한 ‘소단위 사회활동제한조치’(PPKM Mikro)를 올해 2월부터 시행하며 당시 1차 대유행을 가까스로 진정시켰다. 그러다가 지난 6월부터 또 다시 감염폭발이 일어나자 정부는 7월 초부터 몰 폐쇄, 비필수산업 100% 재택근무 등 강력한 준봉쇄 수준의 긴급 사회활동제한조치(PPKM Darurat)를 발령해 어느 정도 성과를 내고 있지만 8월 17일 누적확진자는 390만 명에 육박했고, 지난 5월말 5만 명이었던 누적 사망자는 감염폭발이 야기한 의료체계 붕괴상황을 반영하듯 두 배 이상 늘어나 11만7000명에 달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정부 공식집계였고 언론은 집계에 잡히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아 관련 수치는 발표된 것의 몇 배일 수도 있다는 취지의 기사들이 줄을 이었다. 더욱이 PPKM 단계 결정에 있어 매우 심각한 사망자 추이를 판단지표에서 제외할 정도로 관련 정보의 누락과 왜곡이 있었음을 인정했다. CNN인도네시아는 8월 10일 자카르타 위성도시인 버카시(Bekasi)의 공식 사망자 397명 대부분이 당일 사망자가 아니라 7월 사망자가 57%, 6월 사망자가 37% 포함되었고 한 주 전인 8월 첫 주 사망자들도 6% 포함되어 있었다는 보건부 빤지 포르투나 하디수마르토 연구원의 설명을 실었다. 이 정도면 인도네시아의 코로나사태 관리는 총체적 난국이 아닐 수 없다
감염병의 상륙과 전개는 사실 사람이 어쩔 수 없는 천재지변이라 해도 그 대응과 관리에 있어 6월부터 빈번히 벌어진 정부당국의 주체할 수 없는 실수와 잘못된 선택들은 그동안 대체로 정부의 코로나 관련 정책에 호의적, 순종적이던 민심과 언론이 결정적으로 등을 돌리거나 비판적으로 선회하도록 만들었다.
산소 대란
팬데믹 기간을 통틀어 가장 충격적인 사건은 중부자바 족자(Jogjakarta) 인근 슬레만(Sleman) 지역 소재 사르지토 병원(RS Dr. Sardjito)에서 의료용 산소가 떨어져 7월 3일-4일 이틀간 호흡곤란을 겪던 중증환자 63명이 떼죽음을 당한 일이다.
인도네시아는 활성환자 숫자가 10만 명도 되기 전부터 병상과 의료인력 부족 등 의료체계 붕괴를 우려하고 있었다. 이 수치는 나중에 결국 50만 명도 넘기고 말지만 7월 3일-4일 당시엔 급속도로 치솟아 30만 명 선을 지나던 시기였고 지역사회 곳곳의 소외된 지역과 계층에서는 공식 집계에 잡히지 않은 수많은 코로나 환자들이 더 이상 여력이 없는 병원에서 치료를 거절당하고 선택의 여지없이 자가 치료를 할 수밖에 없었다. 의료용 산소가 바닥나고 산소 실린더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었지만 돈을 들고도 물건이 없어서 살 수 없는 상황에 산소충전소마다 아침 일찍부터 환자 가족들이 산소통을 들고 와 선 긴 줄이 때로는 1-2킬로미터에 달하기도 했다. 갑자기 산소포화도가 급격히 떨어진 자가치료 환자들은 손쓸 틈도 없이 집이나 응급실 이송 중 사망했는데 코로나 데이터를 독립적으로 집계하는 민간단체 라뽀르코비드-19(LaporCOVID-19)에 따르면 전국 17개 주, 84개 도시에서 6월 초부터 7월 24일까지 자가 치료 중 또는 병원 응급실 대기 중 사망한 코로나 환자들이 최소 2,641명에 달한다.
병원들은 대개 액화산소를 받아 건물에 내장된 기화장치와 파이프, 밸브를 통해 곧장 병실로 산소를 공급하는 시스템을 갖추었지만 밀려드는 환자들로 인해 주차장에 텐트를 쳐 임시병동을 만들고 텐트 밖 노천에도 환자들이 줄지어 누워있는 상황에서 산소 실린더가 대량으로 필요하게 되었다. 하지만 산소공급은 내내 원활치 않아 많은 병원들이 슬레만의 사르지토 병원과 같은 사고가 벌어질까봐 전전긍긍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에 대한 정부의 상황파악은 현실을 따라가지 못했다. 산소부족 사태가 한창 벌어지기 시작한 6월 29일(화) 아구스 구마왕 가트라사스미타(Agus Gumawang Gartasasmita) 산업부 장관은 당시 산소 수요 하루 800톤에 비해 생산은 850톤이므로 공급문제가 없지만 산소통 회전이 원활치 않아 작금의 부족사태가 벌어진다며 국민들의 산소통 집착을 탓했다.
