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와 소설 사이, 그 어디쯤

애당초 내 인생에 뭔가 쉽고 만만한 게 있을 리 없었다.

한국인으로 살아가기

인니출장 본부장님

인니 출장가신 본부장님 (6)

beautician 2014. 6. 11. 01:51


 

 

--------- 원본 메일 ---------

보낸사람: ehad*****@yahoo.com
받는사람 : beautician
날짜: 2013 6 07 금요일, 17 47 55 +0900
제목: Fw: THE S*** official document

FYI

Is this rea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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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귀한집아들" <khn****1524@hanmail.net>

Sender: khn****1524@daum.net

Date: Fri, 07 Jun 2013 17:01:50 +0900 (KST)

To: <ehad****@yahoo.com>

Subject: THE S*** official document (S뷰티의 공식문서)

 

 Dear Eddy

 

How are you?

I hope you well.

 

Sorry for late sending official document.

I attached an official document file.

 

 

Sincerely ,

Alex , Han

 

사과공문을 첨부한 S뷰티의 이메일을 에디 사장은 '이게 진짜일까요?’라는 질문과 함께 위와 같이 보내왔습니다. 한본부장은 그가 늘 쓰던 지메일(gmail) 계정을 쓰지 않고 처음 보는 한메일 계정을 통해 이 공문을 보내왔는데 그가 붙인 명칭이 눈에 띄었습니다. “귀한집아들이란 계정명칭은 S뷰티 창업자의 아들인 현재의 사장을 지칭하는 말이 아닙니다. 그것을 내가 어떻게 아냐고요? 그 계정명칭이 한본부장의 이름을 포함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한메일 계정은 한본부장의 또다른 개인메일 계정이었던 것입니다.

 

사과공문은 S뷰티 사장명의로 되어 있었지만 아무런 서명도 되어 있지 않았고 이 메일이 S뷰티 사장에게 CC 된 흔적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만약 S뷰티 사장이 이 메일 발송에 간여했다면 최소한 영어가 유창한 부인을 둔 그가 사용된 단어와 문장의 감수를 부인에게 부탁했을 법도 한데 문법도 문법이거니와 통신상의 오해라는 의미로 사용된 ‘miscommunication’이란 단어가 당당하게 포함되어 있는 것을 그 부인이 보았다면 뭘 말하려 했는지 뜻은 이해했겠지만 실소를 터뜨렸을지도 모릅니다. 결국 현재의 사건은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 모두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란 논조를 담고 있는 이 문서가 3번 항에서 굳이 파마약에 대해 언급한 것은 특별히 한본부장의 혐의를 콕 집어 풀어주겠다는 의도를 담고 있었으므로 에디 사장도 바보가 아닌 이상 이 문서를 한본부장이 어느 골방에서 한영사전과 구글번역기를 사용해서 S뷰티 사장 몰래 만들어 보낸 것이라고 자연스럽게 추론했던 것입니다. 나 역시 같은 생각을 했던 거고요그래서 그가 메일 제목부터 굳이 ‘S뷰티의 공식문서라고 뽑아 붙인 것부터 가증스럽게 느껴졌습니다.

 

에디씨, 잘 지내죠?  S뷰티에서 보냈다는 그 이메일 말인데요. 역시 그건 S뷰티 사장이 보냈다고는 믿기 어렵겠어요. 사장 이메일 계정에서 보낸 것도 아니고 그에게 CC 되지도 않았어요. 서명도 없고 최소한 S뷰티의 사장이 이 메일발송에 간여했다는 어떤 흔적도 보이지 않네요. 내게 사본을 보내 달라고 한본부장에게 요청한 이후로 그는 줄곧 잠수를 타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만약 S뷰티 사장의 개인 이메일주소를 갖고 있지 않다면 이 공문에 회신할 필요 없다고 생각해요. 이 메일을 발송한 계정은 S뷰티의 공식계정이 아니라 한본부장의 또 다른 개인 계정이거든요. 만약 일부러 이렇게 한 게 아니라면 한본부장이 정말 일을 너무 못한다고 밖에는 할 수 없겠네요.

 

이렇게 에디 사장에게 SMS를 보내면서 내 얼굴이 화끈거렸습니다. 에디 사장은 즉시 회신을 보내왔습니다.

 

정말 그렇죠? 난 이 서류가 위조된 것이라고 확신해요. 그래서 뭐라 회신할 마음도 당연히 들지 않네요. 단지, S뷰티처럼 한국에서 유명하고 명성 높은 미용실체인이 저렇게 프로답지도 못하고 능력도 없는 직원을 채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뿐이에요.

 

그러게요. 아마 저 사람들은 그동안 한국 내수시장에만 너무 전념했던 모양이에요. 그러니 인도네시아에 첫 발을 내딛자마자 내내 삽질을 하고 있는 거겠죠. 어쨌든 이 일은 제가 더 알아 보겠습니다. 만약 한본부장이나 벤이 당신의 명성(그리고 내 평판 역시)에 누를 끼칠 보고를 했다면 바로 잡도록 할게요. 추이를 계속 알려 드리겠습니다.

 







그런 후에 한본부장이 뒷북을 때립니다. 지난 카톡 교신 이후 연락이 없던 한본부장이 며칠 후 다시 카톡을 해온 것입니다.

