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한국인으로 살아 가기

인도네시아 청소년 로맨스 영화의 강자: 파자르 부스토미 감독 본문

영화

인도네시아 청소년 로맨스 영화의 강자: 파자르 부스토미 감독

beautician 2020. 8. 11. 11:11

청소년 로맨스 영화의 기본 프레임을 바꾼 파자르 부스토미

떠르디아니 ZB 시만준탁 / 2020731일 자카르타 포스트

 

 

 

코로나가 인도네시아 영화산업을 강타하기 직전인 3월 중순에 몇몇 작품들이 극장개봉되었는데 그중엔 파자르 부스토미(Fajar Bustomi)의 최근작인 로맨스 코미디 <마리포사>(Mariposa)도 포함되었다. 코로나 방역규제가 시작되기 직전 <마리포사>는 개봉 첫 날 14만 명의 관객이 들었고 상영관들이 영업중단하기까지 2주간 73만 명의 유료관객을 기록해 올해 1분기 네 번째로 관객이 많이 든 영화로 기록되었다.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걸그룹 JKT48의 아디스티 자라와 앙가 유난다를 주인공으로 한 이 영화는 이 두 명의 청소년이 사랑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렸다.

 

두 배우는 사회에서 금기시되는 청소년 임신문제를 다루며 큰 흥행을 일으킨 <두 개의 푸른 선>에서도 공연했는데 이 영화는 독립영화제 시상식인 2019년 마야 시상식(Piala Maya 2019)에서 작품상을 받았다. 물론 <마리포사>의 성공은 단지 이 두 배우를 기용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두 사람은 <두 개의 푸른 선>이 개봉하기 이미 오래 전에 캐스팅된 상태였고 특별히 마케팅 기술을 사용하지도 않았다.

 

팔콘픽쳐스와 카리스마 스타비젼 플러스 같은 쟁쟁한 영화제작사들이 제작에 참여하면서 <두 개의 푸른 선>과 파자르의 <딜란> 3부작이 태동하던 시절에 청소년 영화가 어떻게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대대적인 사고의 전환이 이루어졌던 것 같다.

 

<딜란> 3부작의 첫 작품인 <딜란 1990>630만 명의 관객이 들면서 국산영화 중 2018년 최고 흥행작이자 팔콘픽쳐스가 만든 <대장님 귀뚜라미 나왔걸랑요, 1>( Warkop DKI Reborn: Jangkrik Boss! Part 1, ‘대장 귀뚜라미로도 번역 가능다음으로 역대 흥행 2위를 마크했다.

 

<마리포사>(Mariposa-나비의 스페인어)는 히다야툴라 파즈리야(Hidayatul Fajriyah)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것이다. 이 영화는 감독에 따르면 대형 스크린을 통해 관객들이 영화 안에 들어간 것처럼 느끼게 만드는 애너모픽 포맷(anamorphic format)의 첫 번째 영화다.

청소년용 영화는 좀 더 잘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관객들은 <딜란 1990>을 보면서 환호하고 폭소를 터뜨렸지만 <마리포사>의 경우에 그 강도가 더 컸어요.” 뜨붓 소재 팔콘픽쳐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파자르 감독은 자카르타포스트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아쩨 출신 아버지와 미낭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198276일 태어난 파자르는 독실한 무슬림 가정에서 모든 인류에게 이익을 끼치는 사람이 가장 훌륭한 사람이라는 선지자 무하마드의 가르침을 배우며 자랐다. 이 가르침은 그의 사고방식 구축의 기반이 되었을 뿐 아니라 직업을 선택하는 데에도 영향을 끼쳤다. 그가 처음 영화제작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훗날 유명한 스타가 되는 디안 사스트로와르도요(Dian Satrowardoyo)의 데뷔작 <떨어진 별>(Bintang Jatuh, 루디 수자르워 감독)을 본 고등학교 2학년 때였다.

 

 

990년 말은 MTV의 전성기로 그는 디마스 자야닝랏(Dimas Djayaningrat), 리잘 만토파니(Rizal Mantovani), 죠세 뿌르노모(Poernomo) 등의 음악을 즐겨 들었다. “나는 자카르타 예술대학교에 진학하기로 결심했고 캠퍼스에 미리 가서 학교정보를 수집하기도 했다. 그러나 스필버그의 <쉰들러 리스트>를 본 후 영화란 강력한 메시지를 통해 매력적인 방법으로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매체임을 깨달았다. 난 영화제작자가 되어야만 했다.” 파자르의 말이다. (사진: 팔콘픽쳐스에서 인터뷰에 응한 파자르 부스토미 감독(JP/Tertiani ZB Simanjuntak)

 

그가 졸업한 후 처음 찍은 영화는 <베스트프랜드?>라는 청소년 영화로 2008년에 개봉되었다 이 영화 포스터에 그의 이름은 파자르 Bgt(Fajar Bgt)라고 찍혀 있다. 그는 이 이름에 동의한 적 없었으나 포스터를 만드는 측에서 이름이 같은 크루와 구별하기 위해 붙인 이름이 그대로 사용된 것이다. 이 영화에는 25만 명의 관객이 들어 무명의 신인감독 데뷔작으로는 좋은 성적이었다. 하지만 제작자는 동시기에 개봉한 에로틱 호러영화가 1백만 명이 들었다며 그를 닦아세웠기 때문에 첫 영화의 추억은 그리 좋지 못하다.

