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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에서 한류와 격돌하는 인디아 팝문화
기슬라 스와르기타 / 2020년 5월 28일 자카르타 포스트
지난 20년간 인도네시아에서, 특히 중산층을 중심으로 한류팬들이 꾸준한 증가세를 보여왔다. 한편 인도네시아 중소도시의 저소득층은 인디아 팝문화에 만만찮은 애정을 가지고 있다.
한류팬들은 평생 한번은 한국에 가볼 계획을 세우지만 인디아 TV 드라마 팬들은 자기 고향에서 인디아 배우들의 방문을 받곤 한다. 2015년부터 인디아 TV 배우들이 수 개월에서 몇 년씩 중부자바의 찔라짭 같은 곳들을 방문하며 현지 열성팬들을 수천 명 씩 만나고 있다.
2020년 2월 ANTV는 유명 인디아 드라마 시리즈 스와비마안(Swabhimaan)의 출연진들인 아키타 샤르마(Ankhita Sharma), 상게이타 챠우한(Sangeita Chauhan), 삼릿 바와(Samridh Bawa), 사힐 우팔(Sahil Uppal) 같은 배우들을 불러 찔라짭 스퀘어에서 뜨거운 팬미팅을 가졌다. 이들은 찔라짭 외에도 인디아 TV 드라마가 크게 인기를 끌고 있는 반뜬 주의 세랑, 서부자바의 서부 반둥과 가룻,수마트라 남단의 반다르 랑뿡 등 다른 소도시 네 군데를 더 방문했다.
TV 시리즈 마하바라타의 샤히르 쉬크(Shaheer Sheikh)를 비롯한 다른 유명 배우들 십 수 명이 지난 9월 인도네시아를 방문하기도 했다. 특히 쉬크의 경우엔 라마단에만 네 번 인도네시아를 찾는 등 지난 수년 간 여러 번 인도네시아를 방문해 른당(인도네시아 빠당식 소고기 조림)과 아양 끄레메스(닭튀김) 등을 즐겨 먹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는 인도네시아어도 띄엄띄엄 말하고 알아듣기도 하는 데다 현지 당둣 가수 아유 띵띵(Ayu Ting Ting)과의 염문설도 불거져 인도네시아 연예계의 이슈가 되기도 했다.
TV에 등장하는 인디아 사람들
닐슨 미디어 인도네시아의 조사국장 헬렌 카터리나는 인디아 TV프로그램들이 인도네시아 35세 이상 저소득층에서 특별히 인기를 얻는 편향성을 보인다고 말했다.
인디아 TV 시리즈는 강력한 가족애, 극명한 빈부의 차이, 종교적 가치관 등에서 인도네시아와 어느 정도 문화적 유사성 때문에 인도네시아인들에게 친밀하게 다가온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디아 콘텐츠의 인기는 ANTV 같은 방송국의 캐시카우가 되기도 했다. 바크리 그룹이 소유한 민영방송 ANTV는 2014년 6월 시청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방송국으로 꼽히기도 했다. 아닌댜 바크리는 자신의 개인 블로그에서 인디아 신화를 기반한 마하바라트와 마하데와의 두 인기높은 시리즈들이 회사의 생존에 크게 기여했다고 말했다 .
약 1,500개 에피소드에 달하는 TV 시리즈 외에도 인디아 영화들은 또 다른 팬층을 형성하는데 인디아 영화팬들은 TV 시리즈 영화팬들과는 또 다른 성격을 보인다.
인디아 영화팬들
역사전문지 히스토리아의 웹사이트(historia.id)에 따르면 인디아 영화가 처음 인도네시아에서 상영된 것이 1948년이며 1980~1990년에 이르러 절정의 인기를 구가했다. 이때에도 주 관객들은 저소득층이었다.