 

사장님, 메일 발송했으니 확인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사장님이나 에디 사장님, S뷰티의 어사장님은 아무 잘못이 없습니다. 모든 오해는 제가 잘못해서 생긴 것 같군요. 모두의 오해가 풀려서 잘 되기를 바랍니다.

 

그가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을 것임은 앞서의 이메일에서 이미 감지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눈치가 백단인 화교들이나 오랜 현지 독립군 생활로 닳고 닿은 내 앞에서 이 모든 건 당신들이 잘못 알아들은 거라는 취지의 오해로 치부해 버리지 말 것은 미리 몇 번씩 당부했었는데 한본부장이 아니나 다를까 정말로 그 오해드립을 밀고 나올 줄은 몰랐습니다.

 

참 곤란한 얘기입니다. 보내주신 공문에선 자카르타에서의 지난 사건이 다 미스커뮤니케이션이라고 뭉뚱그리면서 나나 에디 사장 및 그 친구들을 몽땅 바보 멍청이로 만들어 버렸는데 그게 어떻게 사과가 되고 해명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첫 번 째 이 공문은 저희 대표님이 다시 자카르타를 방문하기 이전에 먼저 전체적인 사과부터 한다는 것을 문서에 담은 것입니다. 물론 이 공문을 제 개인 메일계정으로 보낸 점이 잘못임은 인정합니다. 두 번 째 사장님이나 에디 사장, 에르나씨를 얕잡아 보아서 그렇게 보낸 것은 아니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저 역시 중간에서 문제를 해결코자 노력 중인데 그것이 보기에 미흡했다면 죄송합니다. 하지만 이 일을 하면서 누구를 기망하거나 우습게 여긴 것은 아니니 이 점만은 오해 없으시기 바랍니다.

 

이게 무슨 말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자기가 그 사과공문을 열심히 썼다는 말로 이해되었습니다.

 

사실 귀국하신 후 지난 5 31일 귀 메일 내용이 그 전 출장 중 설명해 주신 것들과는 너무 다른 것들이어서 경악스러웠던 게 사실인데 어쨌든 이 문제의 핵심은, 한본부장께서 벤 일당과 한 패였느냐? 아니면 그들에게 당한 것이냐? 를 밝히는 것이 아니라 S뷰티 대표님이 이라는 분과 동업까지 하려 한 친구라고 하니 그럼 이 모든 사건들이 혹시 S뷰티 대표님도 인지한 상황에서 벌어진 것이 아니냐 하는 의구심을 유발한다는 데 있었어요. 그래서 성실한 해명을 기대했는데 달랑 미스커뮤니케이션이라구요?

 

사건의 전개와 추이가 이렇게 돌아갔는데 내가 S뷰티 등뒤에서 따로 제품유통거래를 요구했다는 혐의에 대해 오해가 잘 풀렸으니 걱정 말라고 하는 한본부장님 얘기는 믿음이 가지 않습니다. 그러니 막혔을 때 원칙으로 돌아가야죠.

 

이 대목에서 좀 더 감정조절을 했어야만 했습니다. 아무리 실망하고 분노했다 하더라도 선을 넘어서는 안되는 것이었어요. 하지만 마치 기억상실증에라도 걸린 듯 자카르타에서 벌어진 사건들과 자신이 떠벌였던 그 모든 거짓말들, 그리고 그가 준, 벤 일당과 한패거리로 놀아났다는 자명한 사실과 그 증거들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피해자인데도 불구하고 문제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며 성실하고도 희생적인 직원의 가면을 덮어쓰려는 한본부장의 말투가 이미 타오르기 시작한 분노에 기름을 부었습니다.

 

S뷰티 입장에선 자카르타에서 무슨 일이 있었든 더 이상 진출하지 않기로 한다면 사과도 해명도 없이 끝내 버리면 될 일입니다. 하지만 자카르타쪽 입장에서는 S뷰티가 우리와 뭔가 다시 시작하려 한다면 당시 벌어졌던 사건에 대한 분명한 해명과 조치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본부장님이나 S뷰티 측에서 당시 사건을 현지에서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하는 부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듯 한데 적나라하게 말하자면 S뷰티 본사의 본부장급 정직원이 연루된 투자를 빙자한 30만불 사기미수사건이라고 보고 있는 거에요. 그런데 저 해명서를 쓴 사람은 그거 전부 당신들이 말귀가 어두워 오해한 거야, 아무튼 내가 사과할게,’라는 취지인 셈이고 오히려 벤 일당의 행동을 변호하고 대충 무마하려는 스탠스를 보여주고 있어요.

 

에디 사장 입장에서는 S뷰티 대표의 서명도 없는 그 서류와 그 이상한 내용들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 같아요? 그리고 나는 이에 비추어 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 같아요? 관련된 모든 당사자들의 체면을 세워 달라고 여러 차례 부탁했는데 해명메일을 통해 S뷰티 측에서는 한국측 사람들의 체면만을 세우고 인도네시아측 사람들의 체면과 입장은 쓰레기통에 거꾸로 처박은 셈이 되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여기까지였습니다.

