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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니 꼴찌 후보들의 팬데믹 속 도토리 키재기 본문
팬데믹 와중에 세운 대선 캠페인 빌보드로 빈축 사는 정치인들
대선이 아직 3년이나 남은 인도네시아에서 잠재적 유력 후보들이 여러 도시들에 자기 얼굴을 알리는 옥외 빌보드를 세워 사실상 대선 캠페인을 일찌감치 시작했다. 하지만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와의 국가적 사투 속에서 이들 정치인들의 감수성 낮은 행보가 대중의 비난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도로변 옥외광고판에 모습을 드러낸 아이를랑가 하르타르토(Airlangga Hartarto) 골카르당 총재와 민주투쟁당(PDI-P) 뿌안 마하라니(Puan Maharani) 의원은 현재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큰 정당들을 배경으로 한 엘리트 정치인들이다. 하지만 이들의 대중적 인기와 당선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은 축에 속한다.
아이를랑가가 등장하는 빌보드는 골카르당을 상징하는 밝은 노란색 배경 위에 다음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인 ‘2024’와 함께 “인도네시아를 위해 일합니다(Kerja Untuk Indonesia)”라는 슬로건을 올려 놓았다. 그의 빌보드는 지난 몇 주 사이 현재 중부자바, 동부자바, 남부 술라웨시, 보고르, 버카시 등에 속속 세워졌다. 현직 경제조정장관인 아이를랑가는 자바-발리 이외 지역에서 고전염성 델타변이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억제의 총괄 지휘책임도 지고 있다.
한편 빨강색 배경을 한 뿌안의 빌보드는 “다양성의 날개짓(Kepak Sayap Kebhinnekaan)”이란 슬로건을 담았고 동부자바, 중부자바, 족자 등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민주당 아구스 하리무르티 유도요노(Agus Harimurti Yudhoyono) 총재, 국민각성당(PKB) 무하이민 이스칸다르(Muhaimin Iskandar) 총재, 그린드라당 쁘라보워 수비얀토(Prabowo Subianto) 총재의 빌보드도 등장했다.
그러나 이런 조기 대선 캠페인은 오히려 국민들의 빈축을 사 각종 소셜미디어에 이에 대한 분노와 조롱이 넘쳐나고 특히 그 대부분은 뿌안과 아이를랑가를 겨냥하고 있다. 많은 국민들이 코로나-19 위기로 고통받는 가운데 이들 정치인들이 스스로의 정치적 야망에 눈이 멀어 인지도 확보에만 혈안이 되었다는 인식이 팽배했기 때문이다.
정치소통분석가인 아디 꾼토 위보워(Adi Kunto Wibowo)는 이들의 캠페인이 무례하고 감수성 떨어진다며 대중의 반응을 대변했다.
정당의 자존심?
민주투쟁당(PDI-P)는 아직 2024년 대선후보를 정하지 않은 상태임에도 지난 6월 많은 당내 유력인사들이 뿌안에게 접근해 대선 참여를 촉구했다. 하지만 민주투쟁당의 공식 입장은 예의 빌보드가 뿌안을 잠재 대선후보로 추대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현 DPR 국회의장인 뿌안의 모습을 빌보드에 담아 당의 드높은 긍지를 투영할 목적이라는 것이다.
민주투쟁당 정치인 헨드라완 수프라틱노(Hendrawan Supratikno)는 예의 빌보드를 통해 뿌안이 인도네시아 정치사상 국회의장이 된 첫 여성 정치인이란 사실을 새삼 강조한 것이라고 지난 13일(금) 설명했다. 민주투쟁당 중앙위원회 간사 밤방 우르얀토(Bambang Wuryanto)도 이 빌보드에 대한 아이디어가 당내 의원총회에서 제기되어 즉시 자발적 모금이 이루어진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투쟁당은 메가와티 수카르노뿌트리 총재 명의의 서한을 당원들에게 보내 당내 기강을 바로 세우기 위해 대선 논의를 금지하며 이를 어길 경우 강령위반으로 징계할 것임을 분명히 한 바 있다. 헨드라완은 이 서한이 당 집행위원회에서 발행된 것이 맞지만 그것이 뿌안을 대선 후보로 선정하느냐에 대한 논의와는 하등의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골카르당 아흐마드 돌리(Ahmad Doli) 부총재는 지난 11일(수) 인지도에서 밀리는 아이를랑가를 당차원에서 2024년 대선후보로 홍보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이들 빌보드를 세웠다고 순순히 인정했다. 골카르의 동부자바 출신 정치인 무하마드 사르무지(Muhammad Sarmuji) 의원은 아이를랑가의 낮은 인지도의 이유가 그간 단 한 번도 대선에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며 그래서 대중에게 아이를랑가라는 인물을 소개하려는 것이라고 빌보드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열세 후보들
정치조사자문기관인 차르타 폴리티카(Charta Politika)가 지난 12일(목)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뿌안과 아이를랑가는 다른 여덟 명의 유력 대선주자들에 비해 아득히 뒤진 상태다.
아이를랑가의 빌보드가 세워지기 전, 그러나 뿌안의 빌보드는 이미 들어선 후인 7월 12일-20일 기간에 전국 1,200명의 응답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뿌안과 아이를랑가에게 투표하겠다고 밝힌 이들은 응답자의 각각 1.4%와 1% 였다.
한편 간자르 쁘라노워(Ganjar Pranowo) 중부자바 주지사는 20.6%의 지지를 얻어 뿌안은 물론 민주투쟁당내 다른 엘리트들을 누르고 가장 유력한 잠재 대선후보로 떠올랐다. 그 뒤를 17.8%를 얻은 아니스 바스웨단 자카르타 주지사가 따랐고 두 번씩이나 대선에서 고배를 마신 그린드라당 쁘라보워 총재는 17.5%로 3위를 달렸다.
차르타 폴리티가의 유나르토 위자야(Yunarto Wijaya)는 잠재 후보들이 빌보드를 세워 인지도 제고를 도모하는 것은 일반적인 상황에서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팬데믹 와중이라면 얘기가 틀리다고 지적했다. 그는 수십 억 루피아씩 거금을 들여 자화자찬하는 빌보드를 세우는 정치 엘리트들을 매우 높은 확률로 부메랑 효과를 맛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정치분석가 우장 꼬마루딘(Ujang Komarudin)은 빌보드를 세우는 대신 그 돈으로 어려운 국민들을 직간접으로 돕는 것이 잠재후보들의 당선가능성을 더욱 높여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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