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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두 개의 인도네시아 수퍼히어로 유니버스

beautician 2020. 7. 28. 11:38

시네마 부미랑잇과 자갓 사트리아 데와

 

 

 

헐리우드에 DC와 마블이 있듯이 인도네시아에도 시네마 부미랑잇(Sinema BumiLangit)과 자가드 사트리아 데와(Jagad Satria Dewa)가 있다.

 

'땅과 하늘'이란 의미의 '부미랑잇' 측은 2019년 조코 안와르 감독을 통해 영화 <군달라>를 탄생시켰다. 이반엔 사트리아 데와의 차례다.  2020년 4월 크랭크인 하여 2020년 10월 개봉될 예정으로 <사트리아 데와: 가똣까차>(Satria Dewa: Gatotkaca)를 준비 중이다. 사트리아 데와는 '성기사'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그리하여 사트리아 데와 유니버스를 여는 첫 번째 영화의 감독을 맡은 사람은 유명한 젊은 감독 하눙 브라만티요다. 그는 <인간의 대지>(Bumi Manusia, 2019, 팔콘픽쳐스), <까르티니>(Kartini, 2017, 래거시 픽쳐스) 같은 예술성 높은 영화들은 물론 <사랑의 규칙>(Ayat-ayat Cinta, 2008, MD 픽쳐스), <루디하비비>(Rudy Habibie, 2016, MD 픽쳐스) 같이 흥행에 성공한 영화도 많이 내놓았다. 특히 올해 <7번 방의 선물>의 리메이크 작인 <The Miracle in Cell No.7>의 감독이기도 하다.

 

하눙 브라만티오 감독
조코 안와르 감독

 

하눙 브라만티오 감독의 기용은 2019년 흥행에 꽤 성공한 <군달라>와 이를 연출한 조코 안와르 감독의 중량에 맞추려는 것으로 보인다. 조코 안와르 감독은 2004년부터 메가폰을 잡아 꾸준히 이름을 알리다가 2015년 CJ 엔터테인먼트 합작영화 <내 마음의 복제>(A Copy of My Mind)로 두각을 나타내고 곧이어 2017년 인도네시아 국산영화 최고 흥행작이 된 <사탄의 숭배자>(Pengabdi Setan)을 내놓으며 인도네시아 최고 감독의 반열에 올랐다. 2019년 그는 인도네시아 최초의 제대로 된 수퍼히어로 영화 <군달라> 뿐 아니라 <지옥의 여인>(Perempuan Tanaj Jahanam)을 감독했고 <흑마술 여왕>(Ratu Ilmu Hitam)의 시나리오를 써 모두 흥행에 성공했다. 

 

그 <군달라>가 시네마 부미랑잇의 첫 번째 영화였으니 사트리아 데위 유니버스의 문을 열어재키려는 레네 이샥(Rene Ishak) 프로듀서의 사트리아 데와 스튜디오가 명성과 실력에서 조코 안와르 감독에 밀리지 않는 하눙 브라만티오 감독을 기용하려 한 속마음을 충분히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더욱이 시네마 부미랑잇 측은 <스리아시>(Sri Asih), <피르고와 스파클링스>(Virgo and The Sparklings) 등 후속작들을 준비 중이며 조코 안와르 감독은 제작자 중 한 명으로 참여한다. 

 

<가똣까차> 영화에  가학적 장면이나 색스장면을 포함하지 않는 가족 영화로 만들겠다고 천명한 하눙 감독은, 그러나 영화촬영이 코로나로 발목을 잡히자 오히려 속으로 쾌재를 부르고 있다. 덕택에 이 영화를 보다 충실히 준비할 수 있게 되었다는 거다. 하눙 감독은 최근 인스타그램 라이브를 통해 이런 속내를 밝혔다. 하지만 물리적 거리두기가 실행되는 가운데 촬영은 시작되지도 못했지만 몇몇 배우들은 줌을 통해 무술연습과 대본연습을 계속하고 있다.

 

주인공 가똣까차가 되는 유다(Yuda)역은 배우 리즈키 나자르(Rizky Nazar)가 맡았다. 야스민 나뻐르(Yasmin Napper)는 아그니(유다의 절친) 역을, 야얀 루히얀(Yayan Ruhian)은 꾸라와(Kurawa) 측의 한 명인 베쩽(Beceng) 역을 맡는다.

 

리즈키 나자르
야스민 나뻐르
야얀 루히안

 

자가드 사트리아 데와는 총 여덟 편의 영화를 기획하고 있는데 그림자극 등장인물의 이름을 가진 수퍼히어로들이 매년 한 편씩 영화로 소개될 예정이다. <사트리아 데와: 가똣까챠> 다음으로는 아르쥬나(Arjuna,), 유디스트리아(Yudhistira), 바라타유다(Bharatayuda), 비마(Bima), 나꿀라 사데와(Nakula Sadewa), 스리깐디(Srikandi)로 이어진다. 자갓 사트리아 데와의 에피소드들은 모두 꾸룩쉐트라(Kurukshetra)의 전쟁을 마지막으로 마무리된다.

 

와양 그림자극 출연자들은 인도의 라마야나나 마하바르타에 출연하는 신들을 차용하곤 한다. 여기 가똣까챠를 비롯해 사트리아 데와 유니버스에 등장하는 수퍼히어로 이름들이 대거 등장한다.

 

인도의 대서사시 마하바라타의 초반에 등장하는 꾸룩쉐트라는 꾸라와와 빤다와 사이에서 벌어진 거대한 전쟁으로 이를 배경으로 한 사트리아 데와 유니버스의 마지막편은 마블 유니버스의 <어벤져스:엔드게임> 같은 전개가 될 것이다.  사트리아 데와 스튜디오는 자가드 사트리아 데와의 모든 지적재산권을 이미 확보해 놓은 상태다.

 

불과 2018년까지만 해도 수퍼히어로물의 불모지와 같았던 인도네시아에서 이제 봇물 터지듯 수퍼히어로 영화들이 몰려 나오기 시작한 것은 헐리우드 수퍼히어로물에 익숙해진 인도네시아 관객들의 취향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충분히 발전한 CG 기술과 이를 유려하게 이용할 줄 아는 유능한 감독들의 출현에 힘입은 것이다. 

 

물론 헐리우드 작품들 정도의 퀄리티를 기대하긴 어렵지만 앞으로 몇 년간 인도네시아 영화산업의 흥미로운 발전상을 목도할 수 있게 될 것이라 보인다.

 

영화 제작 순서
사트리아 데와 유니버스의 수퍼히어로들

 

 

2020. 7.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