한본부장은 이 이후 나와의 카카오톡 교신을 완전히 중단하고 말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내가 거는 전화도 받지 않았어요. 난 내 속에 있던 말들을 다 꺼내 퍼부어 버렸지만 결과적으로 에디 사장에게 S뷰티의 적절한 사과공문을 받아내 주는 궁극의 목적은 달성하지 못하고 만 것입니다.







 

상황을 되짚어 보자면 한본부장이 그동안 내게 메일과 카톡으로 한 얘기들은 대부분 거짓임이 틀림없었고 한본부장의 3월과 5월의 출장목적과, 그들이 귀국하여 S뷰티의 어사장에게 올렸을 보고서는 전혀 다른 스토리였을 것이 분명했습니다. 그 진실은 무엇이었을까요? 내가 할 수 있었던 최선의 추론은 이런 거였습니다.

 

1. 첫 출장 당시 예의상 그때 딱 한번 만나주며 예의상 멘트를 날렸던 것 뿐인 현지 대기업 뿌스피타 마르타에게 필이 꽂힌 한본부장은 처음부터 뿌스피타 마르타를 현지 합작 파트너로 간주하고 줄곧 그 꽁무니를 쫓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3월 출장기간 내내 뿌스피타 마르타를 만나지도 못한 한본부장은 본사로 돌아가서는 오히려 그들과의 합작계약이 마지막 성사단계까지 간 것처럼 출장보고를 올렸던 것 같습니다. 허세이고 과욕이었죠. 물론 그 당시까진 뿌스피타 마르타는 투자 파트너가 아니라 내가 에디 사장을 소개했을 때의 취지였던 미용실 오픈을 위해 이름과 허가를 빌릴 JV 파트너였겠죠그 과정에서 나나 에디 사장은 그의 출장보고서에서 사실상 S뷰티가 딛고 건널 한낱 징검다리로 전락하고 만 것이고요.

 

2. 그런데 한본부장의 출장보고서에 속아 넘어간 사람은 S뷰티 사장만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역시 속아 넘어갔던 거죠. 뿌스피타 마르타 같은 대기업이 그렇게 간단히 S뷰티의 JV 파트너가 되어 주었다면 자신이 투자해야 할 30만불도 S뷰티의 이름을 내세워 뿌스피타 마르타로부터 손쉽게 받아 낼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준은 벤과 미스터 강까지 한본부장의 5월 출장에 맞춰 자카르타로 동원했던 것입니다. 난 당시 준도 당연히 자카르타에 있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만약 뿌스피타 마르타와 미팅이 성사되었다면 거기 나타났을 테니까요. 하지만 끝내 미팅이 성사되지 않자 한본부장의 출장보고가 완전 거짓이었음이 백일하에 드러났겠죠. 자기 돈으로 투자할 의지가 전혀 없었던 이 미용실 오픈과 롯데입점을 포기한 것은 대략 이 지점이라고 판단됩니다. 그간 100% 한통속이었던 한본부장과 준 일당이 틀어지기 시작한 것도 이 때부터였을 거고요.

 

3. 그럼에도 그들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에디 사장을 통해 에르나씨에게 30만불 투자를 종용하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이번엔 S뷰티의 이름을 사용하지 않고 급조한 제3의 회사를 내세우죠. 장담컨대 이 제3의 회사는 당시 아직 설립조차 되어 있지 않았을 것이 분명합니다. 뿌스피타 마르타 건으로 미운 털이 박힌 한본부장은 두 번 째 수요일 미팅에서 철저히 배제됩니다. 뿐만 아니라 역시 롯데측 유력자라고 거론되긴 하지만 미팅에 참석하진 않습니다. 그 제3의 회사도 이 아니라 벤이 대표이사라고 이야기합니다. 왜 그랬을까요?

 

이건 못먹는 감 찔러보기라고 생각됩니다.

뿌스피타 마르타와 계약이 불가능하다는 걸 마침내 깨달은 한본부장이 급히 에디 사장에게 SOS를 날려 어렵게 미팅이 성사된 에르나씨가 벤 일당의 눈에는 뿌스피타 마르타 같은 대기업에 비해 얼마나 우습게 보였을까요? 게다가 이미 롯데입점은 취소된 상태에서 아무 것도 모르는 에르나씨가 30만불을 넣을지도 모른다는 그 상황이 일당에게는 얼마나 매력적이었을까요? 자기들이 그 돈을 들고 튀더라도 그 뒷감당은 자신들이 아니라 그 동안 전면에 나서있던 한본부장이 하게 될 상황이 될 테니까요. 그러니 한본부장이 배제된 수요일 미팅에서 벤 일당은 에르나씨에게 집요하게 투자를 요구했던 것이고 그 시도가 실패한 후 내가 일요일 아침 이 사건을 따지러 S 빠르만 거리의 호텔에 나타나자 벤이 그렇게 기를 쓰고 나서 대답을 가로채면서 나와 한본부장에게 수요일 미팅 사실을 숨기려 했던 거였겠죠.

 

그때 어쩌면 미스터 강과 벤이 에르나씨에게서 돈을 받으면 까지도 재껴 버리려 했던 건 아니었을까요? 아무튼 추론은 여기서부터 더욱 지저분해집니다.

