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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의 삶

기억의 책

beautician 2019. 8. 1. 10:00






서울대 엄은희 박사에게서 '기억의책 꿈틀'이라는 사업자를 소개받았습니다. 


'꿈틀'이란 움직임의 뜻하는 의태어가 아니라 'dreamworks', 'frame of dreams' 또는 'dreaming platform' 정도의 의미일 듯합니다.


기본적인 사업컨셉은 소정의 비용을 토대로 전문가들이 소시민들의 소장용 자선전을 출판해 준다는 것으로 인터뷰를 통해 내용을 확인한 후 집필, 수정, 교정교열을 거쳐 자서전 12권을 인쇄, 제본해 전달해 주는 겁니다. 


일반 (아마도 페이퍼백) 440만원, 프레미엄 (아마도 하드보드커버 양장본) 1천만원 정도, 내용과 의미에 따라 부담스러울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가격입니다. 자녀들이 노부모를 위해 또는 며느리가 시어머니의 일생을 기록하기 위해 지출할 만한 금액일까요?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해방과 한국전쟁을 겪고 격동의 20세기를 온몸으로 살아낸 내 부모님, 아버지가 6.25 당시 강경 면사무소에서 공산당에게 붙잡혀 하릴없이 죽음을 기다려야 했던 그날 밤, 어머니가 피난민 인파 속에 이리저리 떠밀리면서도 홀어머니와 남매들 손을 붙잡고 엄동설한 미군 LST 수송선에 오르던 흥남부두 철수장면은 이제 말년에 이른 두 분이 돌아가시고 나면 잊혀져갈 수밖에 없습니다. 더욱이 치매를 앓는 어머니는 이제 자녀들조차 기억하지 못합니다.


망각이 운명일 수밖에 없는 우리 삶에서 '기억의책' 사업은 사뭇 의미있는 일입니다.

사실 이런 비슷한 컨셉을 오래동안 나도 생각해 왔지만 이미 사업화한 사람들이 있는지는 몰랐습니다. 

내가 생각한 것은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이 자신의 인생을 뽐내는 자서전들 말고도 사회적 루저들도 고난 속의 삶은 살았지만 누군가의 부모, 누군가의 의지가 되어 주었던 사람들의 나름대로 드라마틱한 인생의 굴곡을 기록으로 남길 자격이 얼마든지 있다는 부분에 근거한 것이었습니다. 당시 비용에 대한 생각은 애당초 원가를 잘 모르니 생각하지 않았지만 저 위의 금액 정도라면 분명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상당히 센 편입니다.


어쨋든 자산의 삶, 또는 부모님, 집안 어르신의 삶은 지면에 담아 평전 또는 기록으로 남기고 싶은 이들이 자카르타에도 있을까요?


몇몇 부분에서 조율이 가능하다면 한번 홍보하고 의사를 물어볼 만한 사업이 아닐까 싶습니다.




2019. 7.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