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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의 삶

양아치와 열사들

beautician 2020. 8. 22. 11:42

 

돌이켜 보면 세상이 변해가면서 나도 본의아니게 시류를 탄 부분이 적잖게 있다.

그중 하나가 인터넷에 글을 썼던 플랫폼이다.

 

내가 본격적으로 인터넷에 글을 쓰기 시작한 건 아마 1999년 쯤이었던 것 같다. 

1998년 외환위기가 아시아와 세계를 덮치고 자카르타 폭동으로 세상이 바뀌었을 때였다. 딴지일보에 '은이 이야기'를 쓰면서 1986년 군대에 가면서 꺾었던 펜을 다시 들었다. 뭘 해도 안되던 시절, 그렇게 밤새 글을 쓰는 게 유일한 구원이었고 해방이었다.  그렇게 딴지일보 게시판에 쓰던 글은 나중에 조선일보 인도네시아통을 거쳐 인도웹(www.indoweb.org)에 안착해 최근까지 정말 수많은 글을 썼고 또 다시 시류에 떠밀려 페이스북과 밴드에 접어들었다. 아직 인스타그램은 하지 않고 있지만 동영상 시대가 열리면서 언젠가는 역사와 문화에 대한 유튜브나 그런 비슷한 것도 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러니 인터넷에 글을 쓴 건 20년도 더된 일이다.

인터넷에 글을 쓴다는 것은 호의적인 친구들 사이에서 자기 의견을 얘기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일이다.

나는 말할 때나 인터넷에 글 쓸 때나 같은 기조를 유지한다 쳐도 말과 글은 표현방식도 다르거니와 일단 그 글을 보는 불특정 다수의 인간들 중엔 꼭 나한테 호의적인 인간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아무 상관도 문제도 없는 일에 툭툭 시비를 걸고 욕을 해대는 인간들도 있는가 하면 악의를 가지고 죽이겠다고 덤벼드는 경우도 있다. 전자는 늘 만나는 경우이고 후자의 경우엔 뭔가 배경이 있기 마련이다. 그 배경이란 나와 그 익명의 방패 뒤에 숨어 욕해대는 인간 사이에 벌어졌던 어떤 사건이거나 또는 그 욕장이의 개인적 정신병력 같은 것이 대부분이다.

 

 

인터넷에서 상대방 얼굴을 보지 않고 스크린을 바라보며 상대방의 욕을 해대는 건 그리 큰 용기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나중에 조국 장관 욕을 해대던 기자, 사회인사, 인터넷 욕쟁이들이 나중에 하나 둘 민사소송을 당하게 될 것을 미리 알았다면 처음에 욕해 댈 때 상당한 용기가 필요했겠지만 대개는 내가 욕하면 저 새낀 찌그러지겠지 생각하며 자신감 만빵으로 욕설과 비방을 싸질러 대는 것이다. 뭐, 인간이 그렇게 생겨 먹었다. 하지만 조국을 턱없이 비방하던 놈들이나 조주빈 박사방 사설 톡방에서 아동성착취물을 사보다가 걸려 들어가는 이들은 자신들이 믿었던 익명의 방패가 사실은 상당히 투명하다는 것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인도웹에 좀비영화에 대한 글을 올렸을 때 '임시아이디'라는 인간이 '전 정권을 욕하고 인사문제 헐뜯던 당신이 이제 이런 글을 쓰다니 오히려 당신이 더 좀비스럽네요'라는 글을 올렸을 때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그는 내 실명을 거론하며 그리 말하면서 내가 자길 절대 모를 거라 생각했겠지만 그는 자기 말투를 감출 줄 몰랐고 무엇보다도 자기 IP 번호를 감출 줄도 몰랐다. 그 나이 처먹고 그리 살면서 그런 짓이나 하면서 한방 먹였다고 스크린 뒤에서 킥킥 대고 있는 것이다. 거기까지 흘러가 살면서 저 짓거리라니...  사이버수사대 조차도 필요없었다.

뭐, 인간이 그렇게 생겨먹은 것이다.

 

인터넷엔 그런 인간들이 적지않다.

인터넷에서 이상행동을 하는 인간들은 대박 용기있기 때문이 아니라 안 잡힐 거라 확신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한번 잡히고 나면 얼굴을 들지도 못하고 엄청난 반성문을 써대면서 한번만 봐달라, 일부러 그런 게 아니다, 잘 몰라서 그랬다 하며 남이 지금까지 당한 피해는 나몰라라 하고 자기만 살아 빠져나가려 몸부림을 치는 것이다.

 

그런 이들이 통칭 인터넷 양아치들이다.

한번 시비 걸어보고 상대방 반응이 만만해 보이면 도를 더해 욕을 해대다가 민사소송이 걸려올 즈음 되면 온갖 방법으로 반성문을 보내오며 한번만 살려달라 하는...양아치들이다. 그런 놈들 악플에 마음을 다쳐 마침내 자살을 선택하는 이들에게 심심한 조의를 표한다. 하지만 그렇게 목숨을 끊으면 양아치들이 자기 잘못이라고 회개라도 할 것 같나? 아니다. 그들은 자신이 신이라도 된 듯 생각하게 된다. 자기가 한 사람의 목숨을 끊게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니 회개는커녕 오히려 오늘은 이 사람에게 내일은 저 사람에게 시비를 걸고 비난을 하고 자살을 종용하는 것이다. 그런 안아무인 양아치들이 막상 자기 앞에 칼날이 다가오면 체면도 염치도 없이 몸부림을 치며 눈물 콧물 흘리면서 반성문을 설사하듯 싸질르며 살려달라 애걸복걸하는 것이다.

 

반성문 견본 - 인터넷 양아치들은 미리 연습해 둘 것

 

인터넷에서 오래 글을 썼다는 건 그런 양아치들을 수없이 만났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20년 30년 글을 쓸 수 있는 건 그들의 생태를 잘 알기 때문이고 어떻게 조치해야 하는지도 잘 알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대개의 경우, 주변의 사람이 익명에 기대 공격을 가해오면 그게 누군지 귀신같이 알아채는 감각도 가지게 된다. 그래서 그 '임시아이디'를 보고 웃음을 터트린 것이다.  아이디조차 '임시아이디'라니....ㅋㅋ 사실 자신을 잘 숨길 줄 모르는 사람들이 엉성한 가면을 쓰고서 상대방이 자길 못알아 볼 거라 생각하는 법이긴 하다.

 

인터넷에 글을 쓰는 건 맷집을 키우는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인터넷 상엔 내 친구들과 우군들도 있지만 나를 싫어하고 반대하는 사람들, 내가 미운 사람들, 내가 없어졌으면 좋겠다 생각하는 사람들도 당연히 있기 마련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그런 곳이라는 걸 새삼 깨닫고, 현실에서는 감히 그런 기색도 꺼내지 못하는 인간들이 인터넷 상에서 칼을 휘둘러 대는 걸 경험하다 보면 자연히 맷집도 강해지는 것이다.

 

10대, 20대 때 양아치 전력이 있더라도 철들면서 올바른 인간이 될 길은 넓게 열려 있다.

하지만 50대, 60대에 들어서도 양아치 짓을 하면 그건 답이 없다. 

갈 곳은 태극기(모독)부대 정도 뿐이다.

그러니 환갑 넘어서도 이상한 아이디를 덮어쓰고 나와 자기 몰라볼 거라며 인터넷에서 칼질하는 인간을 보면 정말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어쩌랴.

인간이 그렇게 생겨 먹은 걸....

 

하지만 그러면서 스스로 열사라 생각하는 인간도 반드시 있다.

 

 

 

2020. 8.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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