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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혼술의 세계
지난 주 빙의인형 즐랑꿍을 소개하면서 건너 뛴 다른 나라의 초혼술/강령술을 간단히 소개합니다.
1. 서구의 강령술
서양의 강령회에서는 희미한 영혼의 실루엣, 피부를 바람처럼 스쳐가는 보이지 않는 차가운 손길 같은 것이 느껴지고 탁자 같은 물체나 참석자의 공중부양, 엑토플라즘의 발현 등을 강령의 증거 보았습니다. 워낙 영화에서 많이 나오던 것이라 사진으로 가늠합니다.
2. 분신사바
두 사람이 펜을 맞잡고서 '분신사바 분신사바 이윳테 쿠다사이'(분신님 분신님, 말해주세요) 또는 ‘분신사마 분신사마 오이데 쿠다사이’(분신님 분신님 와주세요)라는 주문을 욉니다.
일단 O, X 등의 문자와 ㄱㄴㄷㄹ 등의 한글 자모음, 0에서 9까지의 숫자 등을 써 놓은 흰 종이를 준비합니다. 그런 다음 연필이나 볼펜을 둘이 마주 잡고, 주문을 외우면 펜이 움직여서 뭔가 글씨 비슷한 것을 쓰게 되죠. 그 펜을 움직이는 동력은 마주잡은 두 사람이 아니라 그 펜에 빙의된 혼령이라는 것입니다. 간편한 강령술이지만 다른 7명에게 이 비법을 퍼뜨리면 죽는다거나 하는 도중 펜에서 엄지손가락을 떼어서는 절대 안되며 분신사바에 사용한 펜은 도중에 분실하거나 버려서도 안되고 반드시 끝까지 다 사용한 후 버려야 한다는 징크스들이 따라붙습니다.
3. 코쿠리상 놀이
분신사바의 원조격인 일본의 코쿠리상도 기본적으로 같은 개념이지만 3-4명 정도가 참여하고 숫자, 고주온도(일본어 자모음표), 네, 아니오, 그리고 신사 기둥모양 등을 기재한 종이 위에 놓인 10엔짜리 동전에 참가자들이 집게손가락을 함께 올려놓고 코쿠리상을 부르는 주문을 외우면 여우의 혼령이 동전에 빙의해 참가자들의 질문에 대답을 해줍니다.
이 놀이(?)를 끝내려면 일단 신사 기둥모양이나 북쪽의 창으로 되돌아가는 의식을 한 뒤 종료해야 하는데 그래서 애당초 코쿠리상 놀이를 시작하기 전에 북쪽 창을 열어 두고 외부인이 보지못하는 환경으로 만들어 두어야 한다고도 합니다. 미지의 혼령이 그들 가운데 와 있다는 공포와 긴장감 그리고 때로는 죄책감 같은 것에 짓눌린 분위기때문인지 코쿠리상을 하는 도중 옆 친구 얼굴이 점점 여우처럼 변했다거나 참가자가 혼령에게 빙의해 이상한 소리를 하며 급기야 기절했다는 후기들도 인터넷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하는 법은 이렇습니다.
① 오른쪽에 ‘예’, 왼쪽에 ‘아니오’, 그 한가운데에 신사기둥표시, 그 밑엔 우측으로부터 일본어 알파벳이 기재된 종이를 준비
② 코쿠리상이 들어올 수 있도록 창문을 열어둔다.(창문방향은 어느 쪽이라도 좋다는 얘기도 있지만 반드시 북쪽이어야만 한다는 얘기도 있으며 열어놓은 창문의 반대편
창문도 열어놓지 않으면 나중에 돌아가지 않는다고 함)
③ 10엔 동전을 신사기둥모양 위에 놓고 동전 위에 집게손가락을 올린다 (2인이상)
④ 주문
합창 ‘코쿠리상, 코쿠리상 오이데니나리마시타라 (키타)노 마도카라 오하이리구다사이.’ (오시려거든 북쪽 창문으로 들어와 주세요)
⑤ 잠시
후 한번 더 다음과 같이 주문합창 ‘코쿠리상, 코쿠리상, 이랏샤이마시타라 ‘하이’에 스슨데구다사이’(오셨으면 ‘예’로 진행해 주세요). 4번을 거치지 않고 곧장 5번으로 건너뛰는 경우도 있음.
⑥ 콧쿠리상이 왔다면 질문시작.
⑦ 돌려보내려면 ‘코쿠리상, 코쿠리상, 아리가토오고자이마스. (열려있는 창문방향 – 예를 들면 북쪽 – 키타)노마도카라 오카에리구다시이’(고맙습니다. 북쪽 창문으로 돌아가 주세요). 만약 돌아가려 들지 않는다면 인내심을 갖고 계속 돌아가 달라고 말하세요.
⑧ 10엔
동전이 ‘예’에 간 다음 최종적으로 신사기둥표시에
가면 콧쿠리상이 떠났다는 의미.
⑨ 코쿠리상이 돌아간 후 사용한 종이는 불태우고 사용한 10엔 동전은 그날 안에 써버려야 한다.
