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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autician 2020. 5. 15. 12:25

 

한국인이 본 인도네시아 귀신들의 세계

 

 

안녕하세요. 접속하신 신사 숙녀 여러분. 저는 배동선이라는 한국인입니다. 1995년에 한화그룹 인도네시아 공장에 처음 부임한 이후 지금까지 26년째 살고 있습니다. 한국사람이 인도네시아 귀신, 무속문화에 대해 얘기한다고 하면 우선 이런 의문이 들 겁니다. - 외국인이 인도네시아 귀신에 대해 알면 얼마나 알까? - 외국인이 인도네시아 귀신에 관심 갖고 연구하다니 이상한 놈 아닐까? 그래서 부득이 오늘 발표는 우선 제 자신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하겠습니다.
우선 내가 무척 정상적인 인간이란 사실을 설명하려 합니다.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당시 한국에서 5번째 큰 대기업인 한화그룹에서 근무했는데 그런 큰 회사가 이상한 사람을 뽑을 리 없죠. 그러니 한화그룹이 제 보증인 중 하나인 셈입니다. 두 번째로 이 사진은 1987년에 찍은 사진입니다. 한국 군사분계선엔 지난 세기에 북한이 남침용으로 뚫으려 시도한 지하땅굴이 몇 개 발견되었는데 저는 문산 북방 제3땅굴을 관리하는 부대에 근무했습니다. 1987년도에 오른쪽 김상준 사단장이 나이지리아 국방장관 일행을 모시고 방문했는데 제가 이분들을 안내했어요. 저 왼쪽에 날렵한 육군중위가 접니다. 그러니 대한민국 육군이 제 보증인이기도 한 겁니다.

 

그리고 제 전문분야는 인도네시아 귀신보다는 인도네이사 역사와 문화입니다. 주로 하는 일은 인도네시아에 관심이 있거나 인도네시아에 일하러 오는 한국인들에게 현지 문화와 역사를 알려주는 것이죠. 물론 내가 아는 범위 안에서 말이죠. 그래서 2018년에 수카르노와 인도네시아 현대사(Soekarno dan Sejarah kontemporer Indonesia)를 발간했고 2019년에는 1840년대 식민지 시대를 다룬 네덜란드 고전소설 물타뚤리의 <막스하벨라르>를 한국외국어대학교 양승윤 교수님과 함께공동번역해서 출간했습니다. 저 표지 그림을 내가 그렸어요.
그리고 Korea Film Council의 4년차 인도네시아 통신원으로서 인도네시아 영화산업을 깊숙이 들여다보고 있고 Publication Industry promotion Agency of Korea의 코디네이터로서 인도네시아 출판시장에 대한 조사보고서를 매월 한국에 보내고 있어요. 오피니언뉴스는 한국의 온라인 매체이고 아시아투데이는 종이신문도 발행합니다. 이들 신문사들에 정기적으로 인도네시아 관련 기사와 컬럼을 보내고 있어요.
2019년은 한국이 3.1운동 및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을 맞는 해여서 3월 4일 아트마자야 카톨릭 대학교에서 대사관이 주최하는 세미나에 히스토리카와 함께 참여했어요. 여기선 사회진행을 맡았고요.  이후 8월 16일에는 UI에서 히스토리카가 주최한 ‘Peran Orang Korea dalam Perang Merdeka Indonesia’에서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어떠하고 일본을 바라보는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시작이 왜 어떻게 다른지를 발표했습니다. 그러니 히스토리카도 제 보증인인 셈입니다.   그러니 특별히 귀신들한테 끌릴 만한 배경이나 취향을 가진, 어딘가 두꾼이나 영매 비슷한 사람이 아니라 지극히 정상적인 사람이란 걸 강조하고 싶어요.