< 베스트프랜드 ?>

그는 다시 기회가 올 때까지 뮤직비디오만 줄창 찍었다 .2013년 그는 <불멸의 슬랭크>(Slank Nggak Ada Matinya)를 찍으며 록밴드 슬랭크의 30회 생일을 축하했다. “관객은 30만 명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제작자는 또 다시 그 숫자를 얕잡아 보며 날 몰아세웠어요.” 파자르는 그 일로 더 이상 그 제작사에 머물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 불멸의  슬랭크 >(Slank Nggak Ada Matinya)

이후 그는 줄곧 청소년 영화들을 만들었는데 가장 에너지 넘치고 가장 아름답게 기억하는 시절에 대한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그의 이름은 이내 알려지기 시작했는데 사람들은 그의 단순한 접근법이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이나 이란의 마짓 마지디 감독의 초창기 작품과 닮았다고 평가했다. “좋은 영화는 불필요한 사족을 달 필요가 없어요. 나는 대본에 있는 모든 것을 모두 스크린에 옮기는 타입의 감독입니다. 나는 아무 것도 빠뜨리지 않으려 하는데 그게 마치 내 시그니쳐처럼 내 영화의 특징이 되어 남게 된 거죠.”

 

그는 난독증을 가지고 있어서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각본을 필터링하는 특별한 재능을 가지고 있다. 대본이 뭔가 그에게 직접적으로 속삭여주지 않으면 대본은 더 이상 언어가 아니라 가로세로로 그어진 매트릭스일 뿐이다. 그의 난독증은 그가 자카르타 예술대학교에서 전공과목인 영화디렉팅에 낙제하고만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한 해를 더 다니며 공부했고 새로운 교수가 그에게 필기시험 대신 영화 테마를 과제로 내주고서야 A학점을 받을 수 있었다.

 

내 학급동료들은 내가 해답지를 공유했기 때문에 폭죽을 터뜨리며 먼저 시험에 패스해 나보다 앞서 졸업했어요. 하지만 현장에서 연출직을 맡은 건 내가 먼저였죠. 난 언제나 감사하며 삽니다. 내가 가진 장애로 인해 난 남보다 더 열심히 공부해야 했고 학급에서 더 많은 질문을 던질 수 있었어요.” 그는 진심인 것처럼 보였다.

 

그는 세밀하고 조심스러웠으므로 그가 첫 대형 예산영화인 인도네시아 성직자이자 사상사, 문인이었던 부야 함까(Buya Hamka)의 전기영화 대본을 완성하는 데에 4년이 걸렸다. 올해 개봉되는 이 영화는 함까의 어린 시절부터 초대 수카르노 대통령시절 그가 반란혐의로 투옥되는 기간을 포함해 말년까지를 포괄한다. “난 그가 이맘이 되어 자신을 옥에 가두었던 이의 장례식을 집전할 수 있게 한 그의 꿋꿋하고 진실된 인격을 좋아합니다. 이 영화는 나의 <쉰들러 리스트>가 될 것입니다.”

 

 

부야 함카 (Buya Hamka: 1908~1981)

 

그가 개인적으로 계획하고 있는 다음 작품은 인도네시아 전통무술을 홍보하는 액션영화라고 한다.

 

그러려면 훌륭한 드라마가 필요합니다. 영화의 힘은 드라마에 있어요. 시놉시스가 전부가 아닙니다. 영화엔 관객의 감정이 공명해야 하고 급기야 자신이 영화를 보고 있다는 사실을 잊게 해야 합니다. 어떤 장르이던 영화란 기본적으로 그런 드라마를 시각화한 결과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출처: 자카르타포스트

https://www.thejakartapost.com/life/2020/07/31/fajar-bustomi-set-to-shake-off-teen-flick-image.html

 

 

PS. 이 기사를 번역하면서 새삼 놀란 것은 파자르 감독이 함카의 전기영화를 준비하고 있다는 부분에서였다.

왜냐하면 정말 공교롭게도 나 역시 함카가 쓴 '반더붸익호의 침몰'(Tenggelamnya Kapal van der Weijk)을 한국어로 번역 중이기 때문이다. 내 번역본은 9월에 출판사에 넘어가 내년 1월 쯤 책이 되어 세상에 나올 텐데 올해 개봉예정이라는 파자르 감독의 함카 영화도 어쩌면 코로나에 떠밀려 상영관 영업제개가 무기 연기된 상황에서 내년에 개봉될 가능성이 적지 않아 보인다.

 

아무튼 비슷한 시기에 같은 지점을 바라보는 사람이 있었다는 점에 소름이 살짝 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