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으로 살아 가기
미얀마 쿠데타 상황 정리 (엄은희 박사) 본문
미얀마 쿠데타 관련 몇 가지 생각
1. [#대외상황] 먼저 전제할 주변국 상황은, 상당히 좋지 않다. 가장 가까이 있는 태국이 쿠데타 이후에도 저리 건재한 것은 가장 안 좋은 신호이다. (심지어 태국 내에는 군부=사회 엘리트 = 하나의 정치적 입장으로 인정할 수도 있어라는 이른바 tank liberal 이란 정치적 견해도 있다). 카오스적 상황보다야 안정 속에서 지속 등장하는 야당이 있다는 점, 그래도 자유로운 언론과 세계에 대한 개방성이 크다는 점은 중요하지만 태국의 군부는(도) 결코 스스로 권력을 내려놓을 생각이 없음이 분명하다.
영향력의 차이는 있지만 그 옆의 캄보디아의 훈센총리는 3.4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접종 받으며 "나, 건재함. 쉽게 죽지 않아, 내려가겠다는 얘기 할 일 앞으로 10~20년까지 없어, 사실상 영구집권 가능"이라 말했다. (대변인은 정치적 수사라 쉴드 쳤다지만.... 진심 암울하다.) 현재 미얀마의 시민항쟁이 어떻게 전개될 지 미얀마 군부만큼 관심있을 가장 가까운 이웃나라의 사정이 이러하다.
2. [#아세안] 안 되는 일도 없지만 또 되는 일도 없는 지역협력체의 무력감. 인도네시아를 필두로 아세안이 긴급 (비공식) 외교부 장관 회의를 3/2일 소집해 쿠데타에 대한 반대 입장을 내렸으나, 전체가 아닌 일부 의견으로 남았음. 큰 소용이 없었다. 오히려 아세안 FM 회의 다음날인 3/3일 미얀마 군부는 "피의 수요일" 유혈사태를 일으키며, 더 세게 나갔다. 미국과 유럽의 제재만큼이나 무기력한 아세안의 입장... 예상했으나 서글프다.
3. [#미얀마_국내상황] 본래 정치구도는 군부 대 수치(NLD)이지만, 쿠데타 이후 헌정이 중단되니 NLD는 거의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의회 출범이 쿠데타로 무산된 후 지난 총선 당선자 중심으로 미얀마 연방의회 대표위원회(CRPH)가 나타난 듯 한데, 이들이 정치적으로 결집해 있는 것인지, 군부의 감시와 포위망을 뚫고 활동할 수 있을지 확인이 어렵다.
현재 눈에 보이는 전선은 군부 vs. CDM(시민불복종) 항쟁 세력들. 폭력의 수위가 높아져 가고 있는데 안타깝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군부와 CDM는 양 쪽 중 모두 물러나는 것이 쉽지 않다. 군부는 멈추면 그나마 가졌던 권력도 내려놓아야 하고, 시민들은 60명 이상 사상자가 났으니 이대로 물러나기 어렵다. 명백한 물리력의 차이 앞에 희생자의 수는 늘어날 것이고, 이러다 CDM 세력이 두려움과 실제 폭력에 지쳐 멈춰서게 된다면... 아 가장 나쁜 시나리오... 성공한 쿠데타가 될 가능성이 높다. 8888의 반복. 미얀마는 다시 고립되고, 시민들은 더더욱 고립될 것이다.
4. [#순교자들. 하지만 그 수가 계속 늘어가도록 방치할 수는 없지 않나...] 쿠데타가 한 달이 경과했으나 어째든 모든 것의 변수는 “싸우는 시민들의 존재”. 그들의 희생, 그들의 버팀만이 상황을 움직이는 동력이다. 3/3일 19세 치알 신의 죽음은 그 자체로 너무 충격적이다. 해맑던 소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음. 자신의 생체정보를 카트에 적고, 아버지와 사진을 찍고. 수많은 외신 앞에서도 웃으며 거리에 뛰어든 소녀.. 그 외에도 자기 팔다리에 신체 정보 남기고 전선으로 뛰어드는 스무살 안팎의 앳된 “불나비” 청년들 많다.