 

그럼 내가 왜 어느 날 갑자기 인도네시아 귀신들에게 관심을 갖게 되었을까요?   그런 1995년부터 알고 지낸 사업파트너가 있습니다. 술라웨시 출신으로 이젠 여성사업가가 되어 술라웨시 떵가라의 꼬나웨 우타라 지역에 니켈광산 여러 개를 가지고 있지요. 이 친구가 나와 특별한 관계가 된 것은 오래 함께 일했을 뿐 아니라 남편을 내가 소개해 주었거든요.   2014년 초 인도네시아 정부가 원석수출금지조치를 시행하면서 제 친구의 회사를 포함해 영세광산수출업체들을 사실상 더 이상 사업진행이 어려운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이 친구가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합니다 .한달에 2만 유로 월급을 받는 키 크고 잘생기고 인간성 훌륭한 남편과 이혼하고 찌레본 출신 보디가드와 재혼하겠다고 난리를 치기 시작한 겁니다. 이 찌레본 출신 보디가드는 자신이 해병대 대위 출신이라고 하다가 나중엔 장군출신이라며 명백히 거짓말을 하는데 내가 보기엔 그저 쁘레만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왜 내 친구는 그에게 마음을 뺏긴 걸까요? 내 친구는 그 쁘레만에게 마음을 태우기고 하고 두려워하기도 하면서 자기 자신과 가족, 사업동료들에게 손해가 되는 결정들을 내리는 행동을 하기 시작했는데 그로 인해 이익을 얻는 사람은 그 쁘레만 한 명뿐이었습니다. 나와 친구의 남편, 그리고 술라웨시의 가족들이 헌신적으로 그녀를 도와 이제 거의 회복했지만 2014년 이후 대부분의 수입을 그 찌레본 쁘레만이 모두 끌어갔고 아직도 내 친구가 가진 회사들 정관엔 그 인간 이름이 주주로 등재되어 있습니다. 큰 피해를 입었지만 다행이 이젠 거의 회복되었어요. 당시 자기가 했던 이상한 행동들을 거의 기억하지 못하더군요.   그간 인도네시아 문화를 접하면서 아마도 그게 뺄렛주술일 거란 건 어렴풋이 알았지만 대충 알아서는 그 친구를 돕거나 주술에 대항할 수 없으니 좀 더 자세히 알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2014년부터 뻴렛주술을 비롯해 뻐수기한, 산뗏, 일무끄발 같은 매직들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거기 관련된 인도네시아 귀신들을 알게 된 것이죠.
문제는 그러다가 너무 많이 공부해 버리고 만 겁니다. 인도네시아의 무속, 귀신 이야기는 문화로서 매우 흥미로운 주제였고 어쩌면 누구도 말해주지 않는 인도네시아인들의 숨겨진 마음 한조각을 귀신이야기들을 통해 미루어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인도네시아의 그 수많은 귀신들 중에서도 자바 귀신들은 누구나 다 알고 있지만 순다, 수마트라, 깔리만탄, 술라웨시, 파푸아 등지의 귀신들은 로컬귀신처럼 취급되며 상대적으로 모르는 이들이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각 지역의 다른 이름을 가졌지만 사실 똑 같은 모습과 습성을 가진 귀신들이 있는가 하면 파푸아, 암본 지역의 수앙기처럼 같은 이름을 가졌지만 지역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과 행동양식을 보이는 귀신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어떤 귀신들은 무섭고, 어떤 귀신들은 순박하고 심지어 어떤 귀신들은 도덕적이고 인간에게 도움을 주기까지 하죠.
