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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영화제작 현장의 성추행 현황 본문
인도네시아 영화제작 현장의 성추행
글: 에피 마리아니
유명 영화감독 미라 레스마나는 영화제작현장이 여성들에게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녀는 지난 해 영화 <자유>(Bebas)를 찍던 첫 날, 영화현장 환경이 모두에게 안전해야 한다는 의견을 모든 영화스텝들에게 피력하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여성들에겐 만약 영화제작현장에서 성추행을 당할 경우 두려워 말고 친구들이나 감독인 나한테 직접 말하라고 했어요” 미라는 영화현장의 성추행 문제를 자주 들어 접했는데 그 처음은 2008년 한 여성 스텝이 직접 자신이 당한 일을 그녀에게 털어놓았을 때였다.
“많은 여성들이 제작자나 스텝으로 참여하고 있지만 영화산업은 여전히 남자들의 세계입니다.” 미라는 1월 30일 자카르타 포스트를 비롯한 몇몇 매체만을 대상으로 한 기자회견에서 촬영현장에서 성추행 사건이 흔히 벌어지는 영화산업을 여성들에게 보다 안전한 곳으로 만들려는 이들에 대한 지원의지를 밝혔다. 그들은 영화현장 성추행 피해자가 용기를 내 피해사실을 고발한 일을 계기로 힘을 합치고 있다.
단편영화 제작에 음악가와 연주자로 참여하는 미안 티아라가 작년 하반기에 성추행을 당했다. ”그는 선배동료였는데 대화할 때 존경심을 가지고 공손히 대하곤 했어요. 그러자 그는 내 옆에 앉아 허벅지를 쓰다듬었어요. 온갖 생각이 들었고 그가 내 몸을 농락했다고 느꼈어요.” 그것이 역겨운 경험이었다고 말하는 그녀는 그후 그를 피하면서 가능한한 멀찍이 떨어져 있으려고 노력했다. 당시 영화촬영이 진행중이었고 제작에 방해가 되고 싶었지 않았으므로 처음에 그녀는 아무에게도 그 일을 말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나중에 모든 스텝 맴버들이 함께 모여 포즈를 취하고 사진을 찍는 일이 있었는데 멀리 서 있던 그 남자배우가 단체사진이 몇 차례 촬영되는 동안 점점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사진사가 모두에게 점프하라고 한 것을 틈타 그녀는 그로부터 멀리 점프해 떨어지려 했는데 그러자 그가 미안의 바지를 잡아 강제로 끌어당겼다. 그건 마치 그가 “너 왜 그렇게 못되게 굴어”라고 말하는 듯해 미안은 얼어붙어 버렸다.
결국 그녀는 그 사실을 제작자와 감독에게 알렸고 일주일 후 자신의 매니저에게도 말했다. 제작자가 그 배우에게 미안의 보고가 사실이냐고 묻자 그는 발뺌하면서 오히려 화를 냈다.
몇 주 후 미안이 그 사건을 트위터를 통해 사람들에게 알리자 몇몇 기자들이 전화를 걸어 취재했고 또 다른 일부는 그녀의 트위터를 기반해 기사를 쓰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기사들이 별 도움은 되지 않았다. 그녀는 주변의 도움을 요청해 동료 음악가 까르티카 자야의 도움을 받아 영화현장이 여성들에게 안전한 곳이 되기를 원하는 미라 레스마나 감독, 배우 한나 알 라시드, 머이스꺼 타우리시아 제작자, 영화활동가 리사보나 라흐만 등을 소개받았다.
배우 한나는 성추행 경험을 언급한 미안의 트위터를 읽고 그녀의 문제를 알게 되었다. “나는 그걸 읽고 큰 충격을 받았어요. 나 역시 영화현장에서 비슷한 경험을 했기 때문이었죠. 그걸 읽으면서 온 몸이 떨렸어요. 나를 괴롭혔던 그 남자는 악수를 하면서 슬며시 내 손을 어루만졌는데 난 구역질이 났어요. 그는 내 무릎이 맞닿을 만큼 바짝 다가와 앉곤 했죠. 그는 내 공간을 침범해 들어와 코 앞 30센티도 안되는 거리까지 머리를 들이밀었어요.” 한나의 말이다.