사르지토 병원 사건이 벌어진 후 여론은 물론 정치권에서도 산소부족에 대한 추궁이 이어지자 부디 구나디 사디킨(Budi Gunadi Sadikin) 보건부 장관은 7월 14일(수) 국회 제9위원회에서 전국 의료용 산소 수요가 하루 2,000톤, 국내 생산능력은 1,700톤이라며 공급이 딸린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인정했다. 보건부 장관이 파악한 수치 역시 불과 2주 전 산업부 장관이 언급한 것과 두 배 이상 차이를 보여 상황파악이 빠르지도 정확하지도 않으며 부처간 정보공유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만 드러냈다.
공감능력 없는 정치인들
본격적으로 구설수를 일으킨 것은 마흐푸드 MD(Mahfud MD) 정치사법치안조정장관이었다. 그는 7월 15일(목) 개인 트위터 계정을 통해 코로나 감염확산억제를 위해 7월 3일(토)부터 자바와 발리섬에 발령한 준봉쇄 성격의 긴급 사회활동제한조치(PPKM Darurat)로 집에서 TV 드라마를 즐길 시간이 생겼다며 자신이 본 <사랑의 매듭(Ikatan Cinta)>이란 드라마를 품평하고 거기 나온 잘못된 법지식을 지적했다.
이 트윗에 네티즌들의 비난이 쏟아졌다. “오, 시덥잖은 드라마를 보실 정도로 시간여유가 생기셨군요. 참고로 말씀드리지만 지금도 매일 수천 명이 죽고 있고 또 다른 수천 명이 병상을 구하지 못하고 수백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고 또 다른 수백만 명이 내일을 기약하지 못하고 있거든요.” 네티즌들은 이런 식으로 장관의 트윗을 비꼬았다.
7월 14일(수)에는 카자흐스탄 주재 대사로 내정된 대통령 대변인 파지룰 라크만(Fadjroel Rachman)이 독일 시인 프레드리히 쉴러의 시 한 귀절을 인도네시아어로 번역해 트윗에 올렸다. Hidup yang tidak dipertaruhkan, tidak akan pernah dimenangkan. ‘목숨을 걸지 않으면 결코 얻을 수 없다‘는 의미다.
파지룰 자신은 결코 그런 의도가 아니었겠지만 공교로운 시점에 나온 이 트윗에 곧바로 네티즌들이 크게 분노했다. 그의 트윗은 팬데믹 와중에 목숨이 경각에 달린 환자를 살리기 위해 병상과 산소통을 구하려고 백방으로 뛰어다니는 코로나-19 환자와 가족들, 코로나로 생계가 끊겨 다른 일거리나 도움의 손길을 찾아 헤매는 국민들에게 그런 걸 얻으려면 최소한 목숨이라도 걸라는 조롱으로 비쳤다.
구설수와 논란을 부른 것은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자바-발리섬의 사회활동제한조치 사령탑으로 지명되어 일일 신규확진자 숫자를 1만 명 아래로 낮출 책임을 진 루훗 빈사르 빤자이탄(Luhut Binsar Pnajaitan) 해양투자조정장관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7월 12일(월) 델타변이 코로나 바이러스가 통제불능상태라는 것을 매체를 통해 인정하면서 여론과 정치권 모두에서 강력한 비난에 직면했다. 육군 3성장군 출신으로 정치적, 사업적으로 조코 위도도 대통령의 오랜 파트너였던 그는 7월 초까지만 해도 모든 인터뷰에서 상황이 통제되고 있다며 자신만만해 했기 때문이었다.
무하지르 에펜디(Muhajir Effendy) 인간개발문화조정장관도 가자마다 대학교 주최 웨비나에서 “너무 이성에만 의지하지 말고 코로나-19를 영적인 측면에서 마주하라’는 발언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이는 상대적으로 보다 위생적이고 안전한 환경 속에 사는 고위 공직자들이 하루에 천 명도 넘게 코로나 사망자를 내며 병원에서는 물론 화장터와 묘지에서조차 긴 줄을 서야 하는 서민들의 현실을 전혀 공감하지 못한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 와중에 이버맥틴(Ivermectin) 사태가 벌어졌다. 원래 구충제로 개발된 이버맥틴에 대해 WHO와 전문가들이 코로나-19 치료효과를 인정하지 않는데도 인도네시아 통합군 사령관 출신 물도꼬(Moeldoko) 대통령 비서실장이 적극적으로 대중에 추천하자 자가 치료 코로나 환자들을 중심으로 약품사재기가 벌어졌다. 결국 식약청(BPOM)이 나서 의사처방을 의무화한 시점에 제약사 고위 임원이 의약품 판매와 홍보를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편향된 정보를 흘렸음을 인정하고 공개 사과하자 식약청은 차제에 해당 약품 생산을 중지시키고 시장에 풀린 물량도 회수하도록 행정명령을 내렸다. 올해 4월 자사 제품이 코로나 억제효과가 있다는 가짜정보를 발표해 물의를 빚었던 남양유업 사태와 판박이 사건이었다.