인도네시아 귀신에 대해 정리해서 책을 내려 했는데 만화책이 먼저 나오게 되었어요. 그라메디아와 인도네시아 귀신만화 총 다섯 권 출판을 계약해서 우선 첫 두 권 40개 에피소드가 출판되어 지난 3월 9일 전국 그라메디아 서점에 깔렸습니다. 하지만 곧 코로나 때문에 몰과 서점이 문을 닫으면서 이 만화책을 보신 분들은 거의 없을 겁니다. 많이 팔려야 하는데 절대 잘 팔릴 수 없는 상황인 된 것이죠.   아무튼 이런 백그라운드를 가지고 이제 말람주맛 귀신이야기를 시작합니다.
한국사람들이 아는 인도네시아 귀신은 사실 그리 많지 않습니다. 영화에서 많이 나온 꾼띨아낙과 뽀쫑 정도죠. 한국 웹사이트에는 인도네시아 대표 귀신 다섯 종류 뭐, 이런 식으로 피상적인 소개를 하고 있어요. 보통 꾼띨아낙, 뽀쫑, 건드루어, 순델볼롱, 뚜율 정도가 포함됩니다.   이 그림은 인도네시아 사람이 그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것인데 여기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인도네시아 대표귀신들이 다 포함되어 있나요? 인도네시아 사람들이라면 이 한뚜 어벤져스 10명 중 왼쪽 두번째 더벅머리를 빼고는 모두 다 맞추더군요. 저 두 번째는 누구일까요?
인도네시아의 귀신들 명칭은 다양합니다. 세딴, 한뚜, 진, 실루만, 더더밋, 러름붓, 뻐눙구 등등. 지방에서는 쥬릭, 안뚜, 버구 등으로 부르기도 하고 때로는 로, 아르와 라고도 하는 모양입니다. 여기서 한국사람들이 갖고 있는 귀신 개념과 좀 차이가 납니다.   한국귀신들은 우선 귀신과 도깨비, 그리고 요괴로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귀신이란 한을 품고 죽은 이들의 원혼이죠. 복수를 원하기도 하고 생전의 원하던 바를 죽어서라도 이루려는 영혼들입니다.   얼마전 공유, 김고은이 출연한 한국 드라마 ‘도깨비’(Goblin)가 있었지만 그건 원래 도깨비의 개념과 좀 차이가 납니다. 원래 한국의 도깨비란 것은 오래된 물건, 예를 들면 숲 속의 큰 나무, 바위, 또는 사람들이 쓰던 빗자루나 신발 같은 것이 오래 되면 혼이 깃들어 의식과 의지를 갖고 신통력도 발휘하는 존재죠. 인도네시아에 도깨비와 비슷한 개념의 존재가 있을까요?   요괴라는 것은 동물이나 식물이 천년, 만년쯤 나이를 먹으면 도를 깨달아 신통력을 지녀 사람들을 돕기도 하고 상하게도 하는 지경에 이르게 됩니다. 가장 유명한 것은 여우(구미호)나 뱀(용, 이무기)이고 지네나 쥐, 산돼지, 곰, 호랑이도 신령한 요괴가 되죠. 이건 어쩌면 인도네시아의 Siluman 개념과 비슷해 보입니다.   자, 귀신에 대한 이런 개념과 관념을 가진 한국사람들이 인도네시아 귀신들을 쉽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특이한 한국귀신을 하나 소개하죠. 특히 호랑이는 옛날에 두려움의 대상이어서 많은 일화와 전설이 엮여 있고 호랑이를 산의 주인처럼 여기며 신성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짐승이지만 귀신에 가까운 존재. 그래서 산의 주인이라고 불리기도 하고 창귀라는 귀신을 거느리게 되죠.   창귀는 호랑이에게 잡아 먹힌 사람의 귀신을 말합니다. 하지만 죽은 후에 저승으로 가지 못하고 혼도 호랑이에게 붙잡혀 다음 희생자를 찾아 주는 존재가 됩니다. 죽은 자의 혼이 호랑이의 겨드랑이, 또는 턱 밑에 붙어 다니며 다음 희생자에게 안내하거나 사람을 불러들이고 자기가 아는 사람들의 이름을 모두 호랑이에게 알려주는 거죠. 그러니 호랑이에게 잡아먹힌 친구가 어느날 밤 집에 나타나 술 한잔 하자며 부추긴다면 그건 주변에 호랑이가 잡아먹으려 기다린다는 뜻입니다. 스스로 다음 희생자를 찾아 나선다는 면에서 일견 순다의 시구루룽과 비슷한 측면도 있습니다.   어떤가요? 여러분들은 한국 귀신들을 쉽게 이해할 수 있으신가요?