그녀를 성추행한 이는 비단 선배 배우만이 아니다. 다른 남자배우도 그런 짓을 했고 다른 여성들이 겪은 비슷한 이야기들도 들었다. “그런 일을 겪은 후 우린 아무 대처도 하지 못했어요. 정식 청원을 넣지도 않았죠. 그들은 권력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런 일을 방지할 어떤 절차나 규정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았어요. 그래서 경고시스템을 채용하게 되었죠.” 한나가 덧붙였다. 경고시스템이란 영화현장에서 누가 성추행 습관을 가지고 있는지의 정보를 다른 여성들과 비공식적으로 공유하는 제도다.
하지만 그런 정보를 가지고 있다 해서 성추행을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영화 편집자인 알린 유스리아(Aline Jusria)는 미안과 한나를 추행한 그 선배배우에게 자신도 피해를 입었다고 말했다.
“오래 전 일이었지만 같은 사람이었어요. 그는 못된 손을 가진 것으로 악명이 높았죠.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이 당한 일을 말하자 그들은 그의 가족들을 생각해서 그냥 넘기라고 말했어요. 우리가 피해를 당했는데 왜 우리가 동정심을 발휘해야 하죠?” 이들 세 명 여성들은 모두 그 선배 배우의 신상을 밝히길 꺼렸는데 이는 정보통신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될까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2019년 3월 조나단 빠사리부, 아구스 메디아르타, 알베르투스 위다 위라타마, 아메이르타 꾸수마, 아리 까르티카사리, 린땅 기또마르토요, 리사보나 라흐만, 마즈다 라디타, 파우리즈 베스티카 등 아홉 명의 영화종사자들이 안전한 영화현장을 만들자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제한된 인원을 대상으로 한 “영화가 꼭 유해할 필요는 없다”는 캠페인에 대한 컨퍼런스에서 리사보나와 알베르투스는 꼭 영화제작현장 뿐 아니라 영화산업과 관련된 페스티벌이나 단체활동 등 다른 지점에서 성추행 피해를 입은 이들의 증언을 청취한 후 해당 캠페인을 벌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들은 피해자들이 자신들이 영화커뮤니티에서 당한 성추행에 대해 보고할 구글 폼을 만들었는데 “우린 영화 커뮤니티 안에서 어떤 패턴으로 성추행이 벌어지고 있는지 도식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라고 문장도 그 폼 안에 기재되어 있다.
작업현장의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 마일즈 필름스 영화사에서는 성추행 전과가 있는 이들을 배제한다는 표준계약서 문구를 도입했다고 미라는 말했다. 그 표준계약서의 마약남용과 성추행에 대한 조항의 하위 규정으로 모든 영화제작 종사자들이 다른 이들에게 말이나 행동을 통한 성범죄를 범하지 못하도록 규정했다. 또 다른 조항에서는 모든 종사자들이 자신이 겪은 성범죄를 보고할 책임을 가지며 해당 보고를 받은 제작자는 해당 사건을 조사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미라가 다른 제작자들에 대해 우려하는 바는 이러한 운동에 반응을 보이는 이들이 대부분 빨라리 필름스 영화사의 머이스꺼같이 여성들뿐이란 점이다.
“영화업계에선 아직도 성추행을 당연한 관행으로 본다”고 머이스꺼는 말한다. 그녀는 여성들이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며 자신들의 성추행 피해를 보고하면 정당한 조치가 이루어질 것이란 확신을 가질만큼 충분히 안전한 환경을 만들겠다고 말한다.
자료 출처: 자카르타 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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