(출처 - http://detail.chiebukuro.yahoo.co.jp/qa/question_detail/q1029651740)
참 쉽죠?
4. 위자보드게임
위자게임의 유래에 관한 설들 중 가장 유력한 것은 14세기 프랑스에서 집시계통의 유목민들이 영혼들에게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던 일종의 ‘놀이’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입니다.
이 게임의 위험성 때문에 영국을 비롯한 유럽에서는 금지령이 내려지기도 했습니다. 이후 1800년대 중반에 이르러 사랑하는 이를 일찍 잃은 사람들이 영혼과의 접촉을 위한 방법을 찾기 시작하다, 1890년에 기업가 찰스 케나드가 케나드 노벨티라는 회사를 설립하고 만들어 판매하기 시작한 ‘토킹 보드’(Talking Boards)가 현대 위자보드의 시초가 됩니다. 당시, 케나드 노벨티 설립자들이 보드에 직접 이름을 물어보자 보드의 말판이 알파벳 O-U-I-J-A를가리키면서 ‘위자’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으며, ‘행운을 빈다’는 의미를 가진다는 답도 전했다는 이야기가 함께 전해지고 있습니다. 물론 프랑스어로 'yes'를 뜻하는 Oui와, 독일어로 'yes'를 뜻하는 ja에서 유래되었다는 얘기도 있고요.
아무튼 당시 위자보드를 든 커플의 모습을 유명잡지 ’새터데이 이브닝포스트’의 표지로 선정할 정도로 유명세를 얻은 후 1966년, 세계적인 보드게임 모노폴리의 초기 발매처로 알려진 파커 브라더스에게 판권이 넘어가면서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형태의 위자보드가 탄생하게 되었고, 1991년, 세계적인 완구 전문기업인 해즈브로(Hasbro)사가 이를 인수해 위자보드를 계속해서 오늘날까지 그 명맥이 이어지게 됩니다.
위자게임 방식은 두 명 이상의 사람이 마주보고 앉은 후 말판 위에 손을 얹고 주문을 외우면서 시작됩니다. ‘주위에 누가 와 있나요?’라는 질문에 말판이 Yes를 가리키면 본격적으로 게임(?)이 시작되는데 처음에는 Yes와 No 로 답할 수 있는 것에서 점차 알파벳으로 단어를 완성하는 식으로 말판이 움직이게 됩니다. 하지만 이 때 반드시 지켜야 할 사항은 절대 혼자 위자게임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위자게임에는 15분 이상 게임을 지속해서도 안되며, 말판이 위자 보드에서 떨어지게 되면 영혼은 사라지게 된다는 등의 암묵적인 절대 규칙들이 존재합니다.
위자게임에 대한 공포영화도 여러 편 나왔는데 경악스러운 위자게임 후기를 하나 소개합니다.
(전략)
2007년 3월, 미국의 이모집에 가게 됐습니다.
친척언니와 근처 한국인 친구 집에 가게 됐는데 그 친구는 저보다 한 살 많은 친척언니와 동갑이었습니다. 일은 그 집에서 시작됐습니다.
그 언니의 방에 오래된 나무판자가 있길래 뭐냐고 물으니 '위자보드' 라고 하더군요. 위자보드는 위험한 게임이라 들어 신기해 하는데 그 언니는 3개월 전쯤에 아는 분에게 그 위자보드를 받았다고 설명하면서 50년도 더 된 독일산이라고 하더군요. 자기도 겁이 나서 가져다 놓기만 하고 아직 하진 않았다더라구요. 결국 그 언니의 오빠와 여동생도 합류해서 총 다섯명이 게임을 하기로 했습니다.
참고로 위자보드는 Yes와 No, Good Bye 등의 문자와 0~9, A~Z까지 알파벳이 씌여져 있는 판인데, 그 위에 글씨를 가리키는 포인터를 놓고 귀신에게 질문을 하면 포인터가 가르키는 문자를 통해서 대답을 받을 수 있고, Good Bye를 가리키려면 꼭 귀신의 허락이 있어야만 합니다.
게임을 시작하기 전 들은 위자게임 규칙의 개요는 이랬습니다.
1. 15분 이상 플레이하지 말 것.
2. 귀신에게 미래따위는 물어보지 말 것.
3. 귀신과 합의 하에 게임을 마칠 것. 귀신이 No 한다면 계속 플레이해야 함.
4. 귀신이 No 한다면 계속 설득할 것.
"Are You Ready?"
첫 질문을 던졌는데 2분이 넘도록 아무 반응이 없어서 ‘에이 뭐야' 하는 소리가 튀어나오려던 찰나, 갑자기 Yes 쪽으로 반응이 오더군요. 처음엔 언니들이 장난을 치나 싶었는데 언니들도 표정이 심상치 얺았어요. 영어로 질문을 하면 제가 알아듣지 못하기 때문에
"You can understand korean?"
라는 질문을 하자, 귀신의 대답은 No.