 

4. 이제 준 일당과 한본부장은 반목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 동안 한본부장은 준 일당이 현지에서 30만불을 구할 수 있도록 돕는 입장이었으니 분명 맨 입으로 돕진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뿌스피타 마르타의 투자의사가 순전히 지어낸 얘기라는 게 밝혀지면서 한본부장은 일당에게서도 죽일 놈이 된 것이죠. 한편, 벤 일당이 에르나씨를 따로 만나 한본부장 몰래 제3의 회사명의로 투자금을 빼돌리려 했던 것은 명백히 한본부장의 등 뒤에 비수를 박는 행위였어요. 같이 나눠 먹어야 하는 건데 말이죠. 한본부장이 일요일 아침 호텔미팅에서 내내 불쾌한 표정을 숨기지 않았던 것도 당연한 일입니다.

 

그런데 서로 캥기는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었죠. 준 입장에선 자신이 막판에 30만불을 빼돌리려 시도했다는 것을 명색이 절친이라는 S뷰티 사장이 알게 되는 게 당연히 곤란했을 것입니다. 실제로 돈을 빼돌려 튀었다면 모르되 그런 시도를 했던 것이 적나라한 증거와 목격자들을 남겼기 때문입니다. 한편, 한본부장 입장에서는 자신이 본사 몰래 제3의 회사에서 가져온 제품들을 인도네시아에 유통시켜 개인적인 주머니를 따로 차려 했다는 부분을 S뷰티 사장에게는 반드시 감춰야 할 부분이었습니다. 회사 돈으로 보낸 짧지도 않은 출장기간 내내 개인적 이익을 목적으로 딴 짓을 했던 것이 알려지면 무사할 출장자는 없는 법이니까요. 문제는 서로 그런 약점들을 쥐고 있다는 것이었죠. 그래서 딜이 됩니다. 본사에서는 어차피 자카르타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절대 알 수 없을 테니 서로 덮어주기로 말입니다.

 

5. 그런데 아직 사소한 문제가 하나 남습니다. 그렇게 벌어진 사건의 진상을 아는 사람은 그들 외에도 더 있다는 것입니다. 나와 에디 사장 말이죠. S뷰티 사장을 만나게 하지도 않았고 본명, 전화번호, 메일 주소 한 개 준 적이 없지만 세상사 알 수 없는 일이니 우리가 S뷰티 사장에게 이 모든 일을 까발리는 일만은 없어야만 합니다. 그런데 사장이 영어를 전혀 못한다고 하니 에디 사장이 영문으로든 인도네시아어로든 이메일을 보낸다 하더라도 사장을 읽지 못할 것이고 중간에서 차단해 버릴 어느 정도의 자신도 한본부장에겐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내가 문제죠. 난 한국말이 됩니다. 어느 날 한국출장을 가서 S뷰티 본점에 나타날 지도 모르고 무슨 수로든 이메일이나 전화번호를 알아내 연락해 올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내 입을 막아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우선 내가 S뷰티 본사에서 이 사건이 어떻게 보고되어 있는지 몰라야 합니다. 그래서 내겐 자신이 퇴직을 각오하고 의심까지 받아가며 준 일당과 투쟁하고 있다고 약을 팔면서 내가 본사에 직접 접촉시도를 할 지도 모르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한 거죠. 그러면서 다른 한편으로 S뷰티 사장에게는 그때 만났던 자카르타의 뷰티션이란 인간이 몇몇 한국제품들을 알아봐 달라 부탁해서 수배해 주었는데 알고 보니 S뷰티 빼고 개인적으로 공급해 달라 하더라, 그래서 혼줄을 내줬더니 악감정을 품고 S뷰티의 인니 진출을 계속 방해하더라는 식으로 보고했겠죠. 혹시 내가 직통경로를 알아내 S뷰티 사장에게 직접 무슨 얘기를 해도 그 말을 믿지 않도록 사전예방작업을 했던 것입니다.

 

6. 그러니 S뷰티의 사장은, 그가 한본부장이나 준 일당 어느 한쪽과 철저히 한패가 아니었다면, 인도네시아 상황에 대해 뷰티션이란 인간이 줄곧 따라 다니며 개판을 죽여 뿌스피타 마르타와 JV 합작도 틀어지고 도 더 이상 투자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고 보고 받았기 쉽습니다.  그렇게까지 그들 실패의 주원인으로 거론되지는 않았더라도 최소한 S뷰티를 등치려 하는 사기꾼 비슷하게 한본부장의 출장보고서에 등장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S뷰티 사장은 에디 사장에게 사과공문을 써야 할 아무 이유가 없었던 것이고 그래서 한본부장은 골방에서 영한사전을 뒤적이고 구글번역기를 돌려가며 몰래 그 서류를 만들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그러니 영문법이 완전할 수도 없고 회사 공식메일계정을 통해 보낼 수도 없고 어사장의 서명을 받을 수도 없었던 것이죠.

 

그리고 그가 막판까지 이 모든 걸 훌훌 털어버리질 않고 사문서위조까지 하며 사과공문을 보내온 것은 그 나름대로의 유종의 미를 거두려는 것보다는 사과공문 3항에서도 수줍게 드러나는 바 그간 에디 사장과 나를 통해 진행하려 했던 미용약재와 손팩, 발팩 등 제품들의 인도네시아 판매와 유통으로 개인적인 추가수입을 올리려는 희망을 마지막까지도 놓지 않았기 때문이라고밖에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난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야만 했습니다.