유료 백신접종 프로그램 해프닝
이 시기 인도네시아 정부가 범한 가장 결정적인 시행착오는 18세 이상 국민 개개인을 대상으로 고똥로용(Gotong Royong: 상부상조) 백신 개인접종 프로그램이라는 이름의 유료 백신접종 프로그램을 7월 12일(월)부터 시작하겠다고 시행 사흘 전 기습적으로 발표한 것이다. 국영 제약사 키미아 파르마가 주관하는 이 프로그램은 2회 접종을 모두 마칠 경우 중국산 시노팜(Sinopharm) 백신값과 주사 서비스를 포함해 총 87만9140루피아(약 6만9200원)의 가격이 책정되었다. 키미아 파르마의 간띠 위나르노 뿌트로 사무처장은 이 프로그램이 백신접종속도 제고를 위한 것이며 절대 영리 목적이 아님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은 코로나 백신을 모든 국민들에게 무료로 접종하겠다던 대통령의 당초 약속에 정면으로 상치되는 것이어서 즉각적으로 국민적 공분이 일었다. 인도네시아 백신접종 프로그램은 정부 주도 무료접종 프로그램과 민간 주도 고똥로용 프로그램으로 나뉘는데 민간 주도 프로그램은 참여기업들이 돈을 내 백신을 수급하지만 해당 기업 종업원과 가족들은 무료로 백신접종을 받는 방식이다. 양쪽 모두 일반국민들에게는 무료인 셈이었는데 정부가 갑자기 돈을 내면 백신을 놔주겠다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내놓은 것이다.
그래서 시행일을 앞둔 주말 온오프라인에서 온갖 비난이 쏟아졌고 시행 당일인 7월 12일 국회 제9위원회 소속 꾸르나시 무피다야티(Kurniasih Mufidayati) 의원도 나서 정부가 팬데믹으로 고통받는 국민들을 상대로 백신 장사를 하려 들어서는 안된다며 정부 비일관성을 비난했다.
각계의 비난에 무릎 꿇은 키미아 파르마는 서면 보도자료를 통해 해당 프로그램의 무기한 연기를 공지했고 7월 16일(금) 쁘라모노 아눙(Pramono Anung) 내각사무처장이 대독한 대통령 메시지를 통해 이 프로그램의 완전 철회를 공식화했다.
하지만 이 사건은 현 정권에 큰 내상을 입혔다.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진솔함과 서민사회에 대한 친근감, 그리고 개혁 이미지로 국민적 지지를 얻어 두 번 연속 대선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7월의 유료백신 프로그램 시도는 단순한 말실수나 공감능력 부족의 문제가 아니라 명백한 약속 번복, 그것도 델타변이 코로나바이러스의 창궐로 엄청난 사망자가 발생하는 와중에 그 공포를 지렛대로, 일개 장관이나 국회의원이 아니라 무려 대통령이 직접 나서 국민을 대상으로 백신장사를 하려 했다는 배신감이 국민들 마음속에 상처를 남긴 것이다.
이 해프닝 직후인 7월 18일 나온 인도네시아 서베이연구소(LSI) 조사결과에서 조코위 대통령의 팬데믹 대응능력에 대한 신뢰도는 2021년 2월 56.5%에서 43%로 급락했다.
PPKM 반대시위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1차 긴급 사회활동제한조치(PPKM Darurat)가 끝나던 7월 20일(화) 대통령비서실 공식 유튜브채널을 통해 관련 조치를 7월 25일(일)까지 잠정 연장하고 앞으로 순차적으로 규제를 완화할 것임을 시사했다. 제한조치의 명칭이 ‘PPKM 4단계’로 바뀐 것도 이때부터다.
자카르타의 PPKM 4단계를 비롯한 전국 사회활동제한조치는 8월 23일(월)까지 매주 연장되었지만 대통령의 약속대로 단계적인 규제완화가 이루어져 처음엔 시장과 노점상들, 다음엔 몰과 쇼핑센터들이 순차적으로 문을 열었고 8월 중순부터는 테이블 당 두 명만 앉는 조건으로 식당영업도 허용되었다.