1998년 개봉된 쿠쿠호타하이(Kuch Kuch Hota Hai)는 인도네시아에서 상영된 인디아영화에 변곡점을 가져왔다. 그간 인디아 영화는 주로 장년층이 선호하는 추세였는데 이 영화를 시작으로 관객층의 평균연령이 대폭 내려갔다. 로맨스영화들에 출연한 샤루쿠 칸(Shahrukh Khan)은 인도네시아에서도 스타덤에 올랐다. 인도네시아 배우 무하마드 칸은 인도네시아에서 2019년 가장 권위있는 영화상인 찌뜨라 어워드를 수상하면서 자신의 트로피를 샤루크 탄에게 증정한다고 발언하기도했다. 중부 자바의 저빠라(Jepara) 태생으로 원래 누르디얀토라는 이름이었던 이 배우는 자신이 열 살 때부터 동경해 왔던 샤루크 칸의 이름을 따라 자신의 예명을 무하마드 칸으로 지을 정도였다.
뉴스 앵커 이사벨라 파우지(Isabella Fawzi)는 어린 시절 자신이 인디아 영화 팬이라는 것을 비밀로 했었다. 그녀는 어렸을 때 쿠쿠호타하이를 보았는데 당시 뉴메탈, 브리티시 팝 등을 듣던 또래들에게 자신이 인디아 영화를 즐긴다는 사실이 부끄러웠다는 것이다. 물론 증조부가 인디아의 우타르 프라데시 지박의 눅나우(Lucknow) 지방 출신이라는 가족력도 그녀가 인디아 팝문화에 대한 애정을 갖게 하는 요소이기도 했다. 이사벨라는 여배우 출신 정치가 마리사 하크(Marissa Haque)의 장녀로 나이 들면서 자신이 인디아 혈통의 후손임에 더욱 큰 자부심을 갖게 되었다고 말한다.
작가 마흐푸드 이크완(Mahfud Ikhwan)도 인디아 영화팬이다. 중상류층으로서 인디아 팝문화를 사랑하는 그는 좀 별종인 셈이다. 인디아 영화를 좋아하는 중산층 도시 청소년, 특히 부유층 아이들이 별종이라는 점엔 그도 동의한다. 이사벨라와는 전혀 다른 배경임에도 불구하고 동부 자바 해안지대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인디아 영화를 즐긴 마흐푸드의 인디아 영화 사랑은 이사벨라에 못지 않다. “인디아 영화는 당시 우리 상황과 맞닿아 있었어요. 가난하고 소외되고, 먼 곳에 나가 일해야 하는 부모들로부터 방치된…., 그런 일종의 지역사회적 멜랑콜리가 인디아 영화에도 베어 있었던 거죠.”
인디아 영화는 현실로부터의 탈출구를 제공하고 현실에서 얻을 수 없는 환상을 담아 큰 즐거움을 주었다고 마흐푸드는 말한다. 그는 볼리우드 영화의 특징을 멜로드라마와 스팩타클이라고 잘라 말한다. 그는 인디아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대부분 당둣 음악도 좋아할 것이라고도 단언한다. 인디아 영화를 좋아하는 이들은 주류 팝문화에 그다지 노출되지 않은 이들도 아쩨에서 마나도까지 주로 해안지역을 따라 분포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는 인디아 TV 시리즈는 별로 선호하지 않는데 이는 영화에 비해 Tv 드라마의 품질이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라 한다. 그는 인디아 영화가 인도네시아 시네트론이나 남미 드라마들처럼 스토리를 질질 끄는 것이 질색이라는 것이다.
인디아 영화가 소도시나 저소득층에서 사랑받고 있다는 점에서 널리 사랑받으면서도 팝문화에 대한 지적 논의에는 거의 등장하지 않는 화제이기도 하다.
화려한 수상경력을 가진 소설가 마흐푸드는 인디아 영화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담은 두 편의 회상록 <세상과 겨루는 나와 인디아 영화: 1편, 2편>을 2017년 출간한 바 있다. 마흐푸드는 인디아 영화가 무시당하는 시스템이 존재한다고 생각해 2018년 인디아영화 애호가클럽을 만들어 족자에서 매달 모여 영화상영과 논의의 장을 갖고 있다. 클럽 멤버들은 대학생, 배우, 영화제작자, 교사, 자막번역가, 작가들을 망라한다.
출처: 자카르타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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