내 추론은 벌어진 사실들과도 대부분 아귀가 맞았습니다. 그래서 내가 여기서 멈춘다면 진실이 묻힐 뿐 아니라 앞으로도 인도네시아 미용시장에서 종사해야 할 내 명예와 평판은 나도 모르는 사이 S뷰티를 중심으로 재생산되며 자칫 회복할 수 없는 상태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걸 바로잡는 방법은 S뷰티 사장과 직접 연결되는 것이었는데 한본부장이 그 모든 통로를 철저히 봉쇄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어떻게 그 봉쇄를 뚫고 S뷰티 사장에게 내 입장을 피력한다 해도 지금까지 이미 오랫동안 한본부장의 출장보고를 통해 내게 나름대로의 선입견을 가지고 있을 그가 내 주장을 믿으리란 보장도 없었습니다.

 

물론, 그가 믿어주는 말고가 중요한 건 아니었죠. 남의 마음을 내 맘 쓰듯 할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 그보다는 내가 어떤 식으로든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 S뷰티 사장에게 내 입장을 전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곰곰이 생각한 끝에 그 학군후배를 다시 생각해 냈습니다. 난 또 다시 장문의 이메일을 썼습니다.

 

 

--------- 원본 메일 ---------

보낸사람:  beautician
받는사람 : ,<**********7@gmail.com>
날짜: 2013 6 10일 월요일, 04 36 02 +0900
제목: S뷰티 관련

 

후배님,

 

SMS로 운을 땠던 S뷰티 관련입니다.

지난 5 24 S뷰티의 이익을 지켜줘야 하는 가까운 사이냐고 SMS로 물어봤던 적이 있죠? 그 사건의 연장입니다. 당시 S뷰티의 출장자들이 일으킨 사건은 매우 심각한 것이었고 (중략) 일단 그들이 스스로 이 문제를 원만히 해결하기를 그 동안 기대했습니다.

 

(중략) S뷰티 대표가 작성했다고는 도저히 믿기 힘든 애매한 해명문건 하나가 입수되었는데 그 수취인은 한본부장이 이 문건도 S뷰티의 대표를 사칭해 위조한 것이라 보고 분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 토요일 한본부장과의 카톡에서 S뷰티 측이 내가 뒤에서 한본부장과 몰래 손잡고 제품유통관련 거래를 하려고 장난을 친 것으로 알고 있는 것처럼 얘기를 했고 심지어 후배님이 S뷰티 본사에 가서 내 입장을 해명했다고까지 말하고 있어 (중략) 나도 빡친 게 사실이고 오명을 벗기 위해 최소한의 자위권을 발동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과정이야 어쨌든 후배님이 날 소개한 셈인데 그렇게 만난 S뷰티의 한본부장은 내가 소개한 현지업체들에게 사고를 쳐놓았고 이제 내가 욕을 먹는 상황이 된다면 후배님 입장도 난감해 질 것이어서 그간의 상황과 관련 자료들을 공유코자 합니다.

 

 1. 사고내용.

 (생략)

 

2. 거짓말들

 

한국에 돌아간 한본부장이 보내준 이메일에서의 설명은 그 동안 그가 자카르타에 출장 와서 했던 얘기들과 많은 편차를 보였습니다. 그건 거짓말을 대충 둘러대곤 하는 사람들이 대개의 경우 자기가 지난 번에 어떤 거짓말을 했는지 나중엔 쉽게 잊어 버리고 딴 소리를 하는 것이라고 이해되었습니다(첨부 3. 한본부장의 5 31일자 이메일 참조)

 

1) ~ 6) (생략)

 

이상과 같은 이유로, 비록 대놓고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S뷰티 한본부장에 대한 신뢰도는 이미 바닥을 치고 있었어요. 단지 그가 들고 온 ' S뷰티'라는 이름을 줄곧 존중해 주었던 거지요. 그런데 30만불에 대한 투자관련 계약 상대방 문제가 터지고 어쩌면 이 모든 일에 S뷰티나 롯데는 애당초 아무 관련도 없는 일이었고 S뷰티 명함을 들고 흔들던 한본부장에게 완전히 사기 당했다는 정황이 여기저기 보이면서 에디 사장이 격분하고 있는 거에요.

 

서두에 언급한 사고에 벤, , 미스터 강이 사고 주체인 것은 분명한데 거기에 S뷰티 한 본부장이 실제로 한통속으로 연루되어 있느냐 아니냐는 사실 저나 에디 사장에게 하나도 중요한 일이 아닙니다. 일을 여기까지 진행해 온 것은 ' S뷰티'라는 이름을 보고 했던 것이고 그 사고 주체의 ''이라는 사람이 S뷰티 대표의 친구분이라고 여러 차례 얘기를 들었는데 그럼 이 모든 사건과 거짓말들의 배후에 정말로 S뷰티가 있는 것인지, 준의 친구인 S뷰티 대표가 인지한 상태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인지, 그래서 이 사건에 S뷰티 대표의 입장과 반응은 어떤 것인지, 이런 게 중요한 것이죠. 그래서 S뷰티 의 공식적인 해명을 기대하고 있었던 것이고요.