때로는 인도네시아의 귀신들은 한때 사람들 피부에 와닿는 생생한 존재였던 것 같습니다. 물론 지금도 귀신을 보고 느끼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에게 귀신은 오늘날 실존하는 문제입니다. 그런데 서부 깔리만탄 주도에 뽄띠아낙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건 매우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물론 다른 유래에 대한 이야기도 있지만 도시 이름이 ‘처녀귀신’이라고 읽힙니다. 그건 자카르타 이름이 건드루어라고 붙은 것이나 갚습니다. “나 내일 건드루어로 출장 가,” “나 막 순델볼롱에서 돌아오는 길이야.” 이런 식으로 얘기하는 건 참 이상하잖아요?   자료를 뒤져보면 뽄띠아낙에 처음 사람이 살기 시작한 것은 1771년부터라고 합니다. 개척자들이 처음 들어가 나무를 베며 길을 낼 때 숲 속의 귀신들과 마물들이 출몰해 개척자들을 무척이나 괴롭혔고 특히 처녀귀신의 폐해가 컸다고 하죠. 하지만 그들이 밤의 정적을 깨는 귀신 웃음소리가 들려오는 곳으로 화포를 쏘아대면서 개척지를 확대해 나가자 결국 귀신도 물러나고 말았습니다. 뽄띠아낙 이슬람 왕국의 초대 술탄 샤리프 압둘라흐만 알카드리는 처녀귀신의 본거지가 있던 곳에 사원과 궁전을 짓고 그 사건을 잊지 말자며 그 도시의 이름을 뽄띠아낙, 즉 처녀귀신이라 명명했다고 합니다.   기얀티 조약(Perjanjian Gitanti)이 맺어져 마타람왕국이 족자와 수라카르타로 분리되고 중부자바에 동인도회사의 입김이 강해지는 사건이 1755년의 일입니다. 그러니 그보다 20년 늦은 뽄띠아낙의 건설은 그보다 훨씬 후의 일이죠. 당시 뽄띠아낙에선 정말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왜 저 도시의 이름이 뽄띠아낙이 되었을까요?
여러분들은 인도네시아 귀신들을 어디까지 알고 계시나요?   자바귀신들은 전국적으로 유명합니다. Kuntilanak, Pocong, Kuntilanak의 일종이지만 Sundelbolong도 유명하죠. Tuyul, Genderuwo, Wewe gombel, Jelangkung, Jerangkong, 좀 구식이 되어버린 귀신들로 Banaspati, Kemamang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다 들어보셨을 거에요.   순다귀신들은 주로 쥬릭(Jurig)이라 불립니다. 쥬릭 굴루뚝 승이르, 주릭 자리안, 주릭 봉에, 주릭 공오, 주릭 라욱 같은 것들부터 시작해서 세딴 마웅, 산데낄라, 깔롱웨웨, 시구루룽, 그란동, 아덴아덴, 루룬사막, 까뿍 하마린똥, 끼치위스 같은 것들이 있어요. 들어들 보셨나요?   수마트라에서는 미낭까바우의 빨라식, 빨렘방의 한뚜 반유, 아쩨의 발룸빌리 등이 있고 바딱지역에도 버구 간장, 버구뚜레, 버구 쥬마, 니니 끄랑엔 같은 것들도 있고 꼭 귀신은 아니지만 인간도 아닌 호망, 시굴람박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바딱족 조상인 라자 보르보르가 호망의 후손이라고 하죠.   깔리만탄에는 정글 속에 가장 힘센 귀신 따까우(Takau)와 심장을 파먹는 아기 아낙시마, 꾸양, 마리아반 등이 있습니다. 마리아반의 털을 가지고 있으면 어떤 여자라도 꼬실 수 있다고 합니다.   술라웨시 귀신들을 더욱 독특한데 웃음으로 사람을 죽이는 오니투멍아네, 엄청나게 키가 큰 롱가, 머리만 날아다니는 뽀뽀(Poppo), 코에서 불이 나오는 빠띠똥, 아이들을 잡아먹는 빠라깡 등이 있습니다.   발리엔 레악, 랑다 말고도 또냐, 그레겍 뚱겍 같은 것들도 있다는데 들어보셨나요?   파푸아, 암본 등지엔 보다 다양한 귀신들이 있지만 수앙기가 가장 많이 알려져 있죠. 악령이기도 하고 주술사이기도 한 이 귀신은 할마헤라 토벨로에서는 원한에 가득찬 소녀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이 귀신들을 여기서 다 얘기하기엔 시간이 부족하니 잠시 뒤에 이들 중 일부를 문화적인 측면에서 접근해 조명해 보기로 합니다.