하지만 7월 3일 자바-발리섬을 시작으로 긴급 사회활동제한조치가 시행된 후 사실상 수많은 사람들 생계가 끊긴 상태에서 크고 작은 반대시위들이 점차 폭력성을 띄며 자카르타 반둥 등 여러 도시에서 발생했는데 특히 동부자바 빠수루안(Pasuruan) 지역에서는 소셜미디어에 오른 선동글을 본 수백 명의 청년들이 모형 관과 포스터를 들고 거리로 쏟아져 나와 PPKM 반대시위를 벌이다가 경찰과 충돌해 150여 명이 체포되면서 거의 모든 매체에 대서특필되었다.
팬데믹 속 탄압받는 표현의 자유
인도네시아 국민들이 꼭 대규모 시위를 통해서만 불만을 표출한 것은 아니다.
여성 디제이 디나르 짠디(Dinar Candy)는 자택에서 가까운 남부 자카르타의 한 도로변에서 빨간 투피스 비키니만 입고 PPKM 연장을 반대하는 일인시위 영상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가 포르노 혐의로 경찰에 체포되었다. 유죄가 입증되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억 루피아(약 4억2000만원) 미만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자카르타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땅그랑시 바뚜쩨뻐르(Batuceper) 지역 작은 교량 밑 공간 벽면에 조코 위도도 대통령을 닮은, 그러나 눈 위에 ‘404: Not Found’라는 박스가 그려진 벽화를 당국이 나서 검정 페인트를 덧씌워 지웠고 경찰은 벽화를 그린 화가를 추적 중이다.
‘404: not found’는 특정 URL의 웹사이트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아 찾을 수 없을 때 스크린에 뜨는 에러 메시지다. 땅그랑 시경 대변인 압둘 라크만(Abdul Rachman) 경감은 이것을 군경 최고 통수권자인 대통령에 대한 모독으로 간주했다.
동부자바 빠수루안군 방일 지역에 ‘Dipaksa Sehat di Negara yang Sakit'이란 문구가 적힌 벽화도 같은 운명을 겪었다. 문구의 의미는 “병든 나라에서 억지로 건강하기” 정도로 번역할 수 있다. 해당 벽화가 지워진 이유로 첫 번째는 당국에서 공공질서와 시민치안에 대한 2017년 빠수루안군 지방조례 2호의 19조를 위반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해당 규정은 공공장소에 지향성을 가진 낙서를 금지하는 환경규정인데 해당 건물이 도로변에 있어 ‘공공장소’의 요건에 부합한다는 것이 당국의 주장이다. 두 번째 이유로는 이 벽화가 중의적 해석이 가능한 도발적인 문구를 담고 있어 대중선동의 우려를 들었다.
CNN 인도네시아는 8월 17일(화) 법률지원단(LBH) 자카르타 지부를 인용해 정부가 이들 벽화들을 지우고 해당 벽화 화가를 범죄인 취급하는 것이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억압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벽화를 지운 당국의 조치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해 결과적으로 인도네시아의 민주주의를 한 단계 후퇴시켰다는 것이다.
예술표현의 자유는 법으로 보장된 권리다. 헌법재판소도 대통령 모독죄에 대한 형법 일부 조항들이 헌법에 위배되므로 폐기되어야 한다고 결정한 바 있다. 따라서 경찰이 벽화를 지우고 화가를 범죄인 취급하는 것은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 여러 법률전문가들은 벽화를 문제삼아 손해배상을 요구할 자격이 있는 사람은 그 벽화가 그려진 담벼락의 소유자뿐이며 당국이 형사처리하겠다며 나설 사안이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7월 하순 하프웨이 커넥션 커뮤니티(HFC) 벽화 화가들 15명이 참여해 땅그랑시 띠가락사(Tigaraksa) 지역 아리야 왕사까라 거리(Jalan Arya Wangsakara)에 그린 12미터짜리 ‘하나님, 배가 고파요!’(Tuhan, Aku Lapar!)라는 벽화 메시지도 경찰에 의해 지워졌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델타변이로 인한 코로나 감염폭발이 시작된 올 6월부터 사태파악과 대응책 마련에 갈팡질팡하며 여러 실수를 남발했고 구조적, 근본적인 문제들을 드러냈지만 대통령은 물론 어떤 고위 공직자도 진심어린 사과를 내놓지 않았다. 그 대신 시위와 소셜미디어, 벽화 등으로 표출되는 불만의 목소리를 공권력을 동원해 틀어막는 데에 급급한 모습이다.
인도네시아 신문들은 사설, 논평을 제외하곤 대부분 팩트를 나열하며 찬반 의견 모두를 보도하여 중립을 지키려 하지만 최근 들어 정부가 불편해 할 만한 비난여론을 다룬 기사량이 점점 많아지는 추세는 언론도 대체로 정부에 불만을 표출하는 국민들 편에서 정부의 코로나 관련 실책을 비판하는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고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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