 

 

3. 공식해명 이메일

 

(전략)… 6 5일자로 작성된 S뷰티의 공문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상의 문제들을 'miscommunication'으로 뭉뚱그려 버린 진부하고 성의없는 사과메일이 첨부되어 있었어요. 이게 정말 S뷰티 대표님의 해명 이메일이라면 참 불행한 일입니다.

(파일첨부 : S뷰티 사과메일 참조) 

 

그런데 이 문서를 S뷰티 대표님이 작성했거나 최소한 인지했다는 증거는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습니다…(중략)…그래서 에디 사장은 이 서류를 한본부장이 S뷰티 대표를 사칭해 위조한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파일첨부 : 에디 사장과의 SMS 교신 참조)

 

여기까지가 지금 벌어져 있는 상황이에요.

 

 

4. 내 입장 / 에디사장 입장

 

나는 위의 첨부자료들에서 보듯 한본부장의 두번째 인니 출장이었던 지난 3, 그의 출장 첫날부터 S뷰티와의 일에서 발을 뺀 상태였어요. 한본부장은 S뷰티의 지사장으로 이미 내정된 사람이 있고(), 현지 사업파트너는 에디사장과 하겠다고 분명히 하는데 내가 끼어들 여지는 전혀 없었기 때문이었죠…(중략)…..내가 S뷰티의 등뒤에서 몰래 제품들을 유통시키려 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이상의 정황이나 첨부자료들을 통해 충분히 소명이 된 것으로 믿습니다. 사실 보통은 이런 소명을 하지 않아도 그만이지만 한본부장은 S뷰티가 여전히 인도네시아에 진출하려 한다 하니 부득이 내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했던 것이고, 따라서 이것으로도 충분치 않다면 혹시 S뷰티 대표님의 자카르타 출장 계획이 있을 때 한번 만나보고자 합니다후배님이 그런 자리를 만들어 줄 수 있을까요?

 

한편 에디 사장이 S뷰티와 얘기를 시작하게 된 것은 S뷰티가 미용실을 오픈할 경우 한국에서 가져올 약제들이 식약청 허가를 받아야 할뿐 아니라 해당 HS 번호 제품군의 수입허가가 필요한데 에디사장의 알파뷰티는 hair cosmetic 제품군 대부분에 대한 수입허가를 이미 따놓은 상태여서 커미션 베이스로 S뷰티가 필요로 하는 제품들을 수입해 공급해 줄 수 있다는 취지에서였습니다그런데 한본부장은 S뷰티의 현지 미용실 오픈과는 별도로 자꾸 너절한 제품들을 에디 사장에게 들이밀고 있었고 우린 그게 S뷰티 제품이 아니라 한본부장의 개인사업이라 생각하고 있었으므로 에디 사장이 매우 부담스러워 하고 있던 차였어요.

 

따라서 나뿐만 아니라 에디 사장도 S뷰티 등뒤에서 제품을 몰래 유통하고 한본부장을 유혹했다는 말이 혹시라도 돌았다면 이상의 설명을 참고해 주기 바랍니다.

 

 

이상입니다.

후배님도 무척 바쁜 사람인데 이 메일이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길어져 버려 미안해요.

그래도 일단 정리해야 될 얘기들은 다 정리해야 했습니다.

이 자료를 어떻게 처리할 지는 후배님께 맡깁니다.

 

 

그는 다음날 바로 SMS 회신을 보내왔습니다.

 

어제 선배님께 회신하면서 어사장에게도 CC 했습니다. 사실에 대해 인지했고 조만간 6월 내로 들어오겠다고 합니다.

 

내 메일이 S뷰티 사장의 개일 계정으로 전달되었다는 얘기입니다. 그렇다면 내 시도는 성공을 거둔 것입니다. 난 에디 사장에게도 상황을 전파했습니다. S뷰티로부터 공식사과공문을 받아내는 것은 실패한 셈이지만 이제 6월에 S뷰티 사장을 만나게 되면 모든 일이 어떤 식으로든 매듭지어지든가 다시 시작될 것이었으므로 나도 비로소 내가 해야 할 바를 다 한 셈이었어요.

 

단지 후배의 SMS 내용이 그 동안 한본부장의 메시지와 많이 닮아 있던 것이 좀 마음에 걸렸던 것이 사실입니다. 한본부장 역시 S뷰티 사장이 6월에 자카르타 출장 오면 소개도 하고 식사도 주선하겠다고 여러 번 얘기했었습니다. 이 후배는 분명 좋은 사람입니다. 하지만 어떤 상황이 벌어졌을 때 그가 과연 정말 우리 편이 맞는지 피아를 확인하는 것은 전혀 다른 얘기였습니다. 이 친구에 대해선 그런 판단을 할 만한 정보가 부족했어요. 그가 S뷰티 사장과 가까운 사이인 것은 분명했지만 그가 준이나 한본부장과의 사이에 어떤 관계가 형성되어 있는지는 알 길이 없었던 것입니다. 내가 90년대 중반 자카르타에서 처음 와서 일을 시작한지 1년이 채 못되었던 시절 내 등에 첫 번 째 비수를 깊숙이 꽂아 넣었던 사람은 당시 내가 누구보다도 신뢰하고 의지해 마지 않았던 학군 16기 선배였던 것을 난 아직도 잊지 않고 있습니다.