이것에 마음 움직인 세계시민들이 적지 않다. "이건, 이건 정말 아니잖아요.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요." 자국민에게 총을 겨둔 군인이라니 싱가포르의 성명서처럼 이는 참담하고 “부끄러운 일”이다. 미얀마의 어른들이 아니라 이 아이들과 청년들을 구해야 한다.
5. [#관료조직의_이반] CDM 지지, 합류를 선언하는 경찰, 군인, 고위급 관리, 해외의 공관 대사들(3/6일 오전까지 10명 파악)이 많다. 이들의 수가 중요하다. 환영한다. 어려운 결단에 감사한다.
해외에 거주하는 미얀마 이주노동자, 유학생들의 움직임이 거주국 정부의 입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예를 들어, 호주, 미국, 영국 등은 자국 내 유학 중인 군부자녀의 비자를 만료시켰다고 한다. 우리도 국내 미얀마 이주자들과 더 결합해야...
6. [#CDM이_만들어낸_제3의_가능성] 이번 항쟁에서 세 손가락의 시민불복종운동(CDM)은 중요한 역할을 획득했습니다. 향후 협상 국면에서도 군부 VS. NLD 이외에 제 3의 목소리로 현 시민항쟁이 협상의 주요축이 될 수 있고 또한 되어야 하는 상황. 물론 현재의 정치적 구도로는 불가능하고 외부 중재가 개입해야 할 시점에 그렇게 되도록 도와야 한다.
정치엘리트 간의 협상 아니라 시민 대표자가 협상 파트너가 되도록!!!(쉽지 않지만 그리 되도록 도와야 한다). 로힝야에 대해, 연방제에 대해, 소수종족과의 관계에 대해 성찰하는 시민들이 더 많이 나오길. 물론 무엇보다 살아남아야 하는 것이 크지만.
7.[#디지털로_연결된_세상] 절대다수 미얀마 시민들이 휴대폰을 들고 있고, 인터넷으로 세계와 연결되어 있다. 이 조건은 그나마 88년과 21년을 다르게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
8. [#한국은_중재의_역할 할수 있을까?!! #할_수_있다고_믿어요!] 3/6은 문재인 대통령의 성명까지 나왔다. 세계적으로도 드문 일이다. 광주를 겪었기에 가능한, 수사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산업화 뿐 아니라 민주화에 성공한 국가에서 나온 무게감 있는 목소리다.
이로써 한국은 어느 시점 미얀마 사태에 개입할 수 있는 역령있고, 의지있는 외부세력이 될 조건을 갖추게 되었다. (아직은 상황이 무르익었다 보기 어렵지만) 어느 시점 국제사회의 중재단이 꾸려질 때 한국은 정부차원에서 이를 책임져 보기를 기대한다. 시민은 시민으로 돕고, 정부는 정부가 할 수 있는 일도 도모해 보길 바란다.
9. [#중국에_공개적으로_물어야_한다] 당신들의 미얀마 사태에 데한 입장은 무엇인가? 군부를 지지하는 게 정말 맞는가? 중국계 치알 신의 죽음에 보고 중국시민들의 마음도 움직이고 있지 않은가? 89년의 중국과 21세 문명국을 선언한 중국은 달라야 하지 않는가? 2021년 봄을 맞이하는 이 시점에, 세계인이 다 보는 상황에서 자국민에게 총을 쏘는 미얀마 군부와는 아무리 당신들이라도 손절해야 하지 않겠나?
10. [#나는_우리는_뭘_할_수_있을까?] 한국에서 다양한 채널(뉴스, 성명서, 모금 등)로 미얀마에 관심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감사하고 좋은 일이다. 이를 통해 나는 우리가 세계시민을 향해 한 걸음 전진했다고 생각한다.
더 많은 시민이 관심을 끈을 놓지 않고 이어지기를 바래봅니다.시민 개인으로라도 관심을 놓지 맙시다. 포스팅도 하고 모금에도 동참하고, 다양한 층위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다양한 역할을!
**이 내용은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엄은희 박사가 2021년 3월 6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스크랩한 것입니다. 미얀마 쿠데타와 주변국 정세를 잘 정리한 혜안과 따뜻한 마음이 돋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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