그리고 인도네시아의 귀신들은 단지 무섭고 섬뜩한 존재일 뿐만 아니라 개인이 부자가 되는 매개체가 되기도 한다는 건 매우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물론 인도네시아 귀신과 무속의 세계는 한국인들에게 여러가지 의구심을 일으킵니다 예를 들면 무슬림이 대다수인 인도네시아에 왜 이렇게 귀신 얘기가 많고 인기도 있는 거지? 한국에선 상상도 못할 귀신들이 인도네시아에 있는 이유는 뭘까? 뭐라고? 귀신을 이용해서 돈을 벌 수 있다고?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답하시겠어요?  
한국인으로서는 이슬람이 주류를 이루는 인도네시아에서 왜 귀신 이야기가 많이 있고 만화나 영화로 각광받을 만큼 인기가 있을까 의아해합니다. 과거 인도네시아 전통사회는 어떻게 이슬람을 받아들이고 무슬림들은 인도네시아 귀신들을 어떤 식으로 생각하는지 말입니다. 물론 분명한 해답은 다른 전문가들의 얘기를 들어야 하겠지만 왈리 송오 중 한 명으로 알려진 쉑 수바키르가 자바땅에서 행한 퇴마활동에 대한 기사를 읽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쉑 수바키르(Syekh Subakir)는 오스만투르크 술탄왕국의 술탄 무하마드 1세의 칼리프가 인도네시아에 이슬람을 전파하기 위해 보낸 왈리송고 울라마의 일원이다. 그가 인도네시아 열도에 가르침을 전파하러 왔을 때 귀신의 나쁜 영향을 받아 자바의 대지를 희생제로 올린 상위급의 울라마이자 퇴마사였다.   이슬람 선교자들은 자바인들이 토착종교를 굳게 지켜 이슬람 전파에 어려움이 있어다. 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슬람의 가르침을 전파하는 울라마들은 큰 어려움을 겪었다. 그가 자바섬에 도착해 살펴본 바 자바섬에서 이슬람 전파의 실패한 것은 자바섬의 귀신들때문임을 알고 퇴마술을 시전하는데 이를 위해 그는 아랍에서 특정 문양이 새겨진 검은 돌을 가지고 왔고도 하고 Tombak Kyai Panjang이라는 영력이 깃든 창을 가져왔다고 한다. 그것을 자바섬 중심인 Gunung Tidar에 놓으니 자바의 영적세계에 광풍과 쯔나미가 일어나 세딴과 진과 실루만들이 견딜 수 없어 바다로 도망치기도 하고 영력이 내뿜는 뜨거운 열기에 녹아내리기도 했다.   그러자 Gunung Tidar 산 정상에서 9천년을 산 진들의 왕 삽다 빨론(Sabda Palon)이 나와 쉑 수바키르를 만나 40일 밤낮으로 싸운 끝에 몇 가지 조건을 두고 타협하게 되는데 삽따 빨론이 이슬람포교를 허용하되 절대 강요하지 말 것이며 이후 술탄왕국들이 세워지더라도 기존의 관습과 문화를 파괴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1588년에 세워져 오늘날 Kesultanan Jogyakarta와 Surakarta로 이어지는 Kesultanan Mataram이 어떻게 Legenda Nyi Lolokidul과 함께 공존할 수 있는지 이제 좀 이해가 됩니다.  
한국엔 뽀쫑, 뚜율, 웨웨곰벨, 빨라식 같은 귀신들이 없어요. 전혀 개념도 틀리고요. 돈을 벌어주는 귀신도 없습니다. 물론 무당들이 그런 용도의 부적을 써주긴 하지만 어느 날 어느 방향으로 가서 누굴 만나라는 식의 지침을 담는 것이고 특별히 어떤 귀신과 계약을 맺거나 하진 않아요.

