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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의 삶

전통적 소매치기 수법

beautician 2017. 3. 11. 10:00

 

12-13년쯤 전에 블록엠에서 여자들도 포함된 양아치들 6-7명이 실실 웃으며 다가와 똑같은 방법으로 소매치기를 시도해 왔었어요. 블록엠 스퀘어가 세워지기 아직도 오래 전, 그래서 빠사라야(Pasaraya)의 화려함과 블록엠 재래시장 대부분을 지배하던 조악함과 지저분함이 극단적인 대조를 이루던 시절이었죠.

한 남자가 자꾸 내 왼발 발목의 바지깃을 잡으려 했고 이미 신경이 곤두서 짜증이 나던 난 그 놈 덜미를 잡아 재치려 하는데 나와 함께 가던 여직원, 아니 파트너, 아니 이젠 나보다 훨씬 돈 많이 버는 니켈광산주가 된 릴리가 내 등 뒤에 찰싹 달라 붙으며 날 목적지 방향으로 마구 밀어 붙이더군요.

난 그때 그게 소매치기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고 시비를 걸어오는 양아치들이라 생각했어요. 마침 그 땐 아직 오전 10-11시쯤, 내가 지나던 그 쪽엔 무슨 공사를 하고 있어 사람들이 별로 없었고요. 도망칠 수 없다면 한판 붙을 수 밖에 없다고 비장한 각오까지 했었는데 그렇게 릴리에게 밀려 도망치듯 달려가도 걔들은 특별히 쫒아오려 하지는 않더군요.

나중에 설명을 듣고 알았죠.
내가 발목 깃에 정신을 팔고 상체를 기울이는 순간 그 팀의 다른 놈이 귀신같은 솜씨와 속도로 내 바지 뒷주머니 지갑을 노린다는 것을 말이죠. 릴리가 내 등뒤에 달라붙어 날 밀어붙인 건 자기 몸으로 내 뒷주머니를 막아 주려 했던 것이었고요.

똑같은 소매치기 방식이 아직도 현지 선수들 사이에 각광받고 있는 모양입니다.


2013. 5.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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