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한국인으로 살아 가기

벽을 허는 일 본문

매일의 삶

벽을 허는 일

beautician 2018. 12. 18. 10:00





2년간 뚫지 못했던 벽이 뚫렸습니다

그 벽을 뚫어주겠다는 사람들을 여덟 번이나 바꿔댄 끝입니다

대부분의 작업자들은 그 벽에 망치질 한번 해보지 않고서도 수고비부터 달라 했고 

그래서 발주자에게 미리 발생해버린 손해가 만만치 않았습니다.

마지막 주자가 들어서 3주만에 마침내 그 벽을 헐자 그것만을 애타게 열망하던 

발주자의 감정은 묘하게도 더욱 복잡해집니다.

왜 하필이면 지금 벽을 헐었지?
벽을 조금 더 넓게 뚫지, 왜 겨우 한 사람 들어갈 공간 정도로만 뚫었지?
파란색 삽을 쓰지 왜 빨간색 삽을 썼지?
저 벽 건너편엔 왜 바로 목적물이 있지 않고 자질구레한 장애물들이 널려있지?
왜 저 벽안 방의 벽지가 파란색이 아니라 빨간색이지?

요구사항이 더욱 구체적으로 되는 것은 물론 인지상정입니다.
벽을 헐어주는 작업이 절대 공짜가 아니니 비용을 지불하는 당사자로서는 

그 벽 안의 상황이 자신에게 더욱 유리한 것이길 바라는 것이 절대 무리한 일 아닙니다


하지만 벽을 헐러 온 사람이 벽 안 방의 벽지색깔까지 책임질 수는 없는 일입니다.


벽이 헐리는 순간 발주자가 해야 할 일은 2년 동안 아무도 하지 못한 일을 3주만에 해낸 

작업자에게 우선 감사의 표시를 하는 일입니다

그래야 작업자는 그 다음 벽도 기쁜 마음으로 뚫어줄 테니까요.

벽안 방의 벽지색깔을 예언하는 것은 벽을 허는 작업자의 과업이 아닙니다.

안으로 진행해 나가는 과정에서 맞닥뜨릴 두 번째, 세 번째 벽이 얼마나 단단할 것인지 역시

작업자가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닙니다. 


단지 벽을 허는 것이 그의 임무인만큼 다음 벽도 반드시 뚫어줄 것이라는 점이 중요할 뿐이죠.



'매일의 삶'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식의 차이  (0) 2018.12.30
수고의 댓가  (0) 2018.12.20
이 사람이 고독한 이유  (0) 2018.12.10
보수종북꼴통들아 날 빨갱이라 불러봐라.  (0) 2018.12.07
인도네시아식 촛불?  (0) 2018.12.02