 

6월말이 다가오면서 S뷰티의 사장은 결국 자카르타에 오지 않았습니다. 아니, 그렇게 단정할 수는 없는 일이죠. 우리 몰래 다녀 갔을지도 모릅니다. 아무튼 그는 우리를 만나러 오지 않았습니다.

 

그대신 6월 말에 다른 일이 벌어졌습니다. 인도네시아의 첫 롯데쇼핑백화점이 문을 연 것입니다. 그날 우린 몇 명의 화난 사람들로부터 빗발치는 전화를 응대해야만 했습니다.

 

한국사람들이 왜 그래요어쩌자고 이런 짓을 하는 거냐고요?”

당신들이 한 짓은 아니지만 어쨌든 당신도 한국사람 아니요? 이거 어떻게 좀 책임져 보라고요!!”

 

살롱프로의 헤니 편집장과 몇몇 미용사들이었습니다. 그들은 롯데쇼핑이 문을 여는 날 아침, 첫 손님이 되어 몰에 들어가 몇 시간 동안 구석구석을 헤매며 S뷰티 미용실을 찾아 다녔다는 것입니다. 미용사들은 한본부장과 그날 거기서 만나기로 이미 지난 5월부터 약속했다는 거였어요. 그들은 S뷰티 미용실에 채용된 사람들이었어요.

 

미용실이 있어야 이 사람들이 일할 거 아니요? 그 사람들 지금 어디 있어요? 이 사람들 어떻게 할 거냐구요?”

 

헤니 편집장은 롯데쇼핑센터와 S뷰티 미용실 개업을 취재하러 왔던 거라고 했습니다.

얘기를 들어보니 신축 롯데쇼핑센터 인근의 엠배서더몰, 그랜드 인도네시아, 플라자인도네시아, EX 몰 등의 최고급 미용실에서 일하는 수석 또는 차석 디자이너급의 미용사들 여러 명이 지난 5월에 미용실을 방문했던 한본부장 일행을 만나 인도네시아에서는 상상하기도 힘든 최상의 조건으로 스카우트 되었다는 거였어요. 한본부장은 영어도 인도네시아어도 단 한 마디 하지 못하니 벤이 동행했으리란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들이 말한 스카우트 조건이란 것이 워낙 파격적이어서 그들 중 일부는 5월말에 다니던 미용실을 그만 두고 퇴직금까지 정산 받은 후 롯데쇼핑센터가 문 열기만을 기다린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S뷰티 미용실의 롯데쇼핑 입점이 오래 전 취소되었다는 것을 그날에야 알았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그들이 한본부장을 만나 인터뷰했다는 날짜는 이미 뿌스피타 마르타와도 미팅불발이 확정되고 에르나씨를 만나던 당시의 일이었습니다. 바꿔 말하자면 그들이 미용사들에게 스카우트 약속을 남발한 시점은 롯데입점 취소가 확정된 후라는 거였어요. 의도적으로 악랄한 장난을 친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 일을 제가 개인적으로 책임질 수 있는 방법은 없을 것 같아요. 그 대신 협회에 이 사건의 보고서를 정식으로 제출할게요.”

 

인도네시아에도 ICD, OMC 등 해외와 연계된 미용협회들이 있습니다. 피해를 입은 미용사들 중 일부는 노동청에 S뷰티를 고발했고 ICD에도 개별 고발하기도 했어요. 내가 영문으로 작성해 에디 사장의 서명을 함께 받아 보고서를 제출한 미용협회도 ICD 였습니다. 인도네시아에 S뷰티의 실체도 없는 상황에서 결국 다 부질없는 일이었지만 살롱프로에서 관련 기사를 쓰겠다는 것을 간신히 만류한 결과이기도 했고 그나마 피해를 입은 미용사들의 양해를 구하는 방편이 되기도 했죠. 한본부장과 벤 일당이 아마도 그들이 이렇게 쳐놓은 장난을 내가 죽어도 모를 거라 생각하며 키득거렸으리라 생각합니다.

 

일이 이렇게 됐는데 제가 당장이라도 귀국하지 않는 건 뒷정리를 해야 되기 때문이에요. 롯데입점이 취소된 만큼 그동안 얘기해 왔던 했던 뿌스피타 마르타에도 양해도 구해야 하고 롯데 사람들하고도 관련된 수속을 마무리 져야 하고요.”

 

입점이 취소된 와중에 롯데와 무슨 수속이 더 필요하고, 그들을 만나줄 생각도 없었던 뿌스피타 마르타에게 무슨 양해를 구해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직 귀국을 며칠 앞두고 있던 5월의 일요일 아침 미팅 당시 한본부장은 그런 얘기를 하며 자기 책임감을 강조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사람이 뒤로는 현지 미용사들에게 악의적인 장난질을 쳤던 것입니다.

