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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르타 뒷골목의 코로나 대폭발 현장

beautician 2021. 7. 17. 13:51

자가치료 중 한 명씩 죽어 나가는 도시빈민들

Kompas.com - 15/07/2021, 05:30 WIB

 

 2021년 6월 26일 찍힌 북부 자카르타 뻔자링안 무아라 바루(Muara Baru) 지역 주민들 (KOMPAS.COM/ IRA GITA)  

 

인도네시아의 코로나-19 상황은 최근 더욱 심각한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7월 14일(수) 신규확진자 5만4517명으로 또 다시 신기록을 기록했고 이중 자카르타가 1만2667명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 같은 상황에 많은 이들이 피해를 보고 있지만 애당초 모든 게 부족한 도시빈민들은 사실상 거의 무방비상태로 코로나에 노출되어 있다.

 

 

열악한 생활환경

도시빈민 네트워크(JRMK) 코디네이터 에니 로카야티(Eny Rochayati)는 자카르타 곳곳의 빈민촌들 중 북부 자카르타가 가장 열악한 곳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이곳 주민들은 곤궁 속에 살다가 호흡곤란으로 사망해도 의학적으로 사망원인을 확인하거나 역학조사도 하지 않고 곧바로 매장된다. 에니는 이곳에서 매일 두 명 이상 호흡곤란을 호소하다가 사망한다고 전했다. 그들은 마지막 숨을 몰아쉬다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아무런 의료지원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들 일부는 병원 문턱까지 갔다가 이미 병상이 가득 차 치료거부를 당하기도 했다.

 

JRMK를 함께 운영하던 에니의 친척도 10일간 두통과 복통, 호흡곤란에 시달렸고 여러 병원들을 전전하며 치료거부를 당하다가 마침내 뻔자링안(Penjaringan) 지역 한 병원에서 간신히 병상을 얻어 입원할 수 있었다. 자리가 난 병상은 임시 가설된 텐트병동의 한쪽 구석이었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제대로 된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아 2021년 7월 7일 차라리 자가치료를 하기 위해 퇴원시켜 집으로 가던 중 에니의 친척은 노상에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자가치료 중 하나씩 세상을 떠나는 주민들

감염된 주민들 중에는 면봉 검사를 두려워해 아예 병원에 가지 않고 자가치료를 결정하는 이들이 많다. 그들은 병원 치료 중 면봉검사를 받아 코로나 양성이 나오면 입원실에 격리되어 죽을 때까지 가족들과 만나지 못하게 될까 두려워한다고 에니가 코로나 감염에 대한 주민들의 정서와 인식을 설명했다. 그래서 일부 주민들은 면봉검사 자체를 받지 않고 자가치료를 시작하지만 그들 중 많은 수가 의료지원을 전혀 받지 못하고 사망하는 경우가 적잖게 발생하고 있다.

 

북부 자카르타 꼬자(Koja) 지역 뚜구 우따라 동(洞) 19통에만 코로나-19로 확진된 후 자가치료를 하는 이들이 48개 가구나 된다. 그들 중엔 갑자기 증세가 악화되어 급히 병원으로 달려가야 하는 경우가 종종 생기지만 앰뷸런스를 부르는 것조차 어려움이 많다.

 

“호흡곤란이 생긴 환자는 우리가 직접 베짝(becak-자전거 동력 인력거)에 실어 병원으로 옮깁니다. 앰뷸런스는 부르기 힘들어요. 응급실을 예약하려고 여러 병원에 전화를 돌리다가 그 사이 환자가 사망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뚜구 우따라 동 19통 리카르도 후타헤안 통장은 자가치료 중 사망한 주민이 벌써 세 명이라고 밝혔다. 그들은 모두 갑자기 증세가 악화되었지만 치료를 전혀 받지 못하거나 이미 손쓸 수 없는 상태로 병원에 도착한 경우였다.

 

 

부족한 의료용 산소통

자가치료 중인 환자들 중 상당수가 호흡곤란 때문에 의료용 산소통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그 부분을 돕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에니는 우여곡절 끝에 호흡곤란을 겪는 주민을 위해 인권활동가 산디야완 수마르디로부터 산소통을 한 개 빌릴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엔 그 산소통에 산소를 충전하는 게 쉽지 않은 과제였다. 친척과 지인들을 통해 산소를 구할 수 있는 곳을 백방으로 찾았으나 여의치 않았고 어쩌다 재고가 남은 산소충전소를 간신히 만나게 되면 하루 종일 줄을 서야 했다. 호흡곤란을 숨이 깔딱거리는 환자를 집에 두고 멀리 충전소에서 긴 줄을 선 사람들 마음은 하나같이 편할 리 없다.

 

에니가 산디야완에게서 얻은 산소통 한 개를 뻔자링안에 빽빽이 모여 사는 주민들이 돌려가면서 함께 사용하고 있다. 산소통 한 개가 호흡기에 목숨이 걸린 사람 한 명에게도 결코 충분히 않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한 명이 그 산소통을 사용하는 동안 호흡곤란을 겪는 또 다른 주민이 자기 순서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한 동네의 거의 모든 환자들이 그 한 개의 산소통에 목을 걸고 아우성치는 형국이다.

 

온갖 처참한 상황이 도시빈민가에서 벌어지고 있는데 정부의 조치가 고작 주민들과의 대화나 긴급 사회활동제한조치 강화에만 그쳐서는 안된다고 JRMK 측은 간곡히 애원했다. 도시빈민들은 정부가 당장 그들을 괴롭히고 있는 경제적, 사회적 문제들과 의료문제들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해결책을 내놓길 애타게 바라고 있다.

 

“사람들이 건강하려면 우선 뭘 먹어야 해요. 그런데 정부는 감염고리를 끊는다며 우릴 아무 데도 가지 못하게 합니다. 그럼 우린 생계를 꾸릴 방법이 없어요. 균형을 맞춰야 해요. 아픈 사람들을 도와야 합니다. 하지만 건강한 사람들도 먹어야 살아요.” 에니는 자신 앞에 펼쳐진 빈민가의 참상이 아무쪼록 정부 높은 사람들 눈에도 비쳐지기를 간절히 기원했다.

출처: 꼼빠스닷컴
https://megapolitan.kompas.com/read/2021/07/15/05300031/di-tengah-keterbatasan-satu-per-satu-warga-miskin-jakarta-meninggal-saat?page=all#pag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