결국 언니들이 영어로 질문하고 저는 대충 설명을 듣기로 했어요. "What's Your Name?" 등등 기본적인 질문들을 했는데 그 대답들 듣는 것만으로도 10분 넘게 지나고 있어서 저희는 마음이 급해져 게임을 끝내도 좋겠냐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안되는 빠른 속도로 포인터가 곧장 'No'를 가리켰고, 저희는 두려움에 떨기 시작했습니다. 15분 내에 끝내기는 틀렸다 싶어서 귀신에게 우리를 달라 했더니 "It's up to me" (내맘이야) 라는 대답이 오더군요. 위자보드를 통해 오는 귀신 중엔 악질들도 있다던데, 하필 그런 귀신이 와버린 것 같았습니다.
귀신의 허락없이 마음대로 게임에서 이탈한 사람들이 사고로 죽었다거나 악령에 씌였다거나 하는 소문도 들은 적도 있어서 공포가 밀려왔는데 같이 하던 그 오빠는 귀찮다며 그냥 손을 떼고 일어났습니다. 그랬더니 정말 공포영화도 아니고 멀쩡히 있던 창문이 순간 굉장히 큰 소리로 '덜컹'거리는 거였어요. 소름끼치는 섬뜩한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그 오빠는 나가버리고 여자 넷만 남게 되니까 더욱 오싹해졌고 그 언니의 여동생은 울기 시작했어요. 우린 그 애를 잘 달랜 뒤 먼저 보내주기로 했습니다.
동생이 지금 약속이 있어서 나가봐야 하는데 게임을 끝내도 좋냐고 묻자 Yes 라는 대답이 나왔습니다. 그 아이는 Yes를 받자마자 손을 떼고 울면서 방을 뛰쳐나갔고 무서워진 저희 친척언니도 자기는 이 집 사람이 아니어서고 돌아가봐야 하니 게임을 끝내 달라고 했더니 대답은 Yes. 남은 저희 둘(그 언니랑 저)도 이런저런 핑계를 만들어 보면서 게임을 끝내기를 요구했지만 번번히 대답은 No, No, No, No, No, No
그 언니가 언제 우리를 보내줄 거냐고 묻자 자기가 원치 않을 때까지 놀아줘야 한다며 놓아주지 않았습니다. 저도 무서워서 울어버렸고 같이 남은 언니와 아직도 방을 떠나지 않고 지켜보던 친척언니도 울먹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절박해진 저희는 게임을 끝내주지 않으면 그냥 갈 수밖에 없다고 했어요. 그러자 나중에 후회하지 말라는 협박이 돌아왔습니다.
해는 한참 전에 졌고 다시 한번 게임을 끝내 달라고 하자 또 다시 No. 자기가 그렇게 쉽게 끝내줄 것 같냐며 비웃는 듯한 말투로 대답했습니다. 이건 정말 장난 아니다 싶어진 저는 같이 하던 언니의 양해를 받아 울고 불며 정말 가야하니 제발 끝내달라고 애원했고, 결국 Yes를 받아냈습니다. 저는 손을 떼고 나서도 한참을 울었고, 그 언니는 혼자 남았다는 엄청난 공포 속에 어쩔 수 없이 혼자 게임을 계속했습니다.
20분 후에 보내달라는 요청에 마침내 Yes를 받은 그 언니는 울면서도 다행이라 안도하면서 몇 가지 질문을 더 하다가 약속했던 20분이 되자 이제 끝내도 좋겠냐고 다시 물었어요. 그런데 약속과 달리 귀신의 대답은 또 다시 No. 그 절망적인 대답에 그 언니는 자포자기하여 더 이상 못하겠다고 울면서 손을 뗐습니다.
그렇게 게임은 끝이 났습니다. 위자보드를 플레이했던 저희 다섯 명은 이틀이 지나도 서로에게 아무 일이 없자 별것 아닌 것이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건 폭풍전야의 고요함이었어요. 게임 후 정확히 3일째 되던 날, 처음 손을 떼고 나간 오빠가 자기 집 바로 앞에서 뭔가에 홀린 듯 달리는 차에 뛰어들어 즉사했고, Yes 를 받지 못하고 게임을 끝낸 그 언니는 밤마다 여자로 보이는 검은 물체가 창문을 타고 넘어와 자기 침대 위로 올라오는 꿈을 시도때도 없이 꿨다더군요. 그 언니는 무서워서 밤에 잠도 못자고 혼자 있으면 자꾸 누가 있는 게 느껴져 무서워서 낮에도 집에 혼자 있지 못한데요.
귀신은 24살에 자살한 백인 여자이고 이름은 Olivia(올리비아) 라고 했습니다. 저희 다섯 명 전부다 룰을 깨고 15분 넘게 플레이 했지만, 정말로 귀신을 화나게 한 건 귀신의 동의없이 게임을 마친 것이었습니다. 저는 이 겨울 방학때 엄청난 공포를 경험했고, 최악의 추억을 남겼습니다. (후략)
무섭죠?
그래도 지진, 폭동, 화산폭발만큼 무섭겠어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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