 

하지만 난 그가 응분의 대가를 치렀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내 학군후배가 S뷰티 사장이 사실에 대해 인지했다고 했던 것처럼 그를 통해 보낸 이메일을 S뷰티의 사장이 받아 보았다면 자카르타의 거래선들을 기만했을 뿐만 아니라 S뷰티 본사까지도 농락한 한본부장이 절대 무사할 수 없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난 그렇게 믿었고 이 사건은 일단 완결된 것이라 믿었습니다.

 

그로부터 몇 개월이 지나 메단의 한 미용사를 통해 S뷰티 얘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S뷰티가 예전에 인터넷 어딘가에 올려 두었던 인도네시아 송출 미용사 모집광고를 뒤늦게 본 그 미용사의 친구가 뒷북을 치며 전화를 걸었던 모양인데 S뷰티의 대답은 이랬답니다.

 

인도네시아 미용실 오픈은 겨울로 늦춰졌어요. 그래서 몇 개월 후에 다시 모집공고 올릴 예정입니다.”

 

그렇게 대답한 사람은 한본부장이었고요. 한본부장은 그때까지도 S뷰티에서 건재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요? 난 그게 과연 어떤 의미인가를 생각해 봤습니다. S뷰티 사장이 직원들의 모든 허물을 눈감아주는 매우 관대한 사람이라는 뜻이었을까요? 아니면 내 학군후배가 내게 SMS로 통지한 바와는 달리 사실은 그 이메일을 S뷰티 사장에게 애당초 전달하지도 않았던 것일까요? 그것도 아니라면 본부장쯤 되면 저 멀리 인도네시아에서 사기사건을 저지르는 정도로는 S뷰티의 내규상 징계사유도 되지 않는다는 뜻일까요?

 

S뷰티의 사장도 이번 사건의 간접적 피해자 중 한 사람이었다는 그 동안의 내 생각은 한본부장의 근황소식을 듣고서 어쩌면 S뷰티는 사장부터도 그 사건에 연루되어 처음부터 동조했거나 나중에 방조해 버린 공범이었을 것이란 생각으로 바뀐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입니다. 또는 그에게 있어 인도네시아로부터의 항의의 목소리는 언제라도 묵살해 버릴 수 있는 사소한 것이었든 말이죠. 그렇지 않다면 한본부장이 그렇게 아무 탈 없이 건재할 수는 없는 일이었습니다하지만 나도 더 이상은 실망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들에게 더 이상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고 있었으니까요.

 

 

 

 

그 사건으로부터 딱 1년이 흘러 다시 5월이 돌아오자, 마치 달력에 표시라도 해놓고 노심초사 기다리기라도 했던 것처럼 S뷰티의 장차장이 교류재개를 요구하는 카톡을 보내왔던 거에요.

 

당시….첫 만남 이후 한본부장이 단독으로 진행하면서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고 들어 개인적으로 매우 아쉬웠습니다. 현재 한본부장은 퇴사한 상태이며….기억이 남아 이렇게 다시 연락을 드립니다

 

바로 얼마 전 한본부장이 조선시대의 한 대왕님 이름을 사용하는 미용 아카데미의 본부장으로 직장을 옮긴 상태임을 풍문을 통해 듣고 있었습니다. 한국의 크고 작은 미용실이나 아카데미들이 저마다 본부를 한 두 개씩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한번도 자기 미용실을 가져 본 적도, 운영해 본 적도 없는 그는, 이번에도 거기서 또 다시 미용실 운영기법에 대한 강의를 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2월 첫 출장 당시 한본부장은 S뷰티로 막 자리를 옮긴지 두 달도 되지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고 전 직장에서 자기가 끌어온 사람이라며 장차장을 소개했던 것을 기억합니다. 그 장차장이 이제 한본부장의 위치 정도가 된 모양이죠.

 

하지만 그때 상황에 대해서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이 S뷰티에 아무도 없기에 뭐라고 말씀 드리기 힘든 게 현재 저희들의 솔직한 입장입니다….미래적 파트너쉽을 가지려는 긍정적인 목적을 가지고 연락을 드렸던 거였어요.

 

한본부장과 뭔가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는 건 알겠는데 이젠 그만 두고 나간 사람이니 S뷰티와 뭔가 다시 시작하기엔 더 이상 걸림돌이 없지 않냐는 논조입니다.

 

물론 1년 전에 한본부장과 준 일당이 저질렀던 사건에 대해 장차장에게 책임을 지우고 비난해서는 안되겠죠. 하지만 파트너쉽이란 회사 대 회사로 이루어지는 것인데 1년 전의 사장이 지금도 사장이고, 그렇다면 여전히 준과도 절친일 테고 주변에 벤과 미스터 강이 얼쩡거리고 있을 텐데 당시 사건에 대한 해명이나 사과도 한 마디 없이 한본부장이 퇴사했다는 사실 하나만 가지고 장차장의 등을 떠밀어 자카르타에 손을 내밀게 하는 건 S뷰티의 명성에 걸맞지 않는 참으로 프로답지 못한 행동인 거죠.

 

사고를 친 후 그 과오를 용서받고 새출발 하는 가장 첫 단계가 바로 진심어린 사과라는 사실을 S뷰티는 아직도 깨닫지 못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2014. 6.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