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으로 살아 가기
인도네시아 토착귀신 괴담만화 3권 출간 임박!^^ 본문
한국인이 그리고 쓴 인도네시아 귀신이야기
반 년 가량 작업한 우리 만화책 두 권이 그라메디아 전국서점에 깔린 건 올해 3월 9일의 일이다. 책 어딘가에 ‘인도네시아 괴담만화’을 뜻하는 Komik Horor Nusantara라는 대제목이 있지만 ‘Setan Lokal’, ‘Setan Urban’, 각각 ‘토착귀신’, ‘도시귀신’ 정도로 해석될 소제목이 빨갛고 파란 표지 위에 오히려 대문짝 만하게 찍혔다.
본의 아니게 인도네시아의 괴담과 무속문화를 들여다보게 된 계기는 오래 전 뻴렛주술에 걸린 것으로 보이던 친구를 도우려던 것이었지만 몇 년 뒤 귀신만화 스토리보드를 쓰게 된 걸 보면 좀 멀리 와버렸다 싶기도 하다.
인도네시아엔 의외로 한국만화들이 꽤 많이 들어와 있다. 아동 코믹 <빈대가족>(Keluarga Super Irit)이나 교육만화 <Why> 시리즈는 인기가 높다. 2019년 초 한국에서 온 청비스튜디오의 이태수 작가를 출판사 그라메디아 KPG에서 버선발로 반갑게 맞은 것은 부인 정현희 작가가 오래 전에 그린 공포만화 번역본들이 현지 스태디셀러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계약은 일사천리로 이루어져 인도네시아 귀신 소재 공포만화 다섯 권, 현지 위인만화 다섯 권을 올해 안에 출간하기로 했고 그렇게 총 열 권 중 첫 두 권이 3월 초에 나온 것이다.
채색과 번역에 인도네시아인들도 참여했지만 인도네시아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만화책에 한국인 스토리작가와 만화가가 토착 귀신 이야기를 쓰고 그렸다는 점에서 나름 의미가 있다. 한 권 당 20개의 에피소드를 담았다.
하지만 책이 나오고 일주일도 안되어 코로나 확산으로 전국 서점들이 석 달 가까이 문을 닫으면서 판매는 된서리를 맞았고 서가엔 먼지가 두껍게 내려앉았다. 참 운도 없다.
6월 중순 서점들이 다시 문을 열고 재택근무하면서 대체로 침묵하던 출판사들이 신간을 준비하기 시작하면서 우리 세 번째 책인 ‘Setan Pesugihan’도 그림작업을 마치고 편집에 들어가 8월 출간을 앞두고 있다. 번역하자면 ‘재물주술 귀신’쯤 된다.
하지만 총 열 권의 계약 중 나머지는 출간이 무기한 연기되었다. 비단 그라메디아 뿐 아니라 현지 대부분 출판사들이 지난 3개월간의 매출절벽과 서점 영업재개 이후에도 고객들이 돌아오지 않아 비용절감을 위해 이후 출판계획을 전면 연기하거나 재조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한국-인도네시아 합작 공포만화는 3권 60개의 에피소드로 일단 마무리되지만 외국인들에게 현지 외국어나 역사를 가르치는 한국인들처럼 인도네시아인들에게 그들 전통의 무속과 귀신이야기를 한국인들이 풀어주었다는 점에서 일종의 특이점을 통과한 결과물이 되었다고 자부한다.
2020. 7.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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