 

그러니 뻐수기한이란 건 한국인들에게 매우 색다릅니다. 산뗏이나 일무끄발, 뻴렛 같은 것은 정도의 차이는 있더라도 어느 정도 공유하는 부분이 있지만 뻐수기한이란 개념 자체도 놀랍고 그 종류가 무궁무진하다는 것 역시 매우 놀라운 일이죠. 여기 몇 가지 예를 써놓았는데 다들 아는 내용들이신지 궁금합니다.
저는 인도네시아 귀신들의 이런 특징적인 부분들에 대해 보다 문화적, 학술적 접근을 하고 싶습니다. 특히 제일 주목하는 건 대가리 귀신들이에요. 인도네시아엔 크게 두 종류가 있습니다. 하나는 날아다니고 하나는 굴러다니죠.
그중 하나는 빨라식으로 대변되는 날아다니는 머리통. 낮에는 평범한 사람 모습으로 우리들 사이에 스며들어 살다가 마그립이 지나면 몸에서 목이 내장을 주렁주렁 매달고 빠져나와 하늘을 날면서 먹이를 찾는 거죠. 주로 아기나 태아를 노리는 이 귀신은 인도네시아 도처에 서로 다른 이름으로 분포하지만 그 특징은 모두 같습니다.   이 친구들은 다른 동남아 국가에도 크라슈, 뻐낭갈, 압 등의 이름으로 각각 분포해 있어요.
한편 빨라식 류는 이상하게도 자바에는 그 유래를 찾기 어렵습니다. 그 대신 순다에는 쥬릭 글루둑 승이르, 자바엔 군둘쁘링이스라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딱히 몸체를 가지고 사람들 사이에 숨어사는 것 같지는 않고 머리만 존재하는 귀신들이고 내장을 매달고 다니지도 않습니다. 다리도 없으면서 나무나 벽을 빨리 타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굴러다니죠. 쥬릭 굴루뚝 승이르는 굴러서 길을 건너다가 눈이 마주친 사람에게 씩 웃어준 후 사라진다고 하고 군둘쁘링이스는 깔깔깔 웃으면서 사람을 쫒아온다고 해요.   얘네들이 나타나면 몸에 열이 나는 듯 덥고 귀가 운다고 합니다.
얘네들은 왜 이런 차이점이 있는 걸까요? 왜 자바엔 빨라식 류의 귀신들 얘기가 거의 없을까요? 내장이 있는 놈들은 왜 날아나디고 내장이 없는 놈들은 왜 굴러다닐까요? 왜 빨라식들은 하필 아기나 태아를 노리는 걸까요? 왜 빨라식들은 사람들 사이에 숨어사는 주술사 가문으로 설정되어 있을까요?   이런 질문들과 함께 저 빨라식류 귀신들의 분포를 쫒아가다 보면 해당 지역이나 나라에서 이와 관련된 어떤 문화적 공통점을 발견하게 되지 않을까요?
뚜율에 대해서도 그렇습니다. 한국이나 일본엔 돈을 훔쳐오는 뚜율 같은 존재에 대한 전설이 없지만 뚜율은 중국에서부터 동남아 각지에 퍼져 있습니다. 이 역시 문화적인 측면에서 연구할 만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요?
마두라 북방 바웨안섬엔 특별한 귀신들이 삽니다. 마치 갈라파고스 섬에 진화론상 특이한 생물들이 사는 것처럼 이 동떨어진 섬에는 오렝뽀떼, 이룽란장, 마띠아낙 같은 매우 독특한 귀신들에 대한 전설이 전해 내려옵니다. 그건 바웨안 섬이 어떤 특별한 역사적 배경을 가지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요?
사실 인도네시아 귀신들과 무속문화는 그 자체만으로도 흥미롭지만 이를 통해 인도네시아인들 전반이 가지고 있는 생각과 사상의 이면 또는 그 수면 밑을 살짝 들여다 볼 수 있는 매개체란 측면에서 연구해볼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인도네시아의 귀신들은 인간들이 그저 두려워하는 존재일 뿐 아니라 두꾼 등을 통해 인간의 필요한 점을 채워주는, 물론 정상적이지 않고, 떄로는 파괴적인 방법으로 충족시켜주는 도구의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또한 귀신과 무속의 이야기는 인도네시아 각 지역들간, 또는 인근 국가간 어떤 식으로 문화적 영향을 주고 받았는지, 과거의 전통이 오늘날 어떻게 전해 내려왔는지를 알 수 있는 연구자료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인도네시아 귀신들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게 단지 흥미로 끝나지 않고 앞으로 누군가 역량있는 학자들이 사회, 문화, 역사, 심리적 측면에서 체계적, 전반적으로 연구하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웹세미나 끝나고 영미작가가 사진을 몇장